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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틀 아일랜드
아키요시 리카코 지음, 임희선 옮김 / 하빌리스 / 2025년 4월
평점 :




음, 무인도에 가져갈 세 가지라. 뭐가 좋을까? / p.13
무인도에 가져가고 싶은 세 가지 아이템을 고르시오. 솔직히 쓸데없는 질문이기는 하지만 상상하기 딱 좋은 질문이기도 하다. 무인도에 갈 일이 없음에도 이상하게 많은 물건을 가지고 나름의 저울질로 선택하게 된다. 한동안 생각한 뒤 내린 답은 칼, 라디오, 책. 칼은 무엇이든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 같다. 라디오는 세상에 있는 소식들을 접할 수 있을 때, 그리고 책은 심심함을 달랠 수 있는 도구이다.
이 책은 아키요시 리카코라는 일본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무인도에서 벌어지는 배틀 로얄 게임 이야기라는 점이 눈길을 끌었다. 무인도와 배틀 로얄 이 두 단어에는 크게 관심이 없음에도 합쳐지니 뭔가 재미있을 것 같았다. 특별하게 무언가를 얻기 위해 선택한 책이라기보다는 일상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등장하는 인물들의 말과 행동으로 조금이나마 풀고 싶은 마음이 강했다.
소설에는 총 여덟 명이 등장한다. 술집에 모여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주인이 가지고 있는 무인도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풍경 좋은 섬이었는데 그동안 묵혀 두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들은 짧게 무인도에서 각자 필요한 세 가지 물품을 가지고 여행을 떠나기로 한다. 섬에 도착해 술을 마시면서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고 난 뒤, 주인이 보트와 함께 사라졌다. 그리고 그들에게는 10억과 함께 조건이 전달되었다.
술술 읽혀지는 작품이었다. 사실 처음에 여덟 명의 이름이 낯설게 느껴져서 인물 소개와 내용을 번갈아 가면서 봤는데 이는 어디까지나 인물 이름을 못 외운다는 개인적인 핸디캡이었다. 그러다 한 30 % 정도 지나서 어느 정도 이름과 배경이 일치가 되면서부터 금방 몰입해 읽을 수 있었다. 등장 인물들의 모습들이 그대로 상상 속에 그려지니 마치 그들을 바라보는 제 3자의 인물로서 흥미로웠다. 대략 두 시간에 모두 완독이 가능했다.
읽으면서 인간의 이중성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분명 술을 마실 때에는 그렇게 가까운 사이처럼 보였는데 막상 총과 칼이 쥐어지고, 10억이라는 재산이 들리는 순간부터 이들은 인간이기를 포기했다. 칼로 상대를 찔러 죽였고, 주변에 있는 무언가를 사용해 죽이기도 했다. 또한, 오늘은 같이 협력해 다른 이를 죽이자고 회유하지만 돌아서면 자신의 이득을 생각해 총을 겨누는 적이 되었다. 앞뒤가 다른 인간의 모습들이 알면서도 흥미로웠다.
전반적으로 생각없이 후루룩 읽을 수 있는 작품이었다. 아마 배틀 로얄을 알고 있는 독자들이라면 이 부분이 더욱 진하게 와닿을지도 모르겠다. 재미로 읽는다면 통쾌함을 줄 수 있겠지만 그것보다는 차마 알고 싶지 않았던 인간의 면모를 활자로서 이렇게 마주한다는 게 창피하면서도 썩 유쾌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럼에도 이 소설을 읽는 것을 후회하느냐고 묻는다면 재미가 있었기에 그것 또한 유의미했다고 대답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