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니스 Welleness - 뇌를 바꾸는 운동 혁명
박수현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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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운동하면 건강해지고 정신이 맑아진다는 것은 으레 듣는 이야기이고, 이러한 구체적 사례들은 정보오락 프로그램이나 의학전문기획 프로그램, 건강관련 기사 등 각종 미디어 매체들을 통해 그 어느 때 보다 풍부하고 다양하게 전달되고 있으나, 실제의 삶에 긴박하게 다가온 적이 없다. 일상의 번잡함에 매몰되어 감히 건강타령이나 하고 있을 경황이 아니라는 생각에 지배되어 있는 것이 현실이다.
더구나‘운동’에 대한 편견까지 있어, 몸을 쓰는 것은 두뇌의 활용이 좀 떨어지는 사람들의 행위정도로 치부하고, 책상머리에 붙어 앉아 한계에 도달한 머리를 쥐어짜는 것이다.

어찌되었건 “몸의 건강과 마음의 행복을 추구”한다는‘웰니스(wellness)’라는 이 파란 책 한권은 운동에 대한 이와같은 지금까지의 내 편협한 생각을 완전히 전복시켜버렸다. “뇌는 운동을 위해 태어나고 발달” 했으며, “더 정확한 몸놀림을 위해 뇌가 진화”했다는 한마디, 즉 우리 뇌가‘운동뇌(moving brain)’에서 진화 했다는 주장은 “움직일 필요가 없다면 뇌도 필요 없다”는 말과 결합하여‘사유’라는 뇌의 작용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내게는 일종의 충격이 되었다고 하겠다. 결국 두뇌의 활동은 운동에 지배되고 있다는 것이니, 진정 이렇다 할 신체의 운동이 극소화 된 나로서는 최근 겪고 있는 신체적, 정신적 침체와 위축의 원인을 비로소 규명하게 된 것이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이처럼 운동에 의해 뇌의 활동이 결정적인 영향을 받는다는 점은 “운동이 사고와 감정을 조절하는 신경전달 물질의 분비를 촉진하고 그들의 화학적 균형을 맞춘다.”는 뇌의 메커니즘을 통한 확인으로부터 시작되는데, 지방연소, 혈관밀도의 제고와 신경전달물질 세로토닌, 도파민, 노르에피네프린 등의 분비를 촉진하여 감정을 조절하는 일련의 과정은 물론, ‘뇌유래 신경 성장인자’인 BDNF(brain-derived neurotrophic factor)의 분비를 통하여 기억력과 밀접한 장소인 해마 속‘치아이랑’영역에서 뇌세포로 성장할 수 있는 줄기세포가 매일 4백 개에서 1천개까지 생성된다는 사실은 정서와 신체적 건강을 넘어 우리 인간의“고도의 정신능력이 고정된 것이 아니라 변화한다는 의미”로서, 뇌과학의 획기적 진전이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뇌가 변화된 환경의 영향을 받을 경우 스스로 구조와 기능을 변화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뇌과학자들의 ‘뇌의 가소성’에 대한 연구결과는 운동의 역할을 더욱 확신케 한다. 이는 복습에 복습을 반복하면 뇌는 이 정보를 학습하고 기억하기 위해 최대한 능력을 발휘한다는‘장기 증강’메커니즘을 의미하는데, 일례로서 마치 길이 없던 숲속에 오솔길이 생겨나듯이, 장기증강은 시냅스에 전기신호가 반복적으로 가해져 시냅스가 지나는 정보 전달 과정이 수월해진다는 것과 같다. 특히 뇌가소성은 대뇌피질에 잘 나타나는데 이는 동작 반응을 명령하며 기억력, 학습력, 사고력, 창의력의 터전이 되는 부위라는 점이어서 운동이 뇌를 똑똑하게 만들어준다는 주장을 강력하게 뒷받침하고 있다.

책은 이들 뇌과학의 실험결과와 이론적 연구의 규명이 보다 친근한 실례로서 다가설 수 있도록 학문, 예술 등 지적 분야의 탁월한 성취를 하고 있는 인물들을 통해 그네들의 실질적 삶의 원동력으로서 운동이 작동하는 성과를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수학과 같은“새로운 상황의 요구에 맞도록 자신의 지식을 재구성하는 능력”인 ‘인지적 유연성’이 절대적으로 요구되는 분야에서 세계적 권위의 수학교수가 축구라는 운동을 통해 쉴 새 없이 충전하는 모습이나, 허영만 화백, 음악인 용재오닐이 1~2시간에 걸친 지속적인 산행과 조깅으로 두뇌의 휴식과 활성화를 지원하는 일상적 습관에서 뇌의 가소성과 두뇌의 확장능력을 엿볼 수 있게 된다.

한편,“고도로 집중한 상태에서 생각하고 또 생각하는 몰입적 사고”에 익숙한 이들의 지적 작업은 반복적이고 집중적 사고로서 “우리의 뇌는 이 문제를 생사와 직결된 문제로 판단”하여, 몸에 비상사태를 선언 하고, 신경 체제의 배선을 늘리고 강화하는 즉, 시냅스 형성 증대, 신경회로 확장을 통해 인지적 유연성의 제고를 돕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몰입’의 흥미로운 예로서, 정신 분열증이나 우울증으로 안타깝게 생을 마감한 “뛰어난 예술성으로 역사를 바꾼 모차르트, 뉴턴, 반 고흐, 다윈, 슈만”을 열거하고 있는데 이들에게서 발견 할 수 있는 무리한 몰입은 신경전달물질인‘도파민의 과다’로 인한 사망이라는 역설로서 운동이 지니는 뇌의 균형적 작업을 더욱 간과할 수 없게 한다.

저작의 말미에는 이러한 두뇌를 똑똑하게 하고 사고의 유연성을 높여주며, 면역체계를 강화함으로써 병세를 호전시키기까지 하는‘운동’의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방법들을 소개하여 단지 이론적 이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생활 속에서 바로 “진정한 건강이란 신체의 안녕을 넘어 삶에 대한 적극적인 태도, 살아가게 하는 힘이고 살아있는 느낌”이라는 웰니스의 핵심적 가치를 실현하는 내용들을 알려주고 있다. 그것은 빨리 걷기와 중강도 운동이란 어떤 것인지, 뇌의 용적을 늘리고 신경세포의 생성을 돕는 ‘젊음의 분수’라는 인간성장호르몬(HGH)을 대거 방출하는 강도 높은 무산소 운동과 근력운동에 대해서, 각종 질병의 예방을 위한 개별 대응 운동에 대해서, 그리고 축적 운동법에까지 이른다.

“인간이 점점 덜 움직이면서 스스로 동물 본성을 포기한 데 대한 경고”로서, ‘알츠하이머’병이 증가한다는 말처럼, 인간은 유전자에 각인된 운동 본능을 따라야 정신활동이 온전해진다는 과학적 규명은 어쩜 뒤늦은 이해와 인정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운동이 뇌 세포를 새로 만들고, 뇌를 쾌적하고 젊어지게 한다는, 그래서 삶에서 참된 지식을 발견하고 긍정하기 위한 방법으로‘운동’의 선택을 말하는 이 저작은 우울하기만 한 오늘의 사회환경을 극복하고 정체된 삶의 기운을 회복하는데 신선하고 직접적인 자극이 되어줄 뿐 아니라, 국민 건강과 정서, 지적 역량의 배양을 위한 국가 체육정책의 중요한 가이드가 되어주기도 한다. 정신근로자, 성장기의 학생을 둔 부모들, 체육교육 정책자, 중노년기에 건강을 걱정하는 모든 분들에게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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