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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의 틈새 ㅣ 여성 디아스포라 3부작
이금이 지음 / 사계절 / 2025년 8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런 순간이면 때 없이 일상을 뒤흔드는 고향이라는 게, 조국이라는 게 차라리 없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p.358
독서를 좋아하는 사람 중 하나이지만 부끄럽게도 꽤 오랜 시간 담을 쌓은 주제가 하나 있다. 바로 우리나라의 역사를 다룬 작품이었다. 학창시절 베스트셀러인 <덕혜옹주>뿐만 아니라 지인들에게 추천을 받았던 <알로하, 나의 엄마들>이라는 작품도 아직 읽지 못했다. 이렇게 생각을 적기 시작하면서부터 <작은 땅의 야수들>, <해방자들> 등 이민자의 디아스포라 문학과 고혜원 작가님의 <래빗> 등 한국 작가의 작품도 드문드문 읽게 되었다.
이 책은 이금이 작가님의 장편소설이다. 언급했던 <알로하, 나의 엄마들>이라는 소설을 집필하신 분으로 알고 있다. 책을 구입하기는 했는데 아직 용기를 내지는 못했다. 그만큼 슬프다는데 그 아픔을 마주하기에는 아직 용기가 부족한 듯하다. 그러다 이번에 신작 소식을 접했다. 이 역시도 나름의 용기가 필요한 일이기는 하지만 접하고 있는 문학이니 도전해 보기로 했다.
소설의 주인공인 단옥은 어머니 덕춘과 오빠, 동생들과 함께 아버지인 만석이 일하고 있는 화태라는 지역으로 이동한다. 이동하던 중 오빠는 편지 하나를 남기고 사라졌고, 만석의 회사에서 제공된 사택에서 가족들과 함께 하루하루를 보낸다. 그 사이, 단옥에게는 동생이 생겼고, 정만네 부부와 가까워졌다. 행복한 시간도 잠시 전환배치 명분으로 만석은 다시 일본으로 이동해 생이별을 한다. 스토리는 주단옥 가족의 일대기를 그리고 있다.
너무나 술술 읽혀졌던 작품이었다. 감정 과잉이 될 것 같다는 우려를 가지고 시작했는데 슬프기는 해도 그게 눈물을 흘릴 수준은 아니었다. 토요일 아침에 일어나 첫 장을 펼쳤는데 그 자리에서 식사도 거르고 쭉 읽었다. 그만큼 푹 빠져들었다. 각각의 인물들에게 감정선이 이동해 페이지를 넘기다 보니 마지막 표지까지 닿게 되었는데 대략 두 시간 정도 걸린 듯하다. 참고로 450 페이지의 작품이었다.
개인적으로 읽으면서 주변인이라는 단어가 가장 먼저 떠올랐다. 사실 스토리로만 놓고 보면 치고 올라가는 사건은 없었다. 인물들의 시선에서는 큰 사건일지 모르겠지만 읽는 독자들의 입장에서는 평범하게 느껴졌다. 남들처럼 똑같은 시간 안에 가족과 함께 일상을 살아간다. 거기에 한국과 일본, 소련, 북한에 이르기까지 그들과 연결되는 나라들은 많은데 정작 지켜 줄 수 없는 곳이 없다. 그게 생선 가시가 목에 박히듯 걸렸다.
만석과 덕춘 부부, 정만과 치요 부부, 중후반부에 등장하는 진수네까지 다 묶어서 시대적 배경을 가리고 본다면 드라마 <한지붕 세가족>이나 <응답하라 1988>이 떠오르는 이웃의 모습들이었다. 그만큼 소시민적인 이야기로 읽혀졌는데 그들이 가진 시대의 필름을 키우는 순간 대한민국의 아픈 역사가 되어 버렸다. 읽고 나서도 마음 한구석이 먹먹하다. 이 여운과 기억들이 지워지지 않게 간직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