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를 듣는 사람들
조던 태너힐 지음, 김산 옮김 / 문학동네 / 2026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기도란 사실상 우리 삶의 주도권을 되찾기 위한 것이라고. / p.295

​

가끔 귀에 진동 소리가 잡힐 때가 있다. 특히, 라디오를 들을 때 그런 순간들이 많았는데 소리를 듣고 휴대 전화를 보면 아무것도 없는 경우가 다반사다. 귀가 이상해진 것인지 겁이 났는데 인터넷 글들을 가만히 읽고 있으면 그런 사람들이 나뿐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너무나 기계에 익숙해진 세대이기에 환청이 들리는 것인가. 병원을 방문해야 되기는 할 것 같다. 물론, 그게 언제가 될지 잘 모르겠다.

​

남들은 모르는 소리를 듣는다는 설정의 이 작품은 조던 태너힐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시각장애인과 함께 일하는 직장에서 근무하다 보니 평범하게 느끼는 무언가의 부재에 대한 내용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작가부터 작품까지 모두 초면이지만 비슷한 결의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어 선택하게 됐다. 오히려 이 내용은 부재보다는 과잉에 가까울 법하다는 느낌도 든다. 이렇게 새로운 작품을 접하는 것 또한 독서의 즐거움이다.

​

청각의 특별한 능력을 가진 주인공은 클레어다. 학교 영어 교사로 근무하며, 누가 봐도 행복한 가정의 표본인 듯하다. 그렇게 무탈하게 흘러갈 것 같던 그녀의 일상을 흔들게 된 것은 정체를 알 수 없는 소리다. 어느 순간부터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는데 남편과 딸은 전혀 못 듣는다. 심지어 그녀를 유난스러운 사람으로 몰고 가기까지 한다. 우연히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이 같은 소리를 듣게 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모임에 참석하면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

술술 읽을 수 있는 작품이었다. 허구의 세계를 다루었지만 무대를 바꿔놓고 지금의 이야기라고 해도 충분히 납득이 될 정도의 현실감이 느껴졌다. 지구 반대편에는 클레어처럼 소리로 인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을 것만 같은 착각이 들었다. 이 부분이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포인트이기는 하지만, 비교적 편하게 읽기 좋은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상상력보다는 현실감을 더 선호하는 독자들에게 추천한다.

​

개인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인상적이었다. 클레어는 카일의 권유로 같은 소리를 듣는 모임에 합류한다. 처음에는 이들이 겪는 어려움을 나누는 자리처럼 가벼웠지만, 이를 연구하는 과학자가 끼어드는 순간부터 모임의 의미가 변질된다. 마치 음모론을 믿고 따르는 신도 집단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동안 비슷한 주제를 가진 작품들은 한 명의 개인이 미치는 영향을 주관적으로 보여준 반면, 이 작품은 관찰자의 시각으로 볼 수 있어서 흥미로웠다.

​

무엇이 인간을 믿게 만드는 걸까. 믿음이 곧 마음의 벽이 되는 순간,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믿음이라는 것은 무섭다. 클레어는 벽 너머의 본질과 가족을 무시한 채 터무니없는 집단의 음모론을 마치 경전 삼아 몰입했다. 결국 파국을 맞게 된 그녀의 이야기에서 우리는 현재를 되돌아본다. 과연 듣고 싶은 말과 보고 싶은 행동만 보면서 살아오지 않았는가. 어쩌면 크고 작은 음모론은 마음속 하나하나에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섬뜩함이 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