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인물 연구 일지
조나탕 베르베르 지음, 이상해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것은 내가 인간적인 것을 쓰고 싶다면 반드시 풀어야 하는 미스터리다. / p.41

이 책은 조나탕 베르베르라는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예전에 <심령들이 잠들지 않는 그곳에서>라는 작품을 읽은 기억이 있다. 당시에는 한국에서도 사랑받고 있는 작가와 비슷한 이름이어서 흥미를 가지고 읽었는데 당시에는 뭔가 무서우면서도 재미있었다. 이번에 신작이 발간된다는 소식을 접했는데 그때와는 조금 다른 장르여서 더욱 관심이 갔다. 미스터리와 SF의 조합이라는 점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소설의 주인공은 이브 39이다. 인공지능으로 노인들이 입원한 요양병원에서 수행하고 있다. 개발자인 토마로부터 세계 최고의 추리 소설을 쓰라는 명령을 받는다. 검은펜상에 입상할 정도의 위대한 소설을 써야 되는 것이다. 이브는 자신이 삭제되고 40이 나타날지도 모르는 두려움으로 소설에 몰두한다. 토마에게 악평을 듣게 되자 인간을 직접 연구해 소설을 집필하겠다고 제안하며, 의사로 위장해 병원에 입원한 노인들을 만난다.

술술 읽혀졌전 작품이었다. 흥미가 생겼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지만 미스터리와 SF의 조합에 조금 의문이 들었던 게 사실이다. 더군다나 상상력이 최대 약점인 사람으로서 내용을 온전히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을지 스스로에 대한 걱정도 컸다. 그런데 막상 페이지를 펼치니 생각보다는 수월하게 읽을 수 있었다. 어느 부분에서는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부분도 있어서 빠져서 읽었다. 이틀에 나누어 네 시간이 소요되었다.

개인적으로 소설에 대한 부분도 함께 고민하면서 읽었다. 작가님들의 인터뷰를 접할 때마다 사전 조사를 한다는 내용을 자주 접한다. 나 역시도 기회가 된다면 글을 쓰고 싶은 열망을 가진 사람 중 하나로서 잘 아는 분야를 주제 삼아 쓰고 싶은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브 39는 토마가 언급하는 추리 소설의 공식에 맞춘 소설을 집필하기 위해 인간을 탐구하기 시작한다. 무언가를 쓰기 위해서 연구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다시금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또한, 인공 지능이 쓴 소설을 독자들에게 어떤 식으로 받아들여질지 상상해 보기도 했다. 예전에 인공 지능이 쓴 소설에 대한 글을 읽었는데 깊이 파고들지 않는다면 일반 독자들에게는 인간 작가의 작품으로 인식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었다. 소설에서는 인공 지능의 한계를 보여주었다는 평가를 받지만 후반에 바뀌듯 인공 지능이 학습을 거듭하다 보면 인간적인 면모를 갖춘 작품을 집필 할 수 있지 않을까.

읽고 나니 인공 지능의 인간 관찰이자 학습 일지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예전에 읽었던 마리-헐린 버티노 작가의 <외계인 자서전>이라는 소설이 떠오르기도 했다. 전자의 소설이 감성적인 인간의 모습이었다면 이 소설은 이성적인 로봇의 모습이 그려졌다. 차가운 금속을 만지는 듯한 분위기지만 학습을 거듭할수록 인간을 이해하고 발전하는 이브39의 매력이 와닿았던 작품이었다. 이 정도면 인공 지능 성장 소설이라고 부를 수 있지 않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