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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은 안전을 배달하지 않는다 - 배달 사고로 읽는 한국형 플랫폼노동
박정훈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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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생사가 오가는 도로 위 배달공장으로 들어가보자. / p.15
운전을 하다 보면 마치 달리는 말처럼 질주하는 배달 오토바이를 많이 마주칠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순간 욱하는 마음이 들기도 하고, 걱정이 되는 마음이 들기도 한다. 얼마 전에는 블랙박스 프로그램을 통해 음주운전에 안타까운 배달 노동자가 운명을 달리 하신 내용을 접했는데 뭔가 안타까우면서도 뭔가 모를 감정이 든다.
이 책은 박정훈 작가님의 배달 노동자에 대한 사회학 도서이다. 도로에서 일부 배달 노동자의 과격한 주행을 보면서 느꼈던 감정은 부정적이었다. 특히, 안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타입이자 운전할 일이 많은 업무를 하고 있다 보니 더욱 마음이 철렁 내려앉는 순간들이 많은데 부정적인 감정들이 쌓여 조금 인식 자체도 편견을 가지고 보는 편이기도 하다. 그래서 조금이나마 편견을 경계하고 자세히 알아가고자 이렇게 읽게 되었다.
박정훈 작가님은 현재 배달 노동자로 근무하시는 분이다. 또한, 배달 노조인 라이더 유니온의 초대 회장이시기도 하다. 이 책은 배달의 민족, 쿠팡이츠 등의 배달 플랫폼 산업의 구조와 위험에 내몰리는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다루었다. 초보 노동자들이 사고를 당하는지, 그리고 왜 배달산업에서는 면허 확인에 느슨하게 하는지, 그들은 왜 초보를 원하는지 등 배달 노동자들이 사고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내용들이 실려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놀라웠던 부분은 산재 신청 기업 리스트였다. 뉴스에 보도된 내용들을 자주 접하다 보니 당연하게 공장을 둔 기업이 상위권을 차지할 것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순위를 보면 1위가 배달의 민족이었으며, 쿠팡 이츠도 꽤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그 대목을 읽으면서 운전하면서 보았던 배달 노동자들의 모습이 생생하게 떠오르기도 했었다.
또한, 배달 산업의 기이한 구조들이 참 인상 깊었다. 물론, 배달을 자주 이용하기는 하지만 수수료라든지 크게 생각했던 부분은 아니었기에 용어나 구조가 어렵고 낯설게 다가왔다. 심지어 소비자에게 받는 배달비뿐만 아니라 사업주에게도 배달비를 받는다는 점, 단순하게 배달 콜을 거절하면 그게 패널티가 쌓여 정지를 먹는다거나 불이익이 되는 제도가 있다는 점도 새롭게 알게 되었다. 기업의 기본이 이윤 창출에 있기에 넓은 의미에서 보면 이해가 안 될 것도 아니지만 상식적으로 다가가니 너무 기이하게 느껴졌다.
마지막으로 노동법과 정책이 배달 산업과 크게 다르다고 느껴졌다. 아무래도 전통적인 기준에 의해 만든 법이기 때문에 일정한 공간과 시간을 가지고 있는 산업은 들어맞겠지만 배달 산업의 특성상 노동자들이 일을 할 수 있는 공간과 시간이라는 개념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에서 크게 다가왔다. 최저 임금만 보더라도 시급 단위로 계산이 되어지는데 배달 노동자의 경우에는 이를 계산하기 쉽지 않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읽으면서 단순하게 왜 배달 노동자들이 과격하게 운전을 하는지 의문이 풀렸다. 물론, 개인적인 운전 습관을 무시할 수 없겠지만 그렇게 경쟁하게 만드는 배달 산업의 구조 자체가 그들을 위험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저자는 배달 노동자에게는 도로가 곧 산업장이며, 그곳이 공장이라는 내용들을 자주 언급하는데 이 또한 맞는 말이어서 배달 노동자들을 새롭게 바라보는 기회가 되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