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센류 걸작선 실버 센류 모음집 3
공익사단법인 전국유료실버타운협회, 포푸라샤 편집부 지음, 이지수 옮김 / 포레스트북스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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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코 골 때보다 조용할 때가 더 신경 쓰인다. / p.26

항상 젊은 사람인 줄로만 알았던 어머니께서 부쩍 연세가 드셨다는 생각이 드는 요즈음이다. 물론, 다른 친구들의 부모님에 비해 연세가 훨씬 젊은 편이기는 하지만 내가 알던 어머니의 모습과는 조금 다르다. 아이돌이나 2030 세대가 듣던 음악보다는 트로트 음악을 자주 들으실 때, 좋아하는 가수가 트로트 가수일 때가 그렇다. 내가 나이 드는 만큼 어머니의 연세도 그만큼 먹는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깨닫게 된다.

이 책은 일본의 공익사단법인 전국 유료실버타운협회와 포푸라샤 편집부가 엮은 센류 모음집이다. 예전에 <사랑인 줄 알았는데 부정맥>이라는 책이 큰 인기를 끌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초반에는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는데 민음사 유튜브에 언급이 되어 재미 삼아 읽었다. 그때 이후로 후속편이었던 <그때 뽑은 흰머리 지금 아쉬워>까지 읽었는데 이번에 그 모음집이 출판되었다고 해서 바로 선택했다.

2001 년부터 시작된 센류 공모전에 응모했던 21,000 수 중 100 수만 엄선해서 실었다. 여기에서 센류라는 것은 5-7-5의 총 17 개의 음으로 연결된 시를 뜻한다. 일본의 정형시 형태 중 하나이다. 유료 실버타운 이용자들의 보호와 발전을 위해 설립된 유료실버타운협회가 개최한 공모전의 입상작들이었고, 그 중 포푸라샤 편집부가 엄선해 센류 작품들을 실었다. 이는 센류 시리즈의 결정판이라고 한다.

술술 읽히는 책이었다. 언급했던 전작들 역시도 한 시간 내외에 다 읽을 수 있었는데 이번 책 역시도 그랬다. 센류의 특성상 한 페이지에 열일곱 글자가 벗어나지 않고, 일본어를 포함해도 널널한 수준이었다. 가볍게 읽을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었는데 거기에 재미는 덤이었다. 일본과 한국의 문화 차이는 어느 정도 실감할 수 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해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일본어 원문이 실린 것은 더욱 만족스러운 요소이다.

개인적으로 웃음 할아버지라는 닉네임으로 응모하셨고, 제 19 회 입선을 수상하신 한 분의 센류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센류는 '보이스 피싱범 / 상대하고 싶을 만큼 / 무료하구나'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읽으면서 휴대 전화가 울리지 않는 한 노인의 모습이 떠올랐는데 그래서 더욱 인상 깊게 남은 듯했다. 남들에게는 무섭거나 귀찮을 보이스 피싱범조차 상대하고 싶을 정도라면 얼마나 적적하다는 뜻일까. 마음이 아팠다.

문구들은 웃기지만 왜 나의 마음은 서글프기 짝이 없을까. 나이가 들어가면서 자연스럽게 보여지는 노화 현상이 그대로 드러나서 마음이 좋지 않았다. 이게 곧 나의 어머니의 모습일 것이고, 더 나아가면 20~30 년 뒤의 내 모습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전작을 읽을 때 역시도 비슷한 감정이었지만 결정판으로 다룬 이 책은 더욱 그 지점이 강하게 와닿은 듯하다. 마냥 재미있다고 넘기기에는 너무나 현실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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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임시 보관 중
가키야 미우 지음, 김윤경 옮김 / 문예춘추사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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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뭐야, 이제 와서 새삼스럽게 왜 그래? / p.10

한국과 일본 여성 작가님들의 작품을 두루두루 읽으면서 느낀 차이점 중 하나는 여성 화자의 나이대다. 한국 작품들은 대부분 이십 대나 삼십 대 정도의 청년층이 많다. 퀴어 소재가 등장하고, 일상에서 벌어질 법한 성차별적 요소를 전면으로 내세우는 듯하다. 반면, 일본 작품들은 적어도 사십 대 이상의 주부들이 많다. 가정 내에서 살아온 여성들의 불합리함이 곧 이야기가 된다.

이 책은 가키야 미우라는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하라다 히카 작가님과 더불어 사십 대 이상 주부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작가님 중 한 분이다. 예전에 <시어머니 유품정리>와 <파묘 대소동>이라는 작품을 읽었는데 모두 주부들이 시댁과 거리를 두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이번 신작 역시도 비슷하게 노년의 여성이 등장하는데 전작처럼 흥미로운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어서 선택하게 되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마사미라는 인물이다. 야구선수 오타니의 만다라 차트를 보고 자신의 상황이 답답하게 느껴진다. 남편은 세계적인 스타 오타니와 일개 육십 대 주부랑 비교하지 말라고 했다. 이 말에 상처를 받은 마사미는 갑자기 중학교 시절로 돌아간다. 좋아하던 남자와 결혼하고, 인생을 바꾸기 위해 4 년제 대학교 건축학과를 간다. 과연 타임슬립을 하게 된 마사미는 미래를 바꿀 수 있을까.

술술 읽혀졌던 작품이었다. 약간 무거운 주제일 수도 있는데 유쾌하고도 재미있게 잘 풀어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과 한국의 문화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전반적으로 같은 여성으로서 너무 공감이 되었다. 어느 순간부터 마사미에게 몰입되었다. 400 페이지가 넘는 작품이었음에도 두 시간 안에 완독이 가능할 정도로 푹 빠져서 읽었다. 아마 여성 독자들이라면 어머니 세대를 생각하면서 읽기 좋지 않을까 싶다는 생각이 든다.

개인적으로 여성을 바라보는 시각들이 인상 깊었다. 한국도 이에 대한 차별적인 시각이 많지만 일본은 조금 더 보수적인 느낌이 들었다. 특히, 마사미가 돌아갔던 중학교 시절은 1970 년대인데 여성은 전문대학을 졸업하고, 취업하더라도 커피를 타는 등 가벼운 업무만 한다는 게 충격적이었다.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무차별적인 성차별을 겪는다는 게 답답했다. 읽는 내내 숨이 턱 막히기까지 했다.

남성도 부엌의 문턱을 넘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결국 여성인 마사미가 남성과의 결혼으로 운명을 바꾸려고 하는 내용이나 은연 중에 남성의 성차별적인 태도에 수긍하는 부분에서 한계가 느껴져서 아쉬웠다. 이게 문화적인 차이인지, 세대 차이인지 잘 모르겠다. 그럼에도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했던 성적 차별을 다시금 되새길 수 있었다. 부족하지만 어느 정도 막힌 속을 조금이나마 뚫어 주었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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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과 기쁨
멕 메이슨 지음, 이은선 옮김 / 문학동네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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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이 정당화될 수 없다. 그러나 혼자 나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답답한데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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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과 기쁨
멕 메이슨 지음, 이은선 옮김 / 문학동네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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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그리고 결혼생활 내내 본래 나와 전혀 다른 사람이 되려고 애써왔다는 건 모를 것이다. / p.18

평소에는 나름 낙관적으로 잘 지내는 편이지만 종종 이유 모를 우울감이 휩쓸고 지나갈 때가 있다. 우울감이 오는 이유를 알 수 있다면 제거하면 될 일이지만 그것조차 알 수 없으면 답이 없다. 내내 그 감정에 몰두해 우울을 없애려고 하지만 그게 쉽지 않다. 주변 사람들은 이러한 감정 변화를 눈치 채고 이유를 묻지만 대답할 수 없다는 게 더 힘들다. 그저 어렴풋이 원인을 생각하자면 친가 쪽에 우울 유전자에 취약하다는 점이 아닐까 싶다.

이 책은 멕 메이슨이라는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최근 출판사에서 발간되었던 <슬픔의 물리학>이라는 작품이 인상 깊었다. 그런데 신간을 보다가 이 작품에도 '슬픔'이라는 키워드가 있어 선택하게 되었다. 딱히 줄거리나 소개조차도 보지 않았다. 출판사에 대한 믿음과 전작에 대한 만족 때문이었다. 언급한 작품이 차가운 느낌이라면 이번에 읽게 될 작품이 따뜻한 느낌으로 얼추 예상했을 뿐이다.

소설의 주인공은 마사라는 인물이다. 시인 아버지와 조각가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고, 십오개 월 뒤에 태어난 동생 잉그리드가 있다. 딱히 자살로 생을 마감할 생각은 없지만 세상을 언제 떠나도 괜찮다. 우울과 자기 혐오로 얼룩진 마사의 삶은 그저 힘들고 벅차기만 하다. 조너선과의 첫 번째 결혼을 실패하고, 자신을 오래 좋아했던 패트릭과 두 번째 결혼을 하게 되었는데 그조차도 어렵다. 마사의 인생은 언제쯤 맑아질까.

술술 읽혀지지만 어려운 작품이었다. 스토리를 이해하는 것은 쉬웠다. 딱히 특별하게 사건이 전개되는 스타일의 작품은 아니어서 소설 <스토너>, <이반 일리치의 죽음> 같은 류의 잔잔한 느낌을 주었다. 취향으로는 어느 정도 맞는 편이어서 편하게 읽을 수 있었다. 다만, 주인공의 삶보다는 감정 위주로 다루어지는 작품이어서 이를 몰입해서 읽는 부분이 조금 힘들었다. 완독까지 네다섯 시간 정도 걸린 듯하다.

읽는 내내 답답했다. 주변 사람들은 안 그래도 불안정한 마사에게 불안을 안겨 주었다. 알코올중독으로 마사에게 상처를 주는 어머니, 의도하지 않았지만 마사에게 질투를 안겨 주는 동생 잉그리드, 마사의 질병을 무시했던 조너선과 결국은 마사에게 상처를 주고 떠난 패트릭까지 모두 이해가 되는 지점들이 있어서 더욱 마음이 아팠다. 마사의 증세를 온전히 감당해야 될 이유가 없는 이들이지만 마사의 감정에 몰입하다 보면 밉게 느껴지기도 했다.

우울증이 타인과의 관계에서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마사가 패트릭에게 주었던 상처, 마사의 어머니가 마사에게 주었던 아픔까지도 정당화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누군가는 마사의 지나친 자기 혐오로 치부할 수도 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그들의 모습이 나와 우리 주변의 모습으로 겹쳐 보였다. 나와 너, 그리고 우리가 함께 노력해야 나아질 수 있는 관계. 알면서도 참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버거웠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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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불 게스트하우스
범유진 지음 / 모모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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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진짜로 네 보호자가 될 생각은 없어. / p.13

얼마 전에 보았던 영상 하나가 참 인상적으로 남았다. 방송인 홍석천 님께서 조카들을 양자로 입양하셨고, 그 조카가 커서 결혼한다는 내용이었다. 누나의 자녀들을 입양한다는 게 새롭게 다가왔는데 어느 순간부터 나에게도 벌어질 일이 될 수도 있겠다는 현실감이 들었다. 동생에게 일이 생긴다면 조카들을 내가 입양하거나 내가 죽게 되면 재산을 조카들에게 줄 것 같다. 전자는 벌어지지 않았으면 하고, 후자는 아직 멀었으면 한다.

이 책은 범유진 작가님의 장편소설이다. 안전가옥 출판사의 쇼트 시리즈 중에 가장 인상 깊은 작품을 뽑자면 그 중 하나가 바로 작가님의 <아홉수 가위>다. 이후 다른 작품들도 읽기는 했지만 그 작품만큼 마음에 와닿지는 않았다. 첫 느낌이 중요하듯 나에게 범유진 작가님의 작품들이 그렇다. 처음의 감정이 너무 강렬해서 다음 작품들도 계속 읽게 된다. 이번 작품도 그런 맥락으로 기대를 가지고 읽었다.

소설에는 나모미과 나나경이라는 인물이 등장한다. 둘 사이는 이모와 조카 관계다. 나모미에게는 어렸을 때 헤어진 언니가 있는데 세월이 흘러 언니의 사망 소식을 접했다. 그리고 언니에게 열네 살짜리 딸 나경이 있었다. 나경은 어머니의 유산으로 게스트하우스에 머물고 있는데 모미는 그곳을 찾아가게 된다. 모미에게는 기이하기 짝이 없었던 게스트하우스. 그곳에는 세상에 기댈 곳 없는 사람들과 저승을 떠나지 못한 요괴들이 머무는 곳이다.

술술 읽혀졌던 작품이었다. 책을 읽다가 거리를 두게 될 때 읽으면 가볍게 페이지를 넘길 수 있는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요괴와 힐링 장르의 조합은 늘 그렇듯 비슷하게 흘러가는 작품이었다. 크게 이해나 상상력을 필요로 하는 내용은 아니었다. 부담없이 읽을 수 있다는 측면에서 큰 메리트를 느꼈다. 전자책과 종이책을 번갈아 완독했는데 완독까지 대략 한 시간 반 내외면 충분하다. 밀리의 서재에서도 읽을 수 있다.

개인적으로 모미와 나경의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요괴들과 막다른 곳에 있는 사람들이 마음의 치유를 찾지만 그것보다는 인간으로 등장하는 두 사람의 서사에 집중했다. 아무래도 현실적인 면에서 더욱 공감이 된 듯하다. 학교에서 귀신을 본다는 소문으로 고통받는 나경이 갑자기 나타난 모미를 믿지 못하다가 점차 서로의 동반자로 변화하는 과정이 가장 크게 와닿았다. 또한, 모미에게 수빈이라는 존재 역시도 공감이 되었던 지점이다.

요괴도 저 세상에서 고통을 받는 듯하다. 물론, 가상의 작품이라는 측면에서 현실의 요괴는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남녀노소와 인간 여부를 떠나 그들의 세계는 늘 힘들다. 요괴의 이야기로부터, 그리고 실존하지 않은 세상으로부터 위로를 받게 되는 게 조금 아이러니이기는 하지만 도깨비불 게스트하우스가 잠깐이나마 머물 수 있는 마음의 안식처가 된 것은 확실하다. 일상을 조금이나마 잊고 이야기에 빠질 수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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