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메아리처럼
앤절라 미영 허 지음, 임슬애 옮김 / 열린책들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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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저마다의 디아스포라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 누가 가장 이국적이고, 희귀하고, 외로울까? / p.251

소설을 읽는 이유 중 하나가 경험해 보지 못했던 삶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다는 점이다. 확실히 소설을 읽으면서 스스로 타인을 받아들이는 여유가 생겼고, 이해하는 폭 또한 넓어졌다. 이 지점은 부정할 수 없다. 앞으로 경험할 가능성이 있는 주인공이 등장하는 경우도 있지만 평생 가도 경험하지 못할 주인공도 등장한다. 가장 대표적으로 남성 화자가 아닐까. 적어도 이 생에서 남성으로 살아볼 기회는 없을 테니 말이다.

이 책은 앤절라 미영 허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디아스포라 문학 역시도 나에게는 후자에 속한다. 그것 자체가 큰 도전이다. 대한민국에서 태어나 성장기를 오롯이 보냈다. 유교 문화권 아니, 대한민국 사회의 문화권 안에서 청년층까지 살아온 사람이다. 적어도 문화적·사회적으로 정체성 혼란을 겪지 않은 사람이기에 그들의 이야기를 다룬 문학은 소중하다. SNS로 우연히 신작 소식을 접했고, 망설임 없이 골랐다

소설의 주인공은 중성 미자를 연구하는 물리학자 엘사다. 그녀의 가족은 미국 사회에 뿌리를 내린 이민자이기도 하다. 엘사의 어머니는 그녀에게 한국의 고전 이야기를 많이 들려주었다. 한국 설화 안에서 주인공 여성들의 저주를 찾아가며, 그 이야기의 본질이 자신이 자라온 가정 환경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실감한다. 남극 기지와 미국. 북유럽을 넘나들면서 엘사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어렵게 다가온 작품이었다. 언급한 것처럼 공간적 배경이 넘나드는 것만큼 시간적 배경도 엘사의 어린 시절과 현재의 시점에 이르기까지 자주 바뀌는 편이다. 거기에 고전 설화와 어머니의 이야기까지 전반적으로 변동의 폭이 컸다. 그렇다 보니 단순하게 줄거리를 파악하는 것이 어렵게 느껴졌다. 600 페이지가 넘는 작품을 거의 일주일 내내 붙잡고 있었다. 포기하지 않았던 이유는 스토리가 주는 재미가 컸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엘사가 중성 미자를 연구하게 된 이유를 깊이 생각했다. 물리학에서는 '유령 입자'라고도 불리는데 실제로 존재하는 입자라고 한다. 다른 물질을 그냥 통과하는 특징이 곧 백인 사회에서 동양인으로서 어쩔 수 없이 받았던 시선을 반어적으로 드러낸 것이 아니었을까. 소설 초반에 등장하는 '은하계를 떠도는 방랑자, 생존자, 나아가고 또 나아가는 입자 물리학의 외로운 늑대' 라는 문장이 엘사의 이야기를 가장 정확하게 드러낸다.

이 소설의 이야기가 왜 나와 무관하다고 단정지었을까. 물론, 디아스포라 문학의 정의에 들어가는 정체성 혼란은 경험할 수 없다. 아니, 앞으로도 경험하기 힘들 것이다. 그렇지만 선녀와 성춘향, 바리공주가 그렇듯 고전 이야기의 여성들은 저마다의 디아스포라를 지금의 우리에게도 들려주고 있었다. 엘사의 서사를 따라가다 보니, 이것이 진정으로 나와 무관한 일이었는지 어느새 스스로 묻고 있었다. 그 질문에 나는 아무런 대답을 건넬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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