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입 천재 클레멘타인 동화 보물창고 24
사라 페니패커 글, 말라 프레이지 그림, 원지인 옮김 / 보물창고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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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입이 2008년의 화두였음을 모르는 이가 없을 것 같다. 그만큼 몰입이라는 단어는 우리 사회에서, 특히 교육계에서 큰 이슈였다. 몰입 교육, 몰입 영어,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몰입이라는 단어가 무엇을 말하는지 알게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몰입에 대한 새로운 정의를 내린다. 그래서 더 유쾌한 책이다. 표지 그림이 너무나 잘 어울리는 것도 그래서인것 같다.  사실 새로운 정의를 내린다 하면 무슨 딱딱한 이론서 같다는 느낌이 드는 것 같아서 다시 정정하자면, 몰입이 무엇인지에 대해 새로운 시각에서 보여주는 한 아이의 이야기이다라고 말하면 될 것 같다.

클레멘타인은 몰입을 너무나 잘 하는 아이이다.

불공평한 건 미술실을 다 둘러봐도 매번 진짜로 집중하는 건 나밖에 없다는 거에요. 그래서 한창 '국기에 대한 맹세'를 암송하는 순간에도 난 모두에게 말할 수 있었어요. 식당 아줌마가 수위 아저씨의 차에 앉아 있고, 둘이 뽀뽀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요. 나 말고는 아무도 이 끔찍한 장면을 보지 못한 거에요. 아무도 창밖에 집중하지 않으니까요!
얼마 후 내가 스테이플러를 돌릴 차례가 돌아왔어요. 내 눈엔 미술 선생님 스카프에 묻은 누런 얼룩이 또렷이 보였습니다. 눈을 가늘게 뜨고 보면 꼭 펠리컨처럼 보이는 얼룩이었지요. 그런데 나 말고는 아무도 그걸 눈치채지 못햇답니다. "클레멘타인, 집중하라니까." 미술 선생님이 다시 한 번 말했어요. 하지만 나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집중하고 있었어요.
나는 마거릿의 빈 의자에 집중하고 있었지요. ....(중략)

집중을 너무 잘하는 클레멘타인은 그래서 산만하다는 소리를 들어야 했고, 늘 선생님께 집중하지 않는다고 혼났다. 그러나 클레멘타인은 집중하고 있었다!

남이 보기엔 산만하지만, 클레멘타인은 나름대로 자신이 하고자 하고, 보고자 하는 것에 집중을 하고 있는 거였다.  다행히 클레멘타인은 학교에서는 선생님들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지만, 엄마 아빠는 이런 클레멘타인을 이해하고 있었다.

"아빠는 내가 흥미로운 것들을 찾아내는 데 남다른 재주를 가지고 있대요. 사실 아빠는 흥미로운 것들을 찾아내는 게 운동경기라면 난 금메달을 목에 가득 걸었을 거래요. 아빤 그게 내 미래를 위해 아주 좋은 징조라고 했어요. 아빠는 내가 훌륭한 탐정이 될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어떤 직업을 갖든 그 재주가 도움이 될거라네요.. 엄마는 그게 훌륭한 화가가 될 수도 있다는 의미래요. 훌륭한 작가가 될 수 있고요. 작년, 우리 학교에 작가가 왔었어요. 그 작가도 집중하라고 말을 햇어요. 그러나 선생님에게 집중하라는 뜻은 아니었어요. 내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집중해야 그것에 관해 글을 쓸 수  있다는 말이었어요. 그리고 그 작가는 나를 똑바로 바라보았고, 좋은 것을 발견하게 되면 잊어버리지 않도록 써놓으라는 말을 했어요."

아빠는 산만하다고 비난하지 않았고, 흥미로운 것들을 찾아내는 데 선수이며 금메달감이라고 칭찬했다. 그리고 엄마도 훌륭한 화가나 작가가 될 소질이 있다고 격려한다. 아마 그래서 클레멘타인은 자존감이 생기고, 남을 배려하는 마음도 생겼을 것이다. 그때문에 마거릿을 위로해주려고 본인도 머리를 온통 자르지만 말이다.

작가 선생님도 집중하라고 말하지만, 그것은 선생님께 집중하라는 말이 아니라 주변의 사물이나 일들에 집중하라는 이야기였다. 창의적인 사고와 발상은 이런 집중에서 생겨나는 것이지 않을가?

그런데 나 또한 예전 사람이어서 아이가 산만하게 보이면 걱정하고, 혼부터 먼저 낸다, 아마 엄마들의 공통점일 것이다. 클레멘타인의 부모처럼 아이의 산만함을 보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단점을 보는 것이 아니라, 장점을 먼저 보고, 격려해주어야 하는데 말이다.

클레멘타인은 자신이 늘 지적당해서 "어려운 쪽"자식이라고 생각하고, 몰래 파티를 준비하는 엄마 아빠의 말을 잘못 알아들어서 자신이 어려운 아이라서 버려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실은 멋진 생각으로 비둘기를 퇴치해서 그 상으로 파티를 엄마아빠가 계획한 것이었는데 말이다^^. 

아이의 솔직한 시각으로 글을 써내려가서 무엇보다도 아이를 이해할 수 있는 공감능력이 생기는 것 같다.  어른이 이 책을 읽으면 아이의 순수한 모습에는 나름대로 이유도 들어가 있다는 것, 아이가 산만한 것이 아니라 집중하고 호기심이 많다는 것을 알 게 될 것이다. 아이는 어떨까? 아이들이 이 책을 읽으면 유쾌하고, 자신과 닮은 꼴인 클레멘타인을 보면서 위로받지 않을까? 그리고 안도의 한숨도 내쉴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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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 도서관 그림책 도서관 43
데이비드 멜링 글.그림, 강성순 옮김 / 주니어김영사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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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보자마자 아이가 읽어달라고 조른 책입니다. 일단 제목부터 아이들이 좋아하는 소재인 유령이 있어서 그런가봐요. 우리 아이들은 “유령이다”하면서 서로 놀래켜주는 놀이를 잘 하거든요. 그래서 그런가, 이 책의 제목을 보더니 서로 책을 먼저 보려고 하네요. 작은아이에게 책을 읽어주자 큰아이도 와서 들으면서 “엄마, 재미있다”라고 말하네요. 책을 읽어주면 서 나오는 책 속의 이야기도 재미있어서 마치 책 속 주인공 보라처럼 제가 감정을 넣어서 읽어주니까 진짜 좋아합니다. 기존에도 도서관에 관해 다룬 책들이 많이 있지만, 이 책은 접근하는 방법 면에서 신선하네요. 도서관이라는 주제 속에서 어떻게 유령도서관의 책이 채워지는지, 얼마나 유령들이 도서관에 책이 가득하길 원하는지를 보여주고, 또 책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보여줍니다. 유령들은 비어있는 도서관에 책을 채우기 위해 몰래 보라가 보는 책을 갖고가려고 낚아채지요. 그런데 보라가 너무 책을 꽉 잡고 있어서 보라도 같이 끌려오라가 유령도서관으로 가게 되지요. 거기서 보라는 유령들의 요청으로 책을 읽어주게 되요. 이야기에 심취한 유령들은 보라에게 또 들려주라고 졸라대지만, 보라는 유령에게 다음 차례라고 이야기하지요. 그러나 유령들은 책이 없어서 아는 이야기도 없다고 이야기해요. 그래서 보라는 제안하지요. 이야기를 만들자고 말이지요.


“너희는 어떤 이야기든 맘대로 지어낼 수 있어. 주변을 둘러봐, 이야깃거리는 어디서든 찾을 수 있다고!” 보라가 말했어요. 땅딸막 유령은 주머니 속을 들여다보았어요. 그리고 부리큰새 유령의 주머니 속도 살그머니 엿보았죠. 유령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두리번거리기 시작했어요. “아니 그렇게 찾는 게 아니야.” 보라는 깔깔거리며 말햇어요. “안되겠다. 내가 도와줘야지. 각자 좋은 생각을 하나씩 내보는 거야.”유령들은 신이 나서 너도나도 생각들을 줄줄 쏟아냇어요 (본문 중에서)


아이가 아주 좋아하는 대목이에요. 여기서 유령처럼 이야기를 찾는 시늉을 하니까 굉장히 신나하네요. 책 속 유령들도 신이 나서 떠들어댑니다. 자신들의 생각을요. 그러자 보라가 그 말한 생각들을 이어붙여서 한 편의 이야기를 만들어냅니다. 그렇게 해서 책이 만들어지자 또 와글와글 와글와글, 덕분에 유령도서관에는 책들이 가득 쌓이게 되지요.


중간에 이런 과정들을 보여주는 그림이 나와요. 글은 없이요. 그래서 아이가 이 부분을 보면서 나름대로 말로 설명하거나 줄거리를 이야기해보거나 할 수 있어서 더 좋은 페이지였어요. 생각하고 말하는 즐거움을 아이도 누려본 거지요.

열심히 책을 만들고 읽고 있는 유령들과 보라, 그리고 가득 가득 꽂힌 도서관 책꽂이를 보니 제가 더 기분이 좋아지네요. 처음의 텅 빈 도서관에서 느껴지는 휑한 느낌이 싹 가시고, 따뜻한 도서관이 절로 떠오릅니다.


주인공 보라는 처음부터 끝까지 책을 들고 보고 있어요. 정말 책을 좋아하는 아이인가봐요. 유령도서관 정식회원증을 가질만합니다. 정말로!


아참, 이 책은 표지가 야광이어서 불을 꺼놓으면 반짝 반짝 빛나요. 야광 표지를 사용해서 유령 도서관이라는 이미지와 잘 맞고, 아이가 밤에도 책을 끼고 자려고 해요^^ 빛나는 부분을 보고 싶어서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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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과 별의 집 - 엄마가 쓴 열두 달 야영 일기
김선미 지음 / 마고북스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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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과 별의 집>은 "한 달에 한 번 자연 속에 집을 새로 짓는” 야영을 기획하고 실천에 옮긴 저자가 가족과 함께한 열두 번의 여정을 꼼꼼하게 옮긴 기록물이다.

저자는 책에서 바람과 별의 집을 이렇게 소개한다. "우리가 자연 속에 짓는 집은 어디든 원하는 곳에서 마음대로 펴고 접을 수 있는 자유로운 공간이다. 하지만 한 평도 안 되는 그 작은 텐트는 전국 어느 곳이나 아름다운 풍경을 우리 집 정원으로 만들 수 있는, 자연을 향해 무한하게 열려 있는 집이다. 그래서 사실은 세상에서 제일 큰 집이다.”라고 말이다.

이들 가족은 한 달에 한 번씩 바람과 별의 집을 세웠다. 변산반도 격포에, 섬진강 매화마을에, 청명에는 보리가 일렁이는 만경평야에, 입하에는 청송 주왕산에, 망종에는 충주 월악산에, 소서에는 태안 파도리에, 그리고 입추에는 울릉도에, 백로에는 경주 토함산에, 상강 즈음에는 찬 서리가 하얗게 내린 포천 산정호수에, 그리고 입동에는 원주 치악산에, 동지에는 춘천 중도유원지에, 대한에는 유채밭이 봄 채비를 먼저 알리는 제주에 말이다. 이렇게 절기에 따라서 집을 세운 이유는 물어보지 않아도 알 것 같다. 무엇보다도 자연의 변화를 자연 속에서 자연스럽게 느끼라고 그랬던 것이리라. 

이분의 이력도 재미있다. 원래는 산악잡지 기자이셨는데, 이 직업 또한 남편이 확실히 밀어주고 땡겨주어서 가능하게 된 직업이라고 한다. 이렇게 기자가 된 이후에는 오히려 남편분보다 더 자연을 사랑하고 자연속에서 살게 되었다고 하니 참으로 이 가족의 자연 사랑은 남다른 것 같다. 

야영은 일상의 온갖 복잡한 짐들을 내려놓고 맨몸으로 자연과 만나는 행위이며, 함께 야영하는 사람들의 마음속으로 깊숙이 들어갈 수 있는 기회이기에, '엄마 아빠가 세운 마지막 둥지’와도 같은 텐트 속에서 온 가족이 살을 맞대고 눕는 야영을 꿈꾸었던 저자는 가정이라는 휴일 없는 일터에 묶여 있는 이 땅의 엄마들에게 일상에서 시도할 수 있는 소박하지만 꾸준한 새로운 여행의 형태를 제안해보고 싶었다고 말한다. 그래서 그런가, 이분의 글을 읽는 것만으로도 마치 옆에서 여행 갔다온 이야기를 친구가 하고 있는듯한 착각에 들곤 했다. 솔직하게 풀어내는 가족들의 이야기, 그 속에서 느끼는 여러 가지 감정들의 공유와 넘침이 책을 읽는 내내 나에게도 똑같이 밀려온다.

 얼마전 지인들과 캠핑을 한 적이 있다. 대학때 수련회 가서 텐트 치고 잔 이후 십여년 만에 처음인 캠핑. 가족과 지인들과 함께 수런수런 대화를 나누고, 자연을 느끼고, 그 속에서 웃음짓는 아이들을 만나고, 모닥불 피워놓고 함께 불빛을 쬐고 있는 것만으로도, 말을 굳이 하지 않아도 내내 기분좋고, 마음이 따뜻했다.

큰아들의 성화로 처음 저질러본 캠핑은 그렇게 우리 가족을 들뜨게 했다. 새벽녘 일어나서 바라본 하늘에서 쏟아지는 별을 보며 얼마나 감탄을 했는지 모른다.

둘째도 신이 나서 하루종일 텐트를 들락날락했다. 그래서 저자의 이야기가 더 가슴에 와닿았다.

이분들이 가본 곳을 그래서 더 꼼꼼히 보게 되었다. 이젠 남편이 없어도 아이들 데리고 캠핑에 갈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도 배가되었다(이 글 보면 우리 남편은 서운할래나?^^) 이분의 전작인 <아이들은 길 위에서 자란다>도 읽어보고 싶어진다.

책을 읽으면서 내내 캠핑하던 그곳이 떠오른다. 가을이 더 가기 전에 한 번 더 떠나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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낱말 수집가 맥스 I LOVE 그림책
케이트 뱅크스 지음, 보리스 쿨리코프 그림,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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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제목을 보았을때는 의아했다. 낱말 수집가라니... 그런데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나도 낱말 수집가가 되고 싶다는 마음이 저절로 일어나게 되었다.^^

주인공 맥스의 형 벤저민은 우표를 수집한다. 엄청나게 많은 양의 우표를 보고 가족들은 감탄하고 맥스는 자기도 우표를 갖고 싶어서 형에게 달라고 했지만 거절당한다.

또다른 형 칼 역시 동전을 모아서 가족들에게 자랑을 하는데, 이번에도 사람들은 모두들 놀라워한다. 그래서 맥스가 형에게 동전 한 닢만 달라고 부탁하지만 역시나 거절당한다.

그래서 맥스는 생각한다. 나도 무엇인가를 모아야겠다고 말이다.
고심끝에 맥스가 생각해낸 것은 바로 낱말 모으기! 신문과 잡지에서 하나 가득 낱말을 모으는 맥스를 보며 벤저민이나 칼 모두 비웃는다.

하지만 아랑곳없이 맥스는 자기가 좋아하는 말, 평소 좋아하는 색깔, 자주 하는 말, 모르는 말, 좋아하는 음식 이름 등등을 오려서 수집한다.

그런데 낱말을 모아보면 순서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있었다. 이건 형들의 동전들이나 우표들 가지고는 할 수 없는 것들이었다.

"파란색 악어가 초록색 이구아나를 잡아먹었다"

"파란색 이구아나가 초록색 악어를 잡아먹었다"처럼 말이다.

맥스는 낱말들을 가지고 멋진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처음엔 무시하던 형들도 맥스의 낱말 놀이에 함께 해서 더욱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들어나간다.

그리곤 흔쾌히 맥스의 낱말과 자신들의 동전과 우표를 바꾼다. 비로소 맥스의 작전이 성공한 것이다!

읽으면 읽을수록 작가의 기발한 생각에 저절로 즐거워진다. 언어를 익히는 것, 언어 속에 들어있는  즐거움을 굳이 말로 설명하지 않아도 이 책만 아이들에게 읽어준다면 충분히 아이들도 언어의 묘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나도 당장 가위 들고 아이랑 낱말 수집에 나서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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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태백 탈출 사건 - 제6회 푸른문학상 동화집 책읽는 가족 61
황현진 외 지음, 임수진 외 그림 / 푸른책들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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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제6회 푸른문학상 수상작들을 모은 책이다. 아동문학출판사인 푸른책들과 웹진 책읽는가족에서 한국 아동문학의 미래를 열어갈 새로운 작가를 발굴하기 위해 만든 상이라고 한다. 그리고 벌써 6회째라고 한다.

책 속에는 총 7권의 짧은 동화가 실려 있다.  피해자인 진우를 그냥 지켜보기만 하는 시현이라는 아이를 통해 제시하는 왕따 문제인 <구경만 하기 수백 번>,  민사고에 보내고자 엄마한테서 항상 공부하라고 잔소리듣고, 좋아하는 음악도 듣지 못하게 된 상후가 늘 베란다에서 보이는  한 집에서 흘러나오는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과 그 아이의 춤을 따라하면서 매번 베란다에서 스트레스를 푸는 상후 이야기가 실린 <상후, 그 녀석>, 숙제장 살 돈이 없어 숙제장을 못 사고 숙제를 못해 혼나자 거짓말을 모면하려고 유괴 사건을 만들어낸 아이 조태백의 이야기<조태백 탈출사건>, 식물인간이 된 엄마를 둔 ‘하나’가 눈 오는 새벽에 병원 옥상에 가다가 식물인간들이 온갖 화초가 되어 있는 정원으로 나가게 되고, 또 거기서 만난 귤나무 아저씨를 정말로 병원에서 보게 되는 환상적인 이야기 <엄마의 정원>, 친구인 강이 아빠를 도둑으로 오해하는 아이 <낯선 사람>,  초등 학생인 ‘마니’와 ‘성준’이 결혼하려는 뜻밖의 과정을 그리며 가정을 이루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임을 일깨워 주는 <마니의 결혼> 등 각각의 동화가 재미있으면서도 순간순간 그 속에서 비쳐지는 아이들 마음을 통해 뭉클하게 만드는 동화들이다.

특히 <구경만 하기 수백 번>은 흔히 학교에서 벌어질 법한 일들이어서 더 공감이 갔다. 어떤 아이가 왕따를 당할 때 과연 누가 그 아이를 위해 변호해주고, 그 상황을 해결하려고 할까. 듣기로는 요즘은 누가 왕따를 당한다고 하면 아무 이유없이, 근거없이, 생각없이 다른 아이들도 그냥 그 아이를 왕따시킨다고 한다. 다른 아이가 왕따를 시키니까.. 그것이 이유라면 이유일 것이다.  무관심이라는 것은 비단 아이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어른들의 사회에서도 내가 아닌 남의 일에 대해 무관심할 때가 사실 얼마나 많은가! 이 동화를 읽으면서 정말 아이들과 할 말이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엄마의 입장에서 너무나 안타깝게 읽었던 <상후, 그녀석>은 생각지도 못한 반전에 마음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여기서 그 결말을 이야기하면 책 읽는 분들의 재미가 없어질 것 같아서 생략한다. 아이의 마음을 평소에 잘 헤아려야 하는데 라는 생각을 이 동화와 또 <조태백 탈출 사건>을 통해서 하게 되었다. 아이가 저지른 크나큰 사건, 유괴 사건이라는 위조 사건을 통해 인터뷰까지 하게 되는 조태백은 나중에 결국 거짓말한 것이 들통이 나게 된다. 아이가 거짓말을 하게 되기까지의 일련의 과정들은 사소한 것들이었다. 그렇다. 사소한 관심의 부족으로 아이는 숙제장을 못사고, 계속 혼나고, 급기야 혼나지 않으려고 위조된 사건까지 만들어내었던 것이다. 아이의 원함을 그냥 사소한 것으로 치부하고, 넘겨버리는 것이 이렇게 큰 사건을 만들수도 있다는 것, 물론 현실과 동떨어져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실 우리의  인생에서 어긋남이 오는 것도 처음에는 작은 사소함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결코 이 동화의 이야기가 현실과 동떨어져있다고 이야기할 수 없을 것 같다.
이외에도 아이들의 순수한 마음을 통해 벌어지는 헤프닝인 <낯선 남자>와 <마니의 결혼>은 읽는 내내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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