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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과 기쁨
멕 메이슨 지음, 이은선 옮김 / 문학동네 / 2026년 4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그리고 결혼생활 내내 본래 나와 전혀 다른 사람이 되려고 애써왔다는 건 모를 것이다. / p.18
평소에는 나름 낙관적으로 잘 지내는 편이지만 종종 이유 모를 우울감이 휩쓸고 지나갈 때가 있다. 우울감이 오는 이유를 알 수 있다면 제거하면 될 일이지만 그것조차 알 수 없으면 답이 없다. 내내 그 감정에 몰두해 우울을 없애려고 하지만 그게 쉽지 않다. 주변 사람들은 이러한 감정 변화를 눈치 채고 이유를 묻지만 대답할 수 없다는 게 더 힘들다. 그저 어렴풋이 원인을 생각하자면 친가 쪽에 우울 유전자에 취약하다는 점이 아닐까 싶다.
이 책은 멕 메이슨이라는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최근 출판사에서 발간되었던 <슬픔의 물리학>이라는 작품이 인상 깊었다. 그런데 신간을 보다가 이 작품에도 '슬픔'이라는 키워드가 있어 선택하게 되었다. 딱히 줄거리나 소개조차도 보지 않았다. 출판사에 대한 믿음과 전작에 대한 만족 때문이었다. 언급한 작품이 차가운 느낌이라면 이번에 읽게 될 작품이 따뜻한 느낌으로 얼추 예상했을 뿐이다.
소설의 주인공은 마사라는 인물이다. 시인 아버지와 조각가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고, 십오개 월 뒤에 태어난 동생 잉그리드가 있다. 딱히 자살로 생을 마감할 생각은 없지만 세상을 언제 떠나도 괜찮다. 우울과 자기 혐오로 얼룩진 마사의 삶은 그저 힘들고 벅차기만 하다. 조너선과의 첫 번째 결혼을 실패하고, 자신을 오래 좋아했던 패트릭과 두 번째 결혼을 하게 되었는데 그조차도 어렵다. 마사의 인생은 언제쯤 맑아질까.
술술 읽혀지지만 어려운 작품이었다. 스토리를 이해하는 것은 쉬웠다. 딱히 특별하게 사건이 전개되는 스타일의 작품은 아니어서 소설 <스토너>, <이반 일리치의 죽음> 같은 류의 잔잔한 느낌을 주었다. 취향으로는 어느 정도 맞는 편이어서 편하게 읽을 수 있었다. 다만, 주인공의 삶보다는 감정 위주로 다루어지는 작품이어서 이를 몰입해서 읽는 부분이 조금 힘들었다. 완독까지 네다섯 시간 정도 걸린 듯하다.
읽는 내내 답답했다. 주변 사람들은 안 그래도 불안정한 마사에게 불안을 안겨 주었다. 알코올중독으로 마사에게 상처를 주는 어머니, 의도하지 않았지만 마사에게 질투를 안겨 주는 동생 잉그리드, 마사의 질병을 무시했던 조너선과 결국은 마사에게 상처를 주고 떠난 패트릭까지 모두 이해가 되는 지점들이 있어서 더욱 마음이 아팠다. 마사의 증세를 온전히 감당해야 될 이유가 없는 이들이지만 마사의 감정에 몰입하다 보면 밉게 느껴지기도 했다.
우울증이 타인과의 관계에서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마사가 패트릭에게 주었던 상처, 마사의 어머니가 마사에게 주었던 아픔까지도 정당화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누군가는 마사의 지나친 자기 혐오로 치부할 수도 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그들의 모습이 나와 우리 주변의 모습으로 겹쳐 보였다. 나와 너, 그리고 우리가 함께 노력해야 나아질 수 있는 관계. 알면서도 참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버거웠던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