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한때 같은 성에 살았고
김희재 지음 / 다산책방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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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그걸 보자마자 우리가 비슷한 시간을 통과했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 p.81

각자의 세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어느 순간 친근하게 다가올 때가 있다. 아니, 같은 울타리에 속하는 느낌이 든다. 가족과 지인처럼 가까운 사이는 당연할지 모르겠지만 이름과 나이조차도 모르는 인터넷의 세계에서 만난 이들에게도 비슷하다. 개인이 살아온 인생의 서사는 다르지만 같은 문화나 성별 등 무언가 하나로 엮이게 된다면 큰 틀은 같지 않을까. 같은 하늘 아래에 살고 있다는 말이 무엇보다 큰 공감이 된다.

이 책은 김희재 작가님의 연작소설집이다.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한 <탱크>라는 작품이 호평을 받았던 걸로 알고 있다. 당시에 구입했는데 자취하는 곳에 두고 행방을 모른다. 결론적으로 작가님을 이 소설로서 처음 접한다. 전작에 대한 소문을 익히 들었던 터라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제목도 묘하게 공감이 되었다는 점에서 더 지나칠 수가 없었다. 작품에 대한 기대를 가지고 페이지를 넘겼다.

소설에는 신영과 신영의 새언니 주연, 주연의 딸 이소, 신영을 돌보고 있는 간병인 성희가 등장한다. 신영의 오빠가 사망하면서 주연은 이소를 데리고 연고가 없는 타지로 떠났다. 시간이 흘러 주연의 부고장을 보고 달려간 신영은 훌쩍 큰 조카 이소와 주연의 새 남편을 만났다. 자신의 이야기를 성희에게 풀어놓는 신영, 주연이 말하지 않은 가족 이야기에 궁금증을 가지고 있는 이소. 이들은 느슨하지만 긴밀한 관계성을 가지고 있다.

술술 읽을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연작소설집이지만 네 사람이 주인공으로 흘러가는 스토리라는 점에서 하나의 장편소설처럼 읽히기도 했다. 지나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처럼 느껴질 정도로 금방 몰입이 되었다. 문체도 인상적이었는데 쉽게 흐름을 이해할 수 있어서 좋았다. 반면, 감성이 담기면서도 비교적 담담하게 그들의 이야기가 펼쳐져서 읽는 내내 감정적으로 힘들기도 했다. 완독까지 두 시간 반 정도 소요되었다.

개인적으로 등장하는 인물의 공통점을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 네 명의 공통점은 무언가 폭력에 노출되었던 이들이라는 점이다. 주연은 남편으로부터 심한 가정 폭력의 당사자고, 성희는 회사 상사로부터 구애 포장한 스토킹 피해를 받았다. 신영 역시도 아버지로부터 가정 폭력을 당했다. 이소는 의붓아버지로부터 상처를 받을 수 있는 심리적 폭력을 경험했다는 점에서 이들의 이야기가 남의 서사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이 부분에서 현실감이 크게 와닿았다

혈연을 떠나 느슨하지만 강하게 이어진 연대가 깊게 베인 상처를 덮는다. 이들은 각자의 이유로 폭력의 아픔을 가지고 있는 인물들이었지만, 그만큼의 능력으로 서로를 보듬었다. 그 마음들이 모여 기억의 한켠에 애써 묻었던 상처를 치유해 주었던 것이다. 온전하게 처음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 그럼에도 새살이 돋아야만 현재를 살아갈 수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그 연대의 끈이 필요한 이 시점에 꼭 읽어야 하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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