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리데이 아르테 미스터리 15
T. M. 로건 지음, 천화영 옮김 / arte(아르테)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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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는 다른 사람을 위해. / p.34

누구보다 뜨거운 여름을 보내고 있는데 코로나의 영향으로 올해도 휴가는 개점 휴업 중인 상태이다. 많이 풀렸다고 하지만 그래도 아직까지는 불안한 것이 사실이다. 시간이 될 때마다 바깥 바람을 느끼고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내년에는 부디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해외에서 홀리데이를 즐기고 싶다. 그것도 힘들다고 하면 국내 여행이라도 가볍게 꼭 다녀오고 싶은 소망이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떠난 휴가지에서 알 수 없는 살인 사건이 발생한다거나 불안한 일이 발생한다면 어떻게 될까. 나라면 아마 기분부터 상할 것 같다. 휴가 여행이라고 하면 힐링을 하러 가는 것인데 기분을 망친다면 가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야말로 망한 여행이자 생각하기도 싫은 끔찍한 추억이 될 듯하다. 아마 그때부터 사랑하는 사람은 보기도 싫은, 또는 손절한 사람이 되지 않을까.

이 책은 T.M.로건의 스릴러 장편 소설이다. 소설의 줄거리를 대략 훑어보면서 가장 먼저 떠오른 영화가 하나 있었다. "완벽한 타인"이었다. 휴가지도 아니고, 살인 사건이 일어나지도 않았고, 공통점보다는 차이점을 찾는 게 더 많을 듯한데 이 영화가 떠오른 이유는 누구나 비밀이 있다는 점이었다. 숨기려는 사람과 밝히는 사람 간의 스토리와 쫄깃한 긴장감이 느껴져서 기대가 되었다.

그동안 매년 여행을 갔던 네 명의 친구는 육아와 일들로 미루다 5년만에 프랑스 별장으로 일주일간 여행을 떠난다. 가장 처음 이야기가 시작되는 인물은 케이트이다. 케이트에게는 숀이라는 이름의 남편과 딸 루시, 아들 데니얼이 있다. 누가 봐도 부럽다고 느끼는 케이트 가족에게는 남모를 비밀들을 가진다. 무슨 일이 있는 듯하지만 쉽사리 이야기를 꺼내지 않는 딸 루시와 모범생이지만 누나를 비롯한 다른 형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데니얼이 각자의 고민을 가지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비밀은 숀의 외도를 의심하는 케이트의 의심이다. 

우연하게 숀의 휴대 전화를 보게 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케이트는 숀의 휴대 전화에서 아직 K(케이트)는 모르니 프랑스에서 결판을 내자는 뉘앙스의 문자를 발견한다. 그렇다고 하면 친구 세 명인 로언, 제니퍼, 이지 중 하나라는 뜻이다. 친구들은 숀과 사귀었거나 동향 출신이기에 케이트는 친구들을 예의 주시한다. 로언이 외도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하는 남편의 말, 숀과 스킨십을 하는 것 같은 제니퍼, 케이트의 덫에 걸렸던 이지까지 하나같이 숀의 외도 상대처럼 행동한다. 그 안에서 케이트는 미칠 지경이다. 그 외에도 각 가족마다 털어놓을 수 없는 문제들이 있다. 

읽는 내내 너무 답답했었다. 그야말로 콩가루 가족들이었다. 자녀가 있는 집이라면 흔하게 겪을 수 있는 문제부터 소설이기에 너무나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던 문제까지 답이 정해져 있지 않는 각자의 이야기로 머리가 어지러울 지경이었다. 그냥 휴가를 취소하고 각자 집으로 가는 것이 가장 나은 해법이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두세 사람만 모여도 세 명의 문제를 가지고 있을 텐데 친구 네 명의 각자 문제와 가족 내에서 자녀들이 가지고 있는 문제까지 거의 가시적으로 보이는 것만 해도 열 손가락 다 채울 정도였던 것 같다.

처음에는 등장하는 인물들의 마음이 이해가 되었다. 남편의 외도 사실을 알게 된다면 이성보다는 감정적으로 반응할 수밖에 없을 것이고, 폭력적인 성향을 보이는 아들을 보면 뭔가 막막하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또한, 휴가지에서도 일 때문에 휴대 전화를 들고 제대로 즐길 수 없다면 그것 또한 큰 문제다. 거기에 학교에서 안 좋은 일을 겪고 충격을 먹었다면 쉽게 부모님께 털어놓지도 못하는 게 당연하다. 각 구성원들의 마음 자체는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을 정도로 혼란스러웠다.

읽다 보니 왜 그렇게 대처를 못할까 하는 생각으로 변화되었다. 남편의 외도를 의심한다면 대놓고 가서 물어보는 것이 나을 텐데 계속 의심만 하면서 친구들 주위를 맴돌고 있는 케이트, 외도 의심을 받고 있으면서도 확실하게 말해 주지 않는 숀과 다른 친구들, 자극적인 행동을 저지르는 아이들을 보면서도 감싸기 급급한 제니퍼, 직업 정신을 살려서 말도 안 되는 염탐과 훈계를 하고 있는 제니퍼의 남편까지 미숙하기 짝이 없다. 한 사람이라도 정확한 판단을 가지고 있었더라면 이렇게까지 사건을 발전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마음은 고구마를 먹은 듯했지만 구성은 사이다 먹은 것과 같은 조금은 특별함이 있었다. 살인 사건이라고 해서 용의자를 밝히는 것을 중심으로 전개가 될 것으로 예상되었다. 그런데 이 소설은 살인 사건보다는 각자의 내면에 집중이 되어 있다. 개인적으로 이 부분이 너무 좋았으며, 인상 깊기도 했었다. 살인 사건은 끝에 등장해서 끝난다. 용의자를 의심하지도 않으면서 많은 양을 차지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살인 사건은 그야말로 피날레였다. 각자 가지고 있는 비밀들이 모여 큰 사건을 만들어내어 죽음에 이르렀다는 것이 그렇다. 개인적으로 느낀 것이지만 심리에 집중이 되었던 것은 하나의 빌드업이지 않았을까. 그만큼 심리 스릴러에 어울리는 심리 묘사가 참 대단했다. 600 페이지가 넘는 소설을 하루가 안 되는 시간에 읽을 수 있을 정도로 몰입도 역시도 너무 좋았다.

다 읽고 나니 왜 영화가 떠올랐는지 알 것 같다. 그러면서 누구나 비밀은 없다는 사실이 무엇보다 크게 와닿았다. 네 가족의 비밀들을 엿보는 것 같아 조금은 죄책감이 들기는 하지만 잘 읽은 심리 스릴러 소설 한 권이 무더위를 날려 주었던, 휴가를 보낸 듯한 느낌을 주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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