족쇄 - 두 남매 이야기 케이스릴러
전혜진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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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 일에 대해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 p.16

가족이라는 게 뭔가 표현할 수 없는 애증의 존재라는 생각이 든다. 피로 연결이 되어 있다는 점에서 누구보다 끈끈한 관계이지만 그만큼 서로를 너무 잘 알고 있기에 가끔은 밉기도 하다. 분명 성향을 알고 있음에도 상처를 주고받으면서 사랑과 증오를 함께 쌓아가는 존재. 멀어지고 싶어도 멀어질 수 없는, 가까울 수밖에 없는 존재인 가족들에게는 늘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감정들을 담고 살아간다.

특히, 같은 피붙이인 형제자매에게는 더욱 그런 감정이 크다. 개인적인 가정사로 언급할 수는 없지만 일반 가족들과는 조금 다른 유형의 동생이 있다. 남들에게 이러한 사실을 설명하면 특이하다는 말이 자동적으로 나올 정도이다. 그렇다 보니 고등학교가 되기 전까지는 24시간 내내 같이 붙어서 다녔으며, 서로 길을 찾아 떠난 이후에는 종종 얼굴을 보는 사이이지만 누구보다 친한 친구이자 피붙이여서 더욱 애증을 크게 가지고 있는 편이다. 이런 점에서 보면 가족은 족쇄이지 않을까.

이 책은 전혜진 작가님의 장편소설이다. 그동안 읽었던 전혜진 작가님의 책들이 모두 취향에 맞았다. 처음 읽었던 책이 고전 작품을 현대의 방식으로 재해석했던 작품이었고, 이후에 우주선을 주제로 한 소설이었다. 두 작품이 너무 스타일이 다른데 인상 깊게 남아서 단독 단편소설집도 읽을 정도로 팬이 되었던 작가님이었다. 이번에 새로운 작품이 나왔다고 해서 주저하지 않고 바로 읽게 되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준현이라는 남자와 나현이라는 여자이다. 준현과 나현은 이복 남매 사이며, 5년 전에 존속 살해로 교도소에 다녀온 준현이 출소해 나현과 재회하면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준현은 나현을 생각했고, 나현은 준현을 지키고자 노력한다. 이 두 남매는 5년 전 사건을 드러나지 않게 노력해야 했고, 서로를 지켜야만 했다. 그러나 그들을 노리는 다른 가족 구성원의 방해와 유혹에 그들은 어떻게 대처할까.

전반적으로 술술 읽혀졌던 작품이었다. 아무래도 그동안 전혜진 작가님의 작품들을 드문드문 읽었던 독자이기에 문체나 이야기들이 익숙하게 다가왔던 탓이 더욱 크다는 생각도 든다. 초반부터 이야기에서 등장하는 묘한 분위기에 몰입이 되어 나도 모르게 금방 완독할 수 있었다. 사백 페이지가 넘는 작품이지만 세 시간 내에 읽을 수 있을 정도로 너무 흥미로운 작품이었다.

같은 성별의 동생을 두고 있기에 이복 남매인 두 사람의 감정선이 조금 신기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보통 남매인 지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서로 싫어하는 느낌을 많이 받았기 때문이다. 물론, 여기에는 가상의 스토리라는 점과 이복 남매라는 특이한 설정이 붙였기는 했지만 초반에는 이 두 사람의 관계가 흔히 혈연보다 다른 느낌으로 더욱 강하게 와닿았던 게 사실이다. 단순하게 가족이어서 서로를 지킨다는 의미보다는 더욱 끈끈해서 읽는 내내 초반부터 의문이 들었다. 아마 이 지점이 초반에 몰입하게 된 계기가 아니었을까.

그동안 작가님의 SF 작품들을 많이 읽었던 터라 이번 추리 스릴러 장르의 이야기는 새로우면서도 재미있었다. 가족이나 남매의 정을 예상하고 읽은 작품이었는데 오히려 장르 특성에 맞게 긴장감을 주는 작품이어서 이 지점이 더욱 만족스러웠다. 다 읽고 조사해 보니 원작이 있는 작품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 기회가 된다면 원작으로도 다시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소설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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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에 이름 붙이기 - 마음의 혼란을 언어의 질서로 꿰매는 감정 사전
존 케닉 지음, 황유원 옮김 / 윌북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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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그리 낯설지 않을지도 모로는 존재로 보이는 순간이. / p.11

성향 자체가 그렇게까지 감정을 드러내는 편이 아니다 보니 꾹 삼키고 살아갈 때가 많다. 표현하고 싶어도 본능적으로 이를 누르게 되는 느낌이라고 할까. 주위에서는 이러한 성향을 부러워하기도 한다. 대부분 무던하다고 말해 주시는 편이다. 마음에서는 파도가 심하게 치고 있음에도 말이다. 이게 좋은 점인지 아니면 안 좋은 점인지 그것조차도 잘 모르겠다.

특히, 슬픔이라는 감정을 표현하는 것을 유독 어려워한다. 분노는 아무리 숨기려고 해도 어떻게든 티가 나게끔 되어 있다 보니 금방 '아, 화가 많이 났구나.'라는 점을 인식하지만 슬픔은 그렇지 못하다. 눈물이라는 버튼이 눌리기는 해도 안경과 마스크로 충분히 가릴 수 있기 때문이다. 거기에 남들이 있을 때에는 슬플 때 눈물 흘리는 스타일이 아니다 보니 더욱 꾹 눌러 참는 편이기도 하다.

이 책은 존 케닉이라는 작가의 에세이다. 요즈음 개인적으로 슬픈 일이 많다 보니 유독 끌리는 제목이어서 선택하게 되었다. 아무리 참는 것이 습관화된 사람, 성향 자체가 그런 사람이라고 해도 이렇게 슬픔이 온다면 표현하는 게 더욱 힘들다. 남들에게 그냥 단순하게 '슬프다.'라고 말하면 되겠지만 그럴 때마다 '조금이나마 적확한 언어로 나의 슬픔을 전달할 말이 있을까?'라는 생각도 든다. 이 에세이가 그런 면에서 비슷한 결일 것 같아 선택했다.

존 케닉 작가님께서 '슬픔에 이름 붙이기' 프로젝트로 만든 신조어가 실린 책이다. 어떤 언어로는 길게 풀어서 설명해야 할, 또 어떤 언어로는 그런 문장으로도 표현될 수 없는 슬픔 감정이 실린 하나의 사전인 듯하다. 마치 시로 착각할 정도로 아름다운 언어들이 설명되어 있는데 책의 번역가이신 황유원 시인님께서는 바로 쭉 읽기보다는 필요할 때마다 조금씩 사전처럼 찾아 읽기를 권하셨다고 한다.

읽는 것은 꽤 수월했다. 나눠서 읽기 좋게 구성이 되어 있다 보니 체감상으로는 금방 완독할 수 있었다. 그러나 시의 언어로 착각이 들 정도로 비유적이고 상상할 수 있는 부분들이 많아 더디게 읽혀졌다. 시를 자주 읽는 편이었다면 그 언어의 아름다움에 금방 이해가 될 수 있을 법도 한데 상상력이 제한된 현실주의자이기에 읽는 것이 조금 어렵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럼에도 언어의 매력은 물씬 풍겨지는 책이었다.

개인적으로 '마루 모리(MARU MORI)'라는 단어가 참 인상적이었다. 평범한 것들의 가슴 아픈 소박함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삶 자체가, 그리고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이 소중하다고 느끼기는 하지만 너무나 일상적이기 때문에 이를 망각하고 살 때가 많다. 우선, 나조차도 항상 출근하는 길, 그리고 집, 매일 만나는 사람들 등이 소중하기는 해도 일에 치여서 살다 보면 이것조차도 무심하게 느껴진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참 많은 공감이 되었다. 내용에 등장하는 예시들도 크게 다르지 않고, 분명히 내가 했던 일이었다. 그러나 가슴 아프게 다가오는 상실감이 와닿았다.

많은 생각이 들게 하는 책이었다. 슬픔의 이야기가 다양하지만 아무래도 지극히 사적인 슬픔이 깔려 있다 보니 '상실'과 '죽음'이 관련된 단어들이 마음을 찌르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분명히 완독은 했지만 마음이 아파 중간에 스스로 템포를 쉬기도 했었는데 나중에는 슬프지 않을 때가 된다면 다른 감정으로 다시금 재독하고 싶은 책이었다. 지금은 너무 몰입이 되어서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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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틈없이 자연스럽게 - 좋아서 찍는 내 사진의 즐거움과 불안, 욕망
황의진 지음 / 반비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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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내가 가장 궁금했지만 이해하기 어려웠던 사진 찍는 여성들의 시선에서 출발한다. / p.9

좋은 것을 보게 되면 자동으로 카메라를 들 정도로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다. 대부분 대상은 하늘을 날아가는 비행기, 잔디밭에서 모이를 찾는 새들 등 자연스러운 풍경들인데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찍어 주기도 한다. 여행에 가서 가족을 찍는다거나 지인들을 찍는다. 요즈음 이렇게 날씨가 좋을 때에는 나들이 프로그램에서 이용인들을 찍는 중이다. 날씨를 보니 사진 찍기 좋은 계절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사진을 찍는 것을 좋아하지만 정작 나를 찍는 것은 어색하다. 어색한 것보다 싫어한다는 것이 더욱 정확할지도 모르겠다. 우스갯소리로 지인들에게 '찍는 것은 좋아해도 찍히는 것은 싫어한다.'라고 할 정도로 정색하는 편이다. 나의 휴대 전화 사진첩으로 보아도 지금으로부터 거의 20~30년 전의 어린 시절에 부모님께서 찍어 주신 사진 이외에는 나의 사진이 하나도 없다. 그나마 갱신 시기에 바뀌는 신분증 사진이 가장 최신일 것이다.

이 책은 황의진 작가님의 사회학에 관한 도서이다. 서두에 언급했던 것처럼 사진 찍히기에 큰 취미가 없는 사람이기에 제목부터 내용까지 관심에 드는 책은 아니었다. 그런데 반대로 주변 지인들이 사진 찍는 것을 너무나 좋아하기 때문에 그 심리가 참 궁금했다. 왜 이렇게까지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할까. 이를 단순하게 바라보는 것이 아닌 심리나 사회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흥미로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에서는 여성들의 자기사진 찍기에 대한 감정과 생각뿐만 아니라 사진 찍기를 좋아하는 여성들을 인터뷰한 내용을 함께 달고 있다. 저자 역시도 사진 찍기를 싫어하는 편이라고 하셨는데 나와 비슷한 이유로 궁금증을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자신을 전시하고 싶은 욕구를 넘어선 사회적인 흐름이나 카메라 기기의 발전 등과 연관지어 사진 찍기에 많은 것들을 이야기해 주고 있는 책이다.

읽기에 조금 어렵다는 느낌을 받았다. 아무래도 호기심을 가지고 있을지 모르지만 이들과 공감이 될 수 있는 부분은 없었기 때문이다. '싸이월드'나 '인스타그램' 등의 SNS 이야기는 참 반가웠고, 또 익숙했지만 뭔가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새로움과 별개로 그들의 감정이나 사회적인 생각들을 이해하기에는 부족했다. 문체나 내용들은 너무 읽기 수월했지만 지극히 사적인 이유로 조금 어려운 책이지 않았나 싶다.

개인적으로 카메라의 등장으로 가족들의 위치가 조금 새롭게 다가왔다. 가족끼리 여행을 가게 되어 필름 카메라로 자녀들을 찍는 순간을 가정한다면 아버지와 어머니의 사회적인 위치에 대한 내용이 등장한다. 그 중에서도 어머니는 자녀들의 아름다운 모습을 찍어야 하는 하나의 역할이라는 점이 흥미로웠다. 단순하게 부모님께서 자녀의 사진을 찍는다는 생각만 들었는데 카메라의 소유는 권력을 가지고 있는 아버지로부터 나오면서 어머니는 역시나 가정적인 역할에서 자유로울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밖에도 자신을 과시하고 싶어하는 욕망을 가지고 있지만 타의적으로 자신의 모습들이 공개되는 두려움 등 그동안 사진이라는 주제로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들이 후반부에 등장하면서 많은 공감이 되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사진을 찍히지 못하는 이유가 아마 이러한 공포에서부터 비롯되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도 들었다. 조금 다른 측면에서 사회적인 이야기를 읽을 수 있었던 게 만족스러웠던 책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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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사기꾼들 이판사판
신조 고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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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집 마련이 하나의 꿈이자 목표인 사람들이 많은데 그만큼 현실적인 이야기라는 생각도 듭니다. 이를 주제로 한 소설이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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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이커 래빗홀 YA
이희영 지음 / 래빗홀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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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여전히 어렵고 두렵기만 했다. / p.12

이 책은 이희영 작가님의 장편소설이다. 청소년 소설 중 하나인 '페인트'라는 작품의 리뷰를 본 기억이 있다. 그밖에도 책 읽는 분들의 인스타그램에서 추천 도서로 종종 등장했던 작품이어서 시간이 될 때 언젠가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던 중 작가님의 신작이 나왔다는 이야기를 듣고 바로 선택했다. 취향에 맞는다면 다른 작품들도 하나씩 읽을 계획이다.

소설의 주인공은 나우라는 남성이다. 서른이 넘었지만 어른이 무엇인지 답을 찾지 못했다. 나우에게는 어렸을 때부터 친한 이내라는 친구가 있었다. 이내는 고등학교 때 세상을 떠났다. 이내의 여자 친구인 하제를 예전부터 짝사랑했었는데 혼자 이를 꽁꽁 숨겼다. 이내가 세상을 떠난 이후 시간이 흘러 하제와 연인이 된 나우는 다른 친구들의 조롱을 들으면서도 하제와 결혼을 생각하고 있는 중이다.

나우가 친구로부터 하제와의 관계에 대한 안 좋은 이야기를 듣고 난 이후 어느 바를 들어가면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바텐더는 나우에게 무알콜의 칵테일을 권했고, 이를 마신 나우의 세상은 바뀌었다. 열아홉이 된 것이다. 사고로 세상을 떠났던 이내가 있었고, 하제와 연애 중이었던 것이다. 운명을 바꾸기 위해 노력한 나우에게 벌어진 일, 그리고 다시 돌아갔던 다른 시점에서의 일이 펼쳐진다.

전반적으로 술술 읽혀졌다. 어느 부분에서는 청소년 문학으로 착각할 정도로 이해도 쉬웠고, 문체도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페이지 수도 300 페이지가 되지 않으니 금방 읽을 수 있었다. 퇴근 이후 자기 전까지 두 시간 안에 완독이 가능할 수준이었다. 아마 이런 류의 작품들을 흥미롭게 읽은 독자들이라면 이 작품 역시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개인적으로 나우가 생각했던 어른의 고민들이 가장 크게 와닿았다. 책의 내용에서 월급 통장에서 카드값이 빠져 나가는 것을 본다면, 조카에게 줄 용돈이 고민된다면 등 어른이라고 생각했던 일들이 공감이 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어른이냐고 묻는다면 물음표를 달게 되는데 이 지점이 나우의 고민과 맞닿아 있었다. 하필 나이대도 비슷해서 더욱 공감이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누군가는 우정과 사랑 사이의 이야기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적어도 나는 읽는 내내 '어른'과 '현재에 충실하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담은 하나의 성장 소설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물론, 나우가 하제와 결혼까지 한다는 것은 지극히 사적인 상식으로는 조금 이해가 안 되기도 했지만 어차피 시간은 흘러가니 지금에 충실하자는 바텐더의 뉘앙스가 가장 마음에 깊이 남았던 작품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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