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해 - 세상의 중심이 된 바다의 역사
찰스 킹 지음, 고광열 옮김 / 사계절 / 2026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초대 그리스 원정대로부터 로마제국 군단의 도래에 이르기까지 언어와 집단, 문화 간의 경계가 흐려지는 것이 물가에 사는 삶의 특징이었다. / p.60

​

이 책은 찰스 킹이라는 작가의 역사 도서이다. 사실 솔직하게 고백하자면 취향의 책은 아니다. 역사 관련 도서를 크게 선호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흑해 자체도 잘 모른다. 고등학교 공통 사회 시간에 얼핏 배웠던 기억만 있다. 이렇게 문외한에 가까운 주제의 책을 선택하게 된 이유는 모르는 지점에 대한 호기심과 지적 열망이 들었기 때문이다. 위치도 잘 알지 못하는 흑해에 대해 묘하게 호기심이 생겼다.

​

표지에서 알 수 있드 흑해의 역사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흑해는 단순한 바다가 아니다. 생각보다 많은 민족이 가지기 위해 고군분투했고, 그만큼 많은 나라들 사이에 갈등도 있었다. 책은 사람들이 흑해를 어떻게 이용했고, 정복했으며, 흑해가 어떤 위치를 가지고 있었는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정리했다. 마지막에는 흑해라고 불리게 되었던 이유와 현재의 상황까지도 알 수 있다.

​

많이 어려웠던 책이었다. 언급했건 것처럼 흑해의 지식조차도 없었던 사람 중 하나이기 때문에 지도를 펼쳐 하나씩 위치부터 인지했고, 서양의 역사들 역시도 낯선 부분이 많아서 하나하나 검색의 도움을 받아 읽었다. 오랜만에 고등학교 시절로 돌아가 시험 공부를 하는 듯한 착각마저 들었는데 흥미로운 내용이어서 그 시간들 자체가 지루하지 않았다. 하루를 꼬박 투자해 완독했다.

​

개인적으로 흑해의 명칭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목차가 있는데 이는 모두 흑해의 다른 명칭이다. 아니, 그 시기에 불리었던 이름들로 구성이 되었다. 라틴어의 폰투스 에욱시누스, 이탈리어의 마레 마조레, 튀르키에어의 카라 데니즈, 러시아어의 초르노예 모레, 영어의 흑해까지 당시 흑해를 지배하고 있었던 나라로 부르던 명칭이라고 한다. 세력을 잡은 나라 입장에서는 당연히 그 나라의 언어로 바꾸는 게 맞는데 색다르게 다가왔다.

​

무역의 항로로서, 다른 문화와 교류하는 요충지로서, 노예들이 지나가던 아픈 과거로서 흑해는 많은 것을 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전과도 같은 독서 시간이어서 읽으면서도 많은 부담이 되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몰랐던 흑해를 알 수 있는 시간이 되어서 너무나 좋았다. 이번에는 눈으로 따라가면서 읽게 되었지만 연필을 들고 다시 재독을 하고 싶다는 의욕을 주었던 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명탐정의유해성
사쿠라바 카즈키 지음, 권영주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6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명탐정의 유해성이라는 제목 자체가 궁금증을 불러 일으킵니다. 늘 믿고 읽는 내친구의서재 출판사의 장르 소설이기에 이번 신작도 기대가 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요정배급회사 ㅣ 호시 신이치 쇼트-쇼트 시리즈 7
호시 신이치 지음, 김진수 옮김 / 하빌리스 / 2025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즉 인간이란 국적과 인종을 막론하고 누구나 불만과 고민을 안고 있으며 고독에 몸부림치고 위로받고 싶어하는 존재다. / p.115

​

독서를 하다 보니 가장 부러운 유형 중 하나가 특이한 상상을 많이 하는 사람이다. 이는 단순하게 소설의 내용을 머릿속으로 그릴 줄 아는 상상력과는 조금 다르다. 평소 허무맹랑한 상상으로 주변을 당황하게 만든 재주가 있는 사람을 말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이게 뭐야?'라고 생각이 들다가도 뒤돌아서면 '그래. 그게 아예 이상하지는 않지.'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천진난만한 상상을 가지고 싶다.

​

이 책은 호시 신이치라는 작가의 단편소설집이다. 종종 언급했던 '쇼트 쇼트 시리즈' 중 일곱 번째 소설집이다. 불과 얼마 전에 <마이 국가>를 읽었는데 이번에 또 새로운 소설집이 발간되었다는 소식에 가볍게 읽고 싶어 선택하게 되었다. 사실 지금까지 읽었던 게 그렇게 가볍게 느껴지지는 않았는데 초단편이 많다는 점에서 부담감은 없었다. 오히려 금방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

소설집에는 총 서른다섯 편의 작품이 수록되었다. 다섯 페이지 이내로 짧게 끝나는 초단편부터 꽤 분량을 차지하는 작품까지 전체적으로 다양했다. SF 장르의 특성이지만 1960 년대 배경을 하고 있기 때문에 당시에 생각하면 허무맹랑한 이야기이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어느 정도 납득이 가능한 정도의 이야기도 있었다. 물론, 전체적으로는 상상력을 자극시키는 소재가 많이 등장한다.

​

개인적으로 <기분 보장 보험>이라는 작품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소설의 화자는 보험에 가입되어 있다. 기분이 안 좋을 때마다 보험회사에 전화를 걸었고, 상담원은 이를 해결해 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런데 화자는 약속은 필요없으니 기분이 나빠진 것에 대한 보상을 원했다. 그만큼의 보상금이 화자의 통장에 찍혔고, 그때마다 화자는 기분이 좋은 쪽으로 바뀌었다. 마지막에는 보험금을 납부하면서 끝난다.

​

아이러니가 꽤 임팩트 있게 남았다. 보상금을 받지만 그것보다 많이 납부를 하는 것이다. 과연 기분 보장 보험의 의미는 무엇이었을지 궁금했다. 어차피 돈을 이렇게 많이 쓴다면 굳이 보험에 가입할 필요가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러다 읽고 난 이후에 천천히 생각해 보니 기분이 안 좋을 때마다 책 구입에 투자하는 내 모습, 다른 물품을 사는 지인들의 모습이 겹쳐서 보였다. 그게 일종의 기분 보장 보험이지 않을까.

​

술술 읽혀졌지만 어려웠다. 가장 큰 약점은 상상력 부족이었다. 언급한 것처럼 허무한 이야기들이어서 이를 머릿속으로 그리는 시간이 오래 걸렸다. 심지어 이조차도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짧은 이야기도 있었다. 그럼에도 몰입감이 좋았던 게 가장 큰 매력이었다. 단편이기 때문에 조금만 시간을 내어도 충분히 몇 편은 후루룩 읽을 수 있었다. 아마 다음 시리즈도 무조건 선택할 것 같다는 강한 확신을 주었던 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하트 램프 - 2025 부커상 인터내셔널 수상작
바누 무슈타크 지음, 김석희 옮김 / 열림원 / 2026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세상에는 이런 사람도 있는 법이다. 그들은 모든 것을 거꾸로 뒤집어 엉망으로 만든다. / p.220

​

이 책은 바누 무슈타크라는 작가의 단편소설집이다. 띠지의 문구가 눈길이 가서 선택한 책이다. 아무래도 여성으로서 보이는 듯 보이지 않는 소외나 차별을 받을 때가 있는데 그런 부분에서 공감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거기에 한강 작가님의 영향으로 부커상에 대한 관심이 생기기도 했다. 전에 최종 후보에 올랐던 박상영 작가님의 작품들이 그래도 나름 취향에 맞았던 터라 기대감이 컸다.

​

소설집에는 총 열두 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인도 국적의 작가님이어서 소설에 등장하는 화자들이 전부 인도 사람이었고, 배경 자체도 인도에서 벌어지고 있다. 인도의 여성으로서 받고 있는 차별들이 주로 소재로 등장했고, 문화적인 배경이 많이 깔린 편이다. 결혼을 앞두고 가족과 갈등이 벌어지거나 결혼 이후 화자를 배척하는 친정들의 이야기들이 인상적으로 남는 작품들이었다.

​

어렵게 느껴진 작품이었다. 언급한 것처럼 인도의 문화가 짙게 깔린 스토리여서 전체적으로 낯설게 다가왔다. 특히, 인도의 종교와 맞물려 이를 이해하는 게 너무 어려웠다. 힌두교나 이슬람교는 한국에서 주류 종교가 아니어서 용어들을 검색의 도움을 받아 읽었고, 여성 차별에 대한 내용 역시도 한국보다는 더 보수적인 상황이라는 점에서 거리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완독까지 대략 네 시간 정도가 소요된 듯하다.

​

개인적으로 표제작인 <하트 램프>라는 작품이 인상적이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메룬이라는 이름의 여성이다. 친정에서 배척을 받고 있는 듯하다. 남편없이 친정을 찾았다는 이유인데 남편은 메룬을 두고 간호사와 외도 중이었다. 어머니는 메룬에게 참으라고 했고, 다른 가족들은 망신시키지 말라고 했다. 메룬은 가족들의 반응에 견디다 못해 성냥을 들고 위험한 선택을 하려고 한다.

​

다른 작품들도 핍박받는 여성들의 삶을 대변하지만 유독 강하게 다가왔다. 특히, 남편이 이혼이라는 뜻의 '탈라크'를 세 번 외치면 그게 성립이 된다는 사실을 이용하는 내용이 충격적이었다. 그것을 심지어 딸을 시켜 어머니인 메룬에게 전하라는 내용인데 읽는 내내 화가 치밀어 올랐던 부분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불륜 자체가 인간의 신뢰를 저버린다는 측면에서 그마저도 자유가 없다는 게 답답했다.

​

분명히 어려웠지만 인식을 깨트릴 수 있는 소설이었던 것은 분명했다. 사실 소설들의 온전한 의도나 의미를 이해했다고 하기에는 자신이 없다. 느끼고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무게감을 가진 작품이었다. 이렇게 얄팍한 이해도를 가진 독자인 것이 스스로 죄책감이 들 정도이다. 주변에 책을 깊이 읽을 줄 아는 지인들과 이 문제를 많이 나누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았지만 그만큼 도전이었던 소설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모든 요일의 기록 - 개정판 ㅣ 모든 요일
김민철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6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예전에 작가님의 에세이 <내 일을 건너가는 법>을 읽었다. 그때 일에 대한 인사이트와 방향을 접하게 되었고,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도 강렬하게 남아 있다. 그래서 이번에 개정된 <모든 요일의 기록>과 <모든 요일의 여행>이 너무나 기대가 되었다. 그동안 접하지 못했는데 작가님의 이야기로 어떤 인사이트를 얻게 될까.



금요일에 즐겨 시청하던 북 크리에이터 님의 리드윗미 영상을 배경 삼아 한가로운 토요일 오전 작가님의 개정판 에세이 중 하나인 <모든 요일의 기록>을 읽어 보았다. 그동안 요일에 대한 감각 없이 하루하루를 보냈는데 작가님의 요일에는 어떤 기록이 담겨 있을까. 결론적으로 소감만 간단히 언급하자면 평화로운 토요일에 가장 잘 어울리는 에세이를 읽은 듯했다.



가장 인상적인 내용은 두 가지 에피소드이다. 첫 번째는 신혼여행 중 발생한 일에 대한 이야기. 신혼여행을 계획해 설레는 마음으로 준비했지만 티켓의 잘못된 점을 인지하지 못한 버스 기사님과 이를 알지 못했던 작가님께서는 목적지로 향하는 비행기를 그만 놓치고 말았다. 시작도 하기 전에 삐그덕거린 이 상황에서 떠오른 문장. 대학교 시절 때 배웠던 그리스 관련 수업에서 들었던 내용이었다. 걱정을 달고 사는 나에게도 공감이 되었다.



두 번째 에피소드는 야구를 모르는 카피라이터의 야구 관련 이야기. 야구 구단과 협업을 하는 과정에서 나눈 대화가 너무 취향 저격이었다. 정근우 선수의 응원가인데 정작 작가님께서는 야구에서 홈런밖에 모르시는 분이었던 것이다. 야구 룰 중 하나인 도루를 설명하는 과정이 웃겼던 것이다. 도루는 베이스를 훔치는 것을 뜻하는데 훔치는 게 나쁜 것이지 않냐고 되묻는 내용이었다. 십 년이 넘게 야구를 좋아하는 팬으로서 내내 생각이 나서 웃었다.



오독에 대한 내용도 참 인상 깊었다. 예전에 황석희 번역가 님의 에세이 <오역하는 말들>에서 잠시 오역에 대한 이야기를 읽은 기억이 있는데 독서에서도 그 부분은 어느 정도 통한다고 생각한다. 독서하는 사람으로서 작가의 의도나 스토리를 해석하기 위해 신경을 쓰는 편이지만 작가님의 생각을 접하고 나니 조금은 안심이 되었다. 오독은 결코 나쁜 것이 아니라는 점.



읽는 내내 이렇게 인덱스를 붙이게 되는 부분이 많았던 에세이였다. 생각해 보면 너무나 사소하게 여길 수 있는 부분이지만 이상하게 많은 공감이 되었다. 커리어를 위해 노력하셨던 작가님께서도 퇴사를 생각한 적이 있으시고, 당황스러운 인문학적 지시에도 업무를 추진해 오셨다. 일상에 대한 작가님의 이야기들이 참 흥미롭게 다가왔다. 아마 많은 이들이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까.



사진마저도 참 매력적이었다. 특히, '찍다: 눈의 기록'의 사진들은 감탄하면서 읽게 되었다. 자주 언급하는 편은 아니지만 필름 카메라를 찍는 게 하나의 취미인 사람으로서 공통관심사가 반갑게 느껴지기도 했다. 벽 사진도 참 예술적으로 와닿았고, 누군가에게는 일상이 되었을 풍경들도 좋았다. 조만간 <모든 요일의 여행>을 구매해 읽을 예정이다. 그곳에서는 어떤 작가님의 소소한 여행기를 경험할 수 있을까. 1월의 마지막 날에 작가님의 에세이를 읽게 된 것이 너무나 다행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