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딜 수 없는 사랑
이언 매큐언 지음, 한정아 옮김 / 복복서가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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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파, 추락 사고로 벌어진 그 많은 일들, 5월의 첫 풀베기로 야기된 전개. / p.11

독서와 노래를 좋아하고, 영화나 드라마를 종종 보는 사람으로서 예술성이라는 것에 관심이 많다. 특히, 상을 받았다거나 해외에서 극찬을 했다거나 스타들의 스타를 보면 뭔가 더욱 기대감이 들어 찾아서 보게 되기도 한다. 많은 작품들은 기대만큼 큰 여운을 주었지만 일부 작품은 나의 감성을 의심하게 만들 정도로 별 느낌이 없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마다 대중성과 예술성의 차이가 무엇일지 스스로 자문자답을 내리게 된다.

이 책은 이언 매큐언의 장편소설이다. 개인적인 관점에서 이언 매큐언이라는 작가는 스타들의 스타 느낌이 강하다. 특히, 즐겨 보는 북 크리에이터들께서 입을 모아 감탄을 자아내는 작가이다. 그동안 생각만 하다 도전해 보지는 못했는데 이번 기회에 입문해서 그분들의 감탄을 느껴보고 싶다는 열망이 강하게 들어서 선택하게 된 책이다.

소설의 주인공인 조라는 인물은 연인과 함께 피크닉을 즐기던 중 아이가 타고 있는 헬륨 기구를 하나 목격하게 된다. 연인의 외침과 주위의 소리를 들으면서 기구에 있는 줄을 쫓아 달려 갔으며, 다른 남자들과 그 줄을 잡았다. 바람에 의해 줄을 놓치면서 한 남자가 사망한다. 그냥 거기에서 끝날 일이었을지 모르겠지만 조에게는 그 일을 계기로 또 하나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되는 일이 벌어진다.

읽으면서 많은 혼란스러움을 느꼈다. 물론, 조에게 등장하는 인물도 문제이기는 했지만 그것보다 이야기의 흐름이 너무 바뀌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초반에는 헬륨 기구에 있는 줄을 잡았던 조의 이야기가 등장했지만 갑자기 새로운 인물이 등장해 다른 일들이 펼쳐진다. 소설의 장르가 이렇게 너무 확 바뀌어도 되나 싶을 정도로 당황스러웠는데 워낙에 이야기의 몰입도가 좋다 보니 그것 또한 금방 익숙해졌다.

개인적으로 새로 등장한 인물의 감정이 참 인상적이었다. 항상 입에 달고 사는 말 중에 하나인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다.'라는 그 문장이 너무나 강력하게 와닿았다. 조가 헬륨 기구의 줄을 잡은 이유는 어디까지나 큰 이유는 없었던 듯하다. 읽으면서 헬륨 기구에 있는 아이를 구하고자 했던 마음이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 정도만 들었다. 그러나 그 인물은 조의 생각과 감정은 중요하지 않는다. 줄을 잡은 것은 자신 때문이라는 말도 안 된 주장을 펼친다. 그의 행동은 광기와 집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단순하게 광기와 집착으로만 생각이 들었는데 읽으면서 내내 왜 이렇게까지 사랑이라고 믿는 것인지 진지하게 의문으로 발전되었다. 당사자가 사랑하지 않는다고, 아무런 의도가 없다고 밝히고 있음에도 당신은 나를 사랑하는 것이라고 믿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기에서 그 인물뿐만 아니라 다른 인물들 역시도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믿음에 따라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지 않는다는 점도 깊게 와닿았다. 점점 사랑이라는 감정으로부터 시작되어 인간의 신뢰라는 것까지 내내 머릿속이 어지러웠다. 완독한 이후에도 정리가 되지 못했다. 지금 이 순간까지도 말이다.

작품을 통해 저자가 던진 물음과 생각들은 깊이 생각해 볼 수 있을 듯하다. 물론, 답이 정해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조금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지만 그래도 이렇게 진지하게 고민할 수 있는 이 감정이 뭔가 묘하게 좋았다. 그런 점에서 스타들의 스타라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깨닫게 되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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