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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찬영 지음 / CABINET(캐비넷)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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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덴은 그런 모두에게 희망의 수도원이었다. / p.30

고등학교 때 개신교 미션스쿨을 다녔는데 천주교 봉사 동아리를 들어가면서부터 처음 성당을 갔었던 기억이 있다. 당시 종교를 가진 동아리인 줄 모르고 그동안 좋아했던 봉사활동이라는 이름 하나로 가입을 했던 것이다. 알고 보니 천주교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는 곳이었다. 토요일이 되면 성당에 가서 함께 미사를 드리거나 농촌 체험 활동 등의 다양한 봉사를 했었던 적이 있다. 종교가 없는 사람이지만 수녀님과 신부님을 비롯해 교구 직원분들과 친해졌다.

그러다 보니 천주교는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는 종교 중 하나이다. 지금은 비록 무신론자로 살고 있지만 나중에 정 의지할 곳이 없거나 정신적으로 신의 도움을 받게 되는 일이 벌어진다면 그때는 천주교를 믿어야겠다고 막연한 생각으로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신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기에 아마 죽을 때까지 종교를 믿는 일은 없을 것이다.

이 책은 김찬영 작가님의 장편소설이다. 예전에는 별로 없었는데 한 십 년 정도 사이에 천주교를 주제로 하는 매체들이 종종 등장하는 것 같다. 강동원 배우님 주연의 퇴마 영화부터 시작해 수도복을 입고 등장하는 신부님의 모습을 자주 보게 된다. 또한, 직업의 특성상 종교의 자선 활동으로 세워진 곳이 많다 보니 종교인들의 모습을 너무나 쉽게 볼 수 있다. 그래서 수도원의 이야기가 더욱 눈길을 끌었다.

제주도의 에덴 수도원은 가장 높은 위치에 있는 프란체스카를 비롯해 베드로, 라자로, 안토니오, 요셉에 이르기까지 다섯 명의 수도사와 강아지까지 평화롭기 그지없는 곳이다.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날에 어떤 긴 머리를 한 남자 영철이 찾아온다. 영철은 사람들에게 사기를 당해 죽음까지 생각하다 우연히 생긴 돈으로 제주도에 여행 온 사람이라고 했다. 늘 그렇듯 따뜻하게 영철을 맞이한 수도사들에게 영철은 로또 한 장을 내민다.

1,3,5,7,9,11 이라는 숫자가 적힌 천 원짜리 로또 한 장. 너무 정직하게 배열된 이 숫자를 오랜 세월 구입했다고 한다. 누가 봐도 당첨이 안 될 것 같은 번호였다. 그러나 로또가 육십 억 일등에 당첨이 되었다. 이를 본 수도사들은 욕망과 직업 정신 사이에서 큰 고민을 했는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영철이 사망한 채 발견된다. 거기에 영철의 부인이라고 주장하는 오수빈이라는 여자와 수빈을 쫓는 대부업자들까지 들이닥치면서 그야말로 에덴 수도원은 진퇴양난의 상황에 빠진다.

읽는 내내 웃음이 끊이지 않았던 책이었다. 주제부터가 나름 웃기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작품에 묘사된 인물들의 말과 행동들은 예상을 뛰어 넘을 정도로 재미있었다. 어떻게 보면 심각한 상황인데 이를 유머러스하게 풀어낸 느낌이 강했다. 예를 들자면 영철이 죽음을 맞이한 것 자체가 수도원의 입장에서는 참 난감하면서 심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작품에서는 수도사들의 엉뚱하고도 답답한 전개로 이를 너무 흥미롭게 끌고 간다. 분위기마저 다 잊었다. 전체적으로 모든 장면들이 그렇게 흘러가기 때문에 아무 생각 없이 웃으면서 읽을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수도사들이 가진 돈에 대한 욕망으로 전개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었는데 정작 스토리는 조금 다른 결로 흘러가는 듯했다. 속세보다는 양심에 대한 문제로 말이다. 물론, 라자로가 로또를 숨기는 등 속물적인 태도를 종종 보이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수도사들은 직업 정신과 오해로부터 이를 벗어나기 위해 딜레마에 빠지는 내용이다. 생각과는 달랐지만 그래도 인간의 양심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던 것은 분명하다.

요셉이 금욕을 해야 하는 직업 정신과 수빈을 보면서 느꼈던 사랑의 감정 사이의 고민, 라자로가 속세의 상징과 같은 돈과 종교인으로서의 마음 등 전반적으로 인물들이 가졌던 생각들이 마치 독자들에게 말풍선처럼 떠오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행동은 그야말로 코미디 프로그램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했다. 그런 지점에서 한 편의 코미디를 보는 듯했고, 너무나 유쾌하게 읽었던 작품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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