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끗한 죽음이라는 환상 - 고통 없이, 내 뜻대로, 존엄하게 죽는 일은 가능한가
박혜윤.신성준.최은경 지음 / 아몬드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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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죽음처럼 중대한 결과가 예상되는 경우라면 의도와 예견을 명확히 나누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 p.35

존엄사는 무엇일까. 답을 내리기 참 어려운 주제다. 특히, 아버지를 보내고 난 이후 이 논제에 대한 생각이 날로 깊어졌다. 인간에게 존엄성은 태어날 때부터 주어진 권리이고, 누구나 그것을 인지하고 있다. 타인이 존엄성을 훼손한다면 마땅히 요구할 수 있지만, 그것을 표현할 수 있는 사람에게만 가능할 것이다. 소통이 불가능한 중증 환자는 어떻게 존엄을 요구할 수 있을까. 아니, 존엄한 죽음이라는 것 자체는 무엇일까.

이 책은 박혜윤, 신성준, 최은경 작가님의 사회학 도서다. 아버지의 부재라는 큰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겪은 이후로 죽음이라는 소재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되었다. 한 개인의 죽음이 아닌 '사전연명치료 중단'이나 '조력임종' 등 죽음과 관련된 모든 것으로 관심이 뻗어 나갔다. 거기에 같은 출판사에서 나온 심신 미약을 주제로 한 책을 인상 깊게 읽었던 기억이 더해져, 그동안 가지고 있던 오래된 고민에 대한 답을 찾고자 책을 펼쳤다.

조력임종은 흔히 안락사라는 말로 통용된다. 이 책은 조력임종의 기본 정의에서 출발해 사전연명치료 중단 등 유사 개념과의 차이, 조력임종이 불러오는 사회적 합의의 문제, 당사자와 보호자가 마주하는 딜레마를 차례로 짚는다. 나아가 세계에서 가장 먼저 이를 법제화한 네덜란드, 아시아에서 가장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 중인 대만, 가까운 나라 일본의 사례까지 폭넓게 다룬다.

술술 읽히는 책이다. 의료 지식이 전혀 없는 독자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쉽고 친절하게 쓰여졌다는 점이 가장 큰 강점이다. 특히, 낯선 개념이나 배경 지식은 페이지 하단에 해당 국가의 문화적 맥락과 함께 풀어 놓아 읽는 흐름을 방해하지 않는다. 부록에는 세 저자의 대담이 실려 있어 또 다른 재미를 준다. 조력임종에 막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독자들에게는 교과서 같은 입문서가 될 것이다.

개인적으로 연명치료 중단과 안락사의 차이를 짚는 부분이 인상 깊었다. 책은 연명치료 중단이 넓은 의미에서 안락사의 범주에 포함될 수 있으나, 고통 없이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와는 구별된다고 설명한다. 직접 경험한 이후로 어느 정도 차이를 인식하고 있었지만, 비전문가의 눈에는 여전히 혼용되기 쉬운 개념이다. 구체적인 예시로 풀어 준 덕분에 그 경계를 한층 선명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오래 가지고 있었던 존엄사에 대한 고민에 직접적인 해답을 주는 책은 아니다. 그러나 죽음은 피할 수 없다. 불로장생을 꿈꿨던 진시황도, 영생할 것만 같던 그리스의 신들도 결국 어떤 이유로든 죽음을 맞이했다. 인간으로서 존엄산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듯 존엄한 죽음 역시 마땅히 논의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현대인에게 조용하고도 단호한 질문을 건넨다. 어떻게 인간답게 잘 죽을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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