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 - 제172회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스즈키 유이 지음, 이지수 옮김 / 리프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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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 / p.22

어렸을 때부터 철학 도서를 참 좋아했지만 생각보다 철학에 대한 지식은 없는 편이다. 분명 괴테나 소크라테스, 니체 등 철학자의 이름들은 알고 있는데 왜 그들의 이론을 이해하는 것은 어려운지 모르겠다. 스스로 남는 것이 없다는 자괴감을 느끼다가 한 북 크리에이터 님의 영상에서 그 해답을 얻었다. 이론 자체보다는 생각하게 만들 수 있는 철학을 좋아한다는 점이었다.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철학 내용이 더 잘 맞다는 것이다.

이 책은 스즈키 유이라는 일본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줄거리를 따로 찾아 보지 않은 상태에서 제목만 보고 선택한 책이다. 예상으로는 장르 소설로 오해했다. 뭔가 철학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추리나 스릴러 작품이라고 생각했는데 페이지를 읽고 난 이후 뭔가 느낌이 생각과 다르게 흘러가 당황스러웠다. 그럼에도 아쿠타가와라는 상이 나름 익숙하게 다가왔던 터라 끝까지 완독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도이치라는 인물이다. 일본에서 괴테 연구가로 꽤 명성을 얻고 있다. 그는 스승의 딸과 결혼할 정도로 괴테에 진심이다. 결혼기념일에 가족과 함께하는 식사 자리에서 '사랑은 모든 것을 혼동시키지 않고 혼연일체로 만든다.'라는 문구가 적힌 티백을 보게 된다. 이 명언을 하는 사람은 괴테라고 나와 있는데 도이치는 이 문장을 처음 보았기 때문에 혼란스러움을 감추지 못한다. 도이치의 문장 출처를 찾아가는 과정을 다룬 작품이다.

많이 어려운 작품이었다. 얇은 페이지 수를 가진 소설이어서 금방 읽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럼에도 이틀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일본 프로그램이나 책뿐만 아니라 성경과 철학, 문학 등 다양한 부분의 지식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읽은 작품들 중에 손에 꼽을 정도로 주석이 많았다. 사실 주석을 읽고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스토리는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개인적으로 독일 유학 때 친구와 나누었던 장난이 가장 인상 깊었다. 같이 괴테를 연구하던 친구는 도이치에게 '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라는 말을 붙여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실제 여부를 떠나 도이치는 출처를 찾지 못한 상황에서도 이 문장을 되새기면서 마인트 컨트롤을 했다. 어느 누군가는 괴테가 모든 것을 말할 수 없다는 것을 주장했다. 읽는 내내 이 문장이 도이치의 주문처럼 느껴졌다.

어느 한 권위자의 문장 추적기라는 생각이 들었던 작품이었다. 일본 괴테 연구에서 명성을 떨치던 그가 그 말을 증명하지 못한다면 자존심의 스크래치는 물론, 자신이 쌓아 올린 업적에도 많은 타격을 받을 것이다. 누군가는 그냥 흘려 보낼 헤프닝이었을 텐데 그만큼 괴테에 미쳤기 때문에 그냥 허투루 지나갈 수 없지 않았을까. 도이치의 생각과 태도, 더 나아가 열정을 보면서 마음을 다 잡게 되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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