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만이 알고 있다
모리 바지루 지음, 김진환 옮김 / 하빌리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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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오카게 지오리를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 p.18

이 책은 모리 바지루라는 일본 작가의 연작소설이다. 원래 독자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작품들에 큰 흥미가 없다. 사람 마음이라는 게 미리 알고 있으면 김이 빠지고, 모든 연결고리를 찾아 퍼즐을 맞출 만큼 추리 능력이 좋은 편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작품은 제목부터 독자들이 알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듯하다. 어차피 작가의 의도를 잘 알지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관심이 생겨서 읽게 되었다.

소설은 총 다섯 편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각 작품은 독립적인 이야기로도 보이지만 미세하게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다. 첫 번째는 추리, 두 번째는 청춘, 세 번째는 SF, 네 번째는 판타지, 다섯 번째는 로맨스. 작품에는 다른 주인공들이 등장해 이야기를 펼쳐낸다. 그리고 에필로그에 이 다섯 명의 주인공을, 아니면 이야기를 하나로 묶을 수 있는 지점을 알려 주는 식으로 마무리가 된다.

술술 읽혀지면서도 더디게 책장이 넘어갔던 작품이었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기준으로 차이가 있었던 것 같다. 추리, 청춘, 로맨스는 읽으면서 속도가 붙었는데 SF와 판타지는 시간이 오래 걸렸다. 그렇게 고도의 지식이나 어려운 용어가 나온 것도 아닌데 장르 자체를 조금 어렵게 생각하는 탓에 이를 이미지로 그리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그래도 대략 두세 시간 정도에 모두 완독이 가능하다.

하나로 이어지는 작품집에 어느 하나의 작품만 인상적으로 뽑는다는 게 조금 아이러니하지만 그래도 청춘소설의 이야기를 다루었던 <최고 반응!>이라는 작품이 가장 눈에 들어왔다. 소설의 주인공은 두 청소년이다. 별로 친하지 않던 여자 동급생으로부터 만담 대회를 나가자는 제안을 받는다. 의사를 꿈꾸던 남자 동급생은 거절했지만 끈질긴 설득에 참여하기로 한다. 두 청소년이 만담 대회에 나가는 여정을 다룬 작품이다.

이해도만 따지면 첫 번째 작품이었지만 이 작품이 더욱 마음에 남았다. 우리나라가 만담이 일본처럼 대중적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문화적인 차이로 두 청소년이 이야기하는 만담이 그렇게 재미있지도 않았다. 심지어 지리적인 배경 때문인지는 몰라도 경상도 사투리로 번역이 되었는데 타 지역에 사는 내가 읽기에도 조금 어색하다 느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친구가 성장해 만담 대회에서 큰 이슈를 이끈다는 것 자체가 성장으로 와닿아서 재미있었다.

실험적이라는 생각에 그 지점이 흥미로웠던 작품이었다. 추리 소설에 등장했던 주인공이 만담 대회를 언급했고, 바로 다음에 청춘 소설이 등장하고, 청춘 소설에 등장했던 인물이 세 번째 소설의 중심 인물이 되는 등 나름 퍼즐을 맞추는 게 나름의 묘미이기도 했다. 작가의 데뷔작이라고 보았는데 다음 작품은 또 어떤 새로움으로 독자들에게 즐거움을 안겨 줄지 기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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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겨울 다섯 번의 화요일
릴리 킹 지음, 박경희 옮김 / 문학동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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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라는 단어의 이야기 보따리를 다양하게 담아낸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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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겨울 다섯 번의 화요일
릴리 킹 지음, 박경희 옮김 / 문학동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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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머지않아 나의 긴 편지는 샬럿 브론테의 말투와 단어를 닮아갔고, 지나는 이것으로 나를 두고두고 놀려먹었다. / p.20

이 책은 릴리 킹이라는 작가의 단편소설집이다. 크게 기대를 한다거나 의의를 두고 선택한 작품은 아니다. 그냥 믿고 읽는 출판사의 신간이어서 읽게 되었다. 해외 소설은 국내 소설에 비해 호불호가 명확하게 느껴지는 편이다. 그런데 이 출판사에서 발간한 작품들 중에서는 취향에 맞지 않았던 소설이 없었던 것 같다. 그렇다고 해서 완벽하게 취향에 맞는 작품 또한 없었는데 평균이라는 점에서 부담도 없었다.

소설집에는 총 열 편의 작품이 실려 있다. 문화의 차이는 있겠지만 판타지나 SF 등의 이야기보다는 일상에서 소소하게 만날 수 있는 이들과 있을 법한 소재와 스토리 위주의 작품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전반적으로 술술 읽혀졌다. 단편소설집이어서 나눠 읽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는데 대략 두세 시간 정도 걸린 듯하다. 시간이 될 때마다 조금씩 끊어서 읽었다.

개인적으로 <시애틀 호텔>이라는 작품이 인상적이었다. 소설의 화자는 천주교를 믿는 보수적인 집안에서 자란 성소수자인 듯하다. 그에게는 폴이라는 친구가 있다. 되게 가깝게 지낸 친구이다. 폴은 이성애자이며, 곧 결혼을 앞두고 있었다. 그의 눈에는 폴의 결혼을 말릴 정도로 배우자가 그렇게 좋은 사람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폴은 사람 좋게 결혼했고, 세 아이를 두었다. 시간이 흘러 폴과 화자가 만나 술을 마시게 된다.

성소수자의 짝사랑 이야기처럼 읽혀서 인상적인 작품이었다. 소설에서는 어느 정도 성인이 된 이후의 그가 보는 폴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지지만 읽는 내내 더 어린 나이의 사랑 이야기가 머릿속으로 그려졌다. 아니, 스토리에 드러나지 않은 그 과거를 상상하면서 읽는 재미가 있었다. 우정과 사랑이 구분되지 않았을 풋풋한 시기의 화자는 폴을 어떻게 생각했을까. 학창시절의 기억이 새록새록 나서 나름 재미있게 읽었다.

또한, 병상에 누운 노인과 그를 찾아온 사람의 이야기를 다룬 <찰리를 기다리며>라는 작품도 인상적이었다. 소설집 중에서 가장 짧은 페이지의 작품이었는데 임팩트 하나만큼은 다른 작품에 밀리지 않을 정도로 묵직했다. '사랑'을 주제로 이렇게 다양한 스토리가 나온다는 게 흥미로울 정도로 푹 빠져서 읽은 책이었다. 사랑은 하나의 모양으로만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피부에 와닿았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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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트랜지션, 베이비
토리 피터스 지음, 이진 옮김 / 비채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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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내 영혼은 그다음에 생각해 봅시다. / p.13

이 책은 토리 피터스라는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한국 작품에서도 자주 등장하는 소재인 퀴어가 등장한다고 해서 선택한 책이다. 아무래도 퀴어 관련 작품들을 많이 접한 탓인지 크게 거부감이 없다. 오히려 더 잘 읽힌다거나 생각의 폭을 넓히는 계기를 만들어 주어서 선호하는 경향도 있다. 그동안 외국 작가의 에세이로서 퀴어를 접한 적은 있었지만 소설로서 작품을 접한 적이 거의 없었던 것 같다. 그 지점이 기대가 되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크게 세 명이다. 리즈와 에이미, 카트리나. 리즈는 임신과 출산을 원하는 트랜스젠더 여성이며, 에이미는 한때 트랜스젠더 여성으로 살았지만 이를 포기하고 다시 원래의 성인 남성으로 돌아가 에임스라는 이름을 가졌다. 카트리나는 에임스의 직장 상사이자 연인으로 정신적인 성과 생물학적인 성이 일치한 시스젠더 여성이다. 카트리나가 에임스의 아이를 임신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술술 읽혀지면서도 어렵게 느껴졌던 작품이었다. 주요 등장인물이 세 명이라는 점에서 그동안 해외 소설에서 느꼈던 단점이 없어서 그 지점은 편안하게 읽을 수 있었다. 그런데 성소수자와 관련된 용어와 영미권에서 자주 접할 수 있는 문화에 대한 내용들이 종종 나와서 이해하는 시간이 오래 걸렸다. 대략 500 페이지가 넘는 작품이었는데 이틀 정도에 나누어서 완독했다. 시간만 본다면 여섯 시간 정도 소요가 된 듯하다.

개인적으로 리즈의 심리가 궁금했다. 언급했던 것처럼 리즈는 어머니가 되기를 원하는 트랜스젠더이다. 읽으면서 분명 자연적으로 임신이 될 수 없는 상황일 텐데 가능 여부에 대한 물음표가 머릿속을 채웠다. 특히, 리즈는 신체적으로 남성의 흔적이 아직 남은 트랜스젠더라는 점에서 더욱 이해가 가지 않았다. 초반에 에이즈 보균자인 남성과 성관계를 맺는 모습이 나오는데 그렇게까지 절실했는지 의문이 들었다.

중후반부에 이르러 리즈의 과거 이야기와 아버지가 되기를 거부한 에임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모성애가 과연 시스젠더 사람들만 느낄 수 있는 전유물일까. 리즈처럼 여성의 정체성을 가지면서 남성의 몸을 한 트랜스젠더인데 왜 그녀에게 부성애가 아닌 모성애로 인식이 될까. 그동안 가지고 있던 편견이 깨지는 것과 동시에 가졌던 의문 자체가 시스젠더 여성이기에 이 시각으로 읽고 느꼈다는 것을 깨달았다.

평소 지극히 사적인 취향만 고려하자면 별로 좋아하지 않을 스타일의 작품이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우리는 모르는 성소수자의 세계의 날것을 그대로 시청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만큼 수위도 세고, 단어 선택도 직설적이다. 그럼에도 완독한 이유는 단순하게 재미만 가지고 가는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사회에서 거부되는 통념이 한방 크게 때리는, 그 여운이 마지막 페이지를 넘길 때까지 깊고 묵직하게 머릿속에 남았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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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틀 아일랜드
아키요시 리카코 지음, 임희선 옮김 / 하빌리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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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무인도에 가져갈 세 가지라. 뭐가 좋을까? / p.13

무인도에 가져가고 싶은 세 가지 아이템을 고르시오. 솔직히 쓸데없는 질문이기는 하지만 상상하기 딱 좋은 질문이기도 하다. 무인도에 갈 일이 없음에도 이상하게 많은 물건을 가지고 나름의 저울질로 선택하게 된다. 한동안 생각한 뒤 내린 답은 칼, 라디오, 책. 칼은 무엇이든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 같다. 라디오는 세상에 있는 소식들을 접할 수 있을 때, 그리고 책은 심심함을 달랠 수 있는 도구이다.

이 책은 아키요시 리카코라는 일본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무인도에서 벌어지는 배틀 로얄 게임 이야기라는 점이 눈길을 끌었다. 무인도와 배틀 로얄 이 두 단어에는 크게 관심이 없음에도 합쳐지니 뭔가 재미있을 것 같았다. 특별하게 무언가를 얻기 위해 선택한 책이라기보다는 일상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등장하는 인물들의 말과 행동으로 조금이나마 풀고 싶은 마음이 강했다.

소설에는 총 여덟 명이 등장한다. 술집에 모여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주인이 가지고 있는 무인도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풍경 좋은 섬이었는데 그동안 묵혀 두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들은 짧게 무인도에서 각자 필요한 세 가지 물품을 가지고 여행을 떠나기로 한다. 섬에 도착해 술을 마시면서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고 난 뒤, 주인이 보트와 함께 사라졌다. 그리고 그들에게는 10억과 함께 조건이 전달되었다.

술술 읽혀지는 작품이었다. 사실 처음에 여덟 명의 이름이 낯설게 느껴져서 인물 소개와 내용을 번갈아 가면서 봤는데 이는 어디까지나 인물 이름을 못 외운다는 개인적인 핸디캡이었다. 그러다 한 30 % 정도 지나서 어느 정도 이름과 배경이 일치가 되면서부터 금방 몰입해 읽을 수 있었다. 등장 인물들의 모습들이 그대로 상상 속에 그려지니 마치 그들을 바라보는 제 3자의 인물로서 흥미로웠다. 대략 두 시간에 모두 완독이 가능했다.

읽으면서 인간의 이중성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분명 술을 마실 때에는 그렇게 가까운 사이처럼 보였는데 막상 총과 칼이 쥐어지고, 10억이라는 재산이 들리는 순간부터 이들은 인간이기를 포기했다. 칼로 상대를 찔러 죽였고, 주변에 있는 무언가를 사용해 죽이기도 했다. 또한, 오늘은 같이 협력해 다른 이를 죽이자고 회유하지만 돌아서면 자신의 이득을 생각해 총을 겨누는 적이 되었다. 앞뒤가 다른 인간의 모습들이 알면서도 흥미로웠다.

전반적으로 생각없이 후루룩 읽을 수 있는 작품이었다. 아마 배틀 로얄을 알고 있는 독자들이라면 이 부분이 더욱 진하게 와닿을지도 모르겠다. 재미로 읽는다면 통쾌함을 줄 수 있겠지만 그것보다는 차마 알고 싶지 않았던 인간의 면모를 활자로서 이렇게 마주한다는 게 창피하면서도 썩 유쾌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럼에도 이 소설을 읽는 것을 후회하느냐고 묻는다면 재미가 있었기에 그것 또한 유의미했다고 대답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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