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 리가요. 그럴 만한 사람 없어요. 애초에 남편도 남자 친구도 없어요."
점을 칠 때 예언을 부정하는 건 의미가 없다. 다시 만날 일이 없는 사람에게 사생활을 말해도 소용없고, 다시 만날 점쟁이라면 정보를 주지 않는 편이 낫다. 그렇지만 왠지 이런 얘기를 하면 부인하게 되고 만다. - P17

어느 시점부터는 자기 나이를 떠올릴 때마다 ‘이렇게나 시간이 흘렀나‘ 생각하곤 했다. 그럼에도 익숙해지지 않다니, 사람이 시간과 타협하게 되는 건 언제부터일까. 이제는 그나마 익숙해질 시간도 얼마남지 않았다. 사람이 삶의 끝까지 익숙해질 수 없는 게 자기 몸에 담긴 시간인지도 모른다. - P2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시시하네][잔뜩 긴장했는데][칩이 없는 게 뭐]

정말 말도 안 되는 반응이었다. 이럴 리가 없었다. ‘칩 없는 사람‘은 지금까지 들은 가운데서도 가장 무서운 괴담이었는데, 어떻게 저렇게까지 무덤덤할 수가 있지? 원래 무표정한 데다 지금은 전신의체인 것까지 고려하더라도,
조금도 놀라지 않는 할루할로의 모습은 그 자체로 괴담 소재가 될 정도였다. 혹시 조금이나마 표정이 바뀐 건 아닐까 가까이서 보려던 나는 또 밀려나고 말았다. 역시 공포의 흔적조차 보이지 않는 움직임이었다.

[아니][뭘 무서워하란 건지 모르겠는데?]

"칩이 없었다고 하잖아! 그 사람이 어땠을지 생각을 해봐! 엄청 외롭고, 아무것도 못 하고, 그렇게 계속 살았을거 아냐!" - P142

[칩이 없으면 불편하겠지]
[하지만 자유롭잖아]
[광고도 없고]
[감시도 없고]

상상해본 적조차 없는 관점 앞에서 잠시 머리가 멍해졌다. 광고와 감시로부터 자유로워진다는 건 블랙 포레스트에선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짜증나는 광고 타일도, 도미노슈타인의 드롭스 갈취도, 위치추적도 피할 방법은 없었다. 생산되는 그 순간부터 머릿속에 칩이 들어 있으니까.
하지만 ‘칩 없는 사람‘은 다르다. 광고도 볼 필요 없고, 무슨 짓을 저지른들 위치도 알 수 없고, 그 존재조차 눈치채이지 않는다. 정맟 그런 게 정말 가능하다면….. - P14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왜 그렇게 미뤘을까? 무슨 핑계가 그렇게나 많았을까? 무서워, 힘들어, 부담스러워, 오만 가지 이유를 내세워 운전을 피했다. 저 포도는 시고 맛 없을 게 뻔하다며, 보고도 못 본 척했다. 그렇게 생각하니, 새삼 오늘의 나를 돌아보게 된다. 얼마나 많은 신 포도가 여전히 남아 있을지 가늠해본다. 내 발목을 잡고, 내 마음을 늙게 만드는 신 포도가. - P35

비보호 좌회전이 비 오는 날엔 조심해서 좌회전하라는 건 줄 알았으니…. 강사님, 건강하시죠? 저는 잘 지냅니다. - P4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서로 죽었는지 살았는지 들여다봐가며 살기로 했는데, 이젠 날 들여다봐줄 사람이 없다는 생각에 겁이 났다. 그리고 서글펐다. - P31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할 수 있는 것도 하고 싶은 것도 없는 땅 위에, 누군가 대충 그리고 버린 이정표와 같은 삶만이 남아 있었다. - P191

"이름이 지거예요?"
"네."
"지거(Jigger)면 칵테일 만들 때 쓰는 계량컵인가?
"본명은 뭐예요?"
"그게 소승은…."
"소승은 씨요?"
"아, 네네."
"일단 예선 합격입니다." - P219

"스님, 아니 승은 누나,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
"소승은 사실 소승은이 아닙니다. 젖먹이 시절부터 이곳에서 지낸 덕에 지거라는 법명 외에는 이름이 없습니다. 시주님을 속일 생각은 아니었는데,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답니다." - P25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