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롭힘은 어떻게 뇌를 망가뜨리는가 - 최신 신경과학이 밝히는 괴롭힘의 상처를 치유하는 법
제니퍼 프레이저 지음, 정지호 옮김 / 심심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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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부모이자 교육자로서 이 상황을 제대로 모른다는 사실에 좌절감을 느꼈다. / p.19

예전에 비해 폭력이 수면 위로 많이 올라오고 있으며, 경각심을 많이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연예인만 보더라도 과거 학교 폭력의 가해자라고 한다면 대중으로부터 외면을 당하거나 연예계 생활을 아예 마감하게 만든다. 또한, 최근 큰 인기를 몰고 온 드라마의 주제 역시도 학교 폭력에 관한 내용이었다. 폭력을 받는 피해자의 모습이 보기 두려워 많은 사람들의 입으로 오르내리는 드라마이지만 아직 보지 못했다.

반면, 안 보이는 쪽으로 악랄해져간다는 생각도 든다. 초등학교 시절에는 순수하게 친구들과 놀기 좋아했고, 괴롭힘이라고 한다면 무리에서 배제되는 딱 그 정도의 선이었다. 또한, 학교나 학원 등의 아이들이 함께 있는 장소를 벗어나면 적어도 집에서는 그들을 마주칠 일이 없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판도가 조금 다른 듯하다. 휴대 전화의 보급으로 SNS로 집도 안전한 곳이 아니며, 무리 배제를 넘어 더 큰 차원의 괴롭힘이 자행되고 있다.

이 책은 제니퍼 프레이저의 괴롭힘에 대한 뇌과학 도서이다. 아무래도 항상 이슈로 오르내리고 있는 주제가 폭력과 괴롭힘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눈길이 갔다. 거기에 SNS 리뷰어분들의 피드에 자주 등장한 책이어서 관심이 가기도 했다. 괴롭힘이라는 주제 자체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보고 싶어 선택해 읽게 되었다.

처음 저자의 이야기로부터 서론이 시작된다. 저자는 아들을 어린 나이에 먼곳으로 유학을 보낸 듯하다. 그러다 아들이 아파 병원을 방문하게 되었는데 코르티솔이라는 스트레스 호르몬이 원인인 것 같다는 의사의 소견을 듣게 된다. 저자는 당연히 농구에 관한 스트레스인 줄 알았는데 농구부 코치로부터 괴롭힘을 받고 있었던 것이다. 책의 내용은 신경과학과 괴롭힘의 연관성, 그리고 그 안에서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방법들이 수록되었다.

출판사 서평이나 보이는 글로만 해도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렇게 내용을 보니 더욱 흥미로운 내용들이 많았다. 그동안 괴롭힘과 폭력의 상처, 그리고 경각심을 줄 수 있는 내용의 책들은 나름 읽었지만 신경과학이라는 새로운 분야로 표현한 책은 처음이었다. 아무래도 사람들이라면 전문적인 지식이 기반된 논리라면 조금 더 신빙성을 가지고 보는데 단순하게 괴롭힘이 인간에게 상처를 준다는 것보다 더욱 강하게 와닿았다.

개인적으로는 심리적인 것뿐만 아니라 스트레스 호르몬이 존재한다는 사실, 그리고 뇌는 가변성이 있다는 사실이 인상 깊었다. 서론에서도 등장하는 것처럼 코르티솔이라는 스트레스 호르몬이 신체적으로 안 좋은 영향을 주기에 상상 그 이상으로 괴롭힘은 많은 상처를 준다. 그리고 저자는 괴롭힘을 당해 뇌가 망가졌다고 해도 변하기 때문에 충분히 회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특히, 명상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밖에도 괴롭힘을 받고 있을 시에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한다거나 괴롭힘을 당하면 자신이 가지고 있는 부정적인 감정에 공감이나 이입을 하게 되어 더욱 치닫고, 타인의 감정에는 공감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내용 등 괴롭힘에 대한 다양한 조언들이 신경과학적인 측면에서 기술이 되어 있다는 점에서 많은 도움이 되었다. 읽는 내내 많은 사람들이 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것을 다 떠나 괴롭힘을 당한다는 게 본인의 잘못이 아니며, 상처를 받더라도 이는 회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너무나 구체적이고 신빙성 있게 전달해 주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이 책이 전해 줄 수 있는 의미는 끝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너무 만족한 책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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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손이 닿을 때까지
강민서 지음 / 씨엘비북스(CLB BOOKS)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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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타는 열렬한 짝사랑을 하고 있었다. / p.10

어렸을 때에는 몰랐지만 성인이 되어 삼십 대에 들어가다 보니 처음 만난 자리에서 연애와 결혼, 사랑에 대한 질문들이 마구 쏟아진다. 가까운 지인으로부터는 연애하는 상대 여부를, 직장에서는 어르신들로부터 결혼 배우자 여부에 대한 질문을 주로 받는다. 사실 자라면서 연애와 결혼에 대한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했기에 조금 부담스러우면서도 난감하다. 없다고 하면 이후로부터는 소개에 대한 꼬리가, 있다고 하면 수시로 여부에 대한 체크가 들어올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일들을 겪으면서부터 성애적 사랑에 대한 고민을 조금씩 하게 되었던 것 같다. 아무래도 대한민국 사회에서는 연애와 결혼은 하나의 필수적인 요소로 보고 있으며, 더 나아가 사랑의 결실로 연결이 되는 듯하다. 혼자 지내도 크게 외로움을 느끼거나 다른 이들에게 의지를 하는 것 자체를 힘들어하는 편이어서 배우자는 삶 자체에 그려진 적이 없다. 물론, 누군가에게 설렘의 감정을 느끼는 사랑과는 조금 다르기는 하지만 말이다.

이 책은 강민서 작가님의 장편소설이다. 줄거리만 보고 여자 주인공의 생각이 거의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느낌이 들어 선택하게 된 책이다. 어떤 연유로 사랑의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것인지는 알 수 없겠지만 사랑이라는 감정을 크게 느끼지 못했거나 의심하는 사람으로서 뭔가 동질감이 느껴졌다. 거기에 로맨스 소설도 가볍게 읽기를 선호하는 독자이기에 나름 큰 기대를 가지고 읽게 되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스물세 살의 그레타라는 여성과 서른 살의 라가헨이라는 남성이다. 우선, 그레타는 부모님의 사랑을 많이 받으면서 자라왔는데 능력과 애정 등 가지고 있거나 해야 할 일들을 알아서 잘 헤쳐나가는 형제자매들과 달리 사랑의 감정을 경험하지 못했다. 그런데 사랑 자체에 큰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 같지도 않다.

라가헨은 결혼적령기를 놓쳤다. 스스로 결혼할 위치가 되지 않는다고 느낀다. 어떻게 보면 사랑 자체가 사치라고 느끼는 듯했다. 특히, 자신에게는 결점이 있기에 더욱 그렇게 느꼈다. 그러던 중 그레타가 곰에게 쫓기는 신세에 처한다. 라가헨은 그런 그레타의 모습을 보고 괜찮냐면서 챙기는데 이렇게 인연이 되어 그레타는 평생 겪어보지 못한 사랑을 느끼게 된다. 머릿속은 온통 라가헨으로 가득하며, 그를 보면 심장이 쿵쾅거리는 감정을 말이다. 소설은 이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읽으면서 황태자나 귀족, 사랑을 어떤 이유로든 거리를 두었던 두 남녀의 이야기가 청소년기에 읽을 수 있는 하이틴 로맨스 느낌이 들었다. 그런 점에서 학창 시절에 읽었던 인터넷 소설을 읽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특히, 다시 그때로 돌아가 간질간질한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문체 자체도 가볍게 읽기 좋았으며, 이해도 쉬워서 후루룩 읽으면서 기분 전환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만족스러웠다.

왕족의 느낌을 경험해 본 적이 없어서 여자 주인공의 감정을 온전히 느끼기에는 괴리감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아마 청소년기나 이십 대 초반에 나였다면 몰입했겠지만 현실 감각을 무시할 수 없는 현재의 나이로서는 혼란스러워하는 모습 자체가 귀여우면서도 감정 자체에 동질감을 느꼈고, 공감이 되었다. 아마 사랑이라는 단어와 감정에 대해 생각을 했던 독자들이라면 가벼우면서도 인상 깊게 읽을 수 있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누군가로부터 새로운 감정을 느끼는 것은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편이다. 사람은 필수불가결하게 감정을 느끼고 이를 터득하면서 배울 수 있는 경험이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비록 그 감정들이 부정적인 감정일지라도 말이다. 그런 점에서 볼 때 그레타가 라가헨을 만나 사랑을 알게 된다는 것 자체가 성장처럼 느껴졌던 작품이었다.

<출판사 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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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 인간
알도 팔라체스키 지음, 박상진 옮김 / 문예출판사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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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몸이 연기로 이루어진 인간이라는 소재 자체가 머릿속으로 그려지지는 않습니다. 그렇기에 더욱 관심이 갑니다. 소설의 작품의 연기인간은 어떤 형태를 띄고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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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소설
앙투안 로랭 지음, 김정은 옮김 / 하빌리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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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많은 사랑을 받는 베르나르 베르베르와 기욤 뮈소의 뒤를 이을 수 있는 프랑스 작가의 소설이라는 점이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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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생지, 개미지옥
모치즈키 료코 지음, 천감재 옮김 / 모모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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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이 항상 무슨 목적을 가지고 일어나는 건 아니잖아요. / p.363

어렸을 때에는 개천에 용 난다는 속담을 자주 표현할 수 있는 사례들이 많이 등장했던 것 같다. 뉴스만 보더라도 어려운 환경에 있는 청소년이 공부해 좋은 직업을 얻게 된다거나 대학에 합격하는 일들이 꽤 있었는데 요즈음은 보기 드물다. 어른들도 개천에서 용이 나오는 시대는 지났다고 말하기도 한다. 이런 사회가 안타까우면서 조금 답답하게 느껴진다. 그런 의미에서 출생 환경이 다르다고 해서 차별을 받는다거나 무시를 당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입장이다. 누구나 기회의 평등을 이루어야 하는데 막상 그게 쉽지 않은 점은 아이러니이자 큰 난제이기도 하다.

이 책은 모치즈키 료코의 장편소설이다. 사회파 추리소설이라는 점 하나만 믿고 선택하게 된 책이다. 아무래도 직업적인 측면에서 생각하거나 고민하는 부분들이 있기에 선호하는 소재이면서 그늘이나 편견이 있는 자들의 이야기를 좋아한다. 일본 소설이라는 점에서 한국 사회와 또 다른 새로움을 안겨 줄 것이라는 기대로 읽게 되었다.

소설은 두 여자의 살인 사건으로부터 시작된다. 한 명의 여자는 편의점에서 물건을 사러 가는 중 총에 맞아, 또 다른 여자는 한 사람의 집 욕조에서 사망했다. 두 사람의 공통점은 성을 사고 파는 매춘부라는 점에 있다. 거기에 식품 회사와 방송사에 하나의 협박 편지가 도착한다. 세 번째 희생자가 발생되지 않기를 바란다면 돈을 계좌로 보내라는 협박 편지이다. 식품 회사의 블랙 컨슈머 사건을 취재하던 기자는 살인 사건과 협박 편지가 연관성이 있다는 생각으로 연결 고리를 찾아 나선다.

사회파 추리소설이라는 장르에서 보듯이 사회의 부조리나 이슈를 다루고 있는 이야기이다. 살인 사건의 피해자를 통해 성매매를, 피해자들의 아이들을 통해 아동 방임과 학대를, 등장 인물들의 배경을 통해 빈부 격차와 현실을 보여 준다. 일본이 배경이지만 같은 문화권을 공유한다는 측면에서 대한민국에서도 익히 볼 수 있는 모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체적으로 술술 읽혔으며, 이해 또한 쉬웠다.

개인적으로 읽으면서 두 가지 측면을 깊게 생각했다. 첫 번째는 출신 배경에 대한 빈부 격차이다. 소설에 많은 이들이 등장하지만 이 부분에서는 스에오와 쓰바사라는 두 인물에 집중해 이야기를 나누고자 한다. 스에오는 매춘부 어머니 밑에서 태어난 장남이며, 자신의 학업을 유지기 위해 범죄를 저지르지만 동생에게 최선을 다하는 오빠이다. 피라미드의 맨 마지막에 있는 계층이라고 볼 수 있다. 반대로 쓰바사는 의사인 아버지와 의대를 다니고 있는 동생이 있는 장남이며, 누가 봐도 부유한 생활을 하고 있는 피라미드의 맨 꼭대기에 있는 계층이다. NPO 단체를 만들어 매춘부들을 돕는 일도 하고 있는, 겉으로만 본다면 그야말로 완벽한 사람이다.

주변의 사람들은 두 사람을 극단적으로 평가한다. 스에오는 동생에게 자상하게 대하는 사람으로 절대 살인을 저지르지 않을 사람, 쓰바사라는 인물은 이중적이면서 답이 없는 사람이라고 말이다. 그러나 사회는 냉혹했다. 어쩔 수 없는 두 사람의 격차가 한 사람을 괴물로, 다른 한 사람을 인간으로 대우했다. 그런 점에 참 답답하게 다가왔다. 현실을 무시할 수는 없겠지만 배움의 기회나 가장 기본적인 인권조차도 박탈당했다는 점에서 이는 깊이 고민할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적어도 스에오에게만큼은 그 사회가 벗어날 수 없는 지옥이지 않았을까.

두 번째는 매춘부이다. 사실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고 보는 입장이지만 일부 직업은 강한 편견을 가지고 있다. 그 중 하나가 성을 사고 파는 사람들이다. 이 소설에서는 이러한 직업을 가진 많이 등장한다. 살인 피해자 두 사람을 비롯해 스에오의 어머니 역시도 매춘부로 생계를 이어간다. 그런데 지금까지 보았던 작품들과 달리 매춘부를 조금은 다르게 그들 역시도 하나의 인간으로서 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피해자의 신분으로 사건 자체가 흐려질 것을 고려한 모습이 그렇다. 조금 새로우면서 인상 깊게 보았다.

범인을 찾는다는 측면에서 추리의 형식을 띄지만 그것보다는 사회를 고발하는 내용이 더욱 깊게 다가왔다. 그래서 등장 인물 중 범인이 누구일까 고민하는 것보다 현대 사회에서의 부조리한 사회 계급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이 많았다. 어차피 흙탕물에서 태어나 자랐다면 결국은 계급을 무너트뜨릴 수 없다는 점을 적나라하게 그린 듯했다. 그런 점에서 가장 무겁게 다가왔으며, 감정적으로도 힘들었던 작품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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