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용품의 사회사
다나카 히카루 지음, 류영진 옮김 / 호밀밭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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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40년간 기다리셨습니다! / p.128

이 책은 일본 생리용품의 역사와 여성의 월경에 대한 인식을 다룬 사회학 도서이다. 아무래도 직접적으로 경험하는 사람으로서 관심이 생겼다. 개인적으로도 그런 내용을 주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 자체에 호의적이지 않는 편이기에 책을 읽고 조금이나마 그런 마음을 내려놓고 싶은 마음도 있었기에 이번 기회를 통해 읽게 되었다.

크게 네 개의 장으로 구분이 되어 있다. 생리용품이 없었던 과거의 처리 방법, 월경을 부정하는 역사, 일본에서 등장하는 생리용품 회사의 역사, 현재 생리용품과 관련된 이슈로 나누어져 있다. 일본의 논문이나 신문기사 등의 내용들이 실려 있어서 책을 읽는다는 느낌보다 역사를 공부하고 있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전체적으로 어려운 단어나 문장이 없어서 읽기에는 쉬웠지만, 일본의 역사와 맞닿아 있기 때문에 관련 분야의 배경 지식이 없는 나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워 시간이 조금 걸렸다. 그래도 처음부터 끝까지 흥미로운 사실들이어서 나름 재미있게 읽었다.

일회용 생리용품이 보편화되기 전에 이를 해결하는 방법이 조금 낯설게 다가왔다. 비싼 가격과 열악한 근무 환경으로 생리용품을 자주 교체할 수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탈지면과 거즈를 활용해 안으로 밀어넣는 방법으로 사용했다고 하는데 안에서 빠지지 않거나 내부에 염증이 생기는 등 위생상으로도 큰 문제가 되었다고 한다. 지금은 다양한 종류의 생리용품을 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에 경험해 보지 못한 시대의 이야기여서 더욱 그렇게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월경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또한 나에게는 재미있게 다가왔던 파트였다. 천 생리용품을 햇빛이 드는 곳이 아닌 안 보이는 헛간에서 건조한다거나 어머니로부터 월경에 대한 이야기를 듣지 못해서 처리하는 방법을 모르는 사람들이 있다는 내용들이 나온다. 생리용품을 구매할 때 검정색 비닐봉지에 넣는다거나 개인용 파우치에 담아서 휴대하는 등 이러한 부분은 일본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통용되고 있는 부분이었기에 공감이 되었다. 개인적으로 더러운 피에 대한 인식으로 일주일 간 다른 오두막에서 격리를 하는 문화는 충격적이었는데 네팔의 경우에는 그 문화로 인해 목숨을 잃는 소녀들의 이야기가 마음이 아팠다.

1961년에 등장한 안네 냅킨이라는 여성 생리용품에 대한 역사도 흥미로웠다. 안네 냅킨을 성공적으로 이끈 네 명의 사람이 있었지만 두 사람이 가장 눈에 들어왔다. 이는 사장 요시코와 PR 과장인 와타리라는 인물이다. 요시코 사장은 터부시되는 월경에 대한 인식을 바꾸기 위해 노력했다. 이러한 사장의 생각과 와타리의 광고 전략이 여성들에게 통했고, 안네 냅킨은 히트를 쳤다. 특히, 와타리는 남성임에도 여성의 애로사항을 느끼고자 직접 생리용품을 착용하면서 불편함을 직접적으로 느끼게 되었다고 한다. 이들의 열정과 노력이 나에게는 인상 깊게 다가왔다.

오늘날의 생리용품에 대한 이슈를 다룬 부분도 깊이 생각해 볼 지점들이 있었다. 요즈음 환경을 생각한다는 측면에서 천으로 만든 생리용품이 인기를 끌고 있는데 과연 이러한 부분이 맞는지에 대한 내용들이었다. 현재 일본의 생리용품 회사들은 분해가 되거나 재활용이 가능한 소재로 만들고 있으며, 화학 소재로 만들기 때문에 여성의 몸에도 안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주장에도 최대한 해가 되지 않는 소재로 생산한다는 답변들이 실렸다. 저자의 의견으로는 상황과 개인의 기호에 따라 천 생리용품과 일회용 생리용품을 적절하게 사용하면 된다는 내용이 있는데 이러한 생각에 전적으로 동감했다.

옮긴이의 말에서 한국 생리용품의 사회사를 다룬 책이 출간되었으면 좋겠다는 소망이 있다는 내용이 담겼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나 역시도 들었던 생각이었다. 아무래도 한국과 일본은 문화적으로 비슷한 지점이 많았기에 많은 정보를 알 수 있어서 좋았지만 한국의 역사에서 생리용품을 다룬 책을 보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있었다. 그러나 그것을 놓고 보더라도 여성이라면 한번쯤 생각했을 법한 이야기들을 책으로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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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입자 - 오사카 게이키치 미스터리 소설선
오사카 게이키치 지음, 이현욱 외 옮김 / 위북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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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이지 꿈을 꾸는 듯한 기분이었다. / p.12

요즈음 추리 소설의 매력에 푹 빠져서 지내는 중이다. 아마 지금까지 살면서 이렇게 추리 소설을 많이 읽었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꼭 추리 소설만 읽는 것은 아니지만 예전에 비하면 많은 편이다. 한 달에 한 권 읽을까 말까 하는 정도의 많은 독서 편향을 보이던 사람이었는데 올해 봄부터 약 네 권 이상 꼬박꼬박 추리 소설을 읽고 있다.

아직 추리 소설의 하수이기 때문에 생각하는 것처럼 범인의 정체가 나온다거나 스토리가 흘러가지는 않지만 그것 또한 나름의 매력이 있다. 어느 정도 경지에 올라 중수나 고수가 된다면 그래도 추리 소설 작가들의 의도를 파악할 수 있지 않을까. 나의 추리 실력도 기대가 된다. 사실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생각은 든다.

이 책은 오사카 게이키치의 추리 소설 단편집이다. 4월의 네 번째 추리 소설이자 첫 추리 소설 단편집이다. 사실 전에 읽었던 세 편이 실린 추리 소설이 있기는 했지만 전체적으로 하나의 스토리를 이루고 있었기 때문에 아무런 연관성이 없는 단편 소설집은 이 소설이 처음이다. 보통 추리 소설이라고 하면 촘촘한 스토리 라인이 생명이라고 믿고 있어서 단편 소설이 궁금해서 선택하게 된 책이다.

여덟 편의 추리 단편 소설이 실려 있다. 단편 소설은 대부분 끊어서 읽는 습관이 있는데 추리 소설이다 보니 흐름을 타고 두 시간 정도에 걸쳐서 완독하게 되었다. 전체적으로 몰입할 수 있는 스토리여서 재미있게 읽었으나 <탄굴귀>와 <백요>, <꼭두각시 재판>이라는 작품이 가장 인상 깊었다. <탄굴귀>는 탄광에서 일어난 사건으로 인한 연쇄 살인이 일어나 범인을 쫒는다는 이야기이다. 탄광에 불이 났다는 설정부터 시작하는데 아무래도 탄광을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는 사람이어서 모든 이야기가 생소하게 느껴졌다. 그러나 처음에 등장하는 이야기여서 더욱 몰입이 되었으며, 개인적으로 생각하지 못한 방향으로 전개가 되어서 특별히 기억에 남았다.

<백요>는 사람을 다치게 했던 자동차를 쫓는 이야기이다. 유료도로 차단기에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되는데 한국의 유료도로와 조금 다른 느낌이어서 흥미가 생겼다. 또한, 도로의 특성상 나타나는 트릭이나 사건을 일으킨 주인공의 마음이 무엇보다 이해가 되었다. 비록, 소설에서 주인공에 대한 심리 상태가 드러나는 것은 아니지만 주인공을 묘사하는 내용에서 보통 애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누구든지 공감할 수 있는 감정이었다. <꼭두각시 재판>은 재판마다 등장하는 한 사람에 대한 이야기이다. 세 번의 재판에 같은 증인으로 나타나는 여자가 처음에는 궁금했다. 정의감을 가진 인물에 대한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예상을 빗나가서 조금 당황스러웠던 작품이었다. 결말은 이상하게 또 씁쓸하게 만들어서 인상 깊었다.

단편 소설이라는 특성상 트릭이 많지 않았다. 그리고 매 소설마다 정형화된 방법으로 사건이 진행이 된다. 심리적인 압박감을 느끼게 하는 소설도, 급박한 전개를 주는 소설도, 지금까지 읽었던 소설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아무래도 저자가 등단했을 때가 과거의 이야기이다 보니 흑백 영화나 시대 장르의 소설을 보는 듯한 착각까지 들었다. 단순한 살인 사건들을 다루고 있어도 촘촘하게 진행이 된다는 점과 누가 봐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꽉 막힌 결말까지도 좋았다. 추리 소설의 하수인 나에게는 너무나 적합한 류의 소설이었다. 덕분에 고전 추리 소설의 진수를 알게 되어 좋았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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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울 메이트 - 영혼의 치유자, 반려견과 함께한 나날들
하세 세이슈 지음, 채숙향 옮김 / 창심소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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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예견하고 우는 것은 인간뿐이다. / p.60

태어나서 강아지를 두 번 키웠다. 첫 번째는 주택에 살던 시절 키우던 강아지였는데 당시 너무 어린 나이여서 함께 놀던 기억이 별로 없다. 이름이 바둑이라는 사실과 무지개 다리를 건넌 이유 정도만 어렴풋이 기억에 남을 뿐이다. 두 번째는 리뷰에서도 몇 번 언급한 적이 있다. 몇 년 전 하늘로 보냈던 강아지. 가장 힘들고도 어려운 시절을 함께 보냈던 터라 애착을 가지고 있었던 친구이자 가족이었다.

많은 추억들이 기억에 남지만 떠나기 며칠 전 있었던 일을 생각하면 어제의 일처럼 생생하다. 부모님과 의견 충돌이 있어 서러워 울던 날에 강아지가 했던 행동. 나와 딱 붙어서 뱀처럼 몸을 말고 있었는데 그 체온이 몇 년이 지난 아직까지도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그 다음 주에 갑작스럽게 무지개 다리를 건넜다. 못해 주었던 일에 대한 죄책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지만 아픈 몸을 이끌고도 나를 위로해 주었던 게 아직도 마음에 걸린다.

이 책은 반려동물인 강아지와 인간과의 관계를 다룬 소설이다. 무지개 다리를 건넌 친구에 대한 죄책감으로 섣불리 다른 생명을 가족으로 맞이하지는 않지만 강아지에 대한 이야기에는 늘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반려견에 대한 소설이라고 해서 망설임도 없이 읽게 되었다. 소설을 읽으면서 내가 의지했던 그 친구를 떠올리고자 했던 생각도 있었다.

하나하나 다 공감이 되면서 울컥했던 순간들도 있었다. 아무래도 강아지를 친구이자 가족으로 두면서 나름 큰 위로를 받았기에 더욱 추억들이 떠오르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목차가 강아지의 종으로 되어 있는 점이 인상 깊었다. 치와와나 시바견, 셰퍼드, 웰시 코기 등 나름 익숙한 이름들도 있었지만 보르조이, 버니즈 마운틴 도그는 처음 들어본 이름이어서 관심을 가지고 검색해 사진을 보고 상상하면서 읽었다.

<치와와>는 치와와 강아지와 한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이다. 아내와 시골에 내려와 살던 남자는 딸로부터 외면을 받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러다 아내마저 갑작스럽게 병에 걸리게 되었다. 역시나 딸들은 아버지를 무시하면서 병에 걸린 엄마에 대한 책임을 돌리기 바빴다. 의지하거나 함께 나눌 사람이 없는 그에게 유일한 존재는 아홉 살의 암컷 치와와 루비이다. 주인공을 보면서 아버지가 떠올랐다. 평소 성격이 무뚝뚝한 편이어서 그렇게 살갑게 지내는 편이 아니었는데 유독 아버지를 잘 따랐던 강아지였다. 이래서 우리 아버지도 강아지를 그렇게 아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보르조이>는 보르조이와 한 소년의 이야기이다. 돌아가신 아버지를 잊지 못해 새 아버지와 거리를 두고 있는 주인공 소년이 있다. 그 소년은 키우던 강아지인 레일라에게도, 동급생에게도 무시를 받았는데 어느 날 동급생으로부터 협박을 받고 집에 오자 레일라가 주인공 소년의 얼굴을 핥아 준다. 그러면서 소년과 레일라의 관계는 긍정적으로 진전되고, 새 아버지와도 조금은 가까워진 관계가 된다. 동물이 사람의 감정을 누구보다 예민하게 반응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보면서 소년과 강아지의 우정에 감동받았고, 한편으로는 레일라가 나보다 더 낫다는 자책이 들었던 부분도 있다.

<시바>는 시바견과 한 남자의 이야기이다. 쓰나미로 인해 어머니와의 연락이 끊기자 고향으로 돌아온 주인공은 돌아가신 어머니의 모습을 보게 된다. 그러나 어머니가 키우던 강아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는데, 이를 찾는 내용을 다루고 있다. 강아지로 인해 변화된 어머니의 모습과 주인공의 죄책감이 무엇보다 잘 표현된 소설이어서 가장 큰 공감이 되었다. 특히, 마지막 장을 넘기면서 울컥하기도 했다. 내 머릿속으로 그려지는 모습들이 아련하면서도 감동적으로 다가왔다. 위에 서술한 것처럼 무지개 다리를 건넌 친구에 대한 죄책감을 가지고 있기에 감정이입이 되었다.

<웰시코기 펨브룩>은 버림받은 한 강아지에 대한 이야기이다. 전 주인에게서 폭력을 받고 구조가 되었으나 마음을 열지 않아 고민하던 중 주인공이 나서서 입양하겠다는 의사를 비친다. 처음에는 케이지에서 나오지 않던 루크는 주인공이 키우던 다른 강아지를 점차 따르기 시작하면서 미세하게 변하기 시작한다. 반려동물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에서 나왔던 것처럼 다른 이야기들보다 가장 현실적인 이야기로 보였다. 비단 강아지뿐만 아니라 반려동물을 학대하는 이야기들을 보면서 인간이 가장 무섭다는 생각과 함께 인간애조차도 사라지는 순간이 많았는데 이 이야기를 통해 새삼스럽게 다시 상기시키게 되었다.

<저먼 셰퍼드>는 셰퍼드와 트라우마를 가진 한 여성과의 이야기이다. 주인공은 어렸을 때 강아지에게 심하게 물렸던 경험이 있어 강아지를 무서워한다. 등산을 하던 날에 셰퍼드 메구와 함께 올라오는 한 남자를 보고 호감을 가지게 되었지만 강아지에 대한 트라우마로 가까이 있지 못한다. 그 남자와 이야기를 나누던 중 자신이 강아지를 무서워하는 이유를 전하자 그 남자는 주인공을 물었던 강아지도 불쌍하다는 말을 전한다. 사실 이 내용의 결말이 나오기 전까지는 이해하지 못하는 말이었다. 매체를 통해 강아지가 피의 맛을 보면 지속적으로 문제 행동을 하게 되기에 안락사를 시켜야 한다는 주장까지 봤기에 더욱 그랬다. 강아지를 좋아하기는 하지만 피해를 준다면 그것은 또 다른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결말을 보고 어느 정도 이해는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전적으로 공감이 되지는 않았던 내용이었다.

<잭 러셀 테리어>는 테리어를 통해 아들과 추억을 쌓은 한 남자의 이야기이다. 주인공은 부인과 이혼한 뒤 혼자 살고 있다. 아들의 성화에 테리어 인디를 키우게 된 부인은 강아지의 문제 행동으로 골머리를 앓는다. 주인공은 강아지를 부탁하는 부인에게 생명을 키운다는 책임감을 가지라는 말을 건네면서 한 가지 조건을 내건다. 아들이 키울 수 있도록 할 테니 일주일 정도만 함께 보낼 수 있는 시간을 주라는 것이었다. 부인은 못미더웠지만 강아지를 키우고자 하는 아들의 강경한 태도에 허락하였다. 그렇게 주인공은 아들과 일주일의 시간을 보낸다. 무엇보다 내용 안에서 주인공이 내가 봐도 용서 안 될 일을 했었지만 반려동물을 대하는 태도만큼은 멋졌다. 생명을 키우는 것은 무엇보다 큰 책임감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아들과의 추억을 떠나 생명을 다룰 줄 아는 큰 사람으로 만든다는 것 자체에 초점을 보게 되었다.

<버니즈 마운틴 도그>는 버니즈 마운틴과 한 부부에 대한 이야기이다. 두 사람이 키우던 강아지가 아니었다면 이미 이혼했을 위기의 부부이다. 강아지가 무지개 다리를 건너게 된다면 자연스럽게 이혼을 생각하고 있던 두 사람에게 예상치 못한 일이 생겼다. 이는 강아지가 시한부의 삶을 살게 된다는 것이었다. 강아지에게 좋은 추억을 남기기 위해 일보다는 강아지와 보내는 시간을 만들고자 노력했고 그렇게 시간이 흐르면서 부부의 관계도 좋아진다. 사실 다른 내용과 달리 강아지가 죽음에 처하는 내용을 다루고 있어서 마음이 아팠다. 특히, 비슷한 이유로 강아지를 보냈었기 때문에 나에게는 무엇보다 현실처럼 느껴진 작품이어서 허구의 세계이지만 마지막 순간까지 제발 죽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었다.

단순하게 반려동물에 대한 내용이 아니었다. 분명 마음이 아픈 이야기들도 있었지만 그래도 슬프게 느껴지지 않은 이유는 강아지로 인해 사람들은 긍정적으로 바뀌었고, 누군가는 치유를, 또 누군가는 사랑을 쟁취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보았을 때 반려동물이 주는 변화는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어마어마하게 크다는 생각이 든다. 가족들에게 큰 선물을 주었던 일곱 마리의 반려견들이 고마웠고, 현실에 있는 반려견들이 더욱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가지게 된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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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 준비는 되어 있다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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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연애의 적이야. / p.53

이 책은 에쿠니 가오리 작가의 단편집이다. 울 준비가 되어 있다는 제목이 아리송하게 보여 관심이 갔던 책이다. 울 준비가 필요하다는 말이 와닿지 않을 뿐더러 어떤 순간에 울 준비를 한다는 것인지에 대한 순수한 궁금증이 생겼다. 최근 일본 작가의 소설들을 읽으면서 그래도 나름 만족을 했기에 호기심으로 읽게 되었다.

총 열두 가지의 사랑 이야기가 담겨 있다. 전체적으로 잔잔한 분위기와 소설에서 느껴지는 불안 또는 쓸쓸함의 감정, 주인공이 자신의 주변 환경 등을 설명하는 방식들이 약간 비슷하면서도 등장하는 인물들의 이야기로 들어가면 또 다른 느낌을 준다. 소설 속에서 어떤 이는 성소수자로서 같은 동성과의 사랑을, 또 어떤 이는 불륜이라고 칭하는 사랑을, 또 어떤 이는 보통 사람들이 하고 있는 평범한 사랑을 한다.

개인적으로 <뒤죽박죽 비스킷>과 <열대야>, <요이치도 왔으면 좋았을걸>이라는 세 작품이 가장 인상 깊었다. <뒤죽박죽 비스킷>은 주인공 마유미의 사랑 이야기이다. 마유미는 가족들이 먹지 않는 뒤죽박죽 비스킷이라는 과자와 비슷한 신세라고 생각하는 열일곱 소녀이다. 같은 동네에 살고 있는 히로토라는 남자에게 드라이브를 제의해 키우고 있는 강아지와 함께 해변으로 데이트를 나간다.

어떻게 보면 너무 흔한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결말이 너무 마음에 들었던 작품이었다. 사실 결말마저도 특별하게 다를 것은 없었지만 첫사랑과의 추억의 느낌이었다. 날씨부터 감정까지 전부 최악인 데이트였지만 결국 시간이 지나 기억에 남는 것은 데이트를 기대하면서 가지고 있었던 설렘과 불완전한 나의 모습이라는 점이다. 사람들이 첫사랑의 기억에서 나쁜 일들은 전부 날아가고 좋은 감정들만 미화가 된다고 하던데 이상하게 그 말들이 떠올랐다.

<열대야>는 아키미와 치카의 이야기이다. 아키미와 치카는 동성 커플이다. 치카는 아키미와의 관계를 불안하고도 고독하게 느끼고 있으며, 아키미는 그런 치카를 안심시킨다. 술집에서 술을 마시던 중 역시나 치카는 간접적으로 아키미에게 불안감을 내비쳤고, 과거 오키나와의 추억부터 둘만 있었던 시간을 하나하나 꺼내 이야기하면서 치카에게 안심을 준다.

성소수자들의 불안한 현실을 느낄 수 있던 작품이었다. 직접적으로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치카의 감정선을 통해 사회적으로 인정을 받지 못하는 그들의 이야기가 마음에 남았다. 특히, 이들이 그렇게 어린 나이가 아니기에 현실적인 부분과 함께 맞물려 더 나아가지 못한다는 게 안타깝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늘 그랬던 것처럼 치카의 말에 아키미의 사랑한다는 대답이 유독 인상 깊게 다가왔다.

<요이치도 왔으면 좋았을걸>은 며느리 나츠메와 시어머니 시즈코의 이야기이다. 나츠메는 매년 시어머니인 시즈코를 데리고 여행을 떠난다. 여행지에서 시즈코는 아들인 요이치와 함께 왔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내내 꺼낸다. 시즈코를 싫어하지는 않지만 그런 이야기를 꺼내는 모습을 보면서 나츠메는 싫다는 생각과 함께 과거에 불륜 관계였던 루이라는 인물을 떠올린다.

처음에 남편의 존재를 내 마음대로 읽었던 탓에 혼란스러움이 왔던 작품이었다. 그러나 다시 읽고 보니 나츠메가 말하는 의미를 제대로 인식할 수 있었다. 시어머니와 왔던 여행지에서 과거의 애인이었던 루이를 떠올린다는 게 솔직히 이해가 되지 않으면서도 읽고 있는 나까지 금지된 생각을 하는 기분이 들었다. 마지막에 나츠메의 질문과 그에 대해 다소 싱겁게 대답하는 시즈코의 이야기가 머릿속을 맴돌았다. 왜 맴돌고 있는지 이유는 모르겠다.

허울뿐인 부부 관계를 이어가면서 다른 이성을 떠올리는 사람, 유부남과 내연 관계에 있는 사람, 이혼 직전의 부부, 전형적인 아내와 엄마 역할에 취한 사람 등 다양한 사랑 이야기들이 머리로 이해가 되지 않으면서도 마음으로는 충분히 공감이 되었다. 사실 누가 보면 막장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관계들을 잔잔하면서도 쓸쓸하게 표현해서 나도 모르게 동정심이 생겼다.

여기에 실린 단편에 나오는 대다수의 주인공들이 사랑 속에서 불안 또는 고독을 느끼고 있다. 직접적으로 고독하다는 말을 꺼내는 경우도 있고, 고독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이를 부정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 이야기들을 읽는 내가 느끼기에는 자신이 고독하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뿐 그 모습 역시도 다른 이들과 다를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담담한 문체로 꺼내는 사랑 안에서의 고독이 고스란히 느껴졌던 작품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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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트 - 가장 민주적인 나라의 위선적 신분제
이저벨 윌커슨 지음, 이경남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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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우리 중 누구도 본래의 우리가 아니다. / p.80

유독 경계하거나 검열하는 것들이 많지만 그 중 하나가 차별과 편견에 대한 인식이다. 혹시나 나의 말과 행동이 상대방에게는 차별 또는 편견으로 읽힐 수 있다는 생각에 깊이 생각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대한민국 사회에서 태어나고 자랐던 사람이면서 비주류의 차별과 편견을 정면으로 느끼는 현장에서 근무를 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더욱 스스로를 돌아보면서 열린 사고를 하려는 노력 중 하나로 성인이 되어서 독서를 취미로 삼게 되었다.

상대방이 하는 편견과 차별도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편이기도 하다. 편견과 차별은 주류의 누군가가 비주류에게 가지고 있는 권력에서 나오는 행동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평등하거나 권력을 가진 사람에게 이를 행하지는 않는다. 아무리 부정한다고 해도 은연 중에 '이 사람이 나보다 낮은 계급의 사람일 거야.' 라는 인식을 미리 깔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꼭 내가 받는 편견과 차별이 아닌 내 주변 사람들이 당하는 일이어도 감정을 주체하기 힘들 때가 있다. 누군가는 피해의식이라면서 이 또한 조롱할 수도 있겠지만 내 기준에 차별과 편견은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이 책은 언론인이자 아프리카계 미국인 작가인 이저벨 윌커슨의 논픽션 사회학 책이다. 제목을 처음 보았을 때 내가 알고 있는 카스트와 조금 다르다는 생각에 호기심이 들었다. 학교에서 배웠던 카스트는 인도의 계급이었다. 미국에서의 카스트는 무엇일까, 하는 생각이 들어 읽게 되었다. 또한, 내가 늘 경계하고 있는 불평등에 관한 이야기여서 더욱 눈길이 갔다.

여기에서 말하는 미국의 카스트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유색 인종의 차별이다. 이 책에 따르면 인종차별의 문제가 카스트 제도 하에서 나온 하나의 현상이라고 말한다. 백인우월주의와 종교적 신화와 맞물려 카스트라는 제도가 생겨났다. 결국 카스트라는 피라미드에서 지배 계층은 유럽계, 중간 계층의 아시아계와 라틴계, 피지배 계층에는 아프리카계로 서열이 나누어졌다. 이 책에서는 지배 계층과 피지배 계층 사이에서의 권력 문제를 다루고 있다.

총 여섯 파트로 나누어졌으나, 전체적인 흐름에 따라 읽었다. 카스트 제도의 시작부터 문제, 백인들이 행한 비인륜적인 범죄,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의 설움과 카스트 제도의 현재와 미래까지 카스트 제도라는 틀을 가진 하나의 역사를 보는듯했다. 아무래도 저자가 아프리카계 미국인으로서 여기에서 말하는 피지배 계층이기 때문에 백인들의 무자비하면서도 무지한 폭력들이 적나라하게 표현되어 있다.

전반적으로 인상 깊게 보았지만 그 중에서도 히틀러의 이야기가 흥미롭게 다가왔다. 이 책을 통해 히틀러가 미국의 카스트 제도를 표방해 유대인들에 대한 폭력을 저질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히틀러는 아프리카계 미국인에 대한 백인들의 폭력을 부러워하면서 하나의 희생양으로서 유대인을 선택했다. 그리고 우리가 역사 시간에 배웠던 내용처럼 누구보다 잔인하게 유대인을 학살했다. 이러한 내용은 2 장에서부터 시작해 수시로 등장하는 내용이다. 히틀러의 충격적인 이야기들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백인들의 인종 차별 문제들은 피부로 실감할 일이 없었기에 나에게는 이 사실이 큰 충격이었다.

또한, 백인들이 카스트라는 이름 하에 저질렀던 폭력은 인도의 카스트 제도와 다를 것이 없었다. 이 내용 또한 비교하는 내용으로 자주 언급이 되기도 한다. 두 카스트의 차이점은 제도의 분류가 다르다는 것이다. 미국의 카스트는 위에 언급했던 것처럼 피부색으로 구분이 가능하며, 인도의 카스트는 직업과 이름의 성으로 구분하고 있다. 그러나 종교적 신화로부터 비롯된 자연의 법칙이라는 점을 들어서 이를 정당화시킨다거나 피지배 계층의 사람들은 열등하다는 낙인, 그들을 인간보다 더 낮은 계급으로서 인간성 자체의 부정, 대대손손 계급의 대물림 등 인도와 미국은 멀리 떨어져 있기는 하지만 카스트 제도는 놀라울 만큼 공통점이 많았다.

백인들의 폭력적인 이야기들과 더불어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이 받고 있는 고통의 내용들도 기술이 되어 있다. 그 중에서도 4 장의 <세상의 죄를 짊어진 희생양>과 5 장의 <스톡홀름 생존법>이라는 파트가 더욱 눈에 들어왔다. 전자는 미국 사회 내의 정치나 사회적인 문제들의 원인을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에게 돌린다는 내용이다. 예를 들면, 취업 일자리가 별로 없다거나 경제 상황이 나빠지는 등의 이유는 사회 내부의 문제임에도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을 희생양으로 삼아 집단의 원활한 기능과 견고함을 세우고자 했다는 것이다.

후자는 백인으로부터 사회적 폭력을 받고 있음에도 지배 카스트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차별 역시도 너그럽게 용서하거나 이해해야 하는 아이러니를 말하고 있다. 불완전한 제도 안에서 체념과 수용이라는 도덕적 의무를 가지고 맞아도 자비를 베풀라는 것. 인질이 범인에게 동조되는 현상을 일컫는 스톨홀름 증후군의 이야기를 들어 카스트 제도 안에서의 지배 계층과 피지배 계층 사이의 동조를 다루고 있는데 보면서 화가 났었던 부분이기도 하다.

시간이 흘러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이 불합리함을 깨닫고 권리를 쟁취하고자 노력하고 있으며, 아프리카계 미국인이 가장 높은 권력을 가진 자리에 선출이 되었던 적도 있다. 분명히 겉으로 보기에는 변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서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이 쟁취한 정책들은 백인의 피지배 계층에게 돌아가고 있다는 점과 피지배계층에게 세금을 사용하는 것이 싫다는 이유로 차라리 치료를 못 받아 죽고 말겠다는 말을 보니 단전에서 답답함이 느껴짐과 동시에 내가 크게 착각하고 있었다는 생각도 들었다. 특히, 백인우월주의를 전적으로 지지하는 전 미국 대통령을 뽑은 이유 역시도 지배 계층들의 권력에서 나온 선택이라는 사실도 씁쓸했다.

지금은 백인이 조금 더 우세하나 2042 년에는 미국의 인구 비율이 역전될 것이라고 한다. 현재는 피부색이 조금이라도 흑색에 가깝다면 피지배 계층의 낙인을 찍고 있지만 그 시점이 되면 조금 더 완화시켜서 동양과 라틴계의 피부색을 비교해 지배 계층으로 끌어들여 자신들의 제도를 견고하게 유지시킬 것이라는 내용이 뭔가 머리에 박혔다. 어떻게 해도 백인이 미국에 남아 있는 한 카스트 제도는 불멸할 것이며, 아프리카계 미국인은 항상 편견과 차별, 갈등에 얽매이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묘하게 대한민국의 모습들이 떠오르기도 했다. 특히, 두 가지 부분에 대한 생각이 떠올랐는데 하나는 여기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문화 차별, 또 하나는 대한민국 사람들끼리 벌어지는 차별 문제였다. 둘 다 저자가 말하는 미국의 카스트 제도에 비하면 새발의 피로 느껴질 정도로 사소할 수도 있겠지만 바다 건너 동양의 이 나라에도 기울어진 운동장처럼 지배 계층과 피지배 계층의 갈등과 차별이 존재하고 있기에 자연스럽게 겹쳐서 보이는 부분이 있었다.

단일민족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다문화 사회가 되어가는 현실에서 우리 역시도 동남아 국가의 사람들에게는 차별과 멸시를 하고 있으나, 유럽이나 미국에서 온 사람들에게는 호의적으로 대하는 태도들과 누군가에게는 지배 계층이겠지만 그와 동시에 피지배 계층의 삶을 살아가고 있기에 나도 모르는 사이에 했었던, 또한 겪었던 많은 차별의 말들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우리 또한 그런 부분에서는 자유롭지 못하는 것 같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벌어지는 부끄러운 단면이 나에게는 충격적이었으며,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의 희생과 상처들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그렇기 때문에 번역이나 내용 자체는 술술 읽혔지만 보는 내내 부정적인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좀처럼 속도가 나지 않았다. 감정적으로 힘들었지만 꼭 필요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문외한이었던 인종 차별 문제에 대해 조금 깊게 생각할 수 있는 계기와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이 책의 마지막에는 "카스트가 없는 세상은 모두를 자유롭게 할 것이다." 라는 문장이 나온다. 이 내용이 곧 현실이 되었으면 좋겠다. 저자의 바람처럼 말도 안 되는 이념들로 정해진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인간의 존엄성은 휴지조각이 되는 일이 쓸데없는 공상으로 느껴지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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