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먼의 근사치 오늘의 젊은 문학 6
김나현 지음 / 다산책방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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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인간의 가치를 스스로 만들어간다. / p.243

인공지능은 SF 소설의 단골 소재이다. 거기에 과연 인공지능이 사람처럼 감정을 가지고 있을지에 대한 의문을 보여준다. 단순하게 인공지능과 인간이 친구가 되는 것부터 인간에게 동정을 느끼면서 자괴감에 빠지는 순간들까지 말이다. 소설을 읽으면서 늘 반신반의하지만 막상 아예 비현실적인 것 같지는 않다. 언젠가 내가 인공지능과 친구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SF 장르의 소설을 많이 봐서 그런 것인가 싶다.

이 책은 김나현 작가님의 장편 소설이다. 제목이 가장 끌렸던 소설이었다. SF 장르의 소설이라는 사실은 확인이 가능했지만 휴먼의 근사치라는 게 어떤 부분일까. 인공지능이 인간의 근사치를 따라와야 될 부분들은 많다. 서두에 언급했던 것처럼 감정, 전에 이야기를 했었던 도덕이나 윤리적인 차원, 인간이기에 할 수 있는 경험들이 그렇다. 구체적으로 어떤 근사치를 원하는지 알고 싶어서 읽게 된 책이다.

70일간의 기록적인 호우로 부모님을 잃은 한이소라는 여자 아이가 있다. 비로 건물이 잠기는 중에 고립된 이소네 가족은 여러 사람들과 함께 구조를 기다린다. 구명 보트가 와서 배를 고쳐야 한다고 말한다. 이소의 부모님께서 도와주기를 원하지만 부모님께서는 이소를 데리고 가는 조건으로 가겠다고 했다. 구명 보트의 구조원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이를 거절했고, 고민하다가 이소에게 열흘 뒤에 돌아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구명 보트에 몸을 싣는다. 그리고 더이상 돌아오지 않았다. 그렇게 한이소는 보호소로 옮겨지게 되고, 거기에서 지옥의 날을 보낸다.

보호소에서 동급생들로부터 폭행을 당했지만 그를 돕는 이연이라는 상담 선생님이 그나마 큰 위안이다. 시간이 흘러 보호소를 퇴소한 이후 영상을 복원하는 태거 하우스에서 태거로 근무하게 된다. 그곳에서도 그렇게 좋은 생활을 하게 되었던 것은 아니지만 친구인 루다와 상사인 구현우 실장으로 직장생활을 해나간다. 이소는 능력을 인정받았지만 이드라는 로봇이 이소의 태깅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권고사직을 당했고, 막막함에 빠진다. 그 와중에 이드와 관련된 사건을 겪게 되면서 새로운 사실이 밝혀진다.

보통 인공지능이라고 하면 인간의 편리함을 위해 만들어지지만 그에 대한 부작용으로 적대시되는 이야기를 많이 봐왔는데 인간을 위한 인공지능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인공지능과 친구가 되는 이야기를 통해 인간을 돕는 이야기도 많다. 그러나 애초에 인공지능이 움직이는 목적이 선한 이유를 가지고 있었던 경우는 그렇게 많지 않았던 것 같다. SF 장르의 소설을 더욱 읽다 보면 선한 인공지능을 많이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 소설 역시도 이드가 만들어지는 이유는 인간의 욕심과 권력 때문이기는 하다. 그러나 여기에 등장하는 이드는 인간보다 더 인간적으로 행동한다. 비록, 피가 흐르지 않기에 누구보다 몸은 차가울 수 있겠지만 말이다. 한이소의 부모님께서 만든 이드가 그랬다. 누군가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지기도 했고, 인간이라고 불리는 로봇 앞에서 차마 죽이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지극히 이성적인 인공지능이나 로봇이었다면 감정 하나 없이 죽였을 것이다. 그에 비해 인간은 자신들의 죄를 덮기에 급급했으며, 방해하는 자를 찾아가 응징하기도 한다. 

이러한 면에서 보았을 때 인공지능이라고 불리는 인간이 아닌 물체들과 인간의 근사치는 가깝다고 할 수 있을까. 인간과 비슷하게 코드값을 입력한다면 적어도 인간과 비슷하거나 적어도 그 이상이지 않을까. 소설에 등장한 휴먼의 근사치는 선함이었던 것 같다. 주인공 이드의 코드값은 "자신의 선한 가치를 증명하면서 살아간다."였다. 또한, 주인공을 지키는 이드 또한 그를 지키는 게 코드값이었다. 이드가 더 인간과 가깝다는 것은 참 씁쓸한 아이러니이다.

그동안 인간과 인공지능의 관계에 대해 깊이 생각했지만 유독 이 소설은 유독 깊게 와닿았던 책이다. 인간 역시도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면서 살아가지만 선한 가치를 증명하면서 살아가는 이드를 보면서 나의 가치에 대해, 나의 선함에 대해 조금은 깊게 반성하는 시간이 되었다. 모처럼 인공지능이 인간을 위협한다는 불안보다는 인간과 더불어 살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주었던 따뜻한 소설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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