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 개정판 미쓰다 신조의 집 2
미쓰다 신조 지음, 현정수 옮김 / 북로드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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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그때 갑자기 가까이에서 이상한 신음소리가 들렸다. / p.14

예전에는 취향에 맞지 않는 작가의 작품이라면 거들떠 보지도 않았다. 책과 친한 지인들의 추천에도 나의 길을 걷겠다는 심정으로 애써 무시했었던 것 같다. 그런데 시간이 흘러 독서를 오래 하다 보니 별로라고 생각하는 작품도 다시 읽게 되고, 별로라고 생각했던 작가도 다시 보게 된다. 같은 작가의 작품이라도 호불호가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하게 된 것이다. 이 지점이 독서의 순기능이 아닐까 싶다.

이 책은 미쓰다 신조라는 일본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지금까지 세 권이나 읽을 정도로 자주 접했던 작가이다. 재미 측면에서는 충분히 만족스러웠지만 그동안 호러 장르에 크게 흥미를 느끼지 못한 사람 중 하나로서 재미와 별개로 의문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다 올해 여름을 유독 호러 스릴러 장르의 작품들이 당기는 시기였는데 자연스럽게 이 작가의 신작과 연결이 되었다. 이제 가을이 성큼 다가왔지만 호러는 기대가 되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고타로라는 인물이다. 부모님께서 불미스러운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셨고, 2년 정도 시간이 흘러 할머니와 함께 낯선 동네로 이사를 오게 되었다. 분명 처음 보는 동네인데 낯익은 기시감을 느끼고, 근처에서 할아버지로부터 이상한 물음을 받는다. 그러다 레나와 친구가 되었다. 고타로는 레나에게 자신이 겪은 이야기를 꺼냈고, 둘이 함께 그 비밀을 파헤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전반적으로 술술 읽혀지는 작품이었다. 그동안 미쓰다 신조 작가의 작품을 읽다 보면 일본의 문화들이 조금씩 드러나서 이해가 안 될 때가 많았다. 그런데 이 작품은 그 부분이 배제가 되어서 어려움이 없었다. 물론, 일본 다다미방이나 문자를 활용한 내용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기본적인 일본어만 알고 있다면 충분히 인지할 수 있는 내용이어서 읽기에는 가장 편했던 작품이었다. 대략 세 시간에 모두 완독이 가능했다.

개인적으로 결말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고타로가 집과 동네에서 마주한 기이한 현상을 찾아가던 중 중후반부에 이르러 그 비밀이 열리는데 디테일하게 생각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흘러갔다. 추리 장르를 좋아하는 독자들에게는 너무 심심하다고 느낄 수 있겠지만 적어도 나에게만큼은 흥미롭게 다가왔다. 범인은 예상할 수 있는 범위이기는 하지만 연결 고리를 찾지 못했다는 점에서 재미를 느꼈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나니 지금까지 읽었던 미쓰다 신조 작가의 작품들 중에서 가장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시간이 흐르다 보면 과거에 읽었던 작품들처럼 기억이 흐려지기는 하겠지만 덮고 난 이후의 느낌은 가장 좋았던 이야기이지 않을까 싶었다. 다음에 집 시리즈의 마지막 완결판이 나온다는 역자의 말을 읽고 나니 더욱 기대가 된다. 어쩌면 첫 번째 시리즈인 <흉가>를 안 읽었기 때문에 신선하게 다가왔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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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말까지 다섯 걸음
장강명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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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말이지, 고통이나 손실을 받아들일 수 있어. 죽음도 받아들일 수 있다고. 하지만, 불공정은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어. / p.13

소설보다는 에세이를 더 사랑하게 되는 작가들이 있다. 가장 대표적인 인물이 '무라카미 하루키'가 아닐까. 장르의 팬이 따로 있을 정도로 유명한데 나 역시 그 중 하나의 사람이다. 하루키의 모든 작품을 읽었던 것은 아니지만 확실히 호불호가 나누어져 있다. <노르웨이의 숲>과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은 불호에서 보통 수준을 넘나들었는데 에세이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인생 에세이 수준으로 좋았다.

이 책은 장강명 작가님의 소설집이다. 한국 작가님들 중에서는 바로 장강명 작가님의 작품들이 그렇다. 물론, 하루키만큼이나 많이 읽었던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인성에 비해 잘 풀린 사람>에 실린 작품이나 <우리의 연애는 모두의 관심사>는 실린 작품들은 보통과 불호 딱 그 중간이었다. 반면, <미세 좌절의 시대>는 너무 좋은 감상을 남겼던 터라 신작인 <먼저 온 미래>도 빠른 시일 내에 읽을 계획이다. 소설 신작은 반신반의로 읽게 되었다.

소설은 종말이 다가오는 세상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듯하다. 부정, 절망, 타협, 수용, 사랑에 이르기까지 다섯 챕터로 나누어 짧은 소설이 네 편에서 다섯 편 정도 실려 있으며, 각 챕터의 첫 작품은 종말을 맞이하는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는 연작 소설의 형태를 띄고 있다. 그렇게 총 스무 편의 작품이 실렸는데 전체적으로 SF 장르여서 흥미롭게 골라 읽을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전체적으로 술술 읽혀지면서도 어려웠다. 어렵게 다가오는 이유는 크게 상상이 안 되거나 너무나 어려운 지식이 등장하거나 둘 중 하나인데 이 작품집은 전자에 속했다. 종말이라는 단어 자체가 체감상 너무 멀게 다가온 탓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이야기가 고대 설화만큼이나 먼 이야기로 느껴졌다. 감정적으로 딱 다가오기보다는 머릿속으로 이해하는 데 오랜 시간이 소요되었다. 200 페이지가 조금 넘는 작품이었는데 한 시간 반이 걸렸다.

개인적으로 <종말>로 시작되는 연작 소설들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첫 번째 챕터에서는 종말을 맞이하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부정하는 것으로도 끝나지 않고, 다른 행성으로 이주할 수 있는 수단에 총 오백 명을 뽑는다고 하는데 과학자와 관련 지식인들을 위주로 선발한다는 소식에 화자는 불합리하다는 생각을 한다. 차라리 무작위가 낫지 않겠냐는 것이다. 이후로 종말을 맞이하는 과학자들과 다른 사람들의 시점으로 점차 이야기가 흘러간다.

이 연작 소설을 읽고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퀴블로 로스의 5단계 이론'이다. 대학교 전공 수업을 들으면서 죽음을 받아들이는 다섯 단계를 처음 접했는데 부정-분노-타협-우울-수용으로 심리가 변화한다는 이론을 배웠다. 물론, 작품에서는 '부정-절망-타협-수용-사랑'으로 전개가 되지만 현실로 피부에 닿을 수 있는 사례를 찾으려는 본능 때문인지 몰라도 등장하는 인물들의 모습이 이를 겪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종말과 투병은 비슷한 감정으로 다가올까. 질병을 부정하다가 자신의 처지에 절망하고, 운명에 타협하면서 수용하게 되고, 마침내 질병을 인정하게 되는 일. 물론, 질병을 사랑할 수 없다는 사실은 어쩔 수 없지만 말이다. 마지막에 실린 작가의 말을 읽으면서 내 생각은 확신이 되었다. 종교를 믿지는 않지만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면서 작가님의 부탁을 다시금 되새기고 마음으로 간절히 기도하게 되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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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깃든 산 이야기 이판사판
아사다 지로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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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믿고 읽는 북스피어 출판사의 신간이군요. 유명한 작가님이시지만 아직 접하지는 못했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괴담의 매력에 느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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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사랑 중독 클럽
이온화 지음 / 한끼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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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짝사랑 중독 클럽이라니. 그딴 오타쿠 같은 동아리가 우리 학교에 있었어? / p.14

연애 자체에 큰 흥미가 없지만 이런 나에게도 짝사랑의 기억은 있다. 아니, 학창시절에는 조금 있었던 것 같다. 초등학교 때 당시 유행하는 고백장을 써서 줬고, 거하게 차인 것은 무덤까지 가지고 갈 흑역사 중 하나고, 이후로도 종종 누군가에게 성애적인 감정을 느꼈고, 가슴앓이를 했었다. 물론, 성향 탓인지 첫 흑역사의 기억인지 정확하지는 않지만 누구에게도 티를 내지 않고 조용히 만들었다 처리했다.

이 책은 이온화 작가님의 장편소설이다. 누구나 가지고 있는 짝사랑을 소재로 했다는 점에서 관심을 가지고 선택한 작품이다. 중독까지는 아니어도 대부분의 사랑이 일방적이었기 때문에 많은 공감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요즈음 독서 패턴이 무겁거나 무서운 소재 위주로 읽다 보니 조금 환기를 시킬 수 있는 작품이 필요했다. 가볍게 읽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가지고 페이지를 넘겼다.

소설의 주인공은 우주, 이도, 태현, 지나이다. 이 네 명은 해랑고등학교에서 사진부에 속했다. 어느 날, 짝사랑 중독 클럽에 관한 쪽지를 받았다. 한 장소에 모인 이들은 24 시간 안에 초대장을 찢으면 짝사랑이 성공할 수 있는 타이밍으로 돌아간다는 쪽지를 받는다. 이도를 시작으로 반신반의, 또는 각자 다른 생각으로 초대장을 찢었고, 사랑 확률이 높은 그 시기로 돌아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전반적으로 술술 읽혀졌던 작품이었다. 애초에 기대감을 가진 측면이 가벼운 스토리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충족이 되었던 작품이었다. 타임슬립이라고 하기에는 근거리를 담고 있고, 학창시절에 동급생을 짝사랑했던 경험을 되새기게 한다는 측면에서 현실감도 있었다. 크게 어렵거나 이해가 힘든 지점도 없어서 한 호흡에 후루룩 완독이 가능하다. 200 페이지가 조금 넘는 작품이었는데 한 시간이면 충분하다.

개인적으로 이들이 파헤치는 비밀에 대한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초반 흐름은 언급한 것과 같이 짝사랑을 위해 과거로 돌아간다. 그러다 중후반부에 해랑고등학교 학생회장과 고등학교에서 투신 자살한 선배의 새로운 사건이 펼쳐지면서 장르가 서서히 추리 소설로 바뀌는 지점이 있다. 지나가 학생회장을 좋아하는 아이로 등장하는데 마지막에 사건의 전말을 알게 되면서 나 역시도 약간 소름이 돋았다.

책을 덮고 나니 제목에 대한 의문점이 들었다. 등장하는 인물들이 짝사랑하기는 하지만 중독 수준은 아니다. 심지어 마음을 접은 아이들도 있었다. 그런데 왜 이들을 짝사랑 중독 클럽에 초대하려고 했을까. 풋풋한 청소년의 사랑보다는 타인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낄 때 생각해야 될 요소들을 다룬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지점에서 사랑하는 사람에게 자신의 취향을 설명하지 말자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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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론은 어쩌다
아밀 지음 / 비채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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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현실적인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와닿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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