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죽였다 ㅣ 내가 죽였다
정해연 지음 / 반타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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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모르는 사람이야. 그리고 자살 아니야. / p.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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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비해 조금 더 늦은 감이 있지만 열대야로 힘든 하루하루를 보내는 중이다. 물고기가 독서를 못하는 이유는 아마 습도가 높은 환경에서 살아가기 때문에 그럴 것이라는 어이없는 유머를 중얼거린다. 그만큼 책이 손에 잡히지 않고, 읽게 되더라도 확연히 떨어지는 집중력을 보인다. 무더위를 날릴 수 있는 소설이 필요한 시점이다. 왜 독자들은 여름에 유독 장르 소설을 찾게 되는 것일까. 최근에 그 이유에 대한 해답이 피부에 와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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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 소설에서 꽤 많은 팬층을 보유하고 계시는 정해연 작가님의 개정판 장편소설이다. 과거에 읽었던 호불호 삼대장 <홍학의 자리>는 결말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다. 장르 소설보다는 순문학 위주의 소설을 선호하는 독자로서 나름의 확고한 취향을 떠나 몰입력 있는 스토리로는 부정할 수 없어서 반가운 마음으로 선택한 작품이다. 정월대보름에 팔지 못한 나의 더위를 부디 이 소설이 사갈 수 있기를 바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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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주인공은 무일과 여주다. 무일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불법으로 유통되는 소설 저작권을 찾는 변호사다. 그는 돈 되는 것을 찾아 떠나는 자본주의형 인물이다. 반면, 여주는 아버지처럼 정의로운 경찰이 되고 싶은 정의형 형사다. 무일에게 건물주 권순향이 찾아오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7년 전, 사건의 진범은 바로 자신이며, 자수하겠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경찰서에 동행하기로 한 날에 권순향은 시신으로 발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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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술 읽을 수 있는 작품이었다. 과거의 경험으로 가독성 하나는 걱정하지 않았는데 그것보다 더욱 전개가 빠르게 휘몰아졌다. 개인적인 일을 잠시 내려놓고 몰입이 될 만큼 스토리가 흥미진진했다. 사건을 해결하는 두 사람의 호흡과 마침내 밝혀지는 진실은 예상과 다르게 흘러갔다. 이 지점이 장르 소설의 마니아 독자들에게 롤러코스터를 타는 재미를 느끼게 해 줄 것이다. 가벼우면서도 거침없이 페이지를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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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로맨스의 흐름이 조금 아쉬웠다. 전쟁에서도 꽃은 피운다는 조상들의 이야기를 증명이라도 하듯 중후반부에 무일과 여주의 로맨스가 은근한 향기처럼 풍긴다. 사회에서 일하다가 정분이 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측면에서 현실감은 있었지만 장르 소설의 긴장감이나 박진감을 기대한다면 흐름이 깨질 수 있다. 이 부분이 호불호가 많이 갈리지 않을까. 등장하는 인물들로부터 갑자기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은 고백을 받는 듯한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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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장르 소설의 대가의 작품은 뭐가 달라도 다르다. 아쉬움도, 호불호도, 대가(大家)의 작품이기에 따라오는 대가(代價)이자 높은 기대치의 증명이다. 취향 일치율을 따지자면 조금 낮을 수 있다. 그럼에도 다음 후속작인 <내가 죽이지 않았다>에 도전할 것이냐고 묻는다면 망설임 없이 긍정의 대답을 내놓을 것이다. 다른 것은 몰라도 무더위를 잠시나마 잊게 해 줄 정도의 몰입감을 머리보다 몸이 먼저 경험했기 때문이다. 그것은 부정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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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신 ㅣ 신 게임
마야 유타카 지음, 문승준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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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그 모습은 이미 신이 아니라 악마다. / p.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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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과 악마의 차이는 무엇일까. 악마의 반대는 천사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면 천사와 악마는 신이라는 카테고리 안에 속해 있는 이들일까. 신의 존재를 크게 믿지 않는 입장에서는 천사와 악마 역시도 별로 관심이 없어야 맞지만 그건 또 아닌 듯하다. 늘 마음에서는 천사와 악마가 어떤 행동을 놓고 싸움을 벌인다. 대부분 학습되어진 선의에 의해 천사가 이길 때가 많지만 그들도 안 믿느냐고 묻는다면 모순적인 대답을 내려놓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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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마야 유타카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작년에 전작이었던 <신 게임>이라는 작품을 읽었는데 이번에 신작 발간 소식을 듣고 선택했다. 전작에서 고양이 살인 사건으로부터 시작된 신과 인간의 이야기가 매력적으로 다가왔기 때문에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거기에 등장하는 인물이 이어진다는 측면에서 궁금한 점도 있었다. 시기가 시기여서 장르 소설이 끌리는데 그에 딱 맞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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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주인공은 구온초 탐정단에 속해 있다. 학교에서 연속적으로 벌어지는 살인사건의 범인을 스즈키로부터 듣는다. 스즈키는 스스로를 신이라고 주장하는 아이다. 탐정단의 다른 친구들은 스즈키의 존재는 부정하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주인공은 사건이 벌어질 때마다 스즈키를 찾아가 범인의 존재를 묻는 것이다. 주인공이 스즈키의 주장을 역으로 추적하는 이야기이자 주인공이 범인을 찾는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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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술 읽을 수 있는 작품이었다. 소설에서는 총 여섯 개의 사건이 등장하다 보니 세계관을 공유한 연작 소설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단편을 선호하는 입장에서 조금 더 흥미롭게 몰입이 되었다. 언급한 것처럼 전작을 너무나 재미있게 읽었던 독자로서 다시 만나는 스즈키의 존재가 반가웠고, 재미있게 완독했다. 작가의 신작을 기다렸던 독자들에게는 또 다른 매력으로 다가올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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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두 가지 지점이 인상적으로 남았다. 첫 번째는 학교 분위기가 천하태평하다는 것이다. 여섯 번의 사건이 등장했는데 구온초 탐정단을 제외한 나머지는 아무렇지 않다. 인물들의 중심이 그들에게 속해 있다는 지점은 이해하지만 이 부분에서 현실감이 떨어졌다. 두 번째는 결말이다. 전작과는 전혀 다른 스타일로 마무리가 된다. 읽으면서 애매모호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는데 이 부분이 호불호가 갈릴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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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면서 신의 전지전능한 능력에 의문을 품었다. 어쩌면 주인공의 주장처럼 스즈키는 신이 아닌 악마일 수도 있다. 그러나 악마도 결론적으로 인간의 생사에 관여하거나 세상사의 정답을 알고 있는 신에 속한다. 그것을 선한 방향으로 사용하느냐, 악한 방향으로 사용하느냐의 여부다. 과연 신은 과연 정답을 알고 있을까. 스즈키에게서 왜 신보다는 점쟁이의 기운이 더 와닿는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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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ㅣ 레이디가가
미치오 슈스케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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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믿고 읽는 북스피어 출판사와 미치오 슈스케 작가의 새로운 도전이 매력적으로 다가옵니다. 기대가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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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매 106동 101호
천유 지음 / 팩토리나인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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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자는 각자가 생각하기 나름이다. / p.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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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독서모임 구성원들과 흥미로운 이야기를 나눴다. 바로 집에 대한 이야기다. 당시 함께 읽었던 책이 가난과 집에 대한 내용을 다루었던 작품이었다. 사실 나에게만큼은 집이 휴식처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는데 과거 부모님의 이야기를 다시 돌이켜 보니 소설의 내용과 딱 겹쳐서 보였다. 모임이 끝나고 난 이후 어쩌면 누군가에게는 집이 곧 자산이자 욕망으로 표현된 하나의 상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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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이라는 주제로 이런저런 생각이 꼬리를 물다가 선택하게 된 책으로, 천유 작가님의 장편소설이다. 예전이었다면 제목을 보고 추리 스릴러 장르의 작품을 상상했을 것이다. 그러나 세대가 흐르면서 집에 대한 의미가 달라졌기에 조금 더 무거운 내용을 예상했다. 특히, 집을 사고 파는 행위 자체가 조금 더 깊이 와닿았다. 나름 기대한 바가 큰 작품이었고, 그만큼의 마음을 가지고 페이지를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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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주인공은 채아와 대한 부부다. 전에 살던 집에서 층간소음의 가해자로 오해받던 이들은 급매로 나온 솔숲아파트 106동 101호로 이사한다. 이제 고통에서 벗어나 행복만 가득할 것 같았던 부부에게 집에 대한 소문이 돌기 시작한다. 마주하는 이웃 주민들도 인사 대신 이상한 안부를 묻는 것이다. 우연히 듣게 된 소문과 무심한 대한의 태도에 채아는 점점 정신적으로 쇠약해져 간다. 그 소문을 파헤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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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적으로 술술 읽을 수 있는 작품이었다. 형체가 없는 괴담으로부터 시작되었지만 결국은 주변에서 쉽게 경험할 수 있는 이야기라는 점에서 현실감이 가장 크게 와닿았다. 장르 소설의 긴장감보다는 인물을 향한 공감이 더욱 컸는데 이 지점이 취향과 맞았다. 다소 가볍게 흘러가는 스토리여서 김이 빠지는 구간도 있지만 그만큼 부담없이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일상과 마주하는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들에게는 만족감을 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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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결말에 드러나는 인간의 욕망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106동 101호를 둘러싼 괴담의 진실은 가까운 곳에 있었다. 주위의 시선에 고통을 받던 채아는 스스로 유난스럽다고 생각하며, 이 마음을 꾹꾹 눌러 담았다. 이웃 준휘는 적극적으로 그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발로 뛰었다. 인간이 제어할 수 없는 기이한 현상이었다면 허구의 세계답게 느껴졌을 텐데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인간으로부터 시작되어서 읽는 내내 마음에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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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이 긍정적으로 쓰인다면 한 인간을 성장시킬 수 있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현실에서 보게 되는 매체의 보도든, 허구의 세계에서 보게 되는 드라마든 안타깝게도 우리가 마주하는 욕망은 늘 부정적인 결말을 맞이하는 듯하다. 그것을 분출하는 자는 한순간에 파멸의 길을 걷는다. 여기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시금 깊은 물음이 들었다. 대체 욕망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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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통역사
리 랑그바드 지음, 손화수 옮김 / 푸른숲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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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을 안 지 벌써 12년이나 됐는데 아직도 통역 없이는 서로 대화를 못 한다는 게 답답해. / p.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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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이 조국의 땅에 발 붙이고 살겠다고 다짐했던 내가 다른 나라가 아닌 대한민국에서 언어의 장벽에 세게 부딪힌 적이 있다. 몇 년 전, 근무하던 회사는 다문화복지의 현장이었기 때문이다. 처음 본 이방인들과 이렇게 매일 이야기를 나눈 적이 당시 삼십 년 평생 거의 처음이었다. 의사소통을 위해 서로 발짓과 손짓을 섞으면서 무던히 애를 썼다. 그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벽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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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리 랑그바드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언급했던 과거의 기억이 떠올라 우연히 선택하게 되었다. 통역사라는 직업에 늘 관심은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통역사들은 멀게만 느껴졌고, 통역이라는 일 드러나는 소설을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저것 인터넷 서점의 책 소개를 읽으면서 한국계 덴마크 국적의 작가님의 작품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 디아스포라 문학을 요즈음 자주 접하는 독자로서 반가운 마음으로 페이지를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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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주인공은 어린 시절에 덴마크로 입양되었던 작가다. 성인이 되어, 한국에 있는 가족과 만나게 된다. 그러나 사용하는 공용어가 다른 이들을 가로 막는 언어의 벽은 너무나 크다. 통역사이자 연인과 함께 한국 땅을 밟게 되었는데 둘의 관계를 밝히는 것에 고민을 하게 되는 이야기를 다룬다. 과연 성 정체성을 밝혀도 가족들과 주인공의 만남은 지속될 수 있을까. 이 물음표를 가지고 이야기는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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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음도 물음이지만, 작품 자체로 본다면 낯설게 다가왔다. 우선, 소설의 형식이 독특하다. 처음부터 끝까지 대화체로 이루어진 것이다. 그것도 제3자의 시선이 아닌 주인공 1인칭의 시점을 따른다. 가족의 말은 통역사가 말하기 전까지 독자도 알 수 없다. 이 지점이 신선하게 느껴졌다. 주인공의 기준에서 접한 작품들을 많이 읽었지만 이렇게 피부에 직접적으로 와닿은 적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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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주인공과 가족 사이의 거리감이 인상적이었다. 주인공은 언급한 것처럼 동성의 통역사와 연애 중이다. 동성애는 한국 사회에서 아직까지는 보수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주제라는 측면에서 두 사람은 가족에게 오픈할 것인지를 두고 많은 대화를 나눈다. 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 듯하지만 한편으로는 불안이 느껴졌다. 특히, 배우자의 이야기를 아끼는 언니들에게 느끼는 감정이 뇌리에 깊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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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문화권에 살고 있는 이들도 일상이 곧 전쟁인 것처럼 소통의 오류를 겪는다. 서로의 말을 듣지 않고, 서로의 생각을 이해하지 못하며, 서로의 태도에 상처를 입는다. 어쩌면 모든 사람에게는 각자의 통역이 필요한 것은 아닐까. 주인공과 통역사가 겪는 일들은 그동안 뿌리 깊게 박혀 인식하지 못했던 여러 관점들을 객관적으로 인지할 수 있게 만들어 주었다. 이들의 이야기가 곧 나에게는 다른 시각으로 한국 사회를 볼 수 있게 한 통역사가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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