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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사람 - 뒤흔들거나 균열을 내거나
김도훈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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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치올리니의 세계에 치치올리나가 있었다. / p.43
성향 자체가 낯선 사람에게 예민하게 반응하는 편이다. 무엇보다 낯선 사람과 분위기의 호기심보다는 익숙한 사람과 환경에서의 편안함을 더욱 선호하는 사람이라 더욱 그렇게 느끼는 것 같다. 어디까지나 낯설다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로 다가오기에 그렇게까지 반기지는 않는다. 그러나 책을 읽는 것은 낯선 무언가를 받아들인다는 점에서 조금 의문이 들 수 있기에 사람과 환경 한정이라는 생각도 든다.
이 책은 김도훈 작가님의 에세이이다. 영화 잡지 기자 출신의 작가님이라는 사실은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또한, 예전에 읽었던 영화 관련 서적에서 종종 접했던 이름이고, 또 문체가 뭔가 까칠하게 느껴져서 참 인상적으로 남았던 분이다. 그 지점이 부정적으로 거부감이 든다기보다는 오히려 솔직하고 시니컬하게 다가왔기에 좋게 기억이 된다. 이번에 신작이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이렇게 읽게 되었다.
책에는 총 스물여섯 명의 인물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누군가는 한 시대를 풍미했다가 잊혀진 사람이며, 또 누군가는 세상에 경종을 울릴 정도로 큰 영향력을 주었던 사람이기도 하다. 그리고 또 다른 누군가는 자신의 능력으로 세상에 이름을 알렸지만 과오로 지탄을 받기도 했다. 그 사람들의 파란만장한 일대기와 함께 저자의 솔직한 의견들이 구성되어 있다.
읽으면서 낯선 사람이라는 제목이 강하게 와닿았다. 스물여섯 명이라는 많은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지만 딱 두 명 정도만 이름을 알고 있었다. 한 명은 그마저도 어렴풋이 들었을 뿐 얼굴도 모르는 인물이었다. 매체로 종종 보았던 유리 겔러라는 초능력자만 낯익은 인물이었고, 린제이 로한은 지나가다 얼핏 이름만 들었던 것 같다. 결론적으로 이들이 모두 낯선 사람이다. 아마 저자의 성장하는 시기와 내 나이와 괴리감이 있었기 때문에 조금 더 모르지 않았을까 싶다.
전체적으로 모든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어떻게 보면 별 대수롭지 않다고 여길 수도 있겠지만 세상에 무언가 남겼다는 측면에서 보면 그만큼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인원 하면 떠오르는 제인 구달과 비슷하게 고릴라와 함께했던 다이앤 포시, 고양이 배변 모래를 발명했던 에드워드 로, 왜소증 배우 보로코 시건 등 그동안 몰랐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는 것이 나름의 재미를 주었다.
모든 이야기들이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는 지점에서 다들 인상적이었지만 두 명을 추리자면 <치치올리나>와 <모나 헤이더>를 언급하고 싶다. 우선, <치치올리나>는 이탈리아의 포르노 배우이자 하원 국회의원을 지냈던 인물이다. 사실 이렇게 두 직업을 놓고 보면 괴리감을 넘어서 거부감이 들었다. 그래도 개방적인 사회에서는 국민들의 인식 역시도 다른가 싶었다. 치치올리나는 진보적이며, 섹스라는 사회적 금기를 활용해 정치를 펼쳤다고 하는데 이 지점이 나름의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특히, 후세인이 평화를 추구한다면 그와 성관계를 맺겠다는 공약을 했다는 것 자체는 조금 의아하게 여겨지기도 했다. 누군가는 정치가 장난이냐고 되물을 수 있겠지만 읽는 내내 나름 경외감까지 느꼈으며, 이 지점이 참 인상적으로 남았던 부분이다.
두 번째 인물인 <모나 헤이더>는 미국의 힙합 가수이다. 알고 있는 미국의 힙합 가수만 해도 손에 꼽힐 정도로 꽤 있는데 이 사람이 왜 인상적이었냐고 묻는다면 가장 생각할 거리를 많이 남긴 사람이었다고 대답할 수 있다. 그냥 힙합 가수가 아닌 자유를 노래한 가수인데, 그것도 히잡을 쓸 권리를 주장했기 때문이다. 이슬람이라고 하면 국내에서도 그렇게 여론이 좋지 않다. 또한, 히잡이라는 게 여성의 권리를 박탈하는 상징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종종 이슬람교에서는 여성을 마치 물건처럼 취급한다거나 권리 자체를 무시하는 경우를 매체에서 들었기에 이 역시 이미지가 좋지는 않다. 그런데 오히려 다른 나라에서도 자신의 종교를 존중받을 권리를 외쳤다는 게 인상적으로 남았다. 개인의 호불호를 떠나 이는 깊이 생각할 지점이 있다고 느껴졌다.
여전히 시니컬하게 의견을 툭 던지는 문체가 참 인상적으로 남았다. 어느 지점에서는 개인적인 생각과 달라서 고개를 갸우뚱하게 되는 부분도 있기는 했지만 전반적으로 공감이 되었다. 어디까지나 읽으면서 든 생각이지만 저자의 편견은 그저 백지가 아닐까 싶었다. 남녀노소를 떠나 어떤 하나의 지점에 편중되어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닌 모든 방향을 열어두고 다 있는 그대로 이해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편향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지점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덕분에 스스로의 무지한 편견을 반성하면서 조금 더 수용의 폭을 넓힐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