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의 피
나연만 지음 / 북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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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치호의 시체는 잘 처리하겠지. 사광욱의 아들이니까. / p.10

이 책은 나연만 작가님의 장편소설이다. 제목과 띠지의 문구가 강렬해 선택한 책이다. 피라는 단어 자체가 너무 자극적으로 보여졌다. 거기에 시체를 치워야 한다는 내용이라니 흥미로웠다. 재미로 읽기에는 흥미로운 작품이지 않을까 하는 예상과 함께 교보문고 스토리대상 수상작품집을 매년 읽는 독자 중 한 사람으로서 장편소설은 처음 접하기에 그 지점도 기대가 되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사준우라는 인물이다. 아버지가 꿈에 등장해 기이한 행동을 하셨고, 이에 깨어난 준우는 그날이 특별한 날임을 깨닫는다. 바로 엄마를 죽인 범인이 출소한 날이라는 것이다. 준우는 범인 안치호에게 복수를 하고자 그날을 기다린 듯했는데 오히려 공격을 받고 쓰러진다. 일어나 보니 안치호는 죽은 상태에서 주변은 깔끔하게 정리가 되었다. 거기에 준우에게 시체의 처리를 맡긴다는 내용을 받는다.

전반적으로 술술 읽혀졌다. 긴장감을 주는 스토리여서 손에 땀을 쥐고 읽었다. 아무래도 한국 작가님의 한국 소설이라는 점에서 특별히 이해가 안 되는 부분도 없었다. 너무나 술술 읽혀졌고, 300 페이지가 조금 넘는 작품이었는데 두 시간 정도에 모두 완독이 가능했다. 그만큼 푹 빠져서 읽게 되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도파민을 기대하는 독자들에게는 큰 매력을 느끼지 않을까 싶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장르와는 조금 거리가 있는 편이었다. 잔인한 매체와 거리를 둘 정도로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이 작품 역시도 사적인 기준에서는 잔인하다고 느껴졌다. 마치 영화 '추격자'를 활자로 보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물론, 기본적인 스토리 라인이 다르기는 하지만 잔인함으로만 따지자면 그만큼의 충격을 주었던 작품이라는 뜻이다. 원래 선호하지 않는 장르를 완독한 것에는 끌어들이는 마력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평소 잔인한 스릴러나 추리 장르르 좋아하는 독자들에게는 더욱 크게 흥미를 느끼지 않을까. 그동안 이렇게 잔인한 작품을 읽은 적이 없었는데 모처럼 도파민이 도는 느낌을 주었던 작품이었다. 준우의 심리를 따라가다 보면 나도 모르게 카타르시스가 느껴졌다. 준우의 이야기 자체가 정당하다거나 일반적이지는 않겠지만 가끔 불순한 생각을 하는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건강을 생각해 심심한 음식을 먹다가 갑자기 자극적인 음식을 먹는 것 같은 느낌. 아마 이 작품이 주는 매력이 딱 그것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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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로장의 참극 긴다이치 고스케 시리즈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정명원 옮김 / 시공사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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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곳을 만든 이는 메이지 권신 후루다테 다넨도 백작이라는 사람이었다. / p.11

이 책은 요코미조 세이시라는 일본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가면무도회라는 작품과 그 인물인 긴다이치 고스케에 대한 주변의 평을 많이 들었다. 특히, 추리 소설을 좋아하는 독서가들로부터 추천을 받았다. 그동안 추리 소설의 묘미를 느꼈던 작품들보다는 사회 이슈를 꿰뚫는 작품들에 더 큰 매력을 느꼈기에 미루고 있다가 이번에 발간 소식을 듣고 읽게 되었다.

소설은 미로장이라는 장소적 배경에서 시작된다. 미로장은 다넨도라는 옛 귀족이 살고 있던 곳이다. 마치 미로처럼 공간을 만든 별장이라는 의미에서 붙인 별명이다. 과거 다넨도 아들이 그의 아내와 아내의 사촌을 불륜으로 의심하면서 큰 참극이 벌어진다. 아내는 살해를 당하고, 사촌은 다넨도 아들에 의해 팔이 잘렸으나 어디로 도망을 갔다. 그동안 사촌이 사망했다는 생각으로 지내왔는데 이후 신고라는 인물이 이 별장을 사들였는데 팔이 잘린 사람이 나타났다 사라진다. 신고는 고스케를 불러 이를 해결하려고 한다. 그러나 사망 사건이 벌어진다.

전반적으로 어렵게 읽혀진 작품이었다. 일본 역사에 대한 지식이 전무한 편이어서 시간적 배경 자체가 낯설게 느껴졌다. 메이지 시기를 다루고 있어서 단어도 처음 보는 듯했다. 미주가 있어 그나마 이해하기는 했지만 초반에는 배경을 상상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 두꺼운 페이지의 작품이기도 했는데 꼬박 하루를 투자해서 완독이 가능했다. 그럼에도 스토리 자체는 너무 흥미로웠다.

거기에 등장인물들이 많이 등장했다. 첫 장에 인물에 대한 소개가 있어서 인물의 이름이 눈에 익기 전까지는 앞장을 읽었다가 다시 돌아가서 읽는 방법도 시도했었다. 아무래도 긴 시간을 다룬 작품이다 보니 등장인물이 많이 등장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지점도 어려웠지만 스토리의 몰입감이 있었기에 끝까지 읽을 수 있었다. 아마 그 매력이 없었더라면 중간에 하차를 했을지도 모른다.

특별하게 느낀 감정보다는 추리 소설 자체의 매력을 경험할 수 있는 작품이었다. 인물과 배경에 푹 빠져 몰입하다 보면 어느새 사건은 끝을 향해 달려가고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고 있었다. 추리 소설을 많이 읽지 않았던, 마치 나와 같은 독자였다면 충분히 만족스러운 작품이지 않을까. 읽는 내내 예상하면서 반전에 놀라게 되어서 그 자체로도 만족스러웠던 작품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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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 속의 여인 캐드펠 수사 시리즈 6
엘리스 피터스 지음, 최인석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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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세대, 새로운 출발, 새로운 약속이요, 한겨울에 들려오는 봄소식이 될 아이를. / p.17

이 책은 엘리스 피터스라는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그동안 SNS를 통해 캐드펠 수사 시리즈 개정판의 소식을 접했다. 사실 추리 장르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잘 모르는 작가님이었는데 그래도 조금 읽는다고 하는 지인들에게 많은 추천이 있었다. 그동안 추리 소설의 대가 애거사 크리스티 작가의 작품들마저도 읽지 않았는데 뭔가 호기심이 들어 선택하게 되었다.

소설은 혼란스러운 내전 상황을 겪고 있는 1100년대를 담고 있다. 어느 날, 참혹한 상태로 한 수사가 발견된다. 이 수사는 입을 떼기도 어려울 정도로 힘들었지만 그로부터 사라진 귀족 남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것이라는 예감이 들어, 캐드펠 수사가 이를 만나기로 한다. 곧 인심 좋은 농부에게 보호되고 있던 동생 이브 위고냉을 발견하지만 남매와 여정을 함께했던 수녀의 존재를 알게 되었고, 오던 길에 얼음에 갇힌 한 여성의 시체를 발견한다. 그들에게 벌어진 사건은 무엇이었을까.

어렵게 이해가 되었던 작품이었다. 아무래도 1100년대의 이야기에서 낯선 느낌이 강하게 들어서 더디게 읽혀졌던 것 같다. 거기에 영국의 역사를 모르다 보니 모든 것이 어려운 것투성이었다. 어느 정도 배경 지식이 있다면 후루룩 금방 읽었겠지만 360페이지 수준의 작품이었는데 네 시간이 넘게 걸렸다. 그럼에도 책을 놓지 않았던 것은 스토리 라인에 호기심이 들었기 때문이다. 추리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들에게는 훨씬 더 매력적이고 잘 읽혀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두 가지 지점이 인상적이었다. 첫 번째는 종교에서 느껴지는 분위기이다. 처음에 수사라는 단어를 보자마자 자연스럽게 경찰의 계급이나 수사와 관련된 호칭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부끄럽게도 캐드펠 수사는 천주교에 몸을 담고 있는 사람이었다. 청빈, 정결, 순종을 서약하고 독신으로 수도하는 남자를 뜻하는 용어인데 그동안 인식하지 못했던 내용이어서 너무 흥미로웠다. 그밖에도 전반적인 분위기 자체가 천주교 하면 떠오를 수 있는 느낌이었는데 무교인 입장에서는 천주교에서 벌어지는 사건 미스터리가 흥미로웠다.

두 번째는 에르미나 위고냉이라는 인물에게서 든 생각이다. 대부분의 캐릭터가 능동적으로 행동하는 듯하지만 이들 중에서 가장 독립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주위에서 아니라고 해도 끝까지 자신의 의견을 고집하면서 이를 실행으로 옮겼다. 그 과정에서 사건들이 벌어지기는 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에르미나의 모습에서 가장 큰 매력을 느꼈다. 그러한 주체적인 성향 참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읽기 어렵고 힘들었지만 그만큼 매력적으로 다가온 작품이었다. 사실 캐드펠 수사 시리즈 중 관심이 있는 작품은 다로 있었는데 이번 작품을 읽고 나니 다른 작품들에 대한 기대감도 커졌다. 더불어, 캐드펠 수사의 다정하면서도 세심한 모습들이 긍정적으로 다가왔다. 아마 다음부터는 믿고 찾지 않을까 하는 좋은 예감을 주었다. 너무 만족스러운 작품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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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무서운 꿈을 꾼다
우사미 마코토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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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쉬기가 힘들다. 여동생의 이름을 부르는 것도 벅찼다. / p.10

이 책은 우사미 마코토라는 일본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예전에 <밤의 소리를 듣다>라는 작품을 읽은 적이 있다. 은둔형 외톨이의 소재를 둔 소설이었는데 만족스러웠다. 추리 장르를 잘 표현하고 있으면서 사회적인 이슈를 다루었다는 측면에서 현실감도 느껴졌다. 약간 사적인 취향이 담긴 감상이겠지만 지금까지도 깊은 인상을 받을 정도로 흥미로웠던 작품이어서 이번 신작도 선택하게 되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와타루라는 인물이다. 어릴 때부터 혼자 자립해서 살아왔는데 반찬 가게에서 일하고 있다. 그에게는 복잡한 가정사와 함께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다. 과거 여동생 마리나를 잃었다는 점이었다. 어머니께서는 우연히 한 종교 집단에 거주한다. 그때 어린 와타루가 있었고, 마리나를 임신 중이었다. 이상한 종교 집단은 마리나를 신의 딸이라고 표현하면서 괴롭힘을 일삼았는데 어머니는 이를 방관했다. 시간이 흘러 가오라는 낯선 남자가 와타루 앞에 등장했고, 과거 여동생과 얽힌 이들이 하나씩 드러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전반적으로 술술 읽혀졌다. 아무래도 전에 작가의 작품을 읽었고, 출판사에서 발간한 신작들을 자주 접했던 터라 번역체도 나름 익숙하게 느껴졌다. 400 페이지가 조금 넘는 편이었는데 세 시간에 모두 완독이 가능했다. 푹 빠져서 읽다 보니 어느새 마지막 장을 넘기고 있었다. 추리 장르를 처음 접한 독자에게 더욱 흥미로운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두 가지 지점에 대한 생각이 들었다. 첫 번째는 부모의 아동 유기에 대한 부분이다. 소설에 등장하는 와타루의 어머니는 심신이 미약한 상태였다. 그렇게 찾아 들어간 종교 집단에서 가스라이팅을 받았는데 그게 안타깝다기보다는 답답했다. 아마 시점 자체가 와타루 위주여서 감정 몰입 역시도 와타루에게 들었던 것도 어느 정도 영향은 있겠지만 스스로 제어할 수 없는 마리나에 대한 종교 집단의 행태들을 그대로 바라만 본다는 것이 쉽게 납득이 되지 않았다. 이 지점이 깊게 와닿았다.

두 번째는 전염병에 대한 부분이다. 가오라는 인물이 와타루에게 자신의 계획을 언급하면서 같이 일하자고 말하는 내용을 읽으면서 솔직히 속으로 많이 놀랐다. 인간에게 돈이 중요하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지만 많은 불특정 다수 인간의 생명을 걸고 도박을 하려고 한다는 게 보통 상식적인 측면에서 너무 이해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가오가 하고자 했던 일이 그렇게 모든 사람들의 운명을 좌우할 수는 없더라도 윤리적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뭔가 흥미로우면서도 꽉 막힌듯한 느낌을 주었던 작품이었다. 전작에서 사회적인 메시지에 큰 감명을 받았지만 이번 작품은 여러 이슈들을 언급한다는 측면에서 더욱 어지러웠던 것 같기도 하다. 사이비 종교와 전염병, 인간의 욕망, 윤리 등 너무나 많은 것을 내포하고 있다. 하나하나씩 소재로 깊이 담아도 충분히 매력적이었을 텐데 정신 차릴 새도 없이 계속 드러나는 주제 의식들이 카오스를 남겼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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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바삼사라 서 1
J. 김보영 지음 / 디플롯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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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을 이루어주겠다. / p.8

이 책은 J.김보영 작가님의 장편소설이다. 독자들에게 익숙한 그 김보영 작가님의 필명이다. 아주 예전에 SF 소설집 하나를 읽은 기억이 있다. 주변에서 추천도 많이 받았고, SF 소설 하면 떠오르는 작가님 중 한 분으로 알고 있어서 읽었는데 당시의 얕은 지식으로는 이해하지 못했던 것 같다. 세계관이 너무 크고 웅장했고, 그것을 따라 가지 못해 읽는 내내 애를 먹었다. 그런데 이번 신작 발간 소식에 또 도전장을 내밀게 되었다.

소설은 우리에게 익숙한 서울에 위치한 연남동을 소재로 그려진다. 카마라는 무언가가 인간을 잡으려고 하지만 이를 노리는, 더 정확하게 말하면 카마를 잠재우려고 하는 퇴마사가 등장한다. 카마는 어떠한 인물이라기보다는 인간 내면에 잠재되어 있는 하나의 욕망이라고 표현하는 게 맞을 듯하다. 인물들에게서 카마가 자꾸 생성되기 시작하면서 이들을 역동적으로 대립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전반적으로 너무나 어려웠다. 이렇게 큰 세계관을 가진 작품들을 읽은 적이 없어서 더욱 이해가 힘들었던 것 같기도 하다. <해리포터>, <듄>, <반지의 제왕> 등 판타지를 아우르는 작품들과 그동안 거리를 두었다. 그렇다 보니 마찬가지로 연남동이라는 친숙한 공간적 배경이 등장하지만 불교를 담고 있는 세계관이라든지, 조금은 낯선 카마나 퇴마사의 등장에 애를 먹었다.

세계관이나 내용들이 어렵기는 했지만 철학적인 메시지가 담겨 있다는 측면에서 흥미로웠다. 인간의 가장 밑바닥의 욕망을 다룬다거나 타인과의 관계에서 당연하게 직면할 수 있는 감정과 갈등을 불교적인 분위기와 어울려 깊이 표현한 점이 인상적이었다. 전체적인 내용에 대한 이해의 의문점이 들더라도 작품에서 드러난 메시지를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여전히 완벽하게 이해했는지 묻는다면 반신반의로 드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작품의 세계에서의 인간사는 말할 수 있을 듯하다. 과연 등장하는 인물들이 2편에서는 어떻게 진행이 되어 질까. 줄거리를 소개하지 못한 상황에서 느낌만 적는 작품도 꽤 오랜만인 듯한데 여전히 머릿속을 어지럽게 만드는 소설이어서 나름 신선하고 또 그 자체가 너무 재미있게 와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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