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멜리아 싸롱
고수리 지음 / 클레이하우스 / 2024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간은 시시포스처럼 매일매일 같은 하루를 반복하죠. / p.46

이 책은 고수리 작가님의 장편소설이다.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다. 첫 번째는 인간극장 작가님의 작품이라는 것이다. 학교 다닐 때에는 아침 밥 친구라고 해도 될 정도로 인간극장을 보고 등교를 했던 기억이 있다. 대학교 전공 교수님과 직장에서 만난 클라이언트분께서 인간극장에 나오셨을 만큼 지극히 개인적으로 친근한 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 기대가 되었다.

두 번째는 출판사 때문이었다. 지금까지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은 책들을 읽고 있지만 강렬하게 남는 책들은 그렇게 많지 않다고 생각한다. 읽은 책의 한 10~15% 정도 될까. 거기에 인생 책이라고 범위를 더 좁히면 5% 남짓 될 듯하다. 두고두고 인생 책이라고 언급하는 작품 중 하나가 클레이하우스 출판사에서 발간했던 황보름 작가님의 소설이었다. 이미 유명한 베스트셀러이기는 하지만 그때 작품이 주었던 위안과 여운은 아직까지 잊지 못한다. 그래서 기대감은 더욱 배가 되었다.

소설은 진아라는 이름의 여성이 등장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진아는 백화점에서 근무하고 있었는데 가장 바쁜 크리스마스 시즌에 자신도 모르는 채로 어딘가로 끌려간다. 보호 아동으로 성장한 그녀에게 무엇보다 돈을 벌 수 있는 시간임에도 이를 벗어날 수 없었다. 그녀가 도착한 곳은 까멜리아 싸롱이었고, 그곳에서는 낯선 이들이 진아를 반겼다. 49일을 모르는 이들과 한 공간에서 보내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전반적으로 술술 읽혀졌던 작품이었다. 초반에는 조금 낯선 배경에서 벌어지는 스토리여서 파악하는 시간이 필요했다. 작품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를 익히면서 적응이 될 때 완벽하게 몰입할 수 있었다. 마치 주인공처럼 느꼈던 것 같기도 하다. 350 페이지가 넘는 작품이었는데 두 시간 반에서 세 시간 정도 걸린 듯하다. 속도가 나기 시작하면서 금방 완독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49일이 주는 의미를 생각하면서 읽었다. 50일도 아니고, 그렇다고 30일도 아닌 왜 하필 49일이었을까. 처음에 읽으면서 궁금증이 들었는데 망자가 49일 지나 좋은 곳으로 가도록 하는 의식인 49재와 연관이 있지 않을까 하는 예상이 들었다. 어쩌면 진아가 삶과 죽음 그 사이의 경계에서 49일을 보내고 자신의 삶을 결정할 수 있는 하나의 수단이지 않았을까. 읽으면서 얼마 전 하늘로 가신 아버지의 49재가 문득 떠오르기도 했다.

까멜리아 싸롱에서 근무하고 있는 이들은 저마다 사연을 가지고 있었다. 소방관으로 타인들의 생명을 지켰고, 과거 연인을 잊지 못하는 아픔을 가졌고, 친구의 곁에 있었고, 더 나아가 한 생명을 태어나게 해 주기도 했었다. 그동안 바쁜 일상에 치여 사람들 사이의 정이나 끈끈한 유대감을 느낄 일이 많지 않았는데 새삼스럽게 이야기를 읽으면서 인간애를 느꼈다. 인간애를 인간이 아닌 활자로 와닿았다는 게 조금 아이러니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너무나 따뜻했던 우리의 이야기였다. 이번 선택이 탁월했다는 것을 확신하게 된 작품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