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섹스는 다시 좋아질 것이다 - 여성의 욕망에는 ‘동의’ 이상의 것이 필요하다
캐서린 앤젤 지음, 조고은 옮김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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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발언이 평등하지는 않은 것이다. / p.21

이 책은 캐서린 엔젤의 성관계에 대한 페미니즘 도서이다. 사실 성관계에 대한 이야기는 조금 조심스럽다. 꼭 독서 리뷰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지인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에도 마찬가지다. 아무래도 개인적인 이야기이기도 하고, 조금 부끄러운 면도 있다. 그러나 요즈음 페미니즘 관련 도서를 읽게 되면서 조금은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읽게 된 책이다.

크게 동의, 욕망, 흥분, 취약성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첫 주제였던 동의의 서두가 참 강렬했다. 포르노 배우인 제임스 딘이라는 사람이 팬과 함께 나누었던 영화 촬영 이벤트로부터 시작이 되는데 이벤트가 나에게는 너무 충격적이었다. 이름을 모른 상태에서 여자 엑스라는 이름의 팬과 함께 성관계를 맺는 영화를 찍는 것이다. 아마도 서양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었을 수도 있겠지만 2010년대라는 비교적 최근의 일이어서 더욱 놀랐다.

그로부터 시작된 성관계 시 동의에 대한 내용을 다룬다. 흔히 성관계 시 여성의 No는 그저 튕긴다는 인식이 있다. 또한, 나머지의 답들은 전부 Yes라는 의미로 이해한다. 사실 성교육에서는 확실하게 No를 한다면 그것은 관계를 맺지 않겠다는 표현이라고 가르치기는 하지만 현실에서 상대방은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을 때가 많다. 그런데 이 챕터에서는 단순한 동의가 아닌 더 많은 의미를 말한다. 여성이 하고 싶지도, 그렇다고 하기 싫지도 않은 그런 상태를 말이다. 누군가는 성관계는 계약이 아니기에 일일이 동의를 받는 것은 무리라는 말을 하기도 한다.

욕망은 여성의 성적 욕망을 알아가기 위한 노력과 함께 여성으로부터 관계를 거부당한 사람들의 복수 의식, 성적 문제를 다루고 있다. 특히, 여성의 쾌락이 아닌 상대에게 맞춰주기 위한 욕망에 대한 내용이 인상 깊었다. 조사 결과에서 남자는 절반보다 높게 성생활에 만족하지만 여자는 그에 비해 많이 부족하다. 심지어 오르가즘에 오르는 비율은 턱없이 낮다. 또한, 여성은 무조건 남성의 성적 욕망을 충족해 주어야 하는 존재로서 거절당한다면 그러한 대가를 치뤄야 한다는 마인드는 그저 어이가 없었다. 남녀노소 다양한 의미로 성관계를 맺겠지만 왜 여성은 상대에게 맞춘 관계를 하는지 말이다.

흥분에 대한 내용 중에서는 강간을 당하는 도중에 여성의 몸에서 생리적인 반응이 보일 시 좋아하거나 즐겼다는 것으로 가정하는 내용이 참 답답하게 느껴졌다. 강간을 저지른 가해자는 이러한 증거를 토대로 여성도 원했다고 법원에 제출하기도 한다. 읽는 내내 분노가 차오르기도 했었는데 저자는 성적인 쾌감과 상관없이 신체적 반응이 나온다고 이야기한다. 이러한 말에 누구보다 큰 공감이 되었다. 

취약성에 이르러 섹슈얼리티는 사람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취약한 상태로 노출시킨다. 섹스라는 것 자체에 권력이 없다고 해서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관계를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서로의 차이점을 이해하고 맞춰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한다. 

책을 덮으면서 참 다양한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 비해 성이 개방적이라고 생각한다. 미디어를 통해 관계에 대해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가 나오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게 성관계에 대한 인식이 변화했다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성관계에서의 권력과 잘못된 편견으로 살아가고 있기도 하다. 또한, 성관계라고 해서 이성애적인 것에만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 부분도 조금씩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그동안 개인적으로 터부시라고 느껴졌던 성관계에 대한, 여성의 쾌락에 대한 이야기를 책으로 만날 수 있어서 새로우면서도 묘한 기분이 들었다. 사실 전부를 이해하기에는 여성학 측면에 대한 지식이 부족해서 어려움이 있었지만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조금씩 공부하면서 넓히다 보면 열린 자세로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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