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급매 106동 101호
천유 지음 / 팩토리나인 / 2026년 6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승자는 각자가 생각하기 나름이다. / p.243
얼마 전, 독서모임 구성원들과 흥미로운 이야기를 나눴다. 바로 집에 대한 이야기다. 당시 함께 읽었던 책이 가난과 집에 대한 내용을 다루었던 작품이었다. 사실 나에게만큼은 집이 휴식처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는데 과거 부모님의 이야기를 다시 돌이켜 보니 소설의 내용과 딱 겹쳐서 보였다. 모임이 끝나고 난 이후 어쩌면 누군가에게는 집이 곧 자산이자 욕망으로 표현된 하나의 상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집이라는 주제로 이런저런 생각이 꼬리를 물다가 선택하게 된 책으로, 천유 작가님의 장편소설이다. 예전이었다면 제목을 보고 추리 스릴러 장르의 작품을 상상했을 것이다. 그러나 세대가 흐르면서 집에 대한 의미가 달라졌기에 조금 더 무거운 내용을 예상했다. 특히, 집을 사고 파는 행위 자체가 조금 더 깊이 와닿았다. 나름 기대한 바가 큰 작품이었고, 그만큼의 마음을 가지고 페이지를 넘겼다.
소설의 주인공은 채아와 대한 부부다. 전에 살던 집에서 층간소음의 가해자로 오해받던 이들은 급매로 나온 솔숲아파트 106동 101호로 이사한다. 이제 고통에서 벗어나 행복만 가득할 것 같았던 부부에게 집에 대한 소문이 돌기 시작한다. 마주하는 이웃 주민들도 인사 대신 이상한 안부를 묻는 것이다. 우연히 듣게 된 소문과 무심한 대한의 태도에 채아는 점점 정신적으로 쇠약해져 간다. 그 소문을 파헤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전반적으로 술술 읽을 수 있는 작품이었다. 형체가 없는 괴담으로부터 시작되었지만 결국은 주변에서 쉽게 경험할 수 있는 이야기라는 점에서 현실감이 가장 크게 와닿았다. 장르 소설의 긴장감보다는 인물을 향한 공감이 더욱 컸는데 이 지점이 취향과 맞았다. 다소 가볍게 흘러가는 스토리여서 김이 빠지는 구간도 있지만 그만큼 부담없이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일상과 마주하는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들에게는 만족감을 줄 듯하다.
개인적으로 결말에 드러나는 인간의 욕망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106동 101호를 둘러싼 괴담의 진실은 가까운 곳에 있었다. 주위의 시선에 고통을 받던 채아는 스스로 유난스럽다고 생각하며, 이 마음을 꾹꾹 눌러 담았다. 이웃 준휘는 적극적으로 그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발로 뛰었다. 인간이 제어할 수 없는 기이한 현상이었다면 허구의 세계답게 느껴졌을 텐데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인간으로부터 시작되어서 읽는 내내 마음에 남았다.
욕망이 긍정적으로 쓰인다면 한 인간을 성장시킬 수 있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현실에서 보게 되는 매체의 보도든, 허구의 세계에서 보게 되는 드라마든 안타깝게도 우리가 마주하는 욕망은 늘 부정적인 결말을 맞이하는 듯하다. 그것을 분출하는 자는 한순간에 파멸의 길을 걷는다. 여기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시금 깊은 물음이 들었다. 대체 욕망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