다피 다운 딜리
서지현 지음 / 씨엘비북스(CLB BOOKS) / 2023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여러모로 알 수 없는 존재였다. / p.161

꿈이라고 하면 보통 두 가지 갈래로 이해가 된다. 첫 번째는 잠을 잘 때마다 나타나는 꿈, 두 번째는 장래희망. 학창시절에는 후자에 대한 이야기를, 성인이 되고 난 이후에는 전자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듣고 또 많이 하게 된다. 후자가 등장하는 경우가 가끔 있지만 그것은 과거를 떠올리거나 더 큰 의미의 직업인으로서 나아가고자 하는 비전을 말하다 보니 생각보다 자주 언급이 되는 주제는 아닌 것 같다. 전자는 날이 갈수록 더 많이 나누게 되는데 많은 경우가 좋은 꿈으로 복권을 살 때 이야기이다.

이 책은 서지현 작가님의 장편 소설이다. 귀여운 표지가 먼저 눈길을 사로잡았다. 뭔가 영화 <업>의 포스터가 떠오르는 듯한 느낌을 주었고, 코끼리 캐릭터 중 하나가 머릿속을 스쳐서 지나가기도 했다. 청소년 문학이라는 느낌을 주기도 했었는데 청소년 문학이 가지고 있는 매력을 선호하는 독자로서 이러한 점을 기대하고 읽게 되었다.

소설의 이야기는 데샤드라는 남자가 다포딜을 찾아가면서부터 시작된다. 데샤드는 유명한 작가인데 요정으로부터 꿈을 빼앗긴다. 그 이후로부터 자면서 꿈을 못 꾸는 것은 물론이고, 꿈 자체를 잃어버리는 상황을 겪는다. 꿈을 찾고자 여기저기 묻고 다닌 결과 남쪽 마을에 다포딜이라는 마녀가 용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렇게 데샤드는 다포딜을 찾아가 꿈을 잃어버린 자신의 상황을 말하면서 도움을 요청한다. 다포딜은 페어리를 유인해 데샤드의 꿈을 되찾아 주기 위해 노력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초반에 다포딜과 데샤드가 살고 있는 대륙에 대한 설명이 나오는데 처음에는 머릿속으로 구조를 그리다 보니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래서 그림으로 그려서 최대한 시각적으로 보려고 노력했다. 아무래도 흔하게 지구의 대륙을 생각하고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알고 있는 아메리카, 아시아 등의 대륙들이 떠올랐다. 그러한 이유로 더딘 속도로 책장을 넘겼던 것 같다. 그게 고비이기는 했지만 데샤드와 다포딜이 만나는 지점부터는 수월하게 읽을 수 있었다.

읽으면서 두 가지 생각이 들었다. 첫 번째는 대한민국에서 통용되는 꿈이라는 정의에 대한 부분이었다. 꿈을 잃었다고 찾아오는 데샤드에게 다포딜은 직업 소개소에 가면 된다는 대답을 내놓는다. 이게 어떻게 보면 대한민국의 현실처럼 느껴졌다. 꿈을 꾼 당사자가 이야기를 먼저 꺼내지 않는 이상 '꿈이 무엇이냐?'라고 묻는다면 대부분 장래희망이나 비전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꿈이 가진 무거움이나 부담감이 조금 아쉽게 느껴졌다. 더불어, 다포딜이 지구라는 대륙에 살고 있는 사람이었다면 무조건 대한민국 사람이었을 것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두 번째는 다포딜의 말에 대한 부분이었다. 청소년 소설이라는 생각으로 가벼움을 기대했지만 생각보다 철학적이고 깊이 있는 내용들이 참 인상적이었다. 특히, 다포딜의 말들을 통해 더욱 와닿았다. 인간의 추악함을 말하는 이야기에서는 성악설과 성선설을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고, 농업이 귀하다는 말을 통해 너무나 당연하게 먹고 있는 농작물의 소중함을 되새길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또한, 사소한 것은 신경 쓰지 말고 살라는 말을 다짐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읽는 내내 이국적인 느낌의 소설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분명 대한민국 작가님의 소설인데 대륙부터 시작해 등장 인물과 지명들이 외국어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집중하게 되면서부터는 새로운 나라의 이야기인 듯한 환상이 들기도 했다. 이러한 지점이 새로우면서도 흥미로웠다. 

마지막에 이르러 제목에 대한 의미가 등장하기는 하지만 여전히 잘 모르겠다. 꿈이라는 단어의 정의 또한 머릿속으로 내내 혼란스러웠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지점은 어른도 꿈을 가질 수 있다는 용기와 희망이었다. 그동안 현실에 쫓겨 꿈을 잃고 살았던 것은 아닌지 스스로 되돌아보는 시간이 되었는데 이 지점이 좋았다. 내용은 어른스러웠지만 남는 여운만큼은 동심으로 돌아간 듯한 느낌을 주었던 소설이어서 좋았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