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스웜 - 가장 단순한 방법으로 세상을 뒤바꾼 가장 영리한 집단
피터 밀러 지음, 이한음 옮김, 이인식 해제 / 김영사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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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집생활을 하는 사회성 높은 곤충이나, 새나 물고기와 같은 무리생활을 하는 동물들의 행동은 우리 사람들의 눈에 그저 신비스럽기 그지없을 때가 있다. 먹이가 있는 곳의 최단경로를 찾아내는 개미나, 최적의 거주지를 선택하고 판단하는 벌의 행동, 일시에 날아오르고 멋지게 V자 대형을 이루고 날아가는 새 떼의 우아하기까지 한 군무(群舞), 엄청난 높이로 정교하게 쌓아 올려 진 흰개미의 흙 탑 등은 그네들에게 무언가 인간을 능가하는 지성이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기대까지 갖게 한다.

사실 우리 사람의 직관이라는 선입견으로 보게 되면 그들의 일사불란한 행동은 마치 탁월한 지능을 갖춘 강력한 리더에 의해 정교하게 계획, 설계되고, 물샐 틈 없는 감시체계 속에 실행되는 것만 같다. 그러나 오랜 시간 관찰을 해보면 어떤 명령에 의해 움직일 수 없음을 이내 발견하게 되는데, 광활한 대지위에 않아있던 수천의 새들이 동시에 날아오르는 것은 특정한 누군가의 지시가 전달되어 그 전달이 1킬로미터 떨어진 동료에게 이르는 것이 아님을 알게 된다. 또한 개미들이 먹이를 찾으러 군체(群體)를 떠나 특정 장소로 가는 경로를 누가 알려주는 것인가 하면 결코 알려주는 개체도 없으며, 지시자도 없다는 것을 이내 발견하게 된다. 아무도 알려주는 이나 지시자가 없음에도 어떻게 완벽한 시스템처럼 조직화되고 과업이 완성되는 것일까? 그리고 그 원리와 속성을 이해하는 것이 우리에게 어떠한 이득이 있는 것일까?

이와 같은 궁금증의 비밀을 알려주는 것만으로도 이미 이 저술은 매혹적이지만, 그 비밀이 발상의 전환은 물론 창의적 적용을 통해 우리 인간사회의 고민을 해결하는 지혜까지 선사하고 있어 지적쾌락에 더해 복잡계를 이루는 오늘의 사회를 이해케 하여 실용적 이익까지 거두게 하는 영리한 저작이라 할 수 있다.
개미의 먹이 찾기 이동경로에서 복잡해진 영업 네트워크 구축방법을 찾아내고, 꿀벌의 거주지 선택에서 집단지능과 지식의 다양성이 만들어내는 지혜를, 그리고 새떼의 군무에서 로봇지능의 알고리즘으로 발전케 하는 것처럼 발상을 자극하는 무궁무진한 원천적 지혜들을 발견하게 된다.

먹이가 있는 곳에 가려면 몇 갈래의 길이 있지만, 개미가 지나는 곳에는 페로몬이 남는다. 짧은 경로를 지나온 곳은 긴 경로로 간 개미의 밀도보다 시간적으로 빠르기 때문에 페로몬이 다른 경로보다 짙게 되고 그 짙은 페로몬은 개미들을 안내한다. 결국 점진적으로 개미들은 가장 짧은 경로로 모여든다는 것이다. 단지 개체의 본능적인 행동방식이 의미 있는 집단행동이 되는 것으로, 그저 개체 자신의 행동일 뿐이지만 집단으로서는 조직화된 행동이 되는 것과 같다. 여기서‘자기 조직화’가 창발하는 조직구성을 위한 방법론적 힌트를 획득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한편 새로운 거주지의 마련을 위해 벌들이 하는 선택의 과정은 흥분을 자아낼 정도이다. 몇 곳의 장소를 물색한 정찰벌들의 반복되는 춤을 보고 후보지를 지지하는 벌들의 비율이 적정수준에 이르기까지 검토와 지지자가 늘어남으로써 최상의 결과를 선택하는 벌 무리의 지혜는 소위 '대중의 지혜(wisdom crowds)'가 영리함을 능가하는 단적인 실례가 된다. 갈수록 거대해지는 기업조직에서 다수의 구성원들이 하는 언어에 귀를 기울이는 것만으로도 탁월한 예측이 될 수 있으며, 다수가 발하는 다양함이 영리함을 능가하는 선택을 할 수 있다는 예증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집단의 다양성을 “2+2”와 같이 단순한 과제에 적용하는 것은 어리석을 것이다. 게다가“거만한 지도자, 다양성이 부족한 구성원, 외부 정보의 경시”와 같은 불행한 특징들이 조직될 경우에는 오히려 커다란 실수를 저지르게 되기도 하며, 전체 시스템을 보지 못하고 개인의 국지적 부문에만 초점을 맞출 경우 시스템의 복잡성을 외면하여 재앙을 초래하기도 한다. 우호적인 경쟁, 지식의 다양성은 추구하여야하지만 환원적 편견이나 집단사고(groupthink)와 같은 우는 경계하여야 할 것이다.

이외에도 분산지능이 망(network)의 자기 치유적 기능을 위해 어떻게 효율적으로 발휘되며, ‘간접협동’이라는 독특한 영리함을 보이는 흰개미의 개체 수준의 단순한 규칙의 고수가 자기환경에 전략적이고 전술적인 대응책인가와,‘적응모방’이라는 서로 상호작용을 하라는 지극히 단순한 알고리즘이 그 멋진 새들의 집단비행을 만들어내는 것과 같은 실험과 연구사례의 설명은 정보공유 체계의 잇점, 로봇 지능개발 분야의 적용처럼 우리세계에 기발한 아이디어와 전략을 제공하기도 한다.
체커게임이나 스워머 노이드(swormer-noid)와 같이 개체의 단순한 행동의 경험 누적만으로 조직이나 집단의 의미있는 패턴을 구사하게 할 수 있다는 발상은 바로 이 저술이 통찰하고 지향하는 지성이라 할 수 있다.

이렇듯 긍정적인 시사도 있지만 메뚜기 떼와 같이 대규모로 인간의 작물에 손실을 끼치는 부정적 행동에서도 우린 지혜를 찾아낼 수 있다. 결코 군집 생활을 하지 않는 메뚜기가 어떻게 재앙을 일으키는 약탈적 무리로 변하는 것일까? 이유는 메뚜기의 근육질 뒷다리가 자극을 받았을 때 그들은 자신들의 개체가 지나친 밀도로 과밀상태임을 알리는 신호가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서로 잡아먹으려는 행동과 잡아먹히지 않으려는 행동의 촉발, 즉 생존을 위해서는 계속 움직여야 한다는 충동이 거대한 떼를 형성하여 인간에게 막대한 피해를 주는 약탈자가 되는 것인데, 단지 메뚜기 뒷다리의 사소하고 하찮은 자극이 엄청난 결과로 이어지는 자연시스템의 한 사례이다. 이와 같은 예가 사우디아라비아의 연례 성지순례일에 발생했는데, ‘자마라트’라는 세 기둥에 의식을 치루기 위해 수십만의 행렬이 일시에 움직이기 시작했을 때, 앞 사람의 1분도 안 되는 지체가 대(大)행렬의 순간적인 정체로 수 백 명이 압사한 사건이다. 사건은 불규칙한 흐름의 패턴, 군중의 밀도에 대한 분석을 통해 시정되었는데, 이때 메뚜기의 행동연구는 훌륭한 모델이 된다. 또한 직접적으로는 메뚜기‘떼’로의 전환을 예방하는 방책으로 밀도의 역치수준을 알아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발견도 가능케 한다.

극도로 복잡해져만 가는 네트워크(網)사회라 할 수 있는 오늘의 현대사회는 이처럼 어디선가의 작은 문제가 사회전체를 마비시킬 수 있다. 시골길 어느 고압선에 나뭇가지의 작은 접촉이 대도시의 정전을 유발하고, 산업전체에 막대한 손실을 초래하기도 하며, 예기치 못한 대형 자연재해는 인간사회를 혼란에 빠뜨려 순간 사회기간망을 무용지물로 만들기도 한다. 너무 복잡해서 어디에서 문제가 발생했는지, 무슨 문제인지를 파악하는 것도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개미사회의 자기조직화나 분산지능, 자기 치유적 기능,  꿀벌의 지식 다양성에 대한 양(Positive)의 되먹임 행동, 단지 이웃과의 상호작용이라는 단순 알고리즘에서 우린 이들을 해결할 해법을 발견하게 된다. 하찮은 미물, 무심코 보여지는 새와 물고기의 움직임에서, 바로 생물의 진화라는 자연 시스템에서 상상치도 못했던 지혜를 보게 된다. 영업, 물류, 조직 등 비즈니스 문제를 비롯한 현대 사회의 난제들을 해결하는 해법이 명쾌하게 설명된 그야말로 탁월한 혁신 전략 총서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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