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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손이 닿을 때까지
강민서 지음 / 씨엘비북스(CLB BOOKS) / 2023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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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타는 열렬한 짝사랑을 하고 있었다. / p.10
어렸을 때에는 몰랐지만 성인이 되어 삼십 대에 들어가다 보니 처음 만난 자리에서 연애와 결혼, 사랑에 대한 질문들이 마구 쏟아진다. 가까운 지인으로부터는 연애하는 상대 여부를, 직장에서는 어르신들로부터 결혼 배우자 여부에 대한 질문을 주로 받는다. 사실 자라면서 연애와 결혼에 대한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했기에 조금 부담스러우면서도 난감하다. 없다고 하면 이후로부터는 소개에 대한 꼬리가, 있다고 하면 수시로 여부에 대한 체크가 들어올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일들을 겪으면서부터 성애적 사랑에 대한 고민을 조금씩 하게 되었던 것 같다. 아무래도 대한민국 사회에서는 연애와 결혼은 하나의 필수적인 요소로 보고 있으며, 더 나아가 사랑의 결실로 연결이 되는 듯하다. 혼자 지내도 크게 외로움을 느끼거나 다른 이들에게 의지를 하는 것 자체를 힘들어하는 편이어서 배우자는 삶 자체에 그려진 적이 없다. 물론, 누군가에게 설렘의 감정을 느끼는 사랑과는 조금 다르기는 하지만 말이다.
이 책은 강민서 작가님의 장편소설이다. 줄거리만 보고 여자 주인공의 생각이 거의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느낌이 들어 선택하게 된 책이다. 어떤 연유로 사랑의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것인지는 알 수 없겠지만 사랑이라는 감정을 크게 느끼지 못했거나 의심하는 사람으로서 뭔가 동질감이 느껴졌다. 거기에 로맨스 소설도 가볍게 읽기를 선호하는 독자이기에 나름 큰 기대를 가지고 읽게 되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스물세 살의 그레타라는 여성과 서른 살의 라가헨이라는 남성이다. 우선, 그레타는 부모님의 사랑을 많이 받으면서 자라왔는데 능력과 애정 등 가지고 있거나 해야 할 일들을 알아서 잘 헤쳐나가는 형제자매들과 달리 사랑의 감정을 경험하지 못했다. 그런데 사랑 자체에 큰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 같지도 않다.
라가헨은 결혼적령기를 놓쳤다. 스스로 결혼할 위치가 되지 않는다고 느낀다. 어떻게 보면 사랑 자체가 사치라고 느끼는 듯했다. 특히, 자신에게는 결점이 있기에 더욱 그렇게 느꼈다. 그러던 중 그레타가 곰에게 쫓기는 신세에 처한다. 라가헨은 그런 그레타의 모습을 보고 괜찮냐면서 챙기는데 이렇게 인연이 되어 그레타는 평생 겪어보지 못한 사랑을 느끼게 된다. 머릿속은 온통 라가헨으로 가득하며, 그를 보면 심장이 쿵쾅거리는 감정을 말이다. 소설은 이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읽으면서 황태자나 귀족, 사랑을 어떤 이유로든 거리를 두었던 두 남녀의 이야기가 청소년기에 읽을 수 있는 하이틴 로맨스 느낌이 들었다. 그런 점에서 학창 시절에 읽었던 인터넷 소설을 읽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특히, 다시 그때로 돌아가 간질간질한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문체 자체도 가볍게 읽기 좋았으며, 이해도 쉬워서 후루룩 읽으면서 기분 전환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만족스러웠다.
왕족의 느낌을 경험해 본 적이 없어서 여자 주인공의 감정을 온전히 느끼기에는 괴리감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아마 청소년기나 이십 대 초반에 나였다면 몰입했겠지만 현실 감각을 무시할 수 없는 현재의 나이로서는 혼란스러워하는 모습 자체가 귀여우면서도 감정 자체에 동질감을 느꼈고, 공감이 되었다. 아마 사랑이라는 단어와 감정에 대해 생각을 했던 독자들이라면 가벼우면서도 인상 깊게 읽을 수 있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누군가로부터 새로운 감정을 느끼는 것은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편이다. 사람은 필수불가결하게 감정을 느끼고 이를 터득하면서 배울 수 있는 경험이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비록 그 감정들이 부정적인 감정일지라도 말이다. 그런 점에서 볼 때 그레타가 라가헨을 만나 사랑을 알게 된다는 것 자체가 성장처럼 느껴졌던 작품이었다.
<출판사 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