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드러커 강의 - 세기를 뛰어넘은 위대한 통찰
피터 드러커 지음, 이재규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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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하면‘피터 드러커’를 떠올릴 정도로 그를 배제하고는 기업과 조직의 경영에 대해 제대로 된 얘기를 할 수 없다 할 정도로 그의 영향력은 지대하다. 그의 시대에 따른 관심과 통찰의 결과물들 탓이긴 하겠지만 어떤 세대는 그의 경영학 일반에 대한 지혜에, 또 어떤 세대는 조직이론에, 그리고 자기계발의 조언에, 생태환경과 미래의 전망과 같이 조금씩은 다른 측면에서 접하고, 이해하고 있을 것이다. 이 저작은 그의 이러한 각기 다른 시대적 통찰을 시계열적으로 정리하여 그의 경영학 사상을 구성하는 전체적인 관점을 조망하게 돕는다는 점에서 가치를 부여할 수 있을 것 같다. 1940년대부터 2000년대에 이르기까지 매 10년을 한 개의 장으로 하여 지금까지 미발표된 중요강의 내용을 수록하고 있어 조각난 단편으로만 이해되거나 미처 알지 못했던 그의 사상적 기반의 변화나 관점이 어떻게 심화되고 있는지, 또한 경영환경이나 기술의 변화와 같은 시대환경을 읽어내는 그의 통찰력과 이의 결과로서 제시하는 역량과 방법론들에 대한 가르침을 총체적으로 읽을 수 있는 귀한 기회가 된다.

특히 경영 관리자들, 최고 경영자들, 행정 관리자들을 향한 조언들은 급변하는 기업환경, 정치사회환경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오늘에도 변치 않는 아주 중요한 가치들을 담고 있는데, 기본의 중대성을 역설하고 본질을 꿰뚫고 있는 주의 깊고 세심한 관찰력, 그의 겸손한 말처럼 “예측하는 대신에 그냥 창밖을 본다.”는 탐구심, 바로 세상에 대한 열렬한 애정 때문일 것이다.
그의 학자로서 초창기에 해당하는 1940~50년대의 강의에서는 비교적 원론적이고 기원적인 관심을 볼 수 있는데, 19세기 인간 실존문제의 해결 되지 못한 죽음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으로서 수량적으로 측정하고 예측가능한 것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으로‘생명보험’이 탄생하였다거나, 신화에 대한 현실성과 기초적 경험으로서의 인식을 통해 ‘조직된 집단’이라는 국가에 대한 이해나 인간 개인의 출현, 그 존재성을 발견하는 것은 이후 그의 거대기업에서의 경영조직이론이나 국가의 역할에 대한 입장을 구성하는 사상적 뿌리, 신념을 알게 해준다.

또한 수천 년 전 물의 공급 조절이라는 복합적이고 공학적인 시설의 건설인 관개(灌漑)문명을 통해 인간의 기본적적인 사회적, 정치적 제도들과 기관들의 형성과정을 설명하면서“인간은 자신이 이룩한 기술적 성취에 의해 운명이 결정되며, 기술적 성취에 지배를 받는다”는 기술 혁명의 교훈을 일러준다. 그리고 단지 이러한 기술 변화가 요구하는 새로운 필요와 능력을 갖춘 제도의 개발이라는 문제를 넘어, 이의 결과로서 야기되는 보다 큰 문제로서 우리가“믿고 있는 가치를 구현하도록 보장하고 우리가 옳다고 주장하는 목적을 달성하도록 보장하고, 인간의 자유와 존엄성과 목적에 봉사하도록 보장하는 과제들”에 더욱 관심을 쏟아야 함을 지적하는 곳에 이르면, 오늘의 기술전능의 사고가 결여하고 있으며, 망각하고 있는 것에 대한 50년 전의 그의 성찰에 절로 겸허해지게 된다.

이러한 드러커의 경영철학이 말하는 것을 경청하다보면 기본에의 충실, 근원적인 자기 성찰이 굳건한 사상적 골조를 이루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지금과 같이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기술적 혁신이 발표되고 있을 때 그 새로움에 대처하는 능력을 미처 갖추지 못해 우리는 혼란에 휩쓸리고 좌충우돌하지만, 그럴수록 기본으로 돌아가라는 교훈은 너무도 가슴에 와 닿는다. 그가 한 예를 들고 있는데, 해부학자가 인간의 해골을 꼼꼼히 연구하는 행위의 중요성으로 1680년 이래 뼈가 변한 건 없다는 것이다. 뼈가 추가되지도 제거되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이는 기본의 중요성을 말하는 것이다. 우리 조직들을 한번 둘러보면 기본이 부실해서 저지르는 어리석음이 얼마나 많은지 새삼 깨닫게 된다. 필요도 없는 수레바퀴를 발명하는 것처럼 말이다. 결국“기본적인 가정을 이해하지 못하면 그 가정이 포함하고 있는 한계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교훈은 우리가 처한 경영의 현실을 다시금 돌아보게 한다.

드러커의 이 미발표(단지 출간되지 않았음을 의미하는 것임) 강의내용 중 어느 것도 인상 깊지 않은 것은 없지만, 비대해진 거대기업의 경영자가 갖추어야 할 자질에 대한 것이나, 정보사회에 이른 오늘의 정보에 기초한 조직에 대한 조언, 그리고 지식을 관리하는 법은 조직을 떠나서 생각 할 수 없는 오늘의 우리들 모두가 정독해야 할 만큼 끈질기게 우리가 속해 있는 조직을 괴롭히는 문제에 대한 해답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불과 수 일 전에 나는 모 대학의 이사장이 자신의 조직에 대해 불평하는 소리를 묵묵히 들어주어야 했는데, 자기는 모든 것을 열심히 잘하고 있지만, 조직이 자기 기능을 제대로 하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었다. 규모가 비대해지면 복잡성이 점증할 수밖에 없다. 작은 조직에서는 의사소통이랄 것도 없다. 한 밧줄을 끌고 있으니 목적도 힘의 방향도 다를 수도 없으니 말이다. 그러나 기능과 역할이 다르고 전문성 또한 다른 여러 조직으로 분할 된 거대 조직에서 마찰이 가득하고 문제가 유발되지 않을 수 없다. 그럼에도 여전히 경영자로서의 자질을 갖추지 못한 자들이 경영을 하고 있으니 이러한 문제가 해결될 리 없다. 고작 그가 하는 말은 조직을 뭔가 새롭게 구축하는 것이다. 더구나 조직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사람이 말이다. 이것이 아마 자본만 있으면 경영자 행세를 하려는 한국사회의 특징일 것이다. 구성원 개개인의 이해에서 시작하여 사람을 바꾸고, 보상(처벌)체계를 개선하는 것이 유연하고 역동적인 조직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도 모르는 경영자가 태반이라는 얘기이다. 아마도 오늘의 대다수의 기업이나 조직들은 지식노동자로 구성되어있다 해도 무방할 것이다. 모두 각자 다른 지식작업을 하지만 하나의 공통된 가치 결과를 얻어내야 한다는 것은 엄청난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이다. ‘오케스트라의 조직’, 피아노, 바이올린, 호른, 등등 전문가들로 모여 있고, 계층은 극히 단순하지만 하나의 조화로운 연주를 만들어 낸다. 오늘의 조직은 바로 이러한 것이다.

이 외에도 환경, 인구구조, 교육, 세계화, 비영리조직 등 이 시대를 이해하는데 중대한 구성 인자들에 대한 귀중한 지침들, 조언들, 경영학적 성찰들, 미래의 예견들을 충실하게 들려주고 있다. 피터 드러커의 시대의 검증을 통해 살아남은, 아니 세기를 관통하는 이 탁월한 통찰들은 정보의 선별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대, 결정적인 자원인 지식을 동원하는 능력이 생존을 가늠하는 오늘에 그 기본을 더욱 공고하게 해주고 있다 하겠다. 드러커를, ‘경영’을 이해하기 위한 필독서, 기본서라 하여도 결코 허영이라 아니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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