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사라진 세계
모리타 아오 지음, 김윤경 옮김 / 모모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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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사랑을 '시한부의 사랑'이라고 불렀다. / p.104

시간이 참 빠르다. 올해도 벌써 중반을 향해 흘러가고 오지 않을 것 같던 봄도 이제 마지막에 닿았다. 겨울에 입사했는데 그동안 벚꽃이 피고 지는 것도 보았고, 지금은 모내기 하는 풍경들을 매일 보고 있다. 이제 그 모습들도 사라질 것이고, 매미 소리가 가까워 오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모리타 아오의 장편소설이다. 표지가 참 강렬했다. 마치 종종 하는 게임의 일러스트를 보는 듯했는데 그래서 더욱 익숙하게 느껴졌을지도 모르겠다. 거기에 지금 상황과 딱 맞아떨어지는 제목이어서 더욱 눈길이 가서 선택하게 된 책이다. 곧 여름이 오겠지만 어떻게 보면 올해 봄이 사라질 텐데 적어도 2023 년이라는 시간적 내경에서는 봄이 사라지는 세계일 테니 말이다.

소설의 주인공은 아키토라는 남자와 하루나라는 여자이다. 아키토는 아무렇지 않게 살아오다 어느 날 갑자기 몸의 이상 증세를 느껴 병원을 방문했더니 심장에 종양이 생겨 일 년이라는 시한부를 선고받았다. 병원에 있는 날이 길어질수록 절망감에 빠져들어 죽음을 먼저 생각하는 상황에 이르렀는데 퇴원하는 날에 우연히 그림을 그리고 있는 하루나를 보게 된다. 그림 그리는 게 삶의 낙이었던 아키토는 하루나에게 눈길이 갔고, 그대로 첫눈에 반했다.

하루나와 친해진 아키토에게 학교를 다니는 중에도 하교 후 병원을 찾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그것도 자신의 진료가 아닌 하루나를 보기 위해서 방문했는데 그때마다 하루나에게 꽃을 사서 병문안을 갔다. 거베라라는 꽃을 구매했는데 꽃의 색깔에 따라 의미가 다르고, 심지어 갯수에 따라서도 또 의미가 다르다. 반년밖에 남지 않은 하루나를 위해 과거에 그녀와 절교했던 친구를 찾아가 부탁을 하는 등 헌신하는 모습을 보인다.

읽으면서 구구절절 사랑 이야기가 상반된 감정을 느끼게 했다. 두 사람이 청소년이기에 풋풋한 청춘 로맨스처럼 그려짐과 동시에 애달픈 러브 스토리처럼 보이기도 했다. 모든 이별이 어떻게든 끝이 있겠지만 두 사람은 이미 끝이 정해졌다는 사실이 더욱 그런 감정을 느끼게 했을지도 모르겠다. 심지어 두 사람의 끝이 같은 날이 아닌 한 사람은 공허하게 남은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는 것에 마음이 아팠다.

개인적으로 하루나보다는 아키토 입장에 대입해 상상력을 펼쳤던 것 같다. 크게 두 가지 지점을 상상했었는데 첫 번째는 반년 남은 하루나와 어떻게 살아갈지에 대한 문제이다. 아키토는 하루나가 원하는 것이라면 같이하려고 노력했다. 물론, 자신 역시 환자이기 때문에 약속을 못 지키는 일도 있었지만 최대한 들어주었다. 나라면 어떻게 시간을 보냈을까. 그동안 연인이 생기면 하고 싶었던 버킷 리스트를 만들어 추억을 남기고자 노력했을 것 같다. 신체적인 문제를 감안해 모든 일들을 할 수 없다는 게 조금 아쉬움이 들지 않았을까.

두 번째는 하루나에게 나의 사실을 고백했을까에 대한 문제이다. 소설 속에서 아키토는 자신의 정보를 하루나에게 주는 것이 아닌 하루나의 이야기들을 들어주는 역할을 자처했던 것으로 보여졌다. 내가 하루나라면 이 지점에서 배신감을 느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생각이 꼬리를 물면서 나라면 말하지 않았을까 하는 결론에 닿았다. 사실 아키토의 마음을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기도 했다. 나름의 이유로 말을 아꼈던 것이겠지만 아마 나라면 애초에 하루나에게 다가갈 때 너와 같은 처지라는 것을 어필해 친구를 하려고 하지 않았을까.

어떻게 보면 흔한 클리셰와 설정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전형적인 로맨스 소설의 공식에 딱딱 들어맞는 이야기이기도 했다. 읽는 내내 이야기에서 받았던 생각도 그와 비슷했다. 그러나 끝을 알고 시작한 사랑이라는 점에서 뭔가 짠하면서도 아픈 감정들을 많이 느꼈고, 감정이입이 꽤 잘 되었던 작품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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