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지 마세요, 사람 탑니다 - 지하철 앤솔로지
전건우 외 지음 / 들녘 / 2022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협객의 도는 약자를 돕고 정의를 실현하며 나라를 지키는 데 있다. / p.19

지하철보다는 버스가 주요 대중교통 수단인 지역에 살다 보니 서울에 놀러갈 때마다 혀를 내두르게 된다. 이렇게 복잡한 지하철을 서울 사람들은 어떻게 알고 탈까. 지도 애플리케이션을 잘 활용해서 목적지에 간다고 해도 가끔 엉뚱한 길로 새서 잘못 탈 때가 있기 때문이다. 서울에 가면 늘 하나의 신고식처럼 그렇게 실수를 한다. 마치 미로처럼 꼬불꼬불 얽혀 있는 지하철 지도를 보고 있으면 나의 머리가 엉킨 실타래가 된 듯하다.

심너울 작가님의 <땡스 갓, 잇츠 프라이데이>라는 단편집에는 지하철에 대한 소설 한 꼭지가 등장한다. 아마 그 책의 리뷰에서도 적었던 것처럼 지방 사람이라서 경의중앙선 도착 시간에 대한 개념 자체가 상상이 되지 않다 보니 수도권에 있는 지인들에게 물어봤었다. 모두가 크게 공감을 했었는데 여전히 체감이 들지 않았다. 얼마나 시간을 지키지 않으면 지박령 유령이 나오면서 말이다. 나중에 서울에 가게 되면 경의중앙선을 직접 경험해 보고 싶다는 호기심이 생겼다. 물론, 화가 더 날 것 같다.

이 책은 지하철을 주제로 한 일곱 편의 앤솔로지 소설집이다. 지하철을 한 달에 한 번 이용할까 말까 한 지방 사람으로서 크게 와닿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지하철에 대한 여러 이야기가 실린 책이어서 궁금했다. 서울에서의 내 모습이 떠오르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공감대가 약간은 있지 않을까 싶기도 했다. 앤솔로지 소설 자체를 좋아하기에 호기심을 가지고 읽게 되었다.

총 여섯 분의 작가님께서 집필하신 일곱 편의 소설이 등장하는데 개인적으로 지하철을 잘 몰라서 헤매는 부분도 있었지만 대체적으로 흥미로웠다. 실제 호선이나 역 이름이 나오는 소설의 경우에는 가늠이 가지 않아 인터넷으로 본 이후에 머릿속으로 하나의 맵을 만들고 나서야 이해가 되기도 했었다. 지하철의 특성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소설들은 아니어서 큰 어려움 없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모든 이야기가 흥미롭기는 했었는데 개인적으로 뽑자면 조영주 작가님의 <버뮤다 응암지대의 사랑>과 정해연 작가님의 <인생, 리셋>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버뮤다 응암지대의 사랑>은 작가 지망생과 공무원 시험 준비생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신춘 문예 등단 이후 전업 작가로서 소설을 집필하고 있지만 별 소득이 없는 주인공 해환은 첫 문장을 쓰기 위해 아침부터 6호선 신내역 지하철에 몸을 싣는다. 항상 1-3 모퉁이에 있는 남자를 '13모남'이라고 스스로 줄임말을 만들어 관찰했다. 그러다 우연한 계기로 13모남과 이야기를 하게 되었고, 연인 사이로 발전한다. 둘 다 준비생이므로 돈이 없었기에 대기실에서 도시락을 먹는 등 짠내 나는 데이트를 즐겼다. 둘은 유명 인사가 됐다.

처음에는 6호선의 버뮤다 응암 지대를 이해할 수 없었다. 서울 유일의 단선 노선이어서 갈 때는 쭉 이어서 가지만 반대는 순환이 아닌 뺑 돌아서 가야한다는 사실이 뭔가 싶었다. 지도가 머릿속으로 바로 그려지지 않아서 고생을 했다. 이 사실을 모르고 이야기를 이해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었지만 말이다. 돈이 부족한 두 취업준비생(작가 지망생을 취업준비생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지만)의 연애 이야기는 소금이 뿌려지는 듯한 짠내가 나면서도 어색하면서도 설레는 단내가 나기도 했었다. 결말이 흐를수록 해환의 입장으로 감정 이입이 되어 13모남에 대한 분노로 바뀌었다는 것은 비밀이다.

<인생, 리셋>은 나 역시도 조금 꿈꿨던 적이 있는 이야기여서 공감이 되었다. 그렇다고 소설의 주인공처럼 극단적이지는 않았다. 그저 선택의 기로에서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조금이나마 괜찮았을까, 하는 정도의 가벼운 상상이다. 지인의 배신으로 큰 실패를 맞이한 준규는 과거 두 여자 사이에서 미란이라는 인물을 선택해 인생이 망했다고 생각한다. 미란이 자신의 아들을 임신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패배감을 느껴 지하철 철로에 몸을 던졌고, 여자를 선택한 시간이었던 1985년의 그날로 돌아가게 된다. 처음 돌아갔을 때에는 한 남자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미란을 선택했다. 현실로 돌아온 준규는 다른 여자인 송주를 선택할 때까지 지하철 철로에 몸은 던진다.

어차피 사람은 다 운명은 정해져 있는 것 같다. 특히, 여기에 등장하는 준규라는 인물은 내 기준 그냥 쓰레기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처음에는 가볍게 집이 부자인 송주가 아니라 부성애에 이끌려 미란을 선택했다는 생각에 연민이 들기도 했었지만 1985년 그날의 준규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신이 주신 자업자득이 아니었을까 싶다. 뭘 해도 망할 사람이었던 것 같다. 약자에게 쌍욕을 서슴없이 내뱉고, 자신이 실패한 일을 부인의 탓으로 돌린다. 단순하게 부자 아내가 아닌 평범한 아내를 선택했다는 이유 차원이 아니라 그냥 인생에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전부 남의 탓으로 돌리는 것처럼 말이다. 준규의 자기연민은 갈수록 캐릭터에 대한 애정을 식게 만들었고, 결말 부분에서 나름 통쾌했다. 개인적으로 준규의 정떨어지는 행동을 볼 때마다 죽어도 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공포 스트리머의 이야기와 편권도라는 무술을 개발한 노인의 이야기, 아빠를 잡아먹은 괴물을 찾기 위해 나서는 이야기, 미스터리한 비밀을 가지고 있는 한 여자와 그녀를 지켜보는 남자의 이야기 등 지하철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다양한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는 것에 놀라울 따름이었다. 소설을 덮으면서 지하철에는 사랑도 있고, 괴물도 있고, 애국심도 있고, 그냥 인생만사가 다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휴먼의 근사치 오늘의 젊은 문학 6
김나현 지음 / 다산책방 / 2022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간은 인간의 가치를 스스로 만들어간다. / p.243

인공지능은 SF 소설의 단골 소재이다. 거기에 과연 인공지능이 사람처럼 감정을 가지고 있을지에 대한 의문을 보여준다. 단순하게 인공지능과 인간이 친구가 되는 것부터 인간에게 동정을 느끼면서 자괴감에 빠지는 순간들까지 말이다. 소설을 읽으면서 늘 반신반의하지만 막상 아예 비현실적인 것 같지는 않다. 언젠가 내가 인공지능과 친구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SF 장르의 소설을 많이 봐서 그런 것인가 싶다.

이 책은 김나현 작가님의 장편 소설이다. 제목이 가장 끌렸던 소설이었다. SF 장르의 소설이라는 사실은 확인이 가능했지만 휴먼의 근사치라는 게 어떤 부분일까. 인공지능이 인간의 근사치를 따라와야 될 부분들은 많다. 서두에 언급했던 것처럼 감정, 전에 이야기를 했었던 도덕이나 윤리적인 차원, 인간이기에 할 수 있는 경험들이 그렇다. 구체적으로 어떤 근사치를 원하는지 알고 싶어서 읽게 된 책이다.

70일간의 기록적인 호우로 부모님을 잃은 한이소라는 여자 아이가 있다. 비로 건물이 잠기는 중에 고립된 이소네 가족은 여러 사람들과 함께 구조를 기다린다. 구명 보트가 와서 배를 고쳐야 한다고 말한다. 이소의 부모님께서 도와주기를 원하지만 부모님께서는 이소를 데리고 가는 조건으로 가겠다고 했다. 구명 보트의 구조원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이를 거절했고, 고민하다가 이소에게 열흘 뒤에 돌아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구명 보트에 몸을 싣는다. 그리고 더이상 돌아오지 않았다. 그렇게 한이소는 보호소로 옮겨지게 되고, 거기에서 지옥의 날을 보낸다.

보호소에서 동급생들로부터 폭행을 당했지만 그를 돕는 이연이라는 상담 선생님이 그나마 큰 위안이다. 시간이 흘러 보호소를 퇴소한 이후 영상을 복원하는 태거 하우스에서 태거로 근무하게 된다. 그곳에서도 그렇게 좋은 생활을 하게 되었던 것은 아니지만 친구인 루다와 상사인 구현우 실장으로 직장생활을 해나간다. 이소는 능력을 인정받았지만 이드라는 로봇이 이소의 태깅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권고사직을 당했고, 막막함에 빠진다. 그 와중에 이드와 관련된 사건을 겪게 되면서 새로운 사실이 밝혀진다.

보통 인공지능이라고 하면 인간의 편리함을 위해 만들어지지만 그에 대한 부작용으로 적대시되는 이야기를 많이 봐왔는데 인간을 위한 인공지능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인공지능과 친구가 되는 이야기를 통해 인간을 돕는 이야기도 많다. 그러나 애초에 인공지능이 움직이는 목적이 선한 이유를 가지고 있었던 경우는 그렇게 많지 않았던 것 같다. SF 장르의 소설을 더욱 읽다 보면 선한 인공지능을 많이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 소설 역시도 이드가 만들어지는 이유는 인간의 욕심과 권력 때문이기는 하다. 그러나 여기에 등장하는 이드는 인간보다 더 인간적으로 행동한다. 비록, 피가 흐르지 않기에 누구보다 몸은 차가울 수 있겠지만 말이다. 한이소의 부모님께서 만든 이드가 그랬다. 누군가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지기도 했고, 인간이라고 불리는 로봇 앞에서 차마 죽이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지극히 이성적인 인공지능이나 로봇이었다면 감정 하나 없이 죽였을 것이다. 그에 비해 인간은 자신들의 죄를 덮기에 급급했으며, 방해하는 자를 찾아가 응징하기도 한다. 

이러한 면에서 보았을 때 인공지능이라고 불리는 인간이 아닌 물체들과 인간의 근사치는 가깝다고 할 수 있을까. 인간과 비슷하게 코드값을 입력한다면 적어도 인간과 비슷하거나 적어도 그 이상이지 않을까. 소설에 등장한 휴먼의 근사치는 선함이었던 것 같다. 주인공 이드의 코드값은 "자신의 선한 가치를 증명하면서 살아간다."였다. 또한, 주인공을 지키는 이드 또한 그를 지키는 게 코드값이었다. 이드가 더 인간과 가깝다는 것은 참 씁쓸한 아이러니이다.

그동안 인간과 인공지능의 관계에 대해 깊이 생각했지만 유독 이 소설은 유독 깊게 와닿았던 책이다. 인간 역시도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면서 살아가지만 선한 가치를 증명하면서 살아가는 이드를 보면서 나의 가치에 대해, 나의 선함에 대해 조금은 깊게 반성하는 시간이 되었다. 모처럼 인공지능이 인간을 위협한다는 불안보다는 인간과 더불어 살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주었던 따뜻한 소설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홀리데이 아르테 미스터리 15
T. M. 로건 지음, 천화영 옮김 / arte(아르테) / 2022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내가 아는 다른 사람을 위해. / p.34

누구보다 뜨거운 여름을 보내고 있는데 코로나의 영향으로 올해도 휴가는 개점 휴업 중인 상태이다. 많이 풀렸다고 하지만 그래도 아직까지는 불안한 것이 사실이다. 시간이 될 때마다 바깥 바람을 느끼고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내년에는 부디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해외에서 홀리데이를 즐기고 싶다. 그것도 힘들다고 하면 국내 여행이라도 가볍게 꼭 다녀오고 싶은 소망이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떠난 휴가지에서 알 수 없는 살인 사건이 발생한다거나 불안한 일이 발생한다면 어떻게 될까. 나라면 아마 기분부터 상할 것 같다. 휴가 여행이라고 하면 힐링을 하러 가는 것인데 기분을 망친다면 가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야말로 망한 여행이자 생각하기도 싫은 끔찍한 추억이 될 듯하다. 아마 그때부터 사랑하는 사람은 보기도 싫은, 또는 손절한 사람이 되지 않을까.

이 책은 T.M.로건의 스릴러 장편 소설이다. 소설의 줄거리를 대략 훑어보면서 가장 먼저 떠오른 영화가 하나 있었다. "완벽한 타인"이었다. 휴가지도 아니고, 살인 사건이 일어나지도 않았고, 공통점보다는 차이점을 찾는 게 더 많을 듯한데 이 영화가 떠오른 이유는 누구나 비밀이 있다는 점이었다. 숨기려는 사람과 밝히는 사람 간의 스토리와 쫄깃한 긴장감이 느껴져서 기대가 되었다.

그동안 매년 여행을 갔던 네 명의 친구는 육아와 일들로 미루다 5년만에 프랑스 별장으로 일주일간 여행을 떠난다. 가장 처음 이야기가 시작되는 인물은 케이트이다. 케이트에게는 숀이라는 이름의 남편과 딸 루시, 아들 데니얼이 있다. 누가 봐도 부럽다고 느끼는 케이트 가족에게는 남모를 비밀들을 가진다. 무슨 일이 있는 듯하지만 쉽사리 이야기를 꺼내지 않는 딸 루시와 모범생이지만 누나를 비롯한 다른 형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데니얼이 각자의 고민을 가지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비밀은 숀의 외도를 의심하는 케이트의 의심이다. 

우연하게 숀의 휴대 전화를 보게 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케이트는 숀의 휴대 전화에서 아직 K(케이트)는 모르니 프랑스에서 결판을 내자는 뉘앙스의 문자를 발견한다. 그렇다고 하면 친구 세 명인 로언, 제니퍼, 이지 중 하나라는 뜻이다. 친구들은 숀과 사귀었거나 동향 출신이기에 케이트는 친구들을 예의 주시한다. 로언이 외도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하는 남편의 말, 숀과 스킨십을 하는 것 같은 제니퍼, 케이트의 덫에 걸렸던 이지까지 하나같이 숀의 외도 상대처럼 행동한다. 그 안에서 케이트는 미칠 지경이다. 그 외에도 각 가족마다 털어놓을 수 없는 문제들이 있다. 

읽는 내내 너무 답답했었다. 그야말로 콩가루 가족들이었다. 자녀가 있는 집이라면 흔하게 겪을 수 있는 문제부터 소설이기에 너무나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던 문제까지 답이 정해져 있지 않는 각자의 이야기로 머리가 어지러울 지경이었다. 그냥 휴가를 취소하고 각자 집으로 가는 것이 가장 나은 해법이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두세 사람만 모여도 세 명의 문제를 가지고 있을 텐데 친구 네 명의 각자 문제와 가족 내에서 자녀들이 가지고 있는 문제까지 거의 가시적으로 보이는 것만 해도 열 손가락 다 채울 정도였던 것 같다.

처음에는 등장하는 인물들의 마음이 이해가 되었다. 남편의 외도 사실을 알게 된다면 이성보다는 감정적으로 반응할 수밖에 없을 것이고, 폭력적인 성향을 보이는 아들을 보면 뭔가 막막하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또한, 휴가지에서도 일 때문에 휴대 전화를 들고 제대로 즐길 수 없다면 그것 또한 큰 문제다. 거기에 학교에서 안 좋은 일을 겪고 충격을 먹었다면 쉽게 부모님께 털어놓지도 못하는 게 당연하다. 각 구성원들의 마음 자체는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을 정도로 혼란스러웠다.

읽다 보니 왜 그렇게 대처를 못할까 하는 생각으로 변화되었다. 남편의 외도를 의심한다면 대놓고 가서 물어보는 것이 나을 텐데 계속 의심만 하면서 친구들 주위를 맴돌고 있는 케이트, 외도 의심을 받고 있으면서도 확실하게 말해 주지 않는 숀과 다른 친구들, 자극적인 행동을 저지르는 아이들을 보면서도 감싸기 급급한 제니퍼, 직업 정신을 살려서 말도 안 되는 염탐과 훈계를 하고 있는 제니퍼의 남편까지 미숙하기 짝이 없다. 한 사람이라도 정확한 판단을 가지고 있었더라면 이렇게까지 사건을 발전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마음은 고구마를 먹은 듯했지만 구성은 사이다 먹은 것과 같은 조금은 특별함이 있었다. 살인 사건이라고 해서 용의자를 밝히는 것을 중심으로 전개가 될 것으로 예상되었다. 그런데 이 소설은 살인 사건보다는 각자의 내면에 집중이 되어 있다. 개인적으로 이 부분이 너무 좋았으며, 인상 깊기도 했었다. 살인 사건은 끝에 등장해서 끝난다. 용의자를 의심하지도 않으면서 많은 양을 차지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살인 사건은 그야말로 피날레였다. 각자 가지고 있는 비밀들이 모여 큰 사건을 만들어내어 죽음에 이르렀다는 것이 그렇다. 개인적으로 느낀 것이지만 심리에 집중이 되었던 것은 하나의 빌드업이지 않았을까. 그만큼 심리 스릴러에 어울리는 심리 묘사가 참 대단했다. 600 페이지가 넘는 소설을 하루가 안 되는 시간에 읽을 수 있을 정도로 몰입도 역시도 너무 좋았다.

다 읽고 나니 왜 영화가 떠올랐는지 알 것 같다. 그러면서 누구나 비밀은 없다는 사실이 무엇보다 크게 와닿았다. 네 가족의 비밀들을 엿보는 것 같아 조금은 죄책감이 들기는 하지만 잘 읽은 심리 스릴러 소설 한 권이 무더위를 날려 주었던, 휴가를 보낸 듯한 느낌을 주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고양이 여관 미아키스
후루우치 가즈에 지음, 전경아 옮김 / 하빌리스 / 2022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편하게 쉴 수 있는 여관이라는 공간에서 벌어지는 으스스한 이야기가 참 기대가 됩니다. 더운 여름을 고양이 여관 미아키스와 함께 날려버리고 싶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일의 섹스는 다시 좋아질 것이다 - 여성의 욕망에는 ‘동의’ 이상의 것이 필요하다
캐서린 앤젤 지음, 조고은 옮김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2년 8월
평점 :
품절


모든 발언이 평등하지는 않은 것이다. / p.21

이 책은 캐서린 엔젤의 성관계에 대한 페미니즘 도서이다. 사실 성관계에 대한 이야기는 조금 조심스럽다. 꼭 독서 리뷰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지인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에도 마찬가지다. 아무래도 개인적인 이야기이기도 하고, 조금 부끄러운 면도 있다. 그러나 요즈음 페미니즘 관련 도서를 읽게 되면서 조금은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읽게 된 책이다.

크게 동의, 욕망, 흥분, 취약성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첫 주제였던 동의의 서두가 참 강렬했다. 포르노 배우인 제임스 딘이라는 사람이 팬과 함께 나누었던 영화 촬영 이벤트로부터 시작이 되는데 이벤트가 나에게는 너무 충격적이었다. 이름을 모른 상태에서 여자 엑스라는 이름의 팬과 함께 성관계를 맺는 영화를 찍는 것이다. 아마도 서양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었을 수도 있겠지만 2010년대라는 비교적 최근의 일이어서 더욱 놀랐다.

그로부터 시작된 성관계 시 동의에 대한 내용을 다룬다. 흔히 성관계 시 여성의 No는 그저 튕긴다는 인식이 있다. 또한, 나머지의 답들은 전부 Yes라는 의미로 이해한다. 사실 성교육에서는 확실하게 No를 한다면 그것은 관계를 맺지 않겠다는 표현이라고 가르치기는 하지만 현실에서 상대방은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을 때가 많다. 그런데 이 챕터에서는 단순한 동의가 아닌 더 많은 의미를 말한다. 여성이 하고 싶지도, 그렇다고 하기 싫지도 않은 그런 상태를 말이다. 누군가는 성관계는 계약이 아니기에 일일이 동의를 받는 것은 무리라는 말을 하기도 한다.

욕망은 여성의 성적 욕망을 알아가기 위한 노력과 함께 여성으로부터 관계를 거부당한 사람들의 복수 의식, 성적 문제를 다루고 있다. 특히, 여성의 쾌락이 아닌 상대에게 맞춰주기 위한 욕망에 대한 내용이 인상 깊었다. 조사 결과에서 남자는 절반보다 높게 성생활에 만족하지만 여자는 그에 비해 많이 부족하다. 심지어 오르가즘에 오르는 비율은 턱없이 낮다. 또한, 여성은 무조건 남성의 성적 욕망을 충족해 주어야 하는 존재로서 거절당한다면 그러한 대가를 치뤄야 한다는 마인드는 그저 어이가 없었다. 남녀노소 다양한 의미로 성관계를 맺겠지만 왜 여성은 상대에게 맞춘 관계를 하는지 말이다.

흥분에 대한 내용 중에서는 강간을 당하는 도중에 여성의 몸에서 생리적인 반응이 보일 시 좋아하거나 즐겼다는 것으로 가정하는 내용이 참 답답하게 느껴졌다. 강간을 저지른 가해자는 이러한 증거를 토대로 여성도 원했다고 법원에 제출하기도 한다. 읽는 내내 분노가 차오르기도 했었는데 저자는 성적인 쾌감과 상관없이 신체적 반응이 나온다고 이야기한다. 이러한 말에 누구보다 큰 공감이 되었다. 

취약성에 이르러 섹슈얼리티는 사람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취약한 상태로 노출시킨다. 섹스라는 것 자체에 권력이 없다고 해서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관계를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서로의 차이점을 이해하고 맞춰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한다. 

책을 덮으면서 참 다양한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 비해 성이 개방적이라고 생각한다. 미디어를 통해 관계에 대해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가 나오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게 성관계에 대한 인식이 변화했다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성관계에서의 권력과 잘못된 편견으로 살아가고 있기도 하다. 또한, 성관계라고 해서 이성애적인 것에만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 부분도 조금씩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그동안 개인적으로 터부시라고 느껴졌던 성관계에 대한, 여성의 쾌락에 대한 이야기를 책으로 만날 수 있어서 새로우면서도 묘한 기분이 들었다. 사실 전부를 이해하기에는 여성학 측면에 대한 지식이 부족해서 어려움이 있었지만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조금씩 공부하면서 넓히다 보면 열린 자세로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