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임시 보관 중
가키야 미우 지음, 김윤경 옮김 / 문예춘추사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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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뭐야, 이제 와서 새삼스럽게 왜 그래? / p.10

한국과 일본 여성 작가님들의 작품을 두루두루 읽으면서 느낀 차이점 중 하나는 여성 화자의 나이대다. 한국 작품들은 대부분 이십 대나 삼십 대 정도의 청년층이 많다. 퀴어 소재가 등장하고, 일상에서 벌어질 법한 성차별적 요소를 전면으로 내세우는 듯하다. 반면, 일본 작품들은 적어도 사십 대 이상의 주부들이 많다. 가정 내에서 살아온 여성들의 불합리함이 곧 이야기가 된다.

이 책은 가키야 미우라는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하라다 히카 작가님과 더불어 사십 대 이상 주부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작가님 중 한 분이다. 예전에 <시어머니 유품정리>와 <파묘 대소동>이라는 작품을 읽었는데 모두 주부들이 시댁과 거리를 두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이번 신작 역시도 비슷하게 노년의 여성이 등장하는데 전작처럼 흥미로운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어서 선택하게 되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마사미라는 인물이다. 야구선수 오타니의 만다라 차트를 보고 자신의 상황이 답답하게 느껴진다. 남편은 세계적인 스타 오타니와 일개 육십 대 주부랑 비교하지 말라고 했다. 이 말에 상처를 받은 마사미는 갑자기 중학교 시절로 돌아간다. 좋아하던 남자와 결혼하고, 인생을 바꾸기 위해 4 년제 대학교 건축학과를 간다. 과연 타임슬립을 하게 된 마사미는 미래를 바꿀 수 있을까.

술술 읽혀졌던 작품이었다. 약간 무거운 주제일 수도 있는데 유쾌하고도 재미있게 잘 풀어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과 한국의 문화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전반적으로 같은 여성으로서 너무 공감이 되었다. 어느 순간부터 마사미에게 몰입되었다. 400 페이지가 넘는 작품이었음에도 두 시간 안에 완독이 가능할 정도로 푹 빠져서 읽었다. 아마 여성 독자들이라면 어머니 세대를 생각하면서 읽기 좋지 않을까 싶다는 생각이 든다.

개인적으로 여성을 바라보는 시각들이 인상 깊었다. 한국도 이에 대한 차별적인 시각이 많지만 일본은 조금 더 보수적인 느낌이 들었다. 특히, 마사미가 돌아갔던 중학교 시절은 1970 년대인데 여성은 전문대학을 졸업하고, 취업하더라도 커피를 타는 등 가벼운 업무만 한다는 게 충격적이었다.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무차별적인 성차별을 겪는다는 게 답답했다. 읽는 내내 숨이 턱 막히기까지 했다.

남성도 부엌의 문턱을 넘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결국 여성인 마사미가 남성과의 결혼으로 운명을 바꾸려고 하는 내용이나 은연 중에 남성의 성차별적인 태도에 수긍하는 부분에서 한계가 느껴져서 아쉬웠다. 이게 문화적인 차이인지, 세대 차이인지 잘 모르겠다. 그럼에도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했던 성적 차별을 다시금 되새길 수 있었다. 부족하지만 어느 정도 막힌 속을 조금이나마 뚫어 주었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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