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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틈없이 자연스럽게 - 좋아서 찍는 내 사진의 즐거움과 불안, 욕망
황의진 지음 / 반비 / 2024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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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내가 가장 궁금했지만 이해하기 어려웠던 사진 찍는 여성들의 시선에서 출발한다. / p.9
좋은 것을 보게 되면 자동으로 카메라를 들 정도로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다. 대부분 대상은 하늘을 날아가는 비행기, 잔디밭에서 모이를 찾는 새들 등 자연스러운 풍경들인데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찍어 주기도 한다. 여행에 가서 가족을 찍는다거나 지인들을 찍는다. 요즈음 이렇게 날씨가 좋을 때에는 나들이 프로그램에서 이용인들을 찍는 중이다. 날씨를 보니 사진 찍기 좋은 계절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사진을 찍는 것을 좋아하지만 정작 나를 찍는 것은 어색하다. 어색한 것보다 싫어한다는 것이 더욱 정확할지도 모르겠다. 우스갯소리로 지인들에게 '찍는 것은 좋아해도 찍히는 것은 싫어한다.'라고 할 정도로 정색하는 편이다. 나의 휴대 전화 사진첩으로 보아도 지금으로부터 거의 20~30년 전의 어린 시절에 부모님께서 찍어 주신 사진 이외에는 나의 사진이 하나도 없다. 그나마 갱신 시기에 바뀌는 신분증 사진이 가장 최신일 것이다.
이 책은 황의진 작가님의 사회학에 관한 도서이다. 서두에 언급했던 것처럼 사진 찍히기에 큰 취미가 없는 사람이기에 제목부터 내용까지 관심에 드는 책은 아니었다. 그런데 반대로 주변 지인들이 사진 찍는 것을 너무나 좋아하기 때문에 그 심리가 참 궁금했다. 왜 이렇게까지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할까. 이를 단순하게 바라보는 것이 아닌 심리나 사회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흥미로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에서는 여성들의 자기사진 찍기에 대한 감정과 생각뿐만 아니라 사진 찍기를 좋아하는 여성들을 인터뷰한 내용을 함께 달고 있다. 저자 역시도 사진 찍기를 싫어하는 편이라고 하셨는데 나와 비슷한 이유로 궁금증을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자신을 전시하고 싶은 욕구를 넘어선 사회적인 흐름이나 카메라 기기의 발전 등과 연관지어 사진 찍기에 많은 것들을 이야기해 주고 있는 책이다.
읽기에 조금 어렵다는 느낌을 받았다. 아무래도 호기심을 가지고 있을지 모르지만 이들과 공감이 될 수 있는 부분은 없었기 때문이다. '싸이월드'나 '인스타그램' 등의 SNS 이야기는 참 반가웠고, 또 익숙했지만 뭔가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새로움과 별개로 그들의 감정이나 사회적인 생각들을 이해하기에는 부족했다. 문체나 내용들은 너무 읽기 수월했지만 지극히 사적인 이유로 조금 어려운 책이지 않았나 싶다.
개인적으로 카메라의 등장으로 가족들의 위치가 조금 새롭게 다가왔다. 가족끼리 여행을 가게 되어 필름 카메라로 자녀들을 찍는 순간을 가정한다면 아버지와 어머니의 사회적인 위치에 대한 내용이 등장한다. 그 중에서도 어머니는 자녀들의 아름다운 모습을 찍어야 하는 하나의 역할이라는 점이 흥미로웠다. 단순하게 부모님께서 자녀의 사진을 찍는다는 생각만 들었는데 카메라의 소유는 권력을 가지고 있는 아버지로부터 나오면서 어머니는 역시나 가정적인 역할에서 자유로울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밖에도 자신을 과시하고 싶어하는 욕망을 가지고 있지만 타의적으로 자신의 모습들이 공개되는 두려움 등 그동안 사진이라는 주제로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들이 후반부에 등장하면서 많은 공감이 되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사진을 찍히지 못하는 이유가 아마 이러한 공포에서부터 비롯되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도 들었다. 조금 다른 측면에서 사회적인 이야기를 읽을 수 있었던 게 만족스러웠던 책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