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달이 뜨는 숲
아오야마 미치코 지음, 승미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10월
평점 :

사람을 돕고 싶다는 생각을 오랫동안 해왔지만, 도대체 사람이란 누구를 말하는 걸까? / p.9
이 책은 아오야마 미치코라는 일본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작가의 작품은 세 권 정도 읽은 것으로 기억한다. 읽는 내내 뭔가 슴슴하지만 임팩트가 남았던 소설이었다. 가장 예전에 읽었던 작품이 아마 2년 전이었던 것 같은데 아직까지도 줄거리나 흐름들이 머릿속에 너무나 선명하게 남아 있다. 그만큼 취향에 가까운 작품들이기도 했다. 신작 소식을 접하고 바로 읽게 되었다.
소설은 팟캐스트 프로그램 하나로 이루어진 연작 형식으로 진행된다. 간호사로 근무하다 퇴직한 이후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첫 번째 주인공은 동생과 성향이 많이 다른 편이다. 주인공이 보기에 동생은 너무나 자유분방하면서 자신의 하고 싶은 일들을 별 노력도 없이 하는 것처럼 보인다. 반면, 자신은 열심히 간호사로 근무했지만 현재는 다른 일을 찾고 있는데 아등바등 사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러다 달에 대한 정보를 알려 주는 '달도 끝도 없는 이야기'라는 팟캐스트를 듣는다.
술술 읽혀졌던 작품이었다. 아무래도 그동안 종종 작가의 작품들을 접했고, 그만큼 좋아하는 취향이기 때문에 속도가 더욱 빨랐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렵게 느껴지는 내용이 없이 후루룩 완독할 수 있었다. 달이라는 주제 자체에서 과학적 지식이나 역사적 사실들이 등장했다면 당황스러울 법도 한데 그것조차도 나름 어느 정도 수준에서 넘어가면 충분히 이해가 될 수 있는 부분들이었다.
개인적으로 한 아버지의 사연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어린 나이에 나이 차이가 조금 나는 남자 친구를 데리고 온 딸이 결혼 소식을 전달한다. 그것도 부모님께 결혼 승낙을 구하는 것이 아닌 일방적인 통보였다. 어머니는 너무나 딸의 선언을 환영하면서 사위 될 남자 친구를 좋게 본 반면, 아버지는 내내 그 모습이 못마땅했다. 예비 사위에 대한 눈초리도 곱지 못했다. 어느 날, 예비 사위가 아버지의 직장으로 찾아온다.
양쪽의 사연이 너무 다 이해가 되는 작품이어서 기억에 남는다. 딸의 입장에서 결혼은 부모의 영향보다는 스스로 결정할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결혼을 위한 비용들을 자신이 아닌 부모님께서 부담할 현실적인 생각을 가진다면 조금 당황스러울 일이기는 하다. 그러면서 딸에게 거리감을 느끼는 아버지의 감정을 읽으면서 한편으로 외롭고 서운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딸을 보내는 입장에서는 거리감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지 않을까. 피부에 와닿을 정도로 가장 현실적이었다.
읽는 내내 작가의 특징이 너무 잘 드러난 작품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작품에 드러나는 부분은 팟캐스트를 듣는 사람들이라는 공통점이겠지만 소설을 읽은 독자들만이 알아챌 수 있는 연결되는 지점을 찾는 재미가 있었다. 과거에 읽었던 전작들에서도 느꼈던 부분이었지만 유독 이 작품에서 그 매력이 와닿았다. 사람은 누군가로 다 연결이 된다는 문장이 강렬하게 공감되었다는 점에서 그동안 잊고 살았던 인류애가, 사람 사이의 연대가 느껴졌던 작품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