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깨비불 게스트하우스
범유진 지음 / 모모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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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나도 진짜로 네 보호자가 될 생각은 없어. / p.13

얼마 전에 보았던 영상 하나가 참 인상적으로 남았다. 방송인 홍석천 님께서 조카들을 양자로 입양하셨고, 그 조카가 커서 결혼한다는 내용이었다. 누나의 자녀들을 입양한다는 게 새롭게 다가왔는데 어느 순간부터 나에게도 벌어질 일이 될 수도 있겠다는 현실감이 들었다. 동생에게 일이 생긴다면 조카들을 내가 입양하거나 내가 죽게 되면 재산을 조카들에게 줄 것 같다. 전자는 벌어지지 않았으면 하고, 후자는 아직 멀었으면 한다.

이 책은 범유진 작가님의 장편소설이다. 안전가옥 출판사의 쇼트 시리즈 중에 가장 인상 깊은 작품을 뽑자면 그 중 하나가 바로 작가님의 <아홉수 가위>다. 이후 다른 작품들도 읽기는 했지만 그 작품만큼 마음에 와닿지는 않았다. 첫 느낌이 중요하듯 나에게 범유진 작가님의 작품들이 그렇다. 처음의 감정이 너무 강렬해서 다음 작품들도 계속 읽게 된다. 이번 작품도 그런 맥락으로 기대를 가지고 읽었다.

소설에는 나모미과 나나경이라는 인물이 등장한다. 둘 사이는 이모와 조카 관계다. 나모미에게는 어렸을 때 헤어진 언니가 있는데 세월이 흘러 언니의 사망 소식을 접했다. 그리고 언니에게 열네 살짜리 딸 나경이 있었다. 나경은 어머니의 유산으로 게스트하우스에 머물고 있는데 모미는 그곳을 찾아가게 된다. 모미에게는 기이하기 짝이 없었던 게스트하우스. 그곳에는 세상에 기댈 곳 없는 사람들과 저승을 떠나지 못한 요괴들이 머무는 곳이다.

술술 읽혀졌던 작품이었다. 책을 읽다가 거리를 두게 될 때 읽으면 가볍게 페이지를 넘길 수 있는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요괴와 힐링 장르의 조합은 늘 그렇듯 비슷하게 흘러가는 작품이었다. 크게 이해나 상상력을 필요로 하는 내용은 아니었다. 부담없이 읽을 수 있다는 측면에서 큰 메리트를 느꼈다. 전자책과 종이책을 번갈아 완독했는데 완독까지 대략 한 시간 반 내외면 충분하다. 밀리의 서재에서도 읽을 수 있다.

개인적으로 모미와 나경의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요괴들과 막다른 곳에 있는 사람들이 마음의 치유를 찾지만 그것보다는 인간으로 등장하는 두 사람의 서사에 집중했다. 아무래도 현실적인 면에서 더욱 공감이 된 듯하다. 학교에서 귀신을 본다는 소문으로 고통받는 나경이 갑자기 나타난 모미를 믿지 못하다가 점차 서로의 동반자로 변화하는 과정이 가장 크게 와닿았다. 또한, 모미에게 수빈이라는 존재 역시도 공감이 되었던 지점이다.

요괴도 저 세상에서 고통을 받는 듯하다. 물론, 가상의 작품이라는 측면에서 현실의 요괴는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남녀노소와 인간 여부를 떠나 그들의 세계는 늘 힘들다. 요괴의 이야기로부터, 그리고 실존하지 않은 세상으로부터 위로를 받게 되는 게 조금 아이러니이기는 하지만 도깨비불 게스트하우스가 잠깐이나마 머물 수 있는 마음의 안식처가 된 것은 확실하다. 일상을 조금이나마 잊고 이야기에 빠질 수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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