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미워했던 여름 래빗홀 YA
이로아 지음 / 래빗홀 / 2026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타인을 이해한다는 건, 저 멀리서 잘 살아가던 사람을 억지로 잡아끌어 내 눈앞에 무릎 꿇리는 일이다. / p.16

열아홉 살의 여름에 나는 무엇을 했을까. 기억에 남는 사건은 없지만 크게 다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친구와 함께 뒷산에 올라 성냥갑만한 야구장을 보면서 대학생이 되면 마음껏 야구를 보러 가겠다고 다짐했을 것이고, 몰래 라디오를 들으면서 야간자율학습을 했을 것이다. 그 시기가 마침 월드컵 기간이어서 은근히 뜨거웠던 분위기도 어렴풋이 느껴진다. 날씨보다는 뜨겁지 않은 여름이었다.

이 책은 이로아 작가님의 청소년 소설이다. 청소년 소설을 찾아서 읽는 편은 아니다. 그럼에도 드문드문 읽었던 청소년 소설이 과거 추억을 소환하거나 동심을 찾게 해 주는 매력이 있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김민서 작가님의 <율의 시선>이었는데 때가 묻어 부정적인 시선을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가을에 어울리는 작품이었는데 이번에는 반대로 청량한 느낌의 여름 청소년 소설을 선택해 읽게 되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연제다. 신내림을 받지는 않았지만 용한 점괘로 무당이셨던 어머니께서 돌아가셨다. 홀로 남겨진 연제는 반찬을 주러 찾아온 친구 한겸을 오랜만에 재회한다. 한겸의 어머니는 연제 어머니의 부적으로 한겸이 살아 있다고 믿는 분이었다. 연제는 어머니의 죽음 이후 한겸에게서 죽음의 기운을 느꼈고, 이를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연제의 열아홉 살 여름을 눈부시게 그린 작품이다.

술술 읽을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장르의 특성상 전문적인 용어나 지식이 필요한 스토리는 아니었기 때문에 흐름을 이해하는 것도 크게 어렵지 않았다. 시점 역시도 연제를 중심으로 심리나 묘사가 이어져서 비교적 단순하게 진행된다는 느낌을 받았다. 청소년이 읽기에도 좋지만 이제 막 소설을 접하는 성인 독자들에게도 충분히 매력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볍고 쉬운 스토리텔링이 장점이었다.

개인적으로 한겸을 향한 연제의 마음에 집중하면서 읽었다. 언급한 것처럼 한겸과 연제는 꽤 오랜 시간이 지나 다시 만난 친구다. 심지어 연제는 한겸을 가까운 사이로 생각하지 않은 듯했다. 오히려 한겸과 연제의 어머니 사이에서 더욱 인연의 끈을 느낄 수 있었다. 연제가 한겸을 지키고자 했던 것은 어쩌면 어머니의 업을 잇고자 하는 책임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도 아니라면 인간 그 자체의 선한 마음일지도 모르겠다.

누군가의 스무 살을 지켜 주고 싶은 마음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지금까지 살아가면서 스무 살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연제처럼 막연한 책임감이나 인간의 선한 마음에서, 또는 소중한 이를 향한 사랑에서 올 수도 있을 것이다. 어떤 이유로든 한겸의 스무 살을 위해 노력했던 연제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다. 아마 소중한 사람들의 평생을 지키고 싶은 마음을 가진 이들이라면 충분히 연제의 행동에 고개를 끄덕이게 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깨끗한 죽음이라는 환상 - 고통 없이, 내 뜻대로, 존엄하게 죽는 일은 가능한가
박혜윤.신성준.최은경 지음 / 아몬드 / 2026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죽음처럼 중대한 결과가 예상되는 경우라면 의도와 예견을 명확히 나누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 p.35

존엄사는 무엇일까. 답을 내리기 참 어려운 주제다. 특히, 아버지를 보내고 난 이후 이 논제에 대한 생각이 날로 깊어졌다. 인간에게 존엄성은 태어날 때부터 주어진 권리이고, 누구나 그것을 인지하고 있다. 타인이 존엄성을 훼손한다면 마땅히 요구할 수 있지만, 그것을 표현할 수 있는 사람에게만 가능할 것이다. 소통이 불가능한 중증 환자는 어떻게 존엄을 요구할 수 있을까. 아니, 존엄한 죽음이라는 것 자체는 무엇일까.

이 책은 박혜윤, 신성준, 최은경 작가님의 사회학 도서다. 아버지의 부재라는 큰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겪은 이후로 죽음이라는 소재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되었다. 한 개인의 죽음이 아닌 '사전연명치료 중단'이나 '조력임종' 등 죽음과 관련된 모든 것으로 관심이 뻗어 나갔다. 거기에 같은 출판사에서 나온 심신 미약을 주제로 한 책을 인상 깊게 읽었던 기억이 더해져, 그동안 가지고 있던 오래된 고민에 대한 답을 찾고자 책을 펼쳤다.

조력임종은 흔히 안락사라는 말로 통용된다. 이 책은 조력임종의 기본 정의에서 출발해 사전연명치료 중단 등 유사 개념과의 차이, 조력임종이 불러오는 사회적 합의의 문제, 당사자와 보호자가 마주하는 딜레마를 차례로 짚는다. 나아가 세계에서 가장 먼저 이를 법제화한 네덜란드, 아시아에서 가장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 중인 대만, 가까운 나라 일본의 사례까지 폭넓게 다룬다.

술술 읽히는 책이다. 의료 지식이 전혀 없는 독자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쉽고 친절하게 쓰여졌다는 점이 가장 큰 강점이다. 특히, 낯선 개념이나 배경 지식은 페이지 하단에 해당 국가의 문화적 맥락과 함께 풀어 놓아 읽는 흐름을 방해하지 않는다. 부록에는 세 저자의 대담이 실려 있어 또 다른 재미를 준다. 조력임종에 막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독자들에게는 교과서 같은 입문서가 될 것이다.

개인적으로 연명치료 중단과 안락사의 차이를 짚는 부분이 인상 깊었다. 책은 연명치료 중단이 넓은 의미에서 안락사의 범주에 포함될 수 있으나, 고통 없이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와는 구별된다고 설명한다. 직접 경험한 이후로 어느 정도 차이를 인식하고 있었지만, 비전문가의 눈에는 여전히 혼용되기 쉬운 개념이다. 구체적인 예시로 풀어 준 덕분에 그 경계를 한층 선명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오래 가지고 있었던 존엄사에 대한 고민에 직접적인 해답을 주는 책은 아니다. 그러나 죽음은 피할 수 없다. 불로장생을 꿈꿨던 진시황도, 영생할 것만 같던 그리스의 신들도 결국 어떤 이유로든 죽음을 맞이했다. 인간으로서 존엄산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듯 존엄한 죽음 역시 마땅히 논의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현대인에게 조용하고도 단호한 질문을 건넨다. 어떻게 인간답게 잘 죽을 수 있는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리, 메아리처럼
앤절라 미영 허 지음, 임슬애 옮김 / 열린책들 / 2026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저마다의 디아스포라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 누가 가장 이국적이고, 희귀하고, 외로울까? / p.251

소설을 읽는 이유 중 하나가 경험해 보지 못했던 삶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다는 점이다. 확실히 소설을 읽으면서 스스로 타인을 받아들이는 여유가 생겼고, 이해하는 폭 또한 넓어졌다. 이 지점은 부정할 수 없다. 앞으로 경험할 가능성이 있는 주인공이 등장하는 경우도 있지만 평생 가도 경험하지 못할 주인공도 등장한다. 가장 대표적으로 남성 화자가 아닐까. 적어도 이 생에서 남성으로 살아볼 기회는 없을 테니 말이다.

이 책은 앤절라 미영 허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디아스포라 문학 역시도 나에게는 후자에 속한다. 그것 자체가 큰 도전이다. 대한민국에서 태어나 성장기를 오롯이 보냈다. 유교 문화권 아니, 대한민국 사회의 문화권 안에서 청년층까지 살아온 사람이다. 적어도 문화적·사회적으로 정체성 혼란을 겪지 않은 사람이기에 그들의 이야기를 다룬 문학은 소중하다. SNS로 우연히 신작 소식을 접했고, 망설임 없이 골랐다

소설의 주인공은 중성 미자를 연구하는 물리학자 엘사다. 그녀의 가족은 미국 사회에 뿌리를 내린 이민자이기도 하다. 엘사의 어머니는 그녀에게 한국의 고전 이야기를 많이 들려주었다. 한국 설화 안에서 주인공 여성들의 저주를 찾아가며, 그 이야기의 본질이 자신이 자라온 가정 환경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실감한다. 남극 기지와 미국. 북유럽을 넘나들면서 엘사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어렵게 다가온 작품이었다. 언급한 것처럼 공간적 배경이 넘나드는 것만큼 시간적 배경도 엘사의 어린 시절과 현재의 시점에 이르기까지 자주 바뀌는 편이다. 거기에 고전 설화와 어머니의 이야기까지 전반적으로 변동의 폭이 컸다. 그렇다 보니 단순하게 줄거리를 파악하는 것이 어렵게 느껴졌다. 600 페이지가 넘는 작품을 거의 일주일 내내 붙잡고 있었다. 포기하지 않았던 이유는 스토리가 주는 재미가 컸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엘사가 중성 미자를 연구하게 된 이유를 깊이 생각했다. 물리학에서는 '유령 입자'라고도 불리는데 실제로 존재하는 입자라고 한다. 다른 물질을 그냥 통과하는 특징이 곧 백인 사회에서 동양인으로서 어쩔 수 없이 받았던 시선을 반어적으로 드러낸 것이 아니었을까. 소설 초반에 등장하는 '은하계를 떠도는 방랑자, 생존자, 나아가고 또 나아가는 입자 물리학의 외로운 늑대' 라는 문장이 엘사의 이야기를 가장 정확하게 드러낸다.

이 소설의 이야기가 왜 나와 무관하다고 단정지었을까. 물론, 디아스포라 문학의 정의에 들어가는 정체성 혼란은 경험할 수 없다. 아니, 앞으로도 경험하기 힘들 것이다. 그렇지만 선녀와 성춘향, 바리공주가 그렇듯 고전 이야기의 여성들은 저마다의 디아스포라를 지금의 우리에게도 들려주고 있었다. 엘사의 서사를 따라가다 보니, 이것이 진정으로 나와 무관한 일이었는지 어느새 스스로 묻고 있었다. 그 질문에 나는 아무런 대답을 건넬 수 없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리는 한때 같은 성에 살았고
김희재 지음 / 다산책방 / 2026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그걸 보자마자 우리가 비슷한 시간을 통과했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 p.81

각자의 세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어느 순간 친근하게 다가올 때가 있다. 아니, 같은 울타리에 속하는 느낌이 든다. 가족과 지인처럼 가까운 사이는 당연할지 모르겠지만 이름과 나이조차도 모르는 인터넷의 세계에서 만난 이들에게도 비슷하다. 개인이 살아온 인생의 서사는 다르지만 같은 문화나 성별 등 무언가 하나로 엮이게 된다면 큰 틀은 같지 않을까. 같은 하늘 아래에 살고 있다는 말이 무엇보다 큰 공감이 된다.

이 책은 김희재 작가님의 연작소설집이다.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한 <탱크>라는 작품이 호평을 받았던 걸로 알고 있다. 당시에 구입했는데 자취하는 곳에 두고 행방을 모른다. 결론적으로 작가님을 이 소설로서 처음 접한다. 전작에 대한 소문을 익히 들었던 터라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제목도 묘하게 공감이 되었다는 점에서 더 지나칠 수가 없었다. 작품에 대한 기대를 가지고 페이지를 넘겼다.

소설에는 신영과 신영의 새언니 주연, 주연의 딸 이소, 신영을 돌보고 있는 간병인 성희가 등장한다. 신영의 오빠가 사망하면서 주연은 이소를 데리고 연고가 없는 타지로 떠났다. 시간이 흘러 주연의 부고장을 보고 달려간 신영은 훌쩍 큰 조카 이소와 주연의 새 남편을 만났다. 자신의 이야기를 성희에게 풀어놓는 신영, 주연이 말하지 않은 가족 이야기에 궁금증을 가지고 있는 이소. 이들은 느슨하지만 긴밀한 관계성을 가지고 있다.

술술 읽을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연작소설집이지만 네 사람이 주인공으로 흘러가는 스토리라는 점에서 하나의 장편소설처럼 읽히기도 했다. 지나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처럼 느껴질 정도로 금방 몰입이 되었다. 문체도 인상적이었는데 쉽게 흐름을 이해할 수 있어서 좋았다. 반면, 감성이 담기면서도 비교적 담담하게 그들의 이야기가 펼쳐져서 읽는 내내 감정적으로 힘들기도 했다. 완독까지 두 시간 반 정도 소요되었다.

개인적으로 등장하는 인물의 공통점을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 네 명의 공통점은 무언가 폭력에 노출되었던 이들이라는 점이다. 주연은 남편으로부터 심한 가정 폭력의 당사자고, 성희는 회사 상사로부터 구애 포장한 스토킹 피해를 받았다. 신영 역시도 아버지로부터 가정 폭력을 당했다. 이소는 의붓아버지로부터 상처를 받을 수 있는 심리적 폭력을 경험했다는 점에서 이들의 이야기가 남의 서사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이 부분에서 현실감이 크게 와닿았다

혈연을 떠나 느슨하지만 강하게 이어진 연대가 깊게 베인 상처를 덮는다. 이들은 각자의 이유로 폭력의 아픔을 가지고 있는 인물들이었지만, 그만큼의 능력으로 서로를 보듬었다. 그 마음들이 모여 기억의 한켠에 애써 묻었던 상처를 치유해 주었던 것이다. 온전하게 처음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 그럼에도 새살이 돋아야만 현재를 살아갈 수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그 연대의 끈이 필요한 이 시점에 꼭 읽어야 하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에게 가장 엄격한 사람 - 증명하려 애쓰는 삶에서, 나를 믿는 삶으로
케이티 모턴 지음, 정지현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6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모든 것을 혼자 짊어질 필요가 없음을 깨닫는 순간, 비로소 진정한 평온이 찾아온다. / p.16

독서가 미친 영향 중 가장 크게 체감하게 되는 것은 스스로를 내려놓게 된 마인드다. 과거 어렸을 때부터 불안도가 높은 아이로 성장했다. 추측하건대, 완벽주의적인 성향에서 비롯된 불안이었다. 성인이 되어서도 좀처럼 긴장과 불안이 사그라들지 않았다. 초반에는 많이 힘들었는데 이렇게 책을 가까이 자주 접하게 된 이후로 마음가짐이 많이 달라졌다. 파도가 치던 마음은 평온을 되찾아 잔잔한 물결만 이룬다.

이 책은 케이티 모턴 작가의 심리학 도서다. 언급했던 것처럼 과거 유년 시절에 완벽주의로 힘들게 보낸 사람으로서 관심을 가지고 선택했다. 지금은 예전에 비해 안정적으로 살아가고 있지만 본성 자체는 변하지 않기 때문에 언제 또 파도가 다시 휩쓸지 모르는 일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전에 현재 상태를 조금 더 다스리자는 마음으로 페이지를 넘겼다. 도움이 되는 부분은 받아들이면 미리 대비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책 목차는 총 열한 장으로 구성되었다. 1장에서는 스스로를 통제하게 된 배경을 다루고, 2장부터는 통제하면서 드러나는 심리가 등장한다. 완벽주의, 타인을 우선으로 생각하는 것, 자신을 작게 생각하는 것, 과하게 공감하는 것, 감정을 피하는 것, 분노와 회피의 부정적인 감정을 분출하는 것, 날카로운 가시로 자신을 보호하는 것, 배제되지 않기 위해 실행하는 적응과 소외, 우울과 정체에 대한 감정, 자포자기의 내려놓는 것에 대한 방안을 제시한다.

술술 읽을 수 있었다. 전공 학부 시절에 심리학을 배웠기 때문에 프로이트의 방어 기제 등의 이론들이 반갑게 느껴졌다. 심리학을 전혀 모르는 독자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다. 특히, 각 챕터의 마지막 부분에 주제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질문을 던지고, 일상에서 실행할 수 있는 팁이 있다. 그 부분이 가장 만족스러웠다. 400 페이지가 안 되는 책이었는데 완독까지 세 시간 반 정도 소요되었다.

개인적으로 지나치게 사과하는 버릇에 대한 내용이 인상적이었다. 저자는 습관적으로 사과하고, 지인들로부터 그만 사과하라는 조언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시간이 흘러 생각해 보니 이 버릇은 친절한 자신을 타인에게 증명하고 싶은 '자기 유기'의 한 형태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곰곰이 나의 태도를 되짚으면서 읽었는데 습관처럼 사과하는 모습이 겹쳐져 보였다. 미처 깨닫지 못했던 태도라는 점에서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책을 덮고 가장 먼저 든 감정은, 타인의 심리를 다루는 전문가도 나와 같은 어려움을 겪는다는 안도감이었다. 사람 사는 일이 다 똑같다는 그런 종류의 위안이었다. 그 위안과는 별개로 이 한 권의 책을 읽고 지금까지 쌓여 있던 완벽주의나 통제 성향이 드라마틱하게 바뀔 것 같다는 기대는 없다. 하지만 늘 그랬던 것처럼 조금이나마 이겨낼 수 있는 한 걸음의 계단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