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레이디가가
미치오 슈스케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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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이 사람이 보이면 바로 도망쳐야 해. / p.141

모든 독서가 다 좋지만 아쉬운 점이 바로 독자로서 참여할 수 없다는 것이다. 혼자 독서하면서 감상을 남기다 많은 지인들과 책 이야기를 나누게 된 결정적인 이유도 바로 이 지점에 있다. 내 해석이 정답이 아닐 뿐더러 차마 생각하지 못했던 다른 깨달음을 얻고 싶었다. 이미 인쇄된 책은 독자의 결정이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아니, 바뀐다 해도 오탈자가 다음 쇄에 수정되는 정도이지 않을까. 제한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쉬움을 생각하면서 선택한 책은 미치오 슈스케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예전에 독자가 읽는 순서에 따라 내용이 바뀌는 <N>이라는 작품을 읽었다. 원래 성향 탓에 그냥 순서대로 읽었다. 그리고 다른 방향으로도 읽었는데 크게 와닿는 지점이 없었다. 특이한 실험이라는 소재 자체만 납득했을 뿐 큰 재미를 보지는 못했다. 그런데 이번 작품은 독자가 주인공의 생사에 관여하는 내용이라고 해서, 그 점에 다시 한번 혹해 집어 들었다.

이 책에는 두 작품이 실려 있다. <지오스민>과 <페트리코>라는 제목을 가지고 있다. 첫 장에는 독자가 어느 이야기부터 먼저 읽을지 체크할 수 있는 면이 있고, 개인의 선택에 따라 끌리는 것부터 먼저 읽으면 된다. 다 읽고 난 이후에 편집자 후기를 통해 연결고리와 해석을 접하게 되는데, 이 지점에서 놀랐다. 사실 의식하지 않고 따로 읽으면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각각의 이야기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어렵지 않게 술술 읽을 수 있는 작품이었다. 지금까지 읽었던 장르 소설 중에 가장 독창적이 재미있었다. 스포일러를 할 수 없다는 점 때문에 어디에서 어떻게 뭘 더 덧붙여야 할지 조심스럽다. 그럼에도 재미 면에서는 확실히 충족되었다는 점은 자신할 수 있다. 장르 소설을 좋아하지만 기존 작품들과는 색다른 매력을 경험하고 싶은 독자들에게 추천한다. 아마 만족하게 될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하나의 강렬한 인상보다는 전작과 비교되는 감상이 내내 머릿속을 맴돌았다. 솔직하게 <N>은 참여한다기보다는 파헤친다는 인상이 더 강했던 반면, 이 작품은 말 그대로 독자가 작품에 개입해 주인공을 쥐고 흔드는 느낌이었다. 의도적으로 주인공의 생사에 관여할 생각은 없었지만, 내가 어떻게 읽느냐에 따라 주도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은 신선한 경험이었다.

한 사람의 독자로서, 완성도가 조금 아쉽더라도 이렇게 실험 정신 가득한 작품을 계속 만나고 싶다. 작가가 아니어도 함께 이야기를 써내려갈 수 있다는 것. 어디에서도 바꿀 수 없는 값진 추억이었다. 과연 이 작품의 주인공을 살릴 것인가, 아니면 죽일 것인가. 그건 오롯이 당신의 몫이다. 잔인하게 죽여도, 아니면 인류애를 가득 담아 살려도 그 누가 뭐라고 할 수 없다. 그냥 온전히 느껴 보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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