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마 못다 한 이야기들
마르크 레비 지음, 강미란 옮김 / 열림원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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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그만 좀 미워하고 다시 전화를 해보는 게 어떨까. / p.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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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에는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가 마음을 울렸지만 나이가 들면서 아버지와 딸의 이야기가 더욱 공감이 많이 되는 듯하다. 얼마 전에 아버지의 몰랐던 과거를 들었던 딸의 이야기로 작년에 베스트셀러에 올랐던 소설을 읽으면서도 많이 울었다. 사실 그동안 읽지도 않았는데 독후감 대회를 준비하기 위해 읽었던 작품이었는데 말이다. 결론적으로는 그 대회가 해피엔딩으로 끝나다 보니 더욱 인상 깊게 와닿던 것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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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마르크 레비의 장편소설이다. 서두에 언급했던 것처럼 아버지와의 이야기에 관심을 가지고 있어 선택하게 된 작품이다. 특히, 아버지와 딸이 서로를 생각했던 진심을 알아가는 이야기라면 더욱 공감으로 다가올 수 있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드라마로 제작이 된다면 더욱 작품성에 대한 보장은 되었다는 생각으로 기대를 가지고 읽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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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시작은 주인공 줄리아의 결혼 준비로부터 시작한다. 친구 스탠리와 결혼식 드레스를 입던 중 아버지의 비서로부터 전화 한 통이 걸려 온다. 줄리아의 아버지는 사업으로 바쁜 일상을 보냈는데 그래서 줄리아는 아버지에 대한 감정조차도 없는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결혼식에 아버지가 오든 말든 상관조차 하지 않았고, 오죽하면 스탠리로부터 아버지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을 버리라는 잔소리마저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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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 참석 유무에 대한 내용일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파리에서 아버지의 사망 소식을 받는다. 그것도 결혼식과 장례식이 같은 날이라는 것이었다. 당시에는 크게 감정 동요가 일어나지 않았는데 줄리아는 결혼식을 취소한다. 장례식이 끝난 다음 날, 줄리아에게 배달된 하나의 소포로부터 이야기가 다르게 전개가 되는데 그것은 아버지와 같은 모습을 한 인형이었다. 그렇게 인형으로 남은 아버지와 줄리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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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두 가지 지점에 대입해 읽었다. 첫 번째는 줄리아의 시점이다. 줄리아와 아버지는 크게 추억이 없었던 부녀 지간이다. 줄리아는 첫사랑을 아버지로 인해 접어야 했으며, 아버지의 정을 느끼기에는 너무 바빴던 터라 줄리아에게는 아버지라는 존재가 사라졌던 것 같다. 사실 줄리아와 반대된 입장을 살아온 사람으로서 아버지가 늘 곁에 계시기는 했지만 딸과 아버지 관계에서 오는 미묘한 애증이 와닿았다. 딸로서 공감이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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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는 아버지와 줄리아의 관계이다. 아버지의 입장으로 살아오지도 않았고, 앞으로도 아버지가 될 수 없는 사람으로서 뭉클하기는 했지만 전적으로 공감하기에는 한계가 꽤 있다. 그렇다 보니 아버지의 진심이 마치 나의 아버지께서 들려주시는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살아 생전에 전했을 말이었다면 좋았을 텐데 그것을 시간이 지난 이후에 하나씩 진심을 펼쳐 보인 두 사람의 관계가 즐겨 보는 드라마 중 하나인 <응답하라 1988>에 등장하는 성보라와 성동일 부녀 관계가 묘하게 오버랩이 되었다. 그 안에서 나와 아버지의 모습이 보였다. 그렇기에 전체적으로 현실적인 이야기처럼 느껴져서 그 지점이 만족스러웠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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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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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스터 하우스 -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혈연으로 맺어진 어느 가족 이야기
빅토리아 벨림 지음, 공보경 옮김 / 문학수첩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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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성 그 사이에서 소설처럼 와닿았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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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스터 하우스 -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혈연으로 맺어진 어느 가족 이야기
빅토리아 벨림 지음, 공보경 옮김 / 문학수첩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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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풍경의 이 도시는 내 것이라는 느낌이 있었다. / p.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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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빅토리아 벨림의 에세이다. 사실 소설이라는 착각으로 고르게 된 책이다. 자세히 정보를 알지 못한 잘못이기도 했는데 가족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관심이 갔다. 특히, 어떻게 보면 정체성의 혼란을 가지고 있는 내용의 소설을 종종 읽었는데 경험하지 못한 환경이기 때문에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그런 점에서 두 나라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주인공의 스토리 자체가 비슷한 느낌을 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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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러시아인 아버지와 우크라이나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으며, 십 대의 나이에 우크라이나에서 미국으로 이민을 갔다. 미국에서 쭉 성장했는데 시간이 지나 외할머니께서 계시는 우크라이나의 작은 마을로 돌아온다. 남편은 저자의 결정을 지지해 주기는 했지만 주변 사람들은 크게 걱정과 우려를 가지고 있었던 듯 보인다. 돌아온다고 표현했지만 초반에는 2주 가량의 짧은 기간에 머물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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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초반에는 저자와 큰아버지 사이의 정치적인 견해 차이가 나온다. 큰아버지는 레닌을 옹호하면서 러시아를 열광적으로 호의하는 사람 중 한 사람이었다. 저자는 우크라이나의 피가 섞인 가문에서 어떻게 푸틴의 행보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큰아버지의 생각을 이해할 수 없었으며, 큰아버지는 고국을 떠나 미국에서 자랐다는 점에서 이러한 저자의 의견에 대해 못마땅하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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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어려웠지만 외할아버지의 다이어리에서 발견된 니코딤이라는 인물을 쫓아가는 저자의 이야기로부터 새로운 느낌을 받았는데 서두에 언급했던 것처럼 소설이라는 착각이 현실로 다가왔다. 마치 저자가 한 사람의 주인공이고 가족의 역사를 밟아가는 내용이라고 해야 할까. 배경은 어려웠지만 그것을 어느 정도 선에서 무시하고 읽더라도 깊이 몰입이 되었다. 하나의 스토리처럼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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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큰아버지와 저자의 대립이 와닿았는데 대한민국과 북한 사이의 이념적인 차이라거나 더 친근하게 좁힌다면 보수와 진보 사이에서 드러난 정치적 견해로 상상이 되기도 했다. 지역적인 정치 특색이 뚜렷한 곳에서 태어나 성장하고 살아가다 보니 직접적으로 경험하지는 않았지만 주변인들 사이에서 부모님과 자녀의 정치적인 의견 차이로 싸우는 경우를 많이 들었던 기억들이 떠올랐다. 물론, 더 깊이 파고든다면 비교가 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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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적으로 읽는 속도가 더디게 느껴졌던 책이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의 관계를 국제 뉴스로 접하고는 있지만 자세한 내막을 알지는 못한다. 어디까지나 주어진 정보로만 인식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보니 두 나라 관계에 대한 이해도가 낮을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깊게 파고드는 내용들이 많이 어렵게 느껴졌다. 특히, 큰아버지와 저자 사이의 사상 대립이나 소련의 역사 등은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는 것인지 의문으로 남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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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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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스하는 언니들 - 12명의 퀴어가 소개하는 제법 번듯한 미래, 김보미 인터뷰집
김보미 지음 / 디플롯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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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하고자 한다면 항상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거예요. / p.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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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의 인터뷰를 읽다 보면 꽤 인상 깊게 남는 내용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신화 멤버인 김동완 님의 이야기이다. 팬이 아니지만 꽤 독실한 크리스천 신자로도 잘 알고 있는 분인데 성소수자에 대한 질문이었다. 정확한 내용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나중에 결혼해 태어날 자녀가 성소수자일 때 상처를 덜 받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지지한다는 답변을 하셨다. 당시에는 뒷통수를 내리치는 느낌이었으며, 지금까지도 종종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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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성소수자의 성향을 지지한다는 게 조금 안 맞기는 하지만 그동안 알고 있던 크리스천을 믿는 신자들과는 조금 다른 대답이어서 더욱 그랬다. 고등학교 때에는 미션 스쿨을 다녔고, 대학교 전공의 특성상 종교를 가지고 있는 이들을 쉽게 만날 수 있었는데 보통 성소수자에 대해 적대적인 감정을 많이 경험했다. 김동완 님의 답변은 퀴어에 대한 편견이 없는 나에게도 깊이 생각할 지점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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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김보미 님의 인터뷰집이다. 열두 분의 이야기가 담긴 책인데 가장 눈에 띄는 두 분의 이름을 보고 선택하게 된 책이다. 종종 유튜브 영상으로 접했던 크리에이터 조송 님과 얼마 전 레즈비언 최초로 출산하셨던 김규진 님이었다. 사실 매체를 통해 소식을 접한 분들이기는 하지만 미처 알지 못한 그들이 펼쳐놓은 퀴어로서 세상 살아가는 법이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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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집이기는 하지만 지금까지 보았던 구성과는 조금 달랐다. 인터뷰이의 질문과 인터뷰어의 대답으로 실려 있을 것을 예상했는데 하나의 에세이처럼 느껴졌다. 나름의 장단점이 있겠지만 이런 구성의 책이어서 술술 읽힌 부분도 있었다. 거기에 잘 알지 못했던 저자의 이야기와 결합이 되다 보니 더욱 이들의 삶을 이해할 수 있었던 것 같다. 퀴어인 저자가 만난 다른 퀴어들의 과거와 현재, 미래가 꽤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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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게 두 가지 지점이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첫 번째는 저자의 이력이었다. 언급한 것처럼 저자의 정보가 전혀 없었다. 책 날개에 적혀 있는 내용을 보니 퀴어 최초로 대학교에서 학생회장으로 당선된 분이라고 한다. 인권 단체에서 성소수자를 위해 열심히 노력하시는데 읽으면서 세상의 희망과 한계를 동시에 느꼈다. 아직까지 퀴어를 향한 부정적인 인식과 편견에 싸우고 있지만 성적 지향성이 높은 위치에 올라가는 것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점에서 기분이 좋았다. 사실 이렇게 퀴어의 이야기가 실리는 책들이 하나씩 세상으로 나온다는 것도 하나의 큰 희망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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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는 그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이다. 내용 자체가 퀴어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지만 이를 가리고 본다면 다수의 이성애자들과 다르지 않았다. 직장 내에서 미래에 대한 고민을 하고, 좋은 사람들과 공동체의 감정을 느끼기를 원한다. 이들 역시도 사랑하는 사람과 오래 행복을 느끼고 싶어하는 보통의 사람들이었다. 특히, 새로운 경험을 해 보는 것은 좋지만 마음을 잡지 못하면 그저 새로운 환경은 도피처일 뿐이라는 연희 님과 맞는 일을 찾아가야 한다는 춘식 님의 인터뷰 내용은 지금 가지고 있는 고민에서도 도움이 될 정도로 큰 위안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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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어 인터뷰집이라고 해서 연배가 낮은 분들의 이야기가 실릴 것 같다는 예상이었지만 후반에 이를수록 삼십 대 중후반, 더 나아가 오십 년대에 태어난 분들의 인터뷰 내용을 보면서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던 편견에 또 부끄러움을 느꼈다. 과거에는 아이들의 어머니이자 한 남자의 남편으로 살아왔던 분 명우형 님, 성소수자의 인권뿐만 아니라 더 낮은 곳에서 힘들어하는 이들에게 손을 내미시는 최현숙 님까지 퀴어이지만 그전에 각각 한 명의 인간으로서 들려 준 가치관과 인생의 이야기들을 읽으면서 그들과 연대할 수 있는 한 명의 앨라이로 살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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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슈의 발소리 ㅣ 히가 자매 시리즈
사와무라 이치 지음, 이선희 옮김 / arte(아르테)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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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소리를 울리며 아내가 멈춰 섰다. / p.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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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사와무라 이치의 소설집이다. 전에 읽었던 사와무라 이치의 장편소설 작품이 생각보다 깊게 임팩트가 남았다. 호러 장르를 크게 선호하지 않는 편이지만 사회적인 이슈나 문제점과 맞물려 생각할 수 있다는 지점이 좋게 와닿았기 때문이다. 그런 지점에서 사와무라 이치라는 작가 자체가 호러 장르의 대가라고 하지만 어디까지나 개인적으로는 사회파가 잘 어울리게 느껴진다는 점에서 이번 작품을 선택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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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집에는 첫 시작을 여는 <거울>로부터 표제작인 <젠슈의 발소리>까지 크게 다섯 작품이 실려 있다. 어떤 작품은 현실적으로 와닿은 작품이 있는 반면, 한번 꼬아서 생각을 해야 호러의 진정한 서늘함이 느껴지는 작품도 있었다. 흥미로운 작품들도 있기는 했지만 일본이 배경이다 보니 일본 문화의 이해가 높았을 때 이해할 수 있는 단어나 내용들이 등장해서 그 부분은 조금 어렵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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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두 작품이 인상적으로 느껴졌다. 첫 번째 작품은 <거울>이라는 작품이다. 주인공은 곧 아이의 아빠가 될 예정인 남성인데 지인의 결혼식에 초대되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지인은 누가 봐도 미남이라고 불릴 정도의 외모를 가지고 있으며, 재력 또한 괜찮은 편인데 신부의 모습을 보자마자 실망감을 가진다. 작은 키에 덩치가 있는 편의 여성이었기 때문이다. 그전에 결혼식장에 있는 거울을 통해 조금은 불길한 경험을 했었는데 신부를 보면서 부모는 얼마나 실망했을지에 대한 이런저런 상상에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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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적으로 속이 시원해서 머릿속에 남았던 작품이었다. 일본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에서도 흔히 비만 체형의 여성에 대한 편견이나 인식이 부정적으로 비춰지는 이야기들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평소에 인간을 구성하는 게 꼭 외양뿐인 것도 아닌데 유독 각박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외양이 누가 봐도 미인이지만 상식과 개념이 없는 사람과 외양은 많이 부족할지언정 상식을 지킬 줄 아는 사람 중 한 사람을 고르자면 망설임없이 후자를 택할 것이고, 개인적으로도 후자의 사람이 되고자 더욱 노력하고 있다. 초반에는 주인공의 생각에 답답함을 많이 느꼈는데 중후반부에 이르러 통쾌했다. 주인공과 같은 편협적인 생각은 지양해야 될 부분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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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작품은 <요괴는 요괴를 낳는다>이다. 주인공 기요코 씨의 남편은 어렸을 때에 쌍둥이 형을 잃었다. 형이 사망한 것은 아니지만 꽤 오랜 시간을 행방불명 상태로 지내왔기 때문에 거의 죽었다는 생각으로 살아간 듯하다. 그런데 기요코는 그 상황을 모르고 있다가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와 실직 상태로 보내는 남편으로 힘든 와중에 이 사실을 알게 된다. 30여 년을 실종 상태로 있던 쌍둥이 형이 돌아온 것인데 남편 대신에 일을 한다거나 여러모로 도움을 준다. 그런데 쌍둥이 형은 성실하게 근무하면서도 갑자기 사라졌다 돌아오는 등 이상한 행동을 보이고, 남편은 이런 쌍둥이 형을 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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씁쓸함과 답답함을 가장 크게 느꼈던 작품이었다. <거울>이라는 작품이 고구마로 시작해 사이다로 끝났다면 이 작품은 마지막에 카카오 99%의 초콜릿을 먹은 것처럼 느껴졌다. 우선, 가족의 구성원으로서 본분에 충실하지 않은 남편의 태도에 분노했다. 회사에 다니면서도 불성실한 태도로 금방 직장을 잃는다는 것이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기준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은 행동이었다. 오죽하면 30여 년만에 돌아온 형의 이야기보다 더욱 어이가 없다고 느꼈다. 그러면서 결말에 이르러 이야기의 진실이 드러나는데 남편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이 배가 되어 명치를 꾹 누르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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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적으로 전작의 장편소설에 비해 인상적으로 다가오지는 않았지만 사와무라 이치 작품의 큰 매력을 여전히 느낄 수 있었다. 호러라는 이미지보다는 현실감 있게 와닿으면서 그에 대한 공포를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로웠다. 여름에 읽었다면 무더위를 날릴 수 있었겠지만 늦여름에서 초가을로 진행되는 이 시기에 읽다 보니 그 서늘함이 배로 느껴져 오히려 추워졌던 소설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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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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