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의 감정 수업 - 쉽게 상처받고 흔들리는 마음을 단단하게 지켜내는 법
인현진 지음 / 앤의서재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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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에서든 이야기 속에서든 자신으로 살아갈 기회를 잃어버린 사람의 삶은 비극적입니다. / p.8

어렸을 때부터 감정을 표현하는 일이 익숙하지 않았지만 어른이 되고 나니 감정을 겉으로 꺼내면 뭔가 어른스럽지 못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래서 나이가 들면 들수록 감정 표현이 더욱 어려운 듯하다. 특히, 부정적인 감정을 꺼내면 상대가 오히려 미숙한 사람으로 보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된다. 사람에게 큰 관심이 없다고 하지만 사람과 부대끼면서 살아가야 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진다.

이 책은 인현진 작가님의 심리학 도서이다. 아무래도 일상이나 사회생활이 있다 보니 그것에 쫓겨 감정을 돌보지 못할 때가 많은데 생각보다 많은 나쁜 심리 습관을 가진 사람으로서 관련 책들을 읽고 있지만 그것 또한 행동으로 옮기기 쉽지 않다. 다시 경각심을 가지고 실천할 필요성을 느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데 이 책이 눈에 띄어서 이번 기회에 읽게 되었다.

책은 크게 네 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 파트는 부정적인 생각에 대한 내용, 두 번째는 불편한 감정에 대한 내용, 세 번째는 무의식적인 행동에 대한 내용, 네 번째는 상처받고 흔들리는 사람에 대한 내용이다. 하나하나 공감이 되고,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과거를 돌이켜 부정적인 감정과 행동을 떠올리는 게 약간 불편하기는 했지만 이 역시 더 나아갈 수 있다는 생각으로 긍정적으로 읽어내려갔다.

개인적으로 두 가지 지점이 인상적이었다. 첫 번째는 부분마다 적을 수 있는 칸이 있다는 점이다. 책을 깨끗하게 보는 편이어서 노트에 따로 기입하면서 읽었는데 내용을 정리하면서 스스로에게 답을 적는다는 점이 좋았다. 어려운 단어나 문장으로 쓰여진 책은 아니어서 쉽게 이해할 수 있었는데 이를 적으면서 따라가다 보니 더욱 내용이 와닿는 느낌이었다. 특히, 갈등을 겪을 때 어떻게 반응하는지, 어린 시절에 힘들게 했던 기억이 있는지 등은 적으면서도 치유가 되는 느낌이었다.

두 번째는 걱정에 대한 내용이었다. 사서 걱정하는 스타일이다 보니 늘상 지레 겁을 먹고 피한다거나 직면하지 않고 회피하는 경향이 꽤 높은 편이다. 아마 이는 상처받고 싶지 않는 스스로의 본능인 듯하다. 그러나 이러한 성향 때문에 일을 하면서 많이 문제가 되기도 하는데 이를 두고 저자는 부정적인 생각으로부터 시작된다고 이야기한다. 생각해 보니 이미 결말을 최악으로 판단한다는 점에서 맞는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에 읽었던 책에서 부정적인 생각도 습관이라는 말이 머릿속에 남았는데 조금씩 스스로를 믿고 긍정적인 생각을 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책이 성격과 마음을 바꾸는데 만병통치약은 아니지만 그래도 스스로 돌볼 수 있는 방법을 알려 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생각한다. 마음속으로만 했던 다짐과 차마 행동으로 옮기지 못한 과거는 잊고 조금이나마 발전하고 싶다는 생각이 내내 머릿속을 맴돌았다. 또한, 할 수 있다는 용기를 주는 책이어서 더욱 위로가 되었던 책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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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 문해력 수업 - 인지언어학자가 들려주는 맥락, 상황, 뉘앙스를 읽는 법
유승민 지음 / 웨일북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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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부터 눈치는 나의 특기였다. / p.5

사람들에게 관심이 없는 편이어서 말과 행동에서 의미를 파악하는 일이 참 어렵다고 느껴진다. 특히, 하나하나 깊게 생각해야 되는 부분이 힘들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좋을 텐데 왜 이렇게 피곤하게 의미를 혼자 파악을 해야 되는 것일까. 심지어 그게 정답이 아니라는 점이 더욱 답답하게 만든다.

그러면서도 사람과의 소통, 사람의 감정을 읽는 일이 참 중요하다고 느껴진다. 아무래도 현장에서 사람들을 상대하는 일이 참 많은데 그럴 때마다 대처를 잘못해 오해의 소지를 일으킨다는 점에서 절실하게 파악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이게 쉽지가 않다는 점에서 그것 또한 고민이자 답답한 부분이다.

이 책은 유승민 작가님의 사회심리학 도서이다. 눈치를 파악하는 게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 중 하나인 사람으로서 필요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요즈음 감정 문해력이라는 단어가 종종 귀에 들리는데 이를 더욱 알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사람들과 소통을 해야 하는 직업이기 때문에 이러한 부분에서 많은 도움을 얻고 싶어 읽게 되었다.

책은 크게 세 파트로 나누어져 있다. 첫 번째 파트는 고맥락 사회라는 개념을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필요한 요소들을 다루고 있다. 두 번째 파트는 소통하면서 있었던 에피소드를 통해 이를 활용할 수 있는 팁들이 담겨 있다. 마지막 세 번째 파트는 제목처럼 감정 문해력이라는 개념과 함께 현대 사회에서 필요한 이유들을 설명해 준다. 개인적으로 가장 필요로 했고, 또 알고 싶은 부분이었는데 공부하는 느낌으로 읽었던 것 같다.

읽으면서 눈치에 관한 내용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가장 편견을 가지고 있는 부분이기도 했는데 눈치를 보는 것을 조금 부정적으로 생각했다. 살아가면서 눈치를 볼 때를 생각해 보면 손해를 보는 것 같기도 하고, 상대방의 기에 눌린 듯한 느낌을 받기도 했고, 자존심이 상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저자는 눈치를 한국의 정서로서 더 나아가 반응 중 하나로 평가했다. 타인을 이해하는 도구로서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더 나아질 것이라고 했는데 이 지점이 새롭게 와닿았다.

감정 문해력을 주제로 한 책이기는 하지만 조금이나마 타인을 이해하고 배려한다면 더 나은 관계를 맺을 수 있고, 또 소통할 수 있다라는 메시지가 강하게 느껴졌다. 그런 부분에서 서툴거나 조금은 답답하게 보여도 괜찮다는 위로가 되기도 했다. 이렇게 보는 시각들이 많아져야 한다는 필요성을, 감정 문해력의 중요성을 인지했다. 아마 감정 문해력이 높은 사람들이 많아진다면 더 나은 사회가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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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딜 수 없는 사랑
이언 매큐언 지음, 한정아 옮김 / 복복서가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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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파, 추락 사고로 벌어진 그 많은 일들, 5월의 첫 풀베기로 야기된 전개. / p.11

독서와 노래를 좋아하고, 영화나 드라마를 종종 보는 사람으로서 예술성이라는 것에 관심이 많다. 특히, 상을 받았다거나 해외에서 극찬을 했다거나 스타들의 스타를 보면 뭔가 더욱 기대감이 들어 찾아서 보게 되기도 한다. 많은 작품들은 기대만큼 큰 여운을 주었지만 일부 작품은 나의 감성을 의심하게 만들 정도로 별 느낌이 없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마다 대중성과 예술성의 차이가 무엇일지 스스로 자문자답을 내리게 된다.

이 책은 이언 매큐언의 장편소설이다. 개인적인 관점에서 이언 매큐언이라는 작가는 스타들의 스타 느낌이 강하다. 특히, 즐겨 보는 북 크리에이터들께서 입을 모아 감탄을 자아내는 작가이다. 그동안 생각만 하다 도전해 보지는 못했는데 이번 기회에 입문해서 그분들의 감탄을 느껴보고 싶다는 열망이 강하게 들어서 선택하게 된 책이다.

소설의 주인공인 조라는 인물은 연인과 함께 피크닉을 즐기던 중 아이가 타고 있는 헬륨 기구를 하나 목격하게 된다. 연인의 외침과 주위의 소리를 들으면서 기구에 있는 줄을 쫓아 달려 갔으며, 다른 남자들과 그 줄을 잡았다. 바람에 의해 줄을 놓치면서 한 남자가 사망한다. 그냥 거기에서 끝날 일이었을지 모르겠지만 조에게는 그 일을 계기로 또 하나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되는 일이 벌어진다.

읽으면서 많은 혼란스러움을 느꼈다. 물론, 조에게 등장하는 인물도 문제이기는 했지만 그것보다 이야기의 흐름이 너무 바뀌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초반에는 헬륨 기구에 있는 줄을 잡았던 조의 이야기가 등장했지만 갑자기 새로운 인물이 등장해 다른 일들이 펼쳐진다. 소설의 장르가 이렇게 너무 확 바뀌어도 되나 싶을 정도로 당황스러웠는데 워낙에 이야기의 몰입도가 좋다 보니 그것 또한 금방 익숙해졌다.

개인적으로 새로 등장한 인물의 감정이 참 인상적이었다. 항상 입에 달고 사는 말 중에 하나인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다.'라는 그 문장이 너무나 강력하게 와닿았다. 조가 헬륨 기구의 줄을 잡은 이유는 어디까지나 큰 이유는 없었던 듯하다. 읽으면서 헬륨 기구에 있는 아이를 구하고자 했던 마음이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 정도만 들었다. 그러나 그 인물은 조의 생각과 감정은 중요하지 않는다. 줄을 잡은 것은 자신 때문이라는 말도 안 된 주장을 펼친다. 그의 행동은 광기와 집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단순하게 광기와 집착으로만 생각이 들었는데 읽으면서 내내 왜 이렇게까지 사랑이라고 믿는 것인지 진지하게 의문으로 발전되었다. 당사자가 사랑하지 않는다고, 아무런 의도가 없다고 밝히고 있음에도 당신은 나를 사랑하는 것이라고 믿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기에서 그 인물뿐만 아니라 다른 인물들 역시도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믿음에 따라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지 않는다는 점도 깊게 와닿았다. 점점 사랑이라는 감정으로부터 시작되어 인간의 신뢰라는 것까지 내내 머릿속이 어지러웠다. 완독한 이후에도 정리가 되지 못했다. 지금 이 순간까지도 말이다.

작품을 통해 저자가 던진 물음과 생각들은 깊이 생각해 볼 수 있을 듯하다. 물론, 답이 정해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조금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지만 그래도 이렇게 진지하게 고민할 수 있는 이 감정이 뭔가 묘하게 좋았다. 그런 점에서 스타들의 스타라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깨닫게 되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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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꿈은 날아 차 - 작심삼일 다이어터에서 중년의 핵주먹으로! 20년 차 심리학자의 태권도 수련기
고선규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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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은 여기 있지만 생각은 과거와 현재를 널뛰기하며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 p.203

어렸을 때 하얀 도복에 띠를 매고 다니는 친구들이 부러워 동생과 태권도장에 가고 싶다고 부모님을 졸랐다. 아버지께서는 안 된다고 단호하게 말씀하셨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동생과 나는 도복을 입고 체육관을 다니게 되었는데 조금 다른 점이 있었다. 흰색의 도복이 아닌 검정색 도복을 입었고, 손에 나무로 된 검이 쥐어졌다. 그곳은 태권도장이 아닌 검도장이었다.

무슨 생각으로 자매를 검도장에 보내셨는지 이십 년이 넘게 흐른 지금도 잘 모르겠다. 그러나 당시 다른 친구들과 다르게 검정 도복을 입었다는 사실이 조금 특별하게 느껴지기도 했으며, 칼 좀 사용할 줄 안다는 사실에 재미를 느꼈던 것 같다. 비록, 학업에 집중하고자 일 년 정도 다니다 그만 두게 되었지만 검정색 띠까지 받았던 걸 생각하면 지금도 자신감과 자부심을 들게 하는 부분이다.

이 책은 고선규 작가님의 에세이이다. 작가님은 전에 자살 사별자의 인터뷰를 담은 책으로 접한 적이 있었다. 당시 조금은 낯선 자살 사별자를 알게 되었고, 주변에 있는 자살 사별자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어서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는 책이다. 사실 초반에 출판사의 소개로만 보았을 때에는 그저 임상 심리를 하시는 분의 태권도 도전기로만 인식하고 있었는데 저자가 고선규 작가님이었다는 책이 발간된 이후에 알게 되었다. 그래서 더욱 기대가 되어 즐겁게 읽었다.

저자는 친구의 권유로 태권도를 배우게 되었다. 태권도 하면 어린 학생들이 사회성과 인성을 키우기 위해 보내는 곳으로 알고 있었는데 막상 태권도를 접하고 보니 매력이 넘치는 스포츠이며, 태권도를 배우면서 접한 이야기가 등장한다. 태권도 에세이이기는 하지만 드문드문 저자의 유년 시절과 관련된 에피소드들도 꽤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편이다. 특히, 우량아로 태어났기에 신체와 다이어트에 관한 저자의 생각들이 나온다.

읽는 내내 공감을 하면서 읽었다. 나 역시도 4 kg이 넘는 우량아로 태어나서 주변에서 듣는 이야기들이 그대로 활자로 옮겨진 듯한 느낌을 받았다. 또한, 태권도에 대한 인식도 어린 아이들이 배우는 스포츠라는 생각이 들어 거리감이 느껴졌는데 어린 시절에 비해 조금은 옅어졌지만 가끔은 태권도를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사람으로서 이 부분도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두 가지 에피소드가 참 인상 깊게 남았다. 첫 번째는 태권도 겨루기에 대한 내용이다. 상대방과 겨루기를 하면서 있었던 에피소드를 다루었는데 태권도 기술을 활용해 멋있게 겨룰 것이라는 다짐과 달리 막 덤비는 개싸움이 되었고, 발가락에 부상을 입었다고 한다. 겪은 일 자체도 뭔가 상상이 되었지만 그것보다 태권도 겨루기로부터 느꼈던 저자의 생각이 더욱 와닿았다. 겨룰 때에는 상대와의 거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하는데 이는 인간 관계에서도 필요한 부분이라는 점이다. 주변에 있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항상 머릿속으로 거리 유지를 생각했기에 큰 공감이 되었다.

두 번째는 원숭이 마음이라는 내용이다. 수련을 할 때마다 여기저기 다른 생각들을 가지고 있던 저자의 에피소드를 다루고 있다. 그러면서 분주하게 움직이는 원숭이 마음이라는 용어가 등장한다. 무엇보다 이 단어가 인상 깊었던 이유는 내면의 소리를 듣는 것보다 시끄러운 바깥의 소리에 더욱 익숙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스스로의 경험에 비추어 봐도 저자처럼 ASMR을 듣는다거나 명상 매체를 보다가도 다른 방향으로 생각이 튀어오를 때가 꽤 많다. 아마 현대인들이라면 이런 부분에 공감하지 않을까.

에피소드를 하나하나 읽으니 저자의 이야기에 웃게 되었고, 태권도의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다시 태권도를 배우고 싶다는 열망이 피어오르기도 했다. 열정과 위로를 동시에 주었다는 점에서 기대치만큼 충족이 되었으며, 가볍게 읽기에도 손색이 없었던 책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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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은 안전을 배달하지 않는다 - 배달 사고로 읽는 한국형 플랫폼노동
박정훈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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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생사가 오가는 도로 위 배달공장으로 들어가보자. / p.15

운전을 하다 보면 마치 달리는 말처럼 질주하는 배달 오토바이를 많이 마주칠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순간 욱하는 마음이 들기도 하고, 걱정이 되는 마음이 들기도 한다. 얼마 전에는 블랙박스 프로그램을 통해 음주운전에 안타까운 배달 노동자가 운명을 달리 하신 내용을 접했는데 뭔가 안타까우면서도 뭔가 모를 감정이 든다.

이 책은 박정훈 작가님의 배달 노동자에 대한 사회학 도서이다. 도로에서 일부 배달 노동자의 과격한 주행을 보면서 느꼈던 감정은 부정적이었다. 특히, 안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타입이자 운전할 일이 많은 업무를 하고 있다 보니 더욱 마음이 철렁 내려앉는 순간들이 많은데 부정적인 감정들이 쌓여 조금 인식 자체도 편견을 가지고 보는 편이기도 하다. 그래서 조금이나마 편견을 경계하고 자세히 알아가고자 이렇게 읽게 되었다.

박정훈 작가님은 현재 배달 노동자로 근무하시는 분이다. 또한, 배달 노조인 라이더 유니온의 초대 회장이시기도 하다. 이 책은 배달의 민족, 쿠팡이츠 등의 배달 플랫폼 산업의 구조와 위험에 내몰리는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다루었다. 초보 노동자들이 사고를 당하는지, 그리고 왜 배달산업에서는 면허 확인에 느슨하게 하는지, 그들은 왜 초보를 원하는지 등 배달 노동자들이 사고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내용들이 실려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놀라웠던 부분은 산재 신청 기업 리스트였다. 뉴스에 보도된 내용들을 자주 접하다 보니 당연하게 공장을 둔 기업이 상위권을 차지할 것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순위를 보면 1위가 배달의 민족이었으며, 쿠팡 이츠도 꽤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그 대목을 읽으면서 운전하면서 보았던 배달 노동자들의 모습이 생생하게 떠오르기도 했었다.

또한, 배달 산업의 기이한 구조들이 참 인상 깊었다. 물론, 배달을 자주 이용하기는 하지만 수수료라든지 크게 생각했던 부분은 아니었기에 용어나 구조가 어렵고 낯설게 다가왔다. 심지어 소비자에게 받는 배달비뿐만 아니라 사업주에게도 배달비를 받는다는 점, 단순하게 배달 콜을 거절하면 그게 패널티가 쌓여 정지를 먹는다거나 불이익이 되는 제도가 있다는 점도 새롭게 알게 되었다. 기업의 기본이 이윤 창출에 있기에 넓은 의미에서 보면 이해가 안 될 것도 아니지만 상식적으로 다가가니 너무 기이하게 느껴졌다.

마지막으로 노동법과 정책이 배달 산업과 크게 다르다고 느껴졌다. 아무래도 전통적인 기준에 의해 만든 법이기 때문에 일정한 공간과 시간을 가지고 있는 산업은 들어맞겠지만 배달 산업의 특성상 노동자들이 일을 할 수 있는 공간과 시간이라는 개념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에서 크게 다가왔다. 최저 임금만 보더라도 시급 단위로 계산이 되어지는데 배달 노동자의 경우에는 이를 계산하기 쉽지 않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읽으면서 단순하게 왜 배달 노동자들이 과격하게 운전을 하는지 의문이 풀렸다. 물론, 개인적인 운전 습관을 무시할 수 없겠지만 그렇게 경쟁하게 만드는 배달 산업의 구조 자체가 그들을 위험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저자는 배달 노동자에게는 도로가 곧 산업장이며, 그곳이 공장이라는 내용들을 자주 언급하는데 이 또한 맞는 말이어서 배달 노동자들을 새롭게 바라보는 기회가 되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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