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겨울 다섯 번의 화요일
릴리 킹 지음, 박경희 옮김 / 문학동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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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머지않아 나의 긴 편지는 샬럿 브론테의 말투와 단어를 닮아갔고, 지나는 이것으로 나를 두고두고 놀려먹었다. / p.20

이 책은 릴리 킹이라는 작가의 단편소설집이다. 크게 기대를 한다거나 의의를 두고 선택한 작품은 아니다. 그냥 믿고 읽는 출판사의 신간이어서 읽게 되었다. 해외 소설은 국내 소설에 비해 호불호가 명확하게 느껴지는 편이다. 그런데 이 출판사에서 발간한 작품들 중에서는 취향에 맞지 않았던 소설이 없었던 것 같다. 그렇다고 해서 완벽하게 취향에 맞는 작품 또한 없었는데 평균이라는 점에서 부담도 없었다.

소설집에는 총 열 편의 작품이 실려 있다. 문화의 차이는 있겠지만 판타지나 SF 등의 이야기보다는 일상에서 소소하게 만날 수 있는 이들과 있을 법한 소재와 스토리 위주의 작품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전반적으로 술술 읽혀졌다. 단편소설집이어서 나눠 읽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는데 대략 두세 시간 정도 걸린 듯하다. 시간이 될 때마다 조금씩 끊어서 읽었다.

개인적으로 <시애틀 호텔>이라는 작품이 인상적이었다. 소설의 화자는 천주교를 믿는 보수적인 집안에서 자란 성소수자인 듯하다. 그에게는 폴이라는 친구가 있다. 되게 가깝게 지낸 친구이다. 폴은 이성애자이며, 곧 결혼을 앞두고 있었다. 그의 눈에는 폴의 결혼을 말릴 정도로 배우자가 그렇게 좋은 사람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폴은 사람 좋게 결혼했고, 세 아이를 두었다. 시간이 흘러 폴과 화자가 만나 술을 마시게 된다.

성소수자의 짝사랑 이야기처럼 읽혀서 인상적인 작품이었다. 소설에서는 어느 정도 성인이 된 이후의 그가 보는 폴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지지만 읽는 내내 더 어린 나이의 사랑 이야기가 머릿속으로 그려졌다. 아니, 스토리에 드러나지 않은 그 과거를 상상하면서 읽는 재미가 있었다. 우정과 사랑이 구분되지 않았을 풋풋한 시기의 화자는 폴을 어떻게 생각했을까. 학창시절의 기억이 새록새록 나서 나름 재미있게 읽었다.

또한, 병상에 누운 노인과 그를 찾아온 사람의 이야기를 다룬 <찰리를 기다리며>라는 작품도 인상적이었다. 소설집 중에서 가장 짧은 페이지의 작품이었는데 임팩트 하나만큼은 다른 작품에 밀리지 않을 정도로 묵직했다. '사랑'을 주제로 이렇게 다양한 스토리가 나온다는 게 흥미로울 정도로 푹 빠져서 읽은 책이었다. 사랑은 하나의 모양으로만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피부에 와닿았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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