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를 가로지르는 은하향초
김청귤 지음 / 다산책방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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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제 향초를 만들 시간이었다. / p.13

떠나 보낸 사람을 다시 만날 수 있다면 그곳으로 돌아갈까. 지금 이 질문에는 무조건 Yes로 대답할 것 같다. 작년에 세상을 떠난 가족들에 대한 그리움이 아직까지 남아 있기 때문이다. 돌아간다고 해서 착한 자녀이자 손녀로 대하지는 않겠지만 이제 다시는 볼 수 없는 이들을 만나면 참 좋을 듯하다. 물론, 세상이 그렇듯 어디까지나 상상에 불과하고 실제로 일어나지 않는다. 그냥 바람일 뿐이다.

이 책은 김청귤 작가님의 연작소설집이다. 올해 도서전에서 앤솔로지 소설집을 구입했고, 작가님의 사인을 받은 적이 있다. <재와 물거품>을 비롯해 인터넷 서점에서 드문드문 신간을 접했고, 장바구니에 담겨져 있기도 하지만 부끄럽게도 딱 한 권의 작품집과 앤솔로지의 한 편밖에 읽지 못했다. 그럼에도 나름 흥미로운 소재로 기억하고 있어서 이번 신작도 기대가 되어 선택하게 되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마녀이다. 마녀는 손님이 가지고 온 물건으로 향초를 만드는데 그냥 향초가 아니다. 심지어 물건도 아무거나 가지고 온 것도 아니다. 지금은 떠난 이의 소중한 물건을 가지고 왔고, 이를 가지고 한 번의 재회를 위한 향초인 것이다. 마녀에게 찾아오는 이들은 다양하다. 처음에는 고양이 치즈를 고양이 별로 보낸 주인이 등장하고, 그밖에도 각기 다른 사연을 가진 등장인물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술술 읽혀졌던 작품이었다. 우선, 페이지 수가 너무 짧아서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었다. 160 페이지 정도의 작품이었는데 연작 소설이어서 단편의 느낌을 주었다. 중간에 다른 일을 보더라도 흐름이 끊기지 않아서 좋았다. SF 장르의 소설이어도 그렇게 과학적 지식을 요구하는 내용은 아니어서 그것도 괜찮았다. SF의 느낌보다는 판타지의 느낌이 더욱 강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략 삼십 분 정도면 완독이 가능할 수준이었다.

개인적으로 등장하는 인물들의 특성들이 인상적이었다. 그동안 비슷한 소재의 작품들을 종종 읽었는데 대부분 그곳에 등장하는 것은 인간이 반려 동물을, 또는 인간이 다른 인간을 그리워하는 내용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런데 이 작품에 등장하는 이들은 인간이 아니었다. 주인을 그리워하는 개가, 요리를 잘 만들었던 안드로이드를 그리워하는 인간이 마녀를 찾아오거나 만나기를 원한다는 것이었다. 그리움은 만물 공통의 감정이 아닐까 싶었다.

읽는 내내 하늘에서 전에 키우던 강아지에 대한 생각이 들었다. 만약에 소설의 내용처럼 하늘의 누군가를 찾아가 주인과 다시 만나고 싶다는 말을 멍멍 짖으면서 전하지 않을까. 상실의 치유를 주는 내용이기는 하지만 그것보다는 옆을 떠난 많은 이들과 강아지가 그리웠던 작품이었다. 나에게도 마녀가 있다면 아직 나에게 남겨진 아버지의 파자마와 강아지의 장난감을 가지고 코튼 향의 향초를 만들어 달라고 부탁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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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체로 놀지 마 어른들아
구라치 준 지음, 문지원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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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체를 생각하면 부정적 이미지부터 떠오르는데 이를 이용한 어떤 이야깃거리가 쏟아져 나올지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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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의 틈새 여성 디아스포라 3부작
이금이 지음 / 사계절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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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런 순간이면 때 없이 일상을 뒤흔드는 고향이라는 게, 조국이라는 게 차라리 없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p.358

독서를 좋아하는 사람 중 하나이지만 부끄럽게도 꽤 오랜 시간 담을 쌓은 주제가 하나 있다. 바로 우리나라의 역사를 다룬 작품이었다. 학창시절 베스트셀러인 <덕혜옹주>뿐만 아니라 지인들에게 추천을 받았던 <알로하, 나의 엄마들>이라는 작품도 아직 읽지 못했다. 이렇게 생각을 적기 시작하면서부터 <작은 땅의 야수들>, <해방자들> 등 이민자의 디아스포라 문학과 고혜원 작가님의 <래빗> 등 한국 작가의 작품도 드문드문 읽게 되었다.

이 책은 이금이 작가님의 장편소설이다. 언급했던 <알로하, 나의 엄마들>이라는 소설을 집필하신 분으로 알고 있다. 책을 구입하기는 했는데 아직 용기를 내지는 못했다. 그만큼 슬프다는데 그 아픔을 마주하기에는 아직 용기가 부족한 듯하다. 그러다 이번에 신작 소식을 접했다. 이 역시도 나름의 용기가 필요한 일이기는 하지만 접하고 있는 문학이니 도전해 보기로 했다.

소설의 주인공인 단옥은 어머니 덕춘과 오빠, 동생들과 함께 아버지인 만석이 일하고 있는 화태라는 지역으로 이동한다. 이동하던 중 오빠는 편지 하나를 남기고 사라졌고, 만석의 회사에서 제공된 사택에서 가족들과 함께 하루하루를 보낸다. 그 사이, 단옥에게는 동생이 생겼고, 정만네 부부와 가까워졌다. 행복한 시간도 잠시 전환배치 명분으로 만석은 다시 일본으로 이동해 생이별을 한다. 스토리는 주단옥 가족의 일대기를 그리고 있다.

너무나 술술 읽혀졌던 작품이었다. 감정 과잉이 될 것 같다는 우려를 가지고 시작했는데 슬프기는 해도 그게 눈물을 흘릴 수준은 아니었다. 토요일 아침에 일어나 첫 장을 펼쳤는데 그 자리에서 식사도 거르고 쭉 읽었다. 그만큼 푹 빠져들었다. 각각의 인물들에게 감정선이 이동해 페이지를 넘기다 보니 마지막 표지까지 닿게 되었는데 대략 두 시간 정도 걸린 듯하다. 참고로 450 페이지의 작품이었다.

개인적으로 읽으면서 주변인이라는 단어가 가장 먼저 떠올랐다. 사실 스토리로만 놓고 보면 치고 올라가는 사건은 없었다. 인물들의 시선에서는 큰 사건일지 모르겠지만 읽는 독자들의 입장에서는 평범하게 느껴졌다. 남들처럼 똑같은 시간 안에 가족과 함께 일상을 살아간다. 거기에 한국과 일본, 소련, 북한에 이르기까지 그들과 연결되는 나라들은 많은데 정작 지켜 줄 수 없는 곳이 없다. 그게 생선 가시가 목에 박히듯 걸렸다.

만석과 덕춘 부부, 정만과 치요 부부, 중후반부에 등장하는 진수네까지 다 묶어서 시대적 배경을 가리고 본다면 드라마 <한지붕 세가족>이나 <응답하라 1988>이 떠오르는 이웃의 모습들이었다. 그만큼 소시민적인 이야기로 읽혀졌는데 그들이 가진 시대의 필름을 키우는 순간 대한민국의 아픈 역사가 되어 버렸다. 읽고 나서도 마음 한구석이 먹먹하다. 이 여운과 기억들이 지워지지 않게 간직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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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바른 지도의 뒷면에서
아이자키 유 지음, 김진환 옮김 / 하빌리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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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내가 처한 상황을 두려워할 기력은 남아 있지 않았다. / p.15

이 책은 아이자키 유라는 일본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크게 생각하고 선택한 작품은 아니었다. 단지, 익숙한 출판사에서 발간한 신간이어서 읽게 되었다. 그동안 일본 소설을 그나마 괜찮게 읽기도 했고, 올바른 지도의 뒷면이라는 제목에 대한 궁금증도 있었다. 요즈음 이상하게 소설만 내리 읽게 되는 경우가 있어서 걱정이 되었지만 느낌으로 기대를 가지고 책장을 넘겼다.

소설의 주인공은 코이치로라는 인물이다. 누구보다 성실하게 살아가는 미성년자 남성이다. 야간 학교로 학업을 이어가면서 실직한 아버지 대신 낮에는 이것저것 아르바이트로 생계도 책임진다. 그러면서 작게 모은 8만 엔으로 독립 계획까지 세운다. 그 모은 돈을 아버지께서 유흥에 써버리고, 코이치로의 가까운 이성 친구마저 강간했다는 발언에 이성을 잃고 폭력을 저지른다. 그렇게 아버지를 눈이 쌓인 바닥에 눕히고 도망치듯 고향을 벗어난다.

술술 읽혀졌던 작품이었다. 세계관이 크다거나 고도의 지식을 요구하는 스토리는 아니다. 소설이라는 장르를 빼고 읽는다면 에세이로 착각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현실감을 가진 이야기여서 몰입할 수 있었다. 코이치로의 시점으로 전개되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에게 감정도 이입되었다. 340 페이지 정도의 작품이었는데 두 시간 안에 완독이 가능하다. 라디오 시작부터 끝까지 듣다 보면 마지막 페이지에 도달한다. 그만큼 쉽게 넘길 수 있다.

개인적으로 두 가지 지점이 인상적이었다. 첫 번째는 인간애에 대한 부분이다. 코이치로는 가명을 써서 노숙자들과 함께 지내다 소개로 일용직에 뛰어든다. 그곳에서도 성실함을 인정받아 타인의 도움으로 공장에 취업까지 하게 되는데 인간의 기본적인 마음을 깊이 생각할 수 있었다. 거친 세상에서 삐뚤어진 사람들을 만나 잘못된 길을 갔을 수도 있을 텐데 코이치로는 인복이 좋아 많은 도움을 받고 살아간다. 참 인류애가 넘치는 작품이었다.

두 번째는 코이치로의 아버지에 대한 부분이다. 코이치로는 아버지를 살해했다는 생각에 청년 시기까지 숨어 지낸다. 시간이 흘러 고향에 돌아와 진실을 알게 되는데 결말 지점이 참 묘한 느낌을 주었다. 코이치로가 없는 동안 아버지의 이야기와 고향에서 코이치로가 아버지를 향한 감정선이 공감이 되면서도 약간 분노가 생겼다는 것이다. 누가 봐도 코이치로에게 못된 아버지인데 이상하게 결말에 드러난 지도는 그럴 수 있다고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다.

소설을 읽으면서 이렇게까지 주인공이 가진 심리까지 공감이 되었던 작품이 얼마나 있나 싶다. 물론, 리뷰에 검색하면 조금 나오기는 한다. 그럼에도 읽는 내내 코이치로의 이 감정선 하나하나가 자식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이해하게 되었다. 또한, 코이치로가 몰랐던 아버지의 과거가 인간으로서 감정적인 납득이 되어 흥미로웠던 작품이었다. 페이지의 마지막에서 드는 이 허무하고도 헛헛한 마음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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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수요일 토요일
페트라 펠리니 지음, 전은경 옮김 / 북파머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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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누가 먼저 죽게 될지 궁금할 정도로 시간이 아주 느리게 흘러간다. / p.12

이 책은 페트라 펠리니라는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어디까지나 사적인 취향이기는 하지만 노인이 등장하는 작품을 좋아한다. 거기에 세대가 다른 청년이나 청소년과의 우정을 다룬 작품이라고 하면 뒤도 안 돌아보고 선택하는 편이다.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을 읽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나만의 베스트셀러인 <레니와 마고의 백 년>이라는 작품과 비슷한 결이지 않을까. 많은 기대를 가지고 페이지를 넘겼다.

소설의 주인공은 린다라는 인물이다. 현재는 어머니와 같이 살고 있으며, 차에 치여 죽는 것이 목표인 청소년이다. 린다를 살게 하는 사람들은 거의 유일한 친구인 케빈과 근처에 살고 있는 노인 후베르트다. 후베르트의 요양보호사의 휴식을 위해 일주일에 세 번 후베르트의 집을 방문해 전반적인 케어를 해 주고 있다. 치매로 조금씩 변화되는 후베르트와 그를 바라보는 린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전반적으로 술술 읽혀졌던 작품이었다. 크게 이해하기 어려운 이론이나 지식이 등장하는 소설은 아니어서 부담 없이 시작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인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세대를 초월한 두 사람의 우정이 주제가 되는 작품들이 많기 때문에 그 역시 익숙한 부분이지 않을까. 370 페이지 정도의 작품이었는데 이틀에 걸쳐 두 시간에 완독이 가능했다. 그만큼 가독성이 좋았던 편이었다.

개인적으로 두 가지 지점이 인상적이었다. 첫 번째는 린다의 면모이다. 소설에서 린다는 후베르트와 많은 시간을 보내는데 읽는 내내 깜짝 놀라는 순간들이 꽤 있었다. 후베르트가 상식적으로 벗어난 말과 행동을 하더라도 이를 인내심을 가지고 지켜 보는 장면들이다. 후베르트의 딸은 이를 제지하기 위해 지시하는 반면, 린다는 명확하게 지시를 내리되 후베르트의 반응을 기다렸다. 이 지점은 나이를 떠나 배워야 할 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두 번째는 케빈과 린다의 염세주의적인 태도이다. 언급했던 것처럼 린다는 차에 치여서 죽고 싶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며, 케빈은 세상에 뜻이 없음을 지속적으로 어필하는 아이로 등장한다. 뭔가 목표를 가지고 성장하기보다는 살아가는 현재에 크게 미련이 없는 듯했다. 한참 성장할 열다섯이라는 어린 나이에 비관적이고, 염세적인 태도를 가진 두 아이가 인간적으로 연민이 들었다. 무엇이 이들의 삶을 가로막을까.

큰 사건이나 굴곡 없이 전개되는 스토리여서 일부 독자들에게는 슴슴하다는 느낌을 받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류의 작품을 좋아해서 끝까지 완독했지만 나 역시도 언제쯤 절정에 이르는지 궁금함을 가지고 페이지를 넘겼던 작품이기도 하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었더니 린다가 세상을 살아가는 게 별것 없다고 말해 주는 듯하다. 그럼에도 그래도 살만하다는 것 또한 함께 일러 주었다. 힘들 때 읽으면 인간적인 동지애를 느낄 수 있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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