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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정배급회사 ㅣ 호시 신이치 쇼트-쇼트 시리즈 7
호시 신이치 지음, 김진수 옮김 / 하빌리스 / 2025년 12월
평점 :


즉 인간이란 국적과 인종을 막론하고 누구나 불만과 고민을 안고 있으며 고독에 몸부림치고 위로받고 싶어하는 존재다. / p.115
독서를 하다 보니 가장 부러운 유형 중 하나가 특이한 상상을 많이 하는 사람이다. 이는 단순하게 소설의 내용을 머릿속으로 그릴 줄 아는 상상력과는 조금 다르다. 평소 허무맹랑한 상상으로 주변을 당황하게 만든 재주가 있는 사람을 말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이게 뭐야?'라고 생각이 들다가도 뒤돌아서면 '그래. 그게 아예 이상하지는 않지.'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천진난만한 상상을 가지고 싶다.
이 책은 호시 신이치라는 작가의 단편소설집이다. 종종 언급했던 '쇼트 쇼트 시리즈' 중 일곱 번째 소설집이다. 불과 얼마 전에 <마이 국가>를 읽었는데 이번에 또 새로운 소설집이 발간되었다는 소식에 가볍게 읽고 싶어 선택하게 되었다. 사실 지금까지 읽었던 게 그렇게 가볍게 느껴지지는 않았는데 초단편이 많다는 점에서 부담감은 없었다. 오히려 금방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소설집에는 총 서른다섯 편의 작품이 수록되었다. 다섯 페이지 이내로 짧게 끝나는 초단편부터 꽤 분량을 차지하는 작품까지 전체적으로 다양했다. SF 장르의 특성이지만 1960 년대 배경을 하고 있기 때문에 당시에 생각하면 허무맹랑한 이야기이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어느 정도 납득이 가능한 정도의 이야기도 있었다. 물론, 전체적으로는 상상력을 자극시키는 소재가 많이 등장한다.
개인적으로 <기분 보장 보험>이라는 작품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소설의 화자는 보험에 가입되어 있다. 기분이 안 좋을 때마다 보험회사에 전화를 걸었고, 상담원은 이를 해결해 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런데 화자는 약속은 필요없으니 기분이 나빠진 것에 대한 보상을 원했다. 그만큼의 보상금이 화자의 통장에 찍혔고, 그때마다 화자는 기분이 좋은 쪽으로 바뀌었다. 마지막에는 보험금을 납부하면서 끝난다.
아이러니가 꽤 임팩트 있게 남았다. 보상금을 받지만 그것보다 많이 납부를 하는 것이다. 과연 기분 보장 보험의 의미는 무엇이었을지 궁금했다. 어차피 돈을 이렇게 많이 쓴다면 굳이 보험에 가입할 필요가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러다 읽고 난 이후에 천천히 생각해 보니 기분이 안 좋을 때마다 책 구입에 투자하는 내 모습, 다른 물품을 사는 지인들의 모습이 겹쳐서 보였다. 그게 일종의 기분 보장 보험이지 않을까.
술술 읽혀졌지만 어려웠다. 가장 큰 약점은 상상력 부족이었다. 언급한 것처럼 허무한 이야기들이어서 이를 머릿속으로 그리는 시간이 오래 걸렸다. 심지어 이조차도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짧은 이야기도 있었다. 그럼에도 몰입감이 좋았던 게 가장 큰 매력이었다. 단편이기 때문에 조금만 시간을 내어도 충분히 몇 편은 후루룩 읽을 수 있었다. 아마 다음 시리즈도 무조건 선택할 것 같다는 강한 확신을 주었던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