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스터 하우스 -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혈연으로 맺어진 어느 가족 이야기
빅토리아 벨림 지음, 공보경 옮김 / 문학수첩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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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풍경의 이 도시는 내 것이라는 느낌이 있었다. / p.71

이 책은 빅토리아 벨림의 에세이다. 사실 소설이라는 착각으로 고르게 된 책이다. 자세히 정보를 알지 못한 잘못이기도 했는데 가족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관심이 갔다. 특히, 어떻게 보면 정체성의 혼란을 가지고 있는 내용의 소설을 종종 읽었는데 경험하지 못한 환경이기 때문에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그런 점에서 두 나라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주인공의 스토리 자체가 비슷한 느낌을 줄 것 같았다.

저자는 러시아인 아버지와 우크라이나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으며, 십 대의 나이에 우크라이나에서 미국으로 이민을 갔다. 미국에서 쭉 성장했는데 시간이 지나 외할머니께서 계시는 우크라이나의 작은 마을로 돌아온다. 남편은 저자의 결정을 지지해 주기는 했지만 주변 사람들은 크게 걱정과 우려를 가지고 있었던 듯 보인다. 돌아온다고 표현했지만 초반에는 2주 가량의 짧은 기간에 머물 생각이었다.

책의 초반에는 저자와 큰아버지 사이의 정치적인 견해 차이가 나온다. 큰아버지는 레닌을 옹호하면서 러시아를 열광적으로 호의하는 사람 중 한 사람이었다. 저자는 우크라이나의 피가 섞인 가문에서 어떻게 푸틴의 행보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큰아버지의 생각을 이해할 수 없었으며, 큰아버지는 고국을 떠나 미국에서 자랐다는 점에서 이러한 저자의 의견에 대해 못마땅하게 생각한다.

갈수록 어려웠지만 외할아버지의 다이어리에서 발견된 니코딤이라는 인물을 쫓아가는 저자의 이야기로부터 새로운 느낌을 받았는데 서두에 언급했던 것처럼 소설이라는 착각이 현실로 다가왔다. 마치 저자가 한 사람의 주인공이고 가족의 역사를 밟아가는 내용이라고 해야 할까. 배경은 어려웠지만 그것을 어느 정도 선에서 무시하고 읽더라도 깊이 몰입이 되었다. 하나의 스토리처럼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큰아버지와 저자의 대립이 와닿았는데 대한민국과 북한 사이의 이념적인 차이라거나 더 친근하게 좁힌다면 보수와 진보 사이에서 드러난 정치적 견해로 상상이 되기도 했다. 지역적인 정치 특색이 뚜렷한 곳에서 태어나 성장하고 살아가다 보니 직접적으로 경험하지는 않았지만 주변인들 사이에서 부모님과 자녀의 정치적인 의견 차이로 싸우는 경우를 많이 들었던 기억들이 떠올랐다. 물론, 더 깊이 파고든다면 비교가 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전체적으로 읽는 속도가 더디게 느껴졌던 책이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의 관계를 국제 뉴스로 접하고는 있지만 자세한 내막을 알지는 못한다. 어디까지나 주어진 정보로만 인식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보니 두 나라 관계에 대한 이해도가 낮을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깊게 파고드는 내용들이 많이 어렵게 느껴졌다. 특히, 큰아버지와 저자 사이의 사상 대립이나 소련의 역사 등은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는 것인지 의문으로 남는 책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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