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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아포칼립스
연상호.전건우 지음 / 와우포인트 퍼블리싱 / 2026년 3월
평점 :




저는 그냥 내릴게요. 몸이 안 좋아요. / p.8
좀비가 등장하는 소설들은 곧잘 읽는다. 활자로 피가 튀기는 듯한 이야기도 생각보다는 자주 접하는 편이다. 고어 장르도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반면, 시각적으로 드러나는 영상 매체는 또 다르다. 연상호 감독님의 <부산행>은 내용조차도 모르고, 나홍진 감독님의 <곡성>, 장재현 감독님의 <파묘>에 이르기까지 그 유명한 작품들도 아예 모른다. 앞으로도 볼 생각조차도 없다.
이 책은 전건우 작가님와 연상호 감독님의 장편소설이다. 처음에는 전건우 작가님의 이름만 보고 선택했다. <어두운 물>, <어두운 숲> 등의 작품들을 너무 재미있게 읽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영화 작가님의 이야기는 다르지 않을까. 이런 생각에 닿았다. 그동안 활자로 표현된 작품에만 익숙해진 사람이어서 고어 장르의 스토리가 어떻게 머릿속으로 상상될지 궁금한 지점이 있었다.
소설은 선원이었던 세 사람이 홍대에서 술을 마시게 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막내 선원은 속이 안 좋았는데 선배 두 사람의 강요에 못 이겨 술집으로 향한다. 즐거운 분위기에서 갑자기 막내 선원의 행동이 곧 재앙이 되었다. 조폭을 취재하던 기자는 딸도, 종합 병원에 있는 사람들도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된다. 과연 좀비가 창궐된 시기에 의사는 이 좀비를 막을 수 있을까. 기자는 자신의 딸을 지킬 수 있을까.
술술 읽혀졌던 작품이었다. 기대한 것처럼 머릿속으로 그려지는 스토리다. 마치 영화를 보는 듯한 착각을 주었다. 내용도 좀비가 주제인 작품들에서는 쉽게 예상이 가능해서 크게 어렵지도 않았다. 페이지 수도 200 페이지 중후반대로 알고 있는데 완독까지 한 시간 반이면 충분하다. 머리가 아프지만 책은 읽고 싶을 때 선택하면 분위기 전환의 매력을 가지고 있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머릿속으로 그려지는 스토리 라인이 인상적이었다. 나름대로 읽으면서 의사 역할과 기자 역할에 어울리는 배우들을 상상하면서 읽었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기는 하지만 의사 역할에는 <중증외상센터>의 주지훈 배우님이 떠올랐다. 열정적인 기자 역할에는 물불 가리지 않는 스타일의 배우님이 떠올랐는데 <응답하라 1988>에 나오셨던 라미란 배우님도 괜찮을 것 같았다.
가볍게 읽을 수 있었지만 딱 거기까지의 매력만 가졌던 작품이었다. 어머니의 모성애도, 의사의 직업 정신도, 좀비가 지배하는 아포칼립스도, 모든 소재들이 그랬다. 더 깊은 차원으로 다가가거나 논리적으로 납득시키기, 감정적으로 공감시키기보다는 스무스하게 흐지부지 끝나는 느낌이었다. 아무래도 신선함을 주었던 작품이었기 때문에 나아가지 못한 점이 너무나 독자로서 아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