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호스트
박희종 지음 / 팩토리나인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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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나는 다른 건 몰라도 그 새끼에게만큼은 꼭 복수하겠다는 다짐을 했다. / p.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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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누군가를 복수하겠다는 다짐을 안고 사는 사람들은 어떤 마음일까. 증오는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감정이고, 나 역시도 그 안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나 역시도 미워했던 사람도 있고, 미워하고 있는 사람도 있다. 그럼에도 그 감정이 복수라는 행위까지 나아간 적이 없어서 이 감정은 선뜻 공감하기 힘들다. 무언가 이해하지 못하는 마음보다는 경험하지 못했던 것에 대한 호기심 어린 궁금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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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에 대한 해답을 얻고자 선택한 책은 박희종 작가님의 장편소설이다. 궁금했던 감정을 찌를 수 있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선택하게 되었다. 거기에 요즈음 무더위와 싸우면서 장르 소설을 읽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익숙한 소재에서 피어나는 긴장감을 강렬한 스릴러 확장한 작품 소개를 읽고 큰 확신이 들었다. 때로 아는 맛이 더 무섭다. 현실감에서 오는 공포감을 경험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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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주인공은 이도윤으로, 인기 숙소 '스테이 나른'의 단골 손님이다. 무엇보다 친절한 호스트를 믿고 자주 방문한다. 숙소의 호스트는 라면의 단짝인 김치까지 미리 준비해 주었다. 늘 익숙한 호실에서 라면을 끓이던 도윤이 밥상에서 핏자국을 보게 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별것 아닌 것처럼 느껴진 그 공간에서 과거 연인이었던 소은재의 존재와 대학 동기 박현수가 나타난다. 이 세 사람과 숙소는 어떤 연관성을 가지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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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적 쉽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었다. 등장하는 인물이 다른 한국 작품에 비해 다소 많은 편이고, 전개 시점도 자주 바뀌어 다른 작품에서는 느끼기 힘든 낯선 감각을 준다. 초반에는 인물 관계 시점을 파악하는 데 시간이 걸렸지만, 소재 자체는 현실에서 충분히 접할 수 있어 줄거리를 따라가는 데는 무리가 없었다. 거기에 태풍처럼 시원시원하게 흘러가는 전개는 가장 큰 매력이었다. 속도감 있는 긴장감을 원하는 독자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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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호스트의 정체가 인상적이었다. 호스트는 다정다감하고, 배려심이 넘치 사람이었다. 도윤이 말하지 않아도 필요한 걸 먼저 챙겨주는 스타일이었고, 친해지기 위해 부담스럽게 다가가는 사람 또한 아니었다. 심지어 그는 직접적으로 드러나지도 않았다. 도윤처럼 호감을 가지고 바라보던 호스트가 변화하는 순간에 느낀 감정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이 친절함 이면에 담긴 잔인함이 마치 칼날처럼 찌르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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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지했던 이가 가면을 벗고 본성을 드러냈을 때 느껴지는 감정은 배신감 그 이상이다. 어쩌면 작품에서 느껴지는 익숙함은 공간이 아닌 사람이 아니었을까. 친절한 숙소의 주인이 잔인한 악마로 변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편안함이 공포로 바뀐 것은 한순간이었다.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면서 처음으로 돌아가 스스로에게 되물었다. 나는 진정으로 누군가에게 복수의 감정을 단 한번도 가지지 않았던 사람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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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를 듣는 사람들
조던 태너힐 지음, 김산 옮김 / 문학동네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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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이 무서운 건 이야기가 아니라 마음속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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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를 듣는 사람들
조던 태너힐 지음, 김산 옮김 / 문학동네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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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기도란 사실상 우리 삶의 주도권을 되찾기 위한 것이라고. / p.2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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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귀에 진동 소리가 잡힐 때가 있다. 특히, 라디오를 들을 때 그런 순간들이 많았는데 소리를 듣고 휴대 전화를 보면 아무것도 없는 경우가 다반사다. 귀가 이상해진 것인지 겁이 났는데 인터넷 글들을 가만히 읽고 있으면 그런 사람들이 나뿐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너무나 기계에 익숙해진 세대이기에 환청이 들리는 것인가. 병원을 방문해야 되기는 할 것 같다. 물론, 그게 언제가 될지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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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은 모르는 소리를 듣는다는 설정의 이 작품은 조던 태너힐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시각장애인과 함께 일하는 직장에서 근무하다 보니 평범하게 느끼는 무언가의 부재에 대한 내용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작가부터 작품까지 모두 초면이지만 비슷한 결의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어 선택하게 됐다. 오히려 이 내용은 부재보다는 과잉에 가까울 법하다는 느낌도 든다. 이렇게 새로운 작품을 접하는 것 또한 독서의 즐거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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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각의 특별한 능력을 가진 주인공은 클레어다. 학교 영어 교사로 근무하며, 누가 봐도 행복한 가정의 표본인 듯하다. 그렇게 무탈하게 흘러갈 것 같던 그녀의 일상을 흔들게 된 것은 정체를 알 수 없는 소리다. 어느 순간부터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는데 남편과 딸은 전혀 못 듣는다. 심지어 그녀를 유난스러운 사람으로 몰고 가기까지 한다. 우연히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이 같은 소리를 듣게 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모임에 참석하면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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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술 읽을 수 있는 작품이었다. 허구의 세계를 다루었지만 무대를 바꿔놓고 지금의 이야기라고 해도 충분히 납득이 될 정도의 현실감이 느껴졌다. 지구 반대편에는 클레어처럼 소리로 인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을 것만 같은 착각이 들었다. 이 부분이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포인트이기는 하지만, 비교적 편하게 읽기 좋은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상상력보다는 현실감을 더 선호하는 독자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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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인상적이었다. 클레어는 카일의 권유로 같은 소리를 듣는 모임에 합류한다. 처음에는 이들이 겪는 어려움을 나누는 자리처럼 가벼웠지만, 이를 연구하는 과학자가 끼어드는 순간부터 모임의 의미가 변질된다. 마치 음모론을 믿고 따르는 신도 집단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동안 비슷한 주제를 가진 작품들은 한 명의 개인이 미치는 영향을 주관적으로 보여준 반면, 이 작품은 관찰자의 시각으로 볼 수 있어서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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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인간을 믿게 만드는 걸까. 믿음이 곧 마음의 벽이 되는 순간,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믿음이라는 것은 무섭다. 클레어는 벽 너머의 본질과 가족을 무시한 채 터무니없는 집단의 음모론을 마치 경전 삼아 몰입했다. 결국 파국을 맞게 된 그녀의 이야기에서 우리는 현재를 되돌아본다. 과연 듣고 싶은 말과 보고 싶은 행동만 보면서 살아오지 않았는가. 어쩌면 크고 작은 음모론은 마음속 하나하나에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섬뜩함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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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가
신재민 지음 / 북다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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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 문 너머에 아버지가 있을까. / p.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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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전 할머니께서는 늘 화재 사건을 보시면서 나라가 망하려는 징조라는 말씀을 하셨다. 화재 피해자분들께는 상처가 될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매년 화재가 끊이지 않는데 나라는 왜 여태 멀쩡히 굴러가고 있는지 괜히 토를 달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예전 어르신들의 미신 같은 말이라는 걸 알면서도 그 생각을 떨치기 어려웠다. 요즈음 더 많이 일어나는 듯한 화재가 제발 판타지로만 끝나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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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 사건을 다룬 이 작품은 신재민 작가님의 장편소설이다. 여름에 어울리는 장르 소설이라는 느낌이 들어서 선택하게 되었다. 그동안 추리나 스릴러 작품들은 영미권 아니면 일본 작품들을 주로 접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한국 작가님들의 작품을 접하는데 생각보다 흥미로웠다. 특히, 상상력이 가장 큰 약점이었던 내 머릿속에도 그려질 정도의 스토리텔링은 강점으로 다가왔다. 기대를 가지고 페이지를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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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주인공은 지재헌으로, 도편수로 이름을 날린 지범근의 아들이다. 아버지는 죽기 전 유언으로 도편수 제자에게 전 대통령 이용암 생가를 재건축하지 말라는 말을 남긴다. 제자는 이용암 재단의 부탁에 거절했지만, 재헌은 이를 수락한다. 불에 탄 이용암 생가를 다시 건축하는 과정에서 기이한 일과 무시무시한 비밀을 알게 된다. 과연 지재헌은 아버지의 유언을 어기고 무사히 생가를 완성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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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술 읽을 수 있는 작품이었다. 역시나 언급했던 스토리텔링의 매력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건축이라는 소재가 주는 낯선 느낌은 있었지만 전문적인 용어를 모른다고 해서 줄거리를 이해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거기에 이야기의 주된 흐름은 주인공이 유언을 어겨서 일어나는 일과 드러나는 비밀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기 때문에 깊이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속도감 있는 작품을 원하는 독자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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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인물들의 양면성이 인상적이었다. 소설에서 지재헌은 어렸을 때 아버지에게 버림받은 기억을 가지고 복수하기 위해 재건축 제의에 응한다. 또한, 재헌의 건축을 돕는 인물들은 각자의 이유로 악인 이용암을 돕는 일을 선택한다. 그나마 선하게 보이는 문시록마저도 자신의 출생 비밀을 알기 위해 동참했다는 점에서 다르게 느껴졌다. 이들에게서 동전의 양면 같은 모습이 보였는데 제일 현실적으로 와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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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선악을 가지고 태어난다. 성장하면서 그만큼의 선악을 학습하고 행동하면서 살아간다. 하늘 아래에 완전 악인도, 무결한 선인도 없다. 과연 그들이 무조건 잘못된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까. 분명 잘못된 길을 걸었던 이들에게 손가락질을 할 수 있는 자격이 있는지 스스로에게 되물었다. 이들의 이야기에서 나와 스치고 지나가는 사람들이 겹쳐졌다. 재헌과 그를 돕는 이들 모두 각자의 목적 앞에서 완전한 해답을 가질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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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ㅣ 레이디가가
미치오 슈스케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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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이 사람이 보이면 바로 도망쳐야 해. / p.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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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독서가 다 좋지만 아쉬운 점이 바로 독자로서 참여할 수 없다는 것이다. 혼자 독서하면서 감상을 남기다 많은 지인들과 책 이야기를 나누게 된 결정적인 이유도 바로 이 지점에 있다. 내 해석이 정답이 아닐 뿐더러 차마 생각하지 못했던 다른 깨달음을 얻고 싶었다. 이미 인쇄된 책은 독자의 결정이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아니, 바뀐다 해도 오탈자가 다음 쇄에 수정되는 정도이지 않을까. 제한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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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움을 생각하면서 선택한 책은 미치오 슈스케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예전에 독자가 읽는 순서에 따라 내용이 바뀌는 <N>이라는 작품을 읽었다. 원래 성향 탓에 그냥 순서대로 읽었다. 그리고 다른 방향으로도 읽었는데 크게 와닿는 지점이 없었다. 특이한 실험이라는 소재 자체만 납득했을 뿐 큰 재미를 보지는 못했다. 그런데 이번 작품은 독자가 주인공의 생사에 관여하는 내용이라고 해서, 그 점에 다시 한번 혹해 집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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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는 두 작품이 실려 있다. <지오스민>과 <페트리코>라는 제목을 가지고 있다. 첫 장에는 독자가 어느 이야기부터 먼저 읽을지 체크할 수 있는 면이 있고, 개인의 선택에 따라 끌리는 것부터 먼저 읽으면 된다. 다 읽고 난 이후에 편집자 후기를 통해 연결고리와 해석을 접하게 되는데, 이 지점에서 놀랐다. 사실 의식하지 않고 따로 읽으면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각각의 이야기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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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지 않게 술술 읽을 수 있는 작품이었다. 지금까지 읽었던 장르 소설 중에 가장 독창적이 재미있었다. 스포일러를 할 수 없다는 점 때문에 어디에서 어떻게 뭘 더 덧붙여야 할지 조심스럽다. 그럼에도 재미 면에서는 확실히 충족되었다는 점은 자신할 수 있다. 장르 소설을 좋아하지만 기존 작품들과는 색다른 매력을 경험하고 싶은 독자들에게 추천한다. 아마 만족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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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며 하나의 강렬한 인상보다는 전작과 비교되는 감상이 내내 머릿속을 맴돌았다. 솔직하게 <N>은 참여한다기보다는 파헤친다는 인상이 더 강했던 반면, 이 작품은 말 그대로 독자가 작품에 개입해 주인공을 쥐고 흔드는 느낌이었다. 의도적으로 주인공의 생사에 관여할 생각은 없었지만, 내가 어떻게 읽느냐에 따라 주도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은 신선한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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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의 독자로서, 완성도가 조금 아쉽더라도 이렇게 실험 정신 가득한 작품을 계속 만나고 싶다. 작가가 아니어도 함께 이야기를 써내려갈 수 있다는 것. 어디에서도 바꿀 수 없는 값진 추억이었다. 과연 이 작품의 주인공을 살릴 것인가, 아니면 죽일 것인가. 그건 오롯이 당신의 몫이다. 잔인하게 죽여도, 아니면 인류애를 가득 담아 살려도 그 누가 뭐라고 할 수 없다. 그냥 온전히 느껴 보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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