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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들
이동원 지음 / 라곰 / 2025년 11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막연한 상상이 아니라 확실한 계산이었다. / p.42
이 책은 이동원 작가님의 장편소설이다. <찬란한 선택>이라는 작가님의 작품이 기억에 남는다. 내용 자체가 흥미롭다기보다는 제목 그대로 등장하는 인물이 찬란한 선택을 했는지 내내 머릿속을 맴돌았는데 이번 신작 소식을 접했다. 감사하게도 출판사 이벤트를 통해 샘플 북을 받을 수 있었는데 이번에는 내용부터가 흥미로웠다. 다른 매력을 전해 주기를 바라면서 페이지를 넘겼다.
소설은 사형 집행이 마지막으로 되었던 시기로부터 시작된다. 마지막 집행자는 한바로라는 인물인데 교도관은 그의 눈빛을 한 순간도 놓치기 싫다는 듯 끝까지 쳐다 본다. 이후 옥호와 광심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광심은 옥호의 소개로 해환과 이야기를 나눈다. 해환은 작가로, 인간의 악을 주제로 글을 쓰고 있었던 것이다. 광심에게는 가려진 과거를 가진 인물이었고, 이를 알아 본 해환은 인터뷰를 요청했다.
술술 읽혀졌던 작품이었다. 초반부터 몰입감이 상당했다. 지금은 시행되지 않는 사형 집행 장면이 현실감 있게 다가왔고, 이후 광심의 가려진 모습들이 더욱 호기심을 자극했다. 샘플북이라는 특성상 소설의 일부만 실렸는데 푹 빠져서 읽었다. 대략 100 페이지 정도의 내용을 받았고, 이를 읽는 데 채 한 시간이 되지 않았던 것 같다. 금방 읽다 보니 마지막 페이지여서 아쉬운 느낌마저 들었다.
개인적으로 평범한 인물들에 대한 생각이 들었다. 광심은 가장 가려진 인물이지만 그냥 보통의 평범한 경찰처럼 보였다. 그 안에 악의를 담고 살아가지만 그 어느 누구도 찾을 수 없었다. 물론, 해환이 그를 호기심으로 눈여겨 보고 있지만 지나가는 인물이거나 친한 사람이라고 해도 모를 듯하다. 마치 옥호가 신뢰하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나 역시도 그 평범한 사람들 중 하나라는 점에서 현실감이 느껴졌다.
또한, 짧은 페이지 안에 온갖 인간들의 악이 드러난다는 것도 기억에 남았다. 스타 강사 고보경과 그 아내 천현숙은 딸 영혜가 사라진 이 시기에 다른 모습을 보였는데 고보경의 반응은 보통 사람이라면 의아하다는 느낌을 줄 정도로 이상했다. 오히려 천현숙이 정상적으로 보였고, 영혜의 실종에 드러나는 새로운 인물 역시도 권위에 가려진 추잡함이 드러날 듯하다. 다음 이야기가 기대되는 부분이었다.
어쩌면 인간은 누구나 얼굴이라는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 이렇게 일부만 읽었음에도 인간의 양면성을 피부로 와닿는데 끝까지 읽게 된다면 더 많은 느낌을 풀어낼 수 있을 작품이다. 벌써부터 많은 생각이 든다. 적어도 개인적인 기준에서 전작보다는 더 좋은 느낌을 전달해 줄 소설이라는 예감. 부디 전편으로 읽을 수 있는 날이 빠르게 오기를. 하루하루 기다리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