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모스를 넘어 - 칼 세이건 이후 우주와 인간의 새로운 이야기
세라 알람 말릭 지음, 고현석 옮김 / 흐름출판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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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여기 내 우주를 무너뜨린 편지가 있네. / p.65

성향 자체가 우주나 지구에는 큰 관심이 없다. 현재 눈에 보이는 것만 잘 챙기면 된다는 주의인 것이다. 그런데 최근 본 영화들을 기점으로 조금씩 흥미가 생기기 시작했다. 작년에 개봉했던 봉준호 감독님의 영화 <미키 17>, 얼마 전 개봉했던 배우 라이언 고슬링 주연의 <프로젝트 헤일메리>가 그렇다. 원작 소설을 재미있게 읽었던 터라 기대가 되었던 건데 인생 영화로 남을 정도로 두 작품 다 매력적이었다.

이 책은 세라 알람 말릭이라는 작가의 과학 도서이다. 사실 과학 도서와 담을 쌓은 게 조금 많이 오래 되었다. 올해 읽었던 책이 동물들이 주고받는 언어에 대한 책이었다. 천문학으로 좁히면 심채경 작가님의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는 에세이가 거의 유일할 것이다. 심지어 그 유명한 <코스모스>조차도 읽지 않았는데 영화를 기점으로 흥미가 생겨서 읽게 되었다.

책은 우주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천문학자나 과학자들이 발견한 우주 법칙, 우주와 관련된 물리학 또는 생물학 등의 과학 이야기가 시대순으로 설명해 주는 방식이다. 우리가 흔히 잘 알고 있는 아리스토텔레스와 케플러의 이론뿐만 아니라 우주를 구성했던 많은 이야기들이 하나의 집합체처럼 알려 주었다. 조금 어려운 우주의 과거와 현재를 알기 쉽게 읽을 수 있다.

술술 읽혀지는 책이었다. 천문학에 관한 이야기는 언급했던 에세이로 접했던 사람으로서 많이 걱정이 되었다. 아무리 학창시절에 지구과학 과목을 배웠다고 하더라도 이미 이십 년 가까이 시간이 흘러서 다 잊었기 때문이다. 그런 걱정이 무색하게도 너무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책이어서 좋았다. 아마 천문학을 처음 접하는 학생들도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친절한 설명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다.

개인적으로 여성에 대한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2,500 개의 성운과 성단 목록을 완성했던 캐럴라인과 은하 중심으로부터의 거리와 관계없이 은하 내 별드르이 속도가 거의 일정하게 유지된다는 '평평한 회전 곡선' 현상을 발견한 루빈이었는데 금기되다시피 했던 천문학에 한 획을 그었던 여성들이었다. 그들이 있었기에 천문학을 발전할 수 있었는데 남성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했던 편견이 깨지게 되었다.

그밖에도 이슬람 최초 노벨상을 수상했지만 이슬람 소수 종파의 일원이라는 이유만으로 그 안에 속할 수 없었던 살람과 지동설을 이단 취급했던 기독교의 박해 이야기는 흥미로웠다. 단순한 과학적 사실을 넘어 종교와 인류 등 다양한 분야에 영향을 주었던 천문학에 대해 알게 되었던 시간이었다.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우주는 여전히 그들의 시간대로 흘러가고 있으며, 인류는 이러한 큰 우주에 도전하는 중이다. 앞으로도 인간과 더 가까워질 우주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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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책
안나 마촐라 지음, 유소영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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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인플루엔셜'로부터 티저북을 지원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제 모든 것이 바뀌려 하고 있다. / p.23

여성이 여성을 돕는 소재의 이야기는 늘 관심이 간다. 아무래도 같은 여성이기에 더욱 공감되는 주제가 아닐까. 피할 수 없는 상황에서 고통을 받고 있는 여성에게 손길을 내미는 인물들. 하나같이 매력적이면서도 따뜻한 마음을 지니고 있는데 많은 생각이 든다. 아마 카타르시스를 느끼기 때문에 그들의 이야기를 찾아 나서는 것은 아닐까. 성별 그 이상으로 크게 다가오는 듯하다.

이 책은 안나 촐라라는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언급한 것처럼 여성이 여성을 구하는 소재의 작품이어서 더 고민할 것도 없이 바로 선택했다. 티저북 형태로 받은 책이어서 부담도 없었다. 사실 서양의 작품, 그것도 과거 역사가 드러나는 작품들은 이해하기 어려워 선호하지 않은 경향이 있는데 소개를 읽다 보니 관심이 생겼다. 약점을 안고도 선택할 정도로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소설은 1659 년, 르네상스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문화적으로 큰 부흥을 이끈 시대지만 작품에서는 페스트라는 어마어마한 역병이 돌고 있다. 스테파노라는 이름의 판사가 등장한다. 그는 총독으로부터 흥미로운 이야기를 듣는다. 염색장이가 죽음을 맞이했는데 시신이 썩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이를 추적하라는 지시를 받고, 시체 검시의와 함께 사건을 파헤치기로 한다. 그러던 중 안나와 지롤라마라는 새로운 이름의 여성들이 등장한다.

술술 읽혀지는 작품이다. 선호하지 않는 시대적 배경을 다루고 있는 이야기임에도 아예 관련 지식이 없는 독자들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친절한 편이다. 아니, 아예 배경을 이해하지 않아도 스토리 흐름은 따라갈 수 있다. 일부 내용만 실렸는데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질 정도로 한동안 손에서 책을 놓지 못했다. 과연 지롤라마는 안나에게 어떤 손길을 내밀까. 또한, 스테파노는 그 의문사의 비밀들을 해결할 수 있을까. 기대가 되는 지점이다. 역사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들에게는 물로닝요, 여성들이 연대해 이끌어가는 것을 선호하는 독자들에게도 충분히 매력적으로 다가올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변 책 읽는 지인들과 함께 교환독서를 나누고 싶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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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아포칼립스
연상호.전건우 지음 / 와우포인트 퍼블리싱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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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그냥 내릴게요. 몸이 안 좋아요. / p.8

좀비가 등장하는 소설들은 곧잘 읽는다. 활자로 피가 튀기는 듯한 이야기도 생각보다는 자주 접하는 편이다. 고어 장르도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반면, 시각적으로 드러나는 영상 매체는 또 다르다. 연상호 감독님의 <부산행>은 내용조차도 모르고, 나홍진 감독님의 <곡성>, 장재현 감독님의 <파묘>에 이르기까지 그 유명한 작품들도 아예 모른다. 앞으로도 볼 생각조차도 없다.

이 책은 전건우 작가님와 연상호 감독님의 장편소설이다. 처음에는 전건우 작가님의 이름만 보고 선택했다. <어두운 물>, <어두운 숲> 등의 작품들을 너무 재미있게 읽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영화 작가님의 이야기는 다르지 않을까. 이런 생각에 닿았다. 그동안 활자로 표현된 작품에만 익숙해진 사람이어서 고어 장르의 스토리가 어떻게 머릿속으로 상상될지 궁금한 지점이 있었다.

소설은 선원이었던 세 사람이 홍대에서 술을 마시게 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막내 선원은 속이 안 좋았는데 선배 두 사람의 강요에 못 이겨 술집으로 향한다. 즐거운 분위기에서 갑자기 막내 선원의 행동이 곧 재앙이 되었다. 조폭을 취재하던 기자는 딸도, 종합 병원에 있는 사람들도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된다. 과연 좀비가 창궐된 시기에 의사는 이 좀비를 막을 수 있을까. 기자는 자신의 딸을 지킬 수 있을까.

술술 읽혀졌던 작품이었다. 기대한 것처럼 머릿속으로 그려지는 스토리다. 마치 영화를 보는 듯한 착각을 주었다. 내용도 좀비가 주제인 작품들에서는 쉽게 예상이 가능해서 크게 어렵지도 않았다. 페이지 수도 200 페이지 중후반대로 알고 있는데 완독까지 한 시간 반이면 충분하다. 머리가 아프지만 책은 읽고 싶을 때 선택하면 분위기 전환의 매력을 가지고 있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머릿속으로 그려지는 스토리 라인이 인상적이었다. 나름대로 읽으면서 의사 역할과 기자 역할에 어울리는 배우들을 상상하면서 읽었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기는 하지만 의사 역할에는 <중증외상센터>의 주지훈 배우님이 떠올랐다. 열정적인 기자 역할에는 물불 가리지 않는 스타일의 배우님이 떠올랐는데 <응답하라 1988>에 나오셨던 라미란 배우님도 괜찮을 것 같았다.

가볍게 읽을 수 있었지만 딱 거기까지의 매력만 가졌던 작품이었다. 어머니의 모성애도, 의사의 직업 정신도, 좀비가 지배하는 아포칼립스도, 모든 소재들이 그랬다. 더 깊은 차원으로 다가가거나 논리적으로 납득시키기, 감정적으로 공감시키기보다는 스무스하게 흐지부지 끝나는 느낌이었다. 아무래도 신선함을 주었던 작품이었기 때문에 나아가지 못한 점이 너무나 독자로서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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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사랑하는 존재
뤼카스 레이네벌트 지음, 이진 옮김 / 비채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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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 모든 두려움에서 나를 구하소서. / p.14

늘 추구하는 방향은 개방성이다. 열린 마음으로 이해하고 살아가는 것. 보수적인 생각도 이러한 노력 덕분에 많이 변화가 되었다. 기준에서 조금 벗어난 무언가 역시도 이해하게 된다. 그런데 여전히 타협하지 않은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연애 상대의 나이 차이다. 요즈음 열 살보다 더 많이 나는 커플들이 많다고 하지만 젊은 세대의 차이는 조금 색안경을 끼고 보게 되는 것 같다. 여전히 나의 연애 조건의 처음은 나이 차이다.

이 책은 뤼카스 레이네벌트라는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사실 소재만 본다면 크게 선호하는 스타일의 작품은 아니다. 본능적으로 거부감이 들 소재인데 책에서 만나는 이야기는 그래도 현실보다는 거부감이 덜 들기 때문에 선택한 작품이다. 거기에 출판사 소개와 다르게 와닿은 적이 꽤 많았기 때문에 그런 의도를 기대하고 선택한 소설이다. 네덜란드 작가의 작품은 또 처음이어서 그 지점도 신선하게 다가왔다.

소설의 화자는 수의사 사십 대의 남성이다. 아들 둘과 아내, 누가 봐도 행복한 가정을 이루고 있는 듯한데 남들에게 말하지 못하는 비밀이 하나 있다. 농장의 딸에게 사랑을 품고 있다는 것. 심지어, 농장의 딸은 이제 사춘기에 들어설 십 대 초반의 여자아이다. 자신의 흑심을 최대한 배제하고 아이에게 접근해 환심을 사고, 욕정에 다가가는 이야기를 담는다. 과연 그의 금지된 사랑은 이룰 수 있을까.

술술 읽혀졌던 작품이지만 조금 어렵기도 했다. 내용 자체는 이해의 어려움이 없었다. 다만, 문장에 쉼표가 너무 많다. 한 챕터에 마침표가 많아야 서너 개일 정도로 꽤 호흡이 긴 편이다. 어느 누군가에게 자신의 감정을 설명하는 구어체로 전개가 되니 몰입도가 있으면서도 새롭게 다가왔다. 이 지점이 어렵게 다가오기는 했지만 적응되고 나니 흥미로웠다. 완독까지 세 시간 정도 걸린 듯하다.

크게 다가온 감정은 불쾌감이었다. 대한민국이라는 유교권에서 자라온 사람들은 비슷한 감정이지 않을까. 아니, 여성이라면 더욱 그 감정이 배가 될 듯하다. 화자는 어린아이의 모습을 보고 성적인 반응을 보이고, 화자의 아들이 그 아이와 스킨십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질투에 휩싸인다. 오죽하면 둘의 관계에 훼방을 놓기도 한다. 가정이 있는 남성이, 자녀보다 어린 이성에게 보이는 이 본능적인 감정에 대한 거부감이 처음부터 끝까지 지속되었다.

사랑에는 장애물이 없어야 한다. 국경도, 인종도, 어떤 의미에서는 성별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단 하나 장애물이 필요하다면 나이이지 않을까. 성숙하지 않은 미성년과 그들의 육체에 욕망을 품는 성년의 사랑. 작품에서는 프랑스 대통령의 예시가 드러나기는 하지만 선뜻 이해가 되지 않았던 작품이었다. 이들의 모습이 사랑으로 포장된다면 그동안 수많은 아이들의 인생을 망쳤던 잔인한 욕망들이 변질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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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사랑하는 존재
뤼카스 레이네벌트 지음, 이진 옮김 / 비채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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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국경이 없다고 하지만 나이는 있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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